[긴급 특집] 미국 연방대법원의 49년만에 뒤집힌 낙태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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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 웨이드(Roe v. Wade)판례’ 파기

둘로 갈라진 미국여론
11월 중간선거‘쟁점’

■ 뉴욕타임스 “불법시술 원정 시술과 밀거래 성행할 듯”
■ 낙태권 파기로 미 전역에 찬반 시위로 연일 ‘시끌 시끌’
■ BofA, 골드만삭스, 아마존 등 대형회사 직원 낙태 지지
■ 여성 67% 대법원 결정에 반대 58% 낙태 합법화에 찬성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4일 임신 6개월(24주) 이전까지 낙태를 허용한‘로 대 웨이드(Roe v. Wade)판례’를 표결 끝에49년 만에 파기하면서 미국 사회가 둘로 갈라지는 큰 파장이 일고 있으며, 한국 등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폐기로 미국 내 50개주 절반에 가까운 주에서 낙태가 사실상 금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불법시술이나 원정 낙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또한 현재 대법원 구성상 보수 6명과 진보 3명의 현실에서 앞으로 피임과 동성 성관계, 동성혼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이번 낙태 폐기처럼 바뀔 공산이 커졌다.‘태아의 생명 보호’와‘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낙태권 논쟁은 정치적으로도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핵심 사안이어서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내에서‘낙태 찬성’ 이나,‘낙태 반대’시위도 계속 번저 나가는 추세이다. 한편 이번 미대법원의 파기 사건에 대하여 미국내 여론은 대법원 판결에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취재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미국이 온전한 민주주의가 아닌 이유의 하나가 헌법이 선출된 대표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통령 이 지명한 종신제인 연방 대법관 9명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역사가인 티머시 스나이더는 미국 공화당을 “두 세력의 연합”으로 묘사한다. “한 세력은 체제를 이용해 먹으려는 자들이고… 다른 한 세력은 체제를 깨뜨리려는 자들이다” 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시절에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은 “체제를 이용해 먹으려는 자들”에 해당하고,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체제를 깨뜨리려는 자들”에 해당 한다. 이번에 두 세력이 힘을 합쳐 연방 대법원을 장악했다는 것을 영락없이 보여주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임기 말에 연방 대법관 공석을 민주당 쪽 인사로 채우려고 여느 때처럼 무기력하게 움직였을 때 상원 공화당 지도부 수장인 매코널 의원은 그 시도를 저지했다. 그리고 극도로 보수적인 판사 3명을 트럼프가 지명하는 것을 도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지명한 대법관 후보자들은 상원의 인준을 받으려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그들은 상원청문회에서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즉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 맹세를 저버리고 이번에 판결 을 뒤집었다. 그렇게 해서 공화당 우파는 연방 대법원의 9표 중 5표를 장악하게 됐고, 이를 이용해 이번에 결정 타를 날렸다. ‘체제를 이용해 먹으려는 자들’과 ‘체제를 깨뜨리려는 자들’이 모두 얼마나 가차없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미국의 많은 여성들이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와 함께 지난 6월24~25일 성인 159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대법원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답변한 반면 ‘찬성한다’는 답변은 41%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52%는 대법원의 이 결정이 미국을 후퇴시켰다고 답변 했고, 31%는 미국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조사에 응한 17%는 진전도 후퇴도 아니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들 중에는 67%가 대법원의 결정에 반대했고 33%만 찬성한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의 56%는 대법원 결정이 미국 여성들의 삶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58%는 미 전역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법을 제정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답변했고 42%는 반대했다. 또 응답자의 64%는 자신들이 사는 주에서 낙태가 합법화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응답자의 57%는 대법원이 낙태에 이어 동성결혼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고, 55%는 대법원이 피임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법원을 ‘매우 신뢰한다’는 답변은 33%에 그쳤고, 23%는 ‘일부만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44%는 대법원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다’고 답변했다.

여성의 삶 ‘질 떨어트려’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이 미국 기업 들에게도 심대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4일 내려진 대법원 판결로 미국에서 최소한 26개 주 에서는 낙태가 금지된다. 이들 주에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이 낙태하려면 낙태 시술이 가능 한 주를 찾아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이때 기업이 이런 비용을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AP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낙태 시술 지원 문제를 놓고 양분된 상태이다. 메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애플, 스타벅스, 우버, 리프트, 옐프, 파타고니아, JP모건 체이스, 도이체방크 등은 직원들이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 시술을 하면 그 비용을 회사가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맥도날드, 펩시, 코카콜라, GM, 타이슨, 메리어트 등은 낙태 시술 비용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미국에서 고용 직원 숫자가 가장 많은 기업인 월마트도 아직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대기업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도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주 정부 당국은 기업 측에 직원들의 낙태 시술을 위한 여행 경비를 지원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다만 기업의 낙태 시술 여행 경비 지원이 불법 행위에 속하는지 아직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절세를 위해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주에서 텍사스주를 비롯한 보수 색깔이 강한 주 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타격을 입게 됐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 시스코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다. 51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시로 본사를 옮기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이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으려고 여행하면 그 경비를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낙태권 허용 판례를 뒤집은 미국 대법원의 판결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둘로 쪼개져 갈등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6개 주에서 낙태 금지

하지만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이제 낙태 허용 여부는 주정부와 의회의 몫이 됐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미 구트마허연구소는 미국 50개 주 중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으로 집계했다. 대부분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앨라배마주와 오클라호마주, 아칸소주, 켄터키주 등의 병원에서는 대법원 판결 직후 임신 중절 수술을 속속 중단했다.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낙태를 불법화하는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적용된 곳이 대부분이다. 아이다호주와 테네시주, 텍사스주에선 30일 뒤부터 낙태가 금지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으로 불법 낙태시술이나 임신중절이 가능한 알약 밀거래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P는 대법원 판결 직후 일부 병원들은 낙태를 허용하는 다른 주의 클리닉 목록을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사회도 이번 판결 논란에 가세했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은 “인권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낙태는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로 반드시 보호 돼야 한다”고 썼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미국에서 전해진 뉴스는 끔찍하다”고 했다. 반면 교황청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나라가 이 문제(낙태)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은 전 세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에선 이번 판결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옹호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대법원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환영했다.

이번 판결이 동성혼과 피임 관련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클래런스 대법관은 낙태 판결 관련 보충 입장에서 “앞으로 그리스월드, 로런스, 오버게펠을 포함한 판례들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각 피임과 동성 성관계, 동성혼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 다. 전체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이어서 이런 판례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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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의‘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란 무엇인가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사건은 1973년 연방 대법원 판결이다. 이 사건의 원고인 여성의 본명은 노마 맥코비이고 “제인 로”(Jane Roe)는 그녀의 가명이다. 텍사스 주에 거주하던 그녀는 21살에 임신했는데, 경제적으로 키울 여력이 없던 그녀는 낙태를 받을 가능성을 높이고자 불량배들에게 윤간을 당했다고 경찰에 거짓진술을 한다.

하지만 오직 산모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던 텍사스 주 낙태법 때문에 의사는 낙태수술을 거부했고, 이 주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라며 이 젊은 여성에게 수술 대신 에 변호사를 소개 해준다. 낙태 이슈에 관심이 많았던 린다 커피(Linda Coffee)와 사라 웨딩턴(Sarah Weddington)이 제인 로의 변호를 맡아주었으며 변호사의 도움 속에 제인 로는 텍사스 댈라스의 검사였던 헨리 웨이드(Henly Wade)룰 상대로 소송을 건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는 단계에서 Roe는 결국 출산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비록 Roe의 임신상태는 종료되었으나, 임신이 다시 반복될 수 있어 다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성이 인정되어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진행되었다. 결국 7대 2로 이 법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 당시 다수의견을 쓴 대법관이 해리 블랙먼 대법관 이다. 판결내용은 소위 3.3.3 원칙이다. 먼저, 임신 초기 3개월은 여성의 권리를 더 우선하여 여성의 독자적 판단으로 병원에서 낙태가 가능하다. 이후 임신 4~6개월 사이에는 산모의 건강에 무리를 끼치거나 위험이 있으면 가능하다. 그리고 임신 6개월이 초과되면 태아가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생명으로서 통증을 느끼는 단계로 접어들어, 태아의 독자생존성을 존중하여 사실상 낙태가 어렵다. 이 판결문에 등장하는 Roe나 Doe는 본명이 아니고 한국어의 ‘아무개’에 해당하는 말이다. 소송당사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사용하는 익명의 성이다. Jane Roe라는 이름은 제인 도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가명으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러나 판결의 주인공 노마 맥코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가 되어 낙태 반대운동가로 살다가 죽었다. 이 판결은 미국 여성 권리 신장에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그전까지 각 주 대부분이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중절을 금지했었고, 이로 인해 불법 임신중절로 인한 사망 사건 발생 등 사회적 부작용도 많았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 내에서 낙태를 완전히 금지하는 법률은 모조리 폐지되었다. 이 판례는 두고두고 연방 대법관들을 괴롭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연방 대법원이 다루는 사건은 낙태 사건과 낙태 외의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파장이 얼마나 컸을지는 잘 알 수 있다.이 판결로 인해서 사생활 보호의 기준은 원래 개인정보 보호 같은 소극적, 비침해적 자유를 의미 했지만 이 판결 이후로 개인의 자율이 기준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판결로 인해서 적극적 자유, 즉 뭐든 본인 멋대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무조건 합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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