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와이드 특집] LA시의회 ‘권력게임’ 최악의 정치 스캔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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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계 시의원들의 선거구 획책과 인종차별 언사등 공개
■ 공정성과 투명성 무시한 권력 집약적 ‘제로섬 게임’ 밀약
■ 15명 전ㆍ현직 시의원들 직접간접의 부당 권력 집중 산물
■ ‘이번 계기로 새로운 LA선거구 재조정 절차있어야’ 주장
■ ‘더 투명하고 정치인 개입 없는 공정한 시스템’한 목소리
■ ‘시의원 수 증가시켜 LA한인타운 대변인을 세워야 할 것’
■ 11월 중간선거에 LA시의회 권력 구조에 큰 영향력 행사
■ LA시 빅맹 ‘킹 메이커’ 노조위원장 ‘론 에레라’ 이목집중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 ‘인종차별’은 주로 백인이 흑인이나 라티노를 포함하는 한인 등 소수인종을 상대로 벌이는 행위로만 보아왔다. 그것이 LA에서는 라티노 정치인들이 벌이는 게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토론 사이트 레딧(Reddit)에 잠깐 언급됐다가, 지난 9일 LA타임스 선데이판에 보도된 LA시의회 3명 의원과 LA노조연맹 위원장 등 4명 모두 라틴계 지도자들이 1년 전에 노조빌딩 한 구석방에서 벌인 ‘인종차별’ 발언과 더불어 10년만에 한번 논의되는 선거구 조정을 두고 라티노가 LA에서 다수인종이니 ‘우리 라티노가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소위 ‘제로섬게임’ (zero-sum game)을 비밀로 논의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인종차별 언사에 한인도 ‘오하칸 코리안’ (Oaxacan Korean, 오하칸은 멕시코 오지인으로 지방색 차별 언사)으로 언급됐다. 이 사태로 LA정계 뒤에서 “킹메이커”로 통하는 론 에레라(Ron Herrera) LA카운티 노조위원장이 먼저 사퇴하고, 이어 누리 마티네즈 LA시의회 의장(LA City Council President Nury Martinez)도 사임하고, 나머지 길 세디 요 시의원(Council member Gil Cedillo), 케빈 데레온 시의원 Council member Kevin De Leon)등은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LA시의회 15명 시의원 전, 현직 의원들이 직접 간접으로 서로 권력다툼으로 얽혀있다는 사실도 나타나, LA시가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172년 역사의 최대 스캔들로 떠올랐다. LA시의회 사상 최악의 정치스캔들로 불리는 라틴계 세명의 시의원들이 연루된 선거구 획책 의혹과 인종차별 언사 등을 모아 특집으로 꾸며봤다. <성진 취재부 기자>

LA카운티 노조는 선거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한다. LA시 정계에서 “킹 메이커”로 통한 노조연맹 위원장 ‘론 에레라’는 라티노이다. 그는 이번 스캔들의 주인공들인 누리 마르티네즈 전 시의회 의장, 길 세디요와 케빈 데 레온 시의원들을 포함한 “삼두정치인”들에게 “내 인생의 목표는 너희 셋을 항상 당선시키는 것이다.”라고 항상 말했다고 한다. 마치 “마피아 모임”을 연상케 하고 있다.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은 내가 얻는 만큼 상대가 잃고,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는 승자 독식의 게임인 만큼 치열한 대립과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제로섬게임’이라는 용어는 게임 이론으로부터 등장했지만 정치, 경제, 사회 분야 등의 무한 경쟁 상황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절대강자만 이득을 독식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에도 종종 사용된다. 이런 게임을 LA시의회 의장 누리 마르티네즈, 길 세디요, 케빈 데 레온 시의원 등 3명의 라틴계 의원들과 역시 라티노인 LA카운티 노조연맹 위원장 론 에레라, and Los Angeles County Federation of Labor President Ron Herrera) 등 1년전 맥아더 파크 인근 LA카운티 노조연맹 건물에서 비밀로 논의한 것이 폭로되어 LA시청 높은 건물이 ‘빅뱅’ 지진을 만난 것 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제로섬게임’(zero-sum game)실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9일부터 LA를 집어삼킨 LA시청 스캔들은 한 익명의 사용자가 자유분방하고 종종 익명의 의견 교환으로 유명한 소셜 뉴스 및 토론 사이트인 레딧(Reddit)에 9월 19일에 올린 일련의 오디오 클립으로 시작되었다. 1시간 이상 녹음된 녹음 테이프는 누리 마르티네즈 시의회 의장, 길 세디요, 케빈 데 레온 시의원, 론 에레라 LA 카운티 노동연맹 회장 등 4명의 라틴계 유력 인사들이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1년 전에 맥아더 파크에 인근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연합 노조 빌딩에서 녹음되었는데, 그 빌딩은 선출된 정치인들과 예비 후보들이 LA에 있는 노조 단체의 “킹 메이커”(에레라 위원장)와 접견을 원하는 장소로 알려져 왔다. 이들 4명은 문제가 된 민감한 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인물들이었고, 1시간 동안 주고받은 내용이 비밀리에 기록됐다는 중론이다.

이 오디오의 첫 번째 세부사항은 LA타임스의 보도에서 드러나면서 바로 ‘폭탄선언’이 되버려 일약 전국적인 주목이 되어버렸다. 이 같은 사건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LA의 오랜 경력의 한 정치분석가는 LA매가진 잡지에 “이제 11월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으며 이번 사태는 모든 것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 사건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계속 그 빌딩에서 일어난 일을 녹음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도대체 이런 녹음 테이프가 왜, 어떻게 유출되었는가에도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LA 정계 치졸한 뒷배경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물고 물리는 헤게모니 싸움

한편, 현재 연방검찰의 의해 부패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마크 리들리-토마스 측에서 자신의 재판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검찰측의 증인인 누리 마르티네즈의 전의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 비밀녹음 내용을 흘렸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정치 관계자들은 비밀녹음의 유출자가 차기 시의원 후보인 휴고 소토-마티네즈(Hugo Soto-Martinez)일지 모른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LA정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39세의 소토-마티네즈 현재 시의회 임시의장인 미치 오페렬(Mitch O’Farrell) 시의원의 의석을 뺏으려는 남부 LA출신의 오랜 활동가이자 노동조합 조직원이다. 그는 강력한 L.A. 호텔 노동조합의 베테랑 지도자로서 Unite-HERE, Local 11, 그리고 L.A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론 에레라가 2019년 10월 노조 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그와 친해졌다.

평소 공직자 비리 사건을 관여해 온 한 변호사는 “이번 비밀 녹취록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는 이 녹취록 공개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보면 퍼즐의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으로 유출자의 이름도 ‘소토-마티네즈’라고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LA시청에는 이것을 해낼 수단, 동기, 기회를 가진 마티네즈라는 이름이 많지 않다. 궁극적으로, 정치 전문가 들은 실버레이크, 로스 펠리즈, 할리우드를 포함한 13지구에 후보로 나선 선두 주자인 ‘소토-마티네즈’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한가지 예로, 전 호텔 노조 조직원인 ‘소토-마티네즈’는 아마도 여전히 LA 노조 내부에 연줄이 있을 것이다.

인종차별 증오로 가득 찬 대화가 벌어진 LA카운티 노동조합 빌딩에는 그와 가까운 동료이자 정치적 멘토인 주 상원의원 마리아 엘레나 듀라조(State Senator Maria Elena Durazo)는 한때 유니테 HERE Local 11의 보스였지만, LA 노조연맹 내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남아 있다. 또 다른 추축으로 LA카운티 노조연맹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인종발언 스캔들이 발생하기 전에 에레라 위원장이 이끄는 노조연맹은 13지구 시의회 경선에서 ‘소토-마티네즈’에 대한 지지를 거절했다. 이로 인해 초기의 추측은 자신에 대한 후원을 거절한 에레라 위원장을 무너뜨리는 것이 모욕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리 마티네즈 의장을 축출하는 것도, 자신의 상대인 현직 시의원 미치 오파렐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치 오파렐은 바로 ‘누리 마르티네즈’ 의장의 측근이었던 것이다.

녹취록 파문 누가 많은 혜택을?

또 관련자들과 가까운 소식통들은 소토-마티네즈가 자신이 수년간 조직원으로 일해왔고 카운티 노조연맹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텔 노동자 노조인 유니테 HERE Local 11과 연관된 노조원들로부터 비밀 녹음 테이프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소토-마티네즈는 또한 ‘민주사회주의 노동조합’ LA지부(DSA-LA)의 지도자로서, 그 노조 회원 자격은 카운티 노조연맹과도 연결이 있기 때문이다. DSA-LA는 소토-마티네즈를 노조위원장 후보로 지지했고, 폭발적인 오디오의 이야기를 폭로한 독립 언론인 Knock LA도 지지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2020년 LA 시의회 4지구 선거에서 한인 시의원 데이빗 류를 이기고 4지 구 시의원에 당선된 니티아 라만 (Nithya Raman)시의원을 승리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준 조쉬 안드로 스키(Josh Androsky)가 소토-마티네즈의 최고 고문이었다는 점이다.

라만 시의원은 문제의 녹취록 에서 라티노 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구를 확대하면서 라만 시의원의 4지구를 축소시켜 라만의 재선을 반대하려는 책략으로 보고 있다. 시청 내부관계자는 라만 시의원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이미 녹음 테이프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니티아 라만은 [목요일]부터 테이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토요일 아침에 LA타임스는 문제의 녹음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DSA-LA노조는 그 토요일 아침 노스 애트워터 파크에서 라만 시의원과 소토-마티네즈가 특별 연사로 참여한 집회 및 유세 행사인 “All Out 4 Hugo”를 공동 후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일이 있기 전에 익명의 레딧 게시물은 거의 3주 동안 소셜 뉴스 웹사이트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LA 유니온세탁이라는 트위터의 자칭 노동조합 감시계정이 LA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자니저와 소토-마티네즈를 포함한 다른 저명한 시청 감시자들을 태그하는 레딧 링크를 게시할 때까지 라만 시의원은 대변인을 통해 같은 트윗에서 문제 오디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만약 유출자가 소토-마티네즈였다면, 문제의 녹음이 된지 약 1년이 지났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우편투표가 도착하기 직전에 그의 공직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LA 노조연맹의 에레라 위원장이 애초 소토-마티네즈를 지지했다가 나중에 거부한 행동 때문에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도 그 문제의 녹음 테이프를 폭로했을 가능성을 보였다. 팀스터 노조의 재무였던 에레라 위원장은 소토-마티네즈가 시의원이 되려면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치 오페럴을 위해 일하고, 지역을 배우고, 그 일을 배우면서 다음 선거 4년을 기다려라”. 이 말에 소토-마티네스는 에레라 위원장의 배은망덕을 본 것이다. 소토-마티네스는 LA매거진에게 문제의 녹음 테이프에 대한 트윗이 일반에게 알려지기 4일 전인 10월 6일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자신이 레딧에 그 내용을 올렸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우리 라티노가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LA시 라티노 삼두마차 시의원들
‘그들의 거대한 음모와 야심’

‘멜딩 팟’ LA인종적 갈등 부채질

이번에 폭로된 시의원들의 녹취록이 LA 정치계만 뒤엎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다문화 도시 내에서 오랫동안 끓어오르고 있는 인종적 갈등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 됐다. 누리 마르티네즈 전의장은 동료 백인계 시의원이 입양한 흑인 아들과 멕시코인들이 멸시하는 ‘오하칸’과 흑인 공동체를 싸잡아 인종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권위를 인정받는 공용 언론 NPR방송의 애드리안 프로리도(Adrian Florido) 기자가 보도했듯이, “누리 마르티네즈가 행한 문제 발언은 LA와 같은 대도시에서 정치인으로서 도저히 말해서는 안되는 최악의 수준이었다”고 비난했다. 레딧에 익명으로 게시된 후 LA 타임스에 게재된 이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파장은 지역 시위대부터 백악관에 이르기까지 관련 의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시의장 누리 마르티네즈는 사임했고 론 에레라는 LA 카운티 노조연맹의 위원장직을 떠났지만, 나머지 두 시의원인 길 세디요와 케빈 데 레온은 사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이제 LA는 한 달도 안돼 다음달 11월 8일에 새 시장을 선출할 예정이며, 이번 주 막바지 후보자들 토론에서 후보들은 ‘시의원 인종차별 발언’을 두고 주로 혼란과 도시의 인종 격차를 해소하는 데 누가 가장 적합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막말 인종차별 언어 사태는 변화하는 인구통계 변화에서 인종적 긴장을 유발시켰다. LA 인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수인종인 흑인에서 새로운 다수인종인 라틴계로 이동했으며, 블랙 엔젤리노는 라틴계 정치 세력이 커짐에 따라 자신들의 처지(젠트리피케이션과 노숙자 포함)가 라티노 지도자들에게 무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리카 스미스 LA 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녹취록의 내용이 “많은 흑인들에게 최악의 공포”를 준다고 썼다. 그는 “라틴계 정치인들은 정치 권력을 제로섬게임으로 취급한다”면서 “그들의 숫자 때문에, 그들은 도시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고, 그들의 인종 차별주의적인 믿음 때문에, 그들은 우리의 필요를 무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칼럼니스트 스미스는 이 사건이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가 “흑인과 흑인이 함께 협력하기 위해 동맹을 맺는 다문화 메카”라는 대중적인 이야기를 깨뜨렸다”고 썼다. USC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마뉴엘 패스토(Manuel Pastor)에 따르면, 인구 통계학적 변화와 관련된 긴장에도 불구하고, LA는 진보적인 명분을 추구하기 위해 흑인과 브라운 공동체가 협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티노 정치인들의 추악한 민낯

우리 한인들에게는 4·29 LA폭동이라는 이민 역사상 최대 수난이 있다. 대부분 한인들은 LA폭동은 흑인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는 라티노 폭도들이 더 많이 한인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29 폭동 20주년인 지난 2012년에 발표된 “LA폭동과 라티노”라는 논문(저자: 장희수 석사학위)에 따르면 폭동에서 라티노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1992년 4월 29일 LA 사우스 센트럴에서 흑인계 로드니킹(Rodney King)을 구타한 LA경찰관의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LA폭동이 일어났다. 건물파괴, 기물파손, 약탈, 방화 등을 동반한 폭동은 닷새동안 사우스 센트럴을 너머 코리아타운과 LA카운티 일부지역으로 확대되었다. 폭동의 시작은 흑인이었지만 폭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라티노가 폭동에 참여하였고 한국 이민자들이 피해자로 폭동에 연루되었다. LA폭동은 미국 현대사에 기록될 만한 대규모 인종폭동이자, 동시에 미국 역사상 최초의 다인종 폭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A폭동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흑인과 백인사회, 한국 이민자의 갈등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폭동의 주체였던 라티노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LA폭동 사망자의 3분의 1, 체포자의 2분의 1은 라티노였다. 또한 약탈을 포함한 전체 폭동 범죄에서 라티노 체포자가 흑인의 수를 능가하였다. 또한 거주지와 사업장을 상실하고 폭동 체포자의 사후처리로 1천 여 명의 불법체류자가 본국으로 송환조치 되는 등, 폭동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인종가운데 하나였다. LA폭동에서 라티노의 참여 여부는 거주 지역, 출신국가, 이주기간, 경제적 위치, 개인적 차이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LA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보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마련한 멕시코 이민 집단은 폭동에 가담하지 않은 반면, 사우스 센트럴 및 코리아타운 등을 중심으로 멕시코 및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서온 가난한 신규 이주민이나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폭동에 참여하였다.

폭동에 참여한 라티노의 동기와 정서 또한 다양했다. 라티노는 절대적, 상대적 빈곤, 대중 소요시 군중심리 등으로 인하여 폭동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기존 연구에서 간과되어 온 라티노의 인종적 불만 또한 라티노를 폭동으로 이끈 요인이었다. 폭동에 참여한 라티노는 빈곤과 인종차별, 공권력의 감시에서 해방되어 재화를 약탈하고 지역을 파괴하며 쾌감을 느꼈고, 현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였으며, 본국의 내전에서 경험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처럼 라티노는 매우 역동적으로 폭동에 참여하였고, 다방면으로 폭동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까지 LA폭동 연구에서 라티노가 흑인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은 폭동에 연루된 다른 인종에 비해 라티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적었기 때문이다. 폭동 당시 이미 LA카운티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인종이자 폭동 주요 파괴 지역에서 다수를 이루는 인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묻혀 있는 존재였다. LA폭동의 주체로서 라티노를 복원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다수였던 라티노의 존재를 가시화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마티네즈 시의원의 감춰진 본색

이번 문제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선거구 재조정 작업 중에 있었다. L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재조정위원회 회의 후 문제의 시의원 3명과 론 애레라 LA카운티노조연맹 위원장(이번 사태로 역시 사임)은 맥아더 파크 인근 노조연맹 본부 사무실에서 별도 모임을 가졌다. 여기서 마티네즈 의원은 동료 시의원인 마이크 보닌의 흑인 입양 아들을 ‘작은 원숭이(little monkey)’로, 멕시코 오하카(oxaca) 출신 주민을 ‘키 작고 얼굴이 까만 사람’이라고 비하했다. 또 유대계와 아르메니아 계에 대해서도 거친 표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레온 시의원 또한 보닌 시의원과 그의 아들을 비하 하는 발언을 했고, 세디오 시의원은 “직접적인 비하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19년 시의원에 당선된 마티네즈는 멕시코 사회에서 사실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이었다. LA토박이로 비록 대행이었지만 라틴계 여성 최초로 시의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녀는 민주당 소속으로 인권주의와 진보적 자세로 소수 인종을 평등하게 다루자고 역설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녹취록 사건에서 그녀의 감춰진 본색을 여지없이 들어내 추악한 이면이 낱낱이 들어 났다. 무엇보다 마티네즈 시의장이 “작고, 검은 주민들을 LA한인타운에서 많이 본다”고 하자 길 세디요 시의원은 이를 작은 ‘오하칸(Oaxacan)코리안’이라며 지칭했다. 그러자 마티네즈 시의장은 ‘그들이 어떤 마을(Village)에서 왔는지 모르겠다’며 박장대소 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작고, 검은 주민들”은 방글라데시인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처럼 많은 인종에 적대감을 보였을까? 답은 선거구 재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10년마다 이뤄지는 선거구 재조정은 시의원은 물론 모든 선출직 정치인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선거구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본인의 정치 생명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LA시처럼 인종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는 지역구 내 인종 분포가 장치인들의 당락에 큰 변수가 된다. 미주중앙일보의 김동필 논설실장은 라틴계 시의원들의 불만은 LA시의 라틴계 인구 숫자에 비해 시의원 비율이 너무 낮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 따라서 정치 구도를 바꾸기 위해 라틴계 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선거구 재조정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LA시의 인구 구성을 보면 라틴계가 다수이다. 2020년 ACS(America Community Survey)의 결과에 따르면 LA시의 인구는 390만여 명. 이중 라틴계가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셈이다. 이어 백인이 28%로 두 번째로 많다. 다음은 아시안 12%, 흑인 9% 등의 순이다. 하지만 LA시의원의 인종 구성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체 15명의 시의원 가운데 라틴계 시의원 숫자는 3분 1도 안된다. 반면 흑인 시의원 숫자는 10지구 시의원 대행인 해더 허트를 포함해 3명이나 된다. 인구보다 시의원 비율이 훨씬 높다. 결국 이번 사태는 LA시의회 내 커뮤니티 간 정치 파워 게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LA시의회 정치 파워 게임 실체

미주한국일보의 권정희 논설위원은 ‘인종 충돌의 지진대’라는 주제 칼럼에서 다문화 도시인 LA는 다양한 만큼 갈등과 충돌의 소지도 많다면서 인종갈등은 미국의 숙명이다라며 노예제도를 토대로 세워진 나라로서 국가적 원죄이자, 다양한 인종이 밀려드는 이민의 나라로서 넘고 또 넘어야 할 장벽이라고 했다. 1965년 와츠 폭동이 흑백 간 충돌이었다면, 1992년의 4·29 폭동은 흑과 백의 갈등 사이에 한인이 끼어 넣어진 억울한 사건. 미주 한인이민 사상 최대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문제의 근원은 인종차별적 거친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골수 깊이 박힌 인종 차별 의식이 문제이다.

지난해 10월 마티네스는 같은 라틴계인 케빈 데 리온과 길 세디요 시의원들 그리고 LA카운티 노동연맹의 론 에레라 회장과 함께 선거구 재조정 관련 회의를 하고 있었다. 10년에 한번씩 조정되는 선거구를 어떻게 자르고 분할해야 라틴계에 유리할지에 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터져 나온 게 라틴계 정치력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대상들에 대한 분노. 흑인 정치인들과 흑인에 친화적 정치인들이 주 공격대상이 되었고, 코리아타운에 많이 사는 멕시코 원주민인 오하카인들 그리고 유태인 아르메니안 등도 닥치는 대로 찧고 까불어 졌다. 그 중 대표적으로 조롱받은 인물은 마이크 보닌 시의원. 백인 동성애자로 남편과 함께 사는 보닌을 마티네스는 ‘못된 년’이라고 부르고, 그가 입양한 흑인소년을 ‘원숭이 같다’고 비하했다. 보닌이 “라티노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안하면서” 흑인계와 가까워 미운 털이 박힌 것이었다. 방심해서 내뱉은 말들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그 자신들에게 비수로 꽂혔다. 언제 터질지 모를 ‘인종’ 지진대에서 사는 길은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라티노 정치인들이 저지른 잘못은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다.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갖추지 못한 자질 미달, 시의원으로서 주민들의 화합에 앞장서야 할 기본적 책무 망각, 주민들이 지도자에 대해 갖는 기대에 대한 배신 등 죄목은 많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와 남을 가르는 차별의식이다. 인종과 피부색을 근거로 타자를 배척하고 자신들만 올라서려는 편협한 생각이다.

이번 인종차별 스캔들은 한인사회에 좋은 교훈이 된다. 차세대 정치인 양성과 정치력 신장을 커뮤니티의 최대과제로 삼는 한인사회로서는 배울 점이 많다. 그들 라티노 정치인이 안타까워한 정치적 불공정, 화난 김에 마구 표출한 인종차별 언행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들은 라틴계 주민이 LA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도 LA시의원 15명 중 라틴계는 3분의 1이 못 되는 현실에 분개했다. 목소리를 내 줄 대표 부족으로 라틴계가 공정한 대우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인사회도 같은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한편 소수계로서 당하는 인종차별 피해를 억울해 하면서, 자신들보다 힘없는 소수계를 보면 그 자신이 가해자가 되는 차별의 악순환을 그들은 보여주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인종이나 피부색으로 내편 네편을 가르면서 이 땅에 사는데는 한계가 있다. 정치인들은 피부색이 아니라 정책으로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한인사회가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선거구 재조정 투명하게 진행’ 목소리

결론적으로 이번 시의회 스캔들은 우리 한인사회에 4·29 폭동의 재연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우리 커뮤니티의 역량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 이번 사태를 두고 관련된 인종들이 모두 LA시청으로 달려가는데, 한인들의 결집된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코리아타운 지역이 소속된 연방 34지구에 출마한 데이빗 김 후보가 시청 앞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었다는 점에 한가닥 희망을 본다.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이 땅에서 정체성을 바탕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 미국에서 흑인들의 인권투쟁에는 마틴 루터 킹이라는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앤드루 영, 제시 잭슨 등 뛰어난 동역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2차 행진에 참여한 다수의 백인시위대가 있었다. 우리도 백인, 흑인, 라티노 그리고 다른 아시안 시위대를 찾아야 한다. 스티브 강 한인민주당위원장은 “이번 계기로 새로운 선거구 재조정 절차를 더 투명하고 정치인 개입이 없는 공정한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도록 주장을 해야한다”면서 “또한 시의원 수를 증가시켜 더 좋은 한인타운 대변인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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