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와이드 단독취재 1] 론스타 핵심 스티븐 리 보석허가 ‘이유 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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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 동안 얼마든지 체포 가능했지만 체포 하지 않은 이유는’ 반문
■ 본인명의 2개 주택서 거주…‘도주 안했고 도주의사 없다’ 주장 인정
■ 2017년 이탈리아정부, 한국 송환요청 거부사례 보면 다툼여지 충분
■ 한국정부 정치적 동기주장 불인정…한국송환재판 사실상 어려울 듯

미국도피 18년, 범죄인인도청구 17년, 인터폴적색수배 8년여 만인 지난 3월 2일 론스타 핵심증인 스티븐 리가 연방검찰에 체포됐지만, 약 6일 만인 지난 8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됐다가 12일 만에 석방된데 이어 미국에서도 6일 만에 풀려나 불구속상태에서 송환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스티븐 리에 대한 보석재판은 한국정부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현타(현실자각타임) 그 자체였다. 연방판사는‘스티븐 리는 17년 동안 사실상 소재지가 공개된 상태에서 살아왔는데, 17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하고, 스티븐 리가 송환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석을 허가했다. 연방판사의 보석판결 이유는 뼈를 때리는 일침이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3월 8일 낮 12시 41분, 스티븐 리의 보석재판이 열린 뉴저지연방법원 2A 법정, 약 100평 크기 법정의 정면 법대위에 제임스 클라스 3세 판사가 좌정했고, 하단 왼쪽 중앙에 스티븐 리, 그리고 스티븐 리의 양쪽에 유명로펌 기본스의 변호사 2명이, 하단 오른쪽에는 연방검사 1명이 각각 자리를 잡았다. 좌우로 나눠진 방청석은 단 3열이었으며, 좌측에는 제 1열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고, 제 2열에는 스티븐 리의 부인 유은경 씨와 아들 2명 등 5명이, 제 3열, 마지막 열에는 스티븐 리의 동생인 제이슨 리 부부 및 친지로 추정되는 남녀 2명 등 4명, 즉 스티븐 리의 가족 친지 9명이, 우측에는 본기자 1명 등 10명이 방청객의 전부였다.

스티븐 리의 가족들은 60대로 추정되는 여성 1명만 베이지색 옷을 입었을 뿐 나머지 모든 가족은 전부 검정색 정장 차림이었다. 스티븐 리는 감청색 수의에 수갑을 차고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으며, 머리는 일반에 많이 공개돼 있는 2000년대 초반의 사진처럼 매우 단정했다. 스티븐 리는 미국도피 18년 만에 공개된 자리에 수갑을 차고 나타났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석재판은 12시 41분 시작됐고, 1시 16분 끝이 났다. 단 35분 만에 보석심리가 끝이 났고, 스티븐 리는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보석이 허용된 것이다. 한국정부는 2006년 첫 범죄인인도 청구이후 17년 만에 스티븐 리를 체포, 법정에 세웠지만 35분 만에 불구속재판 결정이 난 것이다.

자유의 몸이 된 세 가지 이유

이날 보석재판은 순식간에 끝이 났지만, 그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연방판사의 보석허용 이유는 한국정부에게는 뼈를 때리는 팩트폭격 그 자체였다. 연방판사 보석이유를 한마디로 말하면 ‘스티븐 리는 2005년 미국에 온 뒤, 17년 동안 주거지에서 공개된 채 살아 왔는데, 한국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였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3월 8일 오후 보석을 허용한 뒤 이날 밤 8페이지 분량의 ‘보석 허용 이유 및 보석명령’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격 공개했다. 제임스 클라크3세 판사는 이 명령서에서 한국정부의 대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명령서는 미국판사의 눈에는 한국정부가 어떻게 비쳐졌는지를 담고 있으며, 보석재판은 한국정부에게는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현타의 시간이었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첫째, 도주의 위험이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스티븐 리가 2005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뒤 무려 17년간 공개된 주거지에서 거주, 누구나 소재를 알 수 있었으며, 스티븐 리는 체포위험에도 불구하고 17년간 도주하지 않았다. 또 스티븐 리는 이같이 주거지가 공개됐음에도 17년간 체포되지 않았음은 보석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커뮤니티에 잠재적 위협이 된다는 검찰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스티븐 리가 지난 17년간 공개된 주거지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한국정부가 범죄인인도 청구를 통해 스티븐 리를 체포하거나 송환하지 않고 무엇을 했느냐는 뼈아픈 지적이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OPEN’된 장소에서 줄곧 살아왔음을 강조했다. 왜 한국정부는 스티븐 리가 어디에 사는지 뻔히 공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잡아가지 않았느냐,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왜 지금에 와서 송환재판 때 굳이 구속을 요구하느냐는 것이다.

‘한국정부 그동안 뭣 했나’ 질타

시크릿오브코리아와 본보도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스티븐 리의 소재지를 매매계약서등 ‘빼박’증거를 공개하는 등, 지난 12년간 스티븐 리의 소재지 2곳을 상세히 공개했고, 결국 본보가 보도한 장소에서 미국도피 18년 만에 뒤늦게 체포됐다. 한국정부는 최근에 소재지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 스티븐 리를 체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지만, 소재지는 이미 12년 전부터 공개돼 있었다. 연방판사는 바로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한국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한 셈이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같은 맥락에서 ‘17년간 잡아가지 않다가 갑자기 구금을 요청하는 것은 구금의 긴급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17년간 석방상태로 둔 것은 구금의 실질적 필요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17년간 그냥 두다가 지금 잡아서 가두라는 요청은 긴급성이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둘째, 스티븐 리가 송환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무리하게 인신을 구속해서는 안 되며, 보석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판사는 ‘스티븐 리의 법적 항변, 즉 변호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다른 주권국가가 한국의 범죄인인도요청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지난 2017년 스티븐 리가 이탈리아에서 체포됐고, 한국은 이탈리아와의 범조인 인도조약에 의거, 인도를 요구했지만, 이탈리아 사법부는 이탈리아법상 시간적 제약[TIME-BARRED UNDER ITALIAN LAW]이 있다며 인도를 거부했다. 이 같은 이탈리아의 사례를 보더라도 스티븐 리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는 미국재판에서도 다툼의 여지가 많고 스티븐 리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송환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보석을 허용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길 가능성이 상당한 사람을 구금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의미로, 앞으로 송환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스티븐 리는 지난 2017년 8월 6일 이탈리아 밀라노공항에서 체포됐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 12일 만인 8월 18일 풀려났다. 당시 한국정부는 스티븐 리 체포 사실을 뒤늦게 알고, 스티븐 리가 석방된 지 나흘 뒤에야 범죄인인도청구를 함으로써 스티븐 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는 지난 2017년 10월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한국 정부의 이탈리아에서의 부실대응이 결국 미국법정에서도 결정적으로 불리한 사유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검찰의 부실 대응이 보석 허용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셋째 한국정부가 명기한 정치적 동기로 스티븐리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변호인 주장은 신뢰하지 않는다. 당 법정은 한국정부의 정치적 동기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또 이미 횡령액을 전부 피해자들에게 돌려줬기 때문에 보석이 타당하다는 변호인 주장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같은 사정도 참작의 사유가 된다. 또 스티븐 리의 아내와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고, 동생부부 등 친척들이 미국에 살고 있으며, 스티븐 리가 미국시민권자라는 점도 도주 우려를 약화시킨다. 이 같은 정황은 보석을 위한 특별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리가 횡령금액을 배상했다는 주장은 지난 2020년 8월말, 본보가 론스타가 스티븐 리를 상대로 텍사스 주 법원 및 버뮤다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보도했을 때 이미 소개했었다. 당시 재판에서 론스타는 스티븐 리를 약 20여건, 1200만 달러 상당의 횡령혐의로 해고했고, 스티븐 리는 1200만 달러상당을 배상한 사실이 확인됐었다.

즉,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첫째, 스티븐 리가 17년간 공개된 장소에서 사는 등 도주의사가 없었고 체포되지도 않았다는 점, 둘째, 이탈리아에서 범죄인인도청구가 거부된 것처럼 미국송환재판에서 스티븐 리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 셋째 정치적 동기에 따른 인도청구라는 스티븐리 주장은 인정하지 않지만, 가족친지들이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점 등이 보석을 허용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보석을 허용한 것이다. 세 가지 사유 중 첫째와 둘째는 모두 한국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가 3월 8일 밤 보석이유 및 명령서를 공개하기에 앞서, 이날 낮 보석재판에서 연방검찰은 ‘스티븐 리는 송환재판이 끝날 때까지 구금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실란 연방검사는 ‘보석의 전제조건은 도주의 우려가 없어야 하며,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스티븐 리는 한국에서 도주한 인물이므로 도주의 우려가 매우 크다. 범죄인인도청구 대상자의 거의 대부분은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보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에 앞서 연방검찰은 지난 5일 23페이지에 걸친 장문의 메모랜덤을 통해 서면으로 보석불가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검찰은 ‘한국법원이 지난 2019년 10월 29일 스티븐 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현재 도주상태에 있으며, 2000년 12월 8일부터 2004년 10월 15일까지 론스타에서 약 340만 달러를 횡령했다. 한국정부가 범죄인인도청구 대상임을 입증했고, 스티븐 리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 경우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송환재판 중 반드시 구금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주 의사 없다’ 검찰 주장 기각

반면 스티븐 리가 선임한 기본스 변호사로펌의 로렌스 러스트버그 변호사는 ‘지난 2005년 한국에서 도주한 것이 아니라 아들 학교문제로 출국했으며, 지난 17년간 미국에서 도주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살았고,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특히 해당기간동안 자신의 실명으로 주택 2채를 매입하고 이곳에 살았다. 뉴저지 주 숏힐의 주택 및 현재 거주지인 마운틴사이드의 주택도 스티븐 리의 명의였으며, 이는 사실상 소재지가 공개된 상태로, 도주한 상태로 볼 수 없다. 스티븐 리는 17년간 도주하지 않았고, 얼마든지 잡아갈 수 있는 상태였지만, 17년간 잡아가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구금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고 보석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리의 변호인이 주장한 뉴저지 주 숏힐의 주택은 지난 2011년 8월 16일 본 기자가 시크릿오브코리아를 통해 주소는 물론 매매계약서까지 공개한 주택이며, 현재 주거지라고 밝힌 마운틴사이드의 주택 역시 지난 2020년 9월 3일 본보를 통해 주소와 계약서 등을 상세히 공개한 주택이다. 스티븐 리 변호인은 이처럼 스티븐 리는 자신의 명의로 주택을 매입, 누구나 그 소재지를 알수 있는 상황이여, 체포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살았기 때문에 도주가 아니며 도주의사도 없었다고 설명한 것이다. 변호인은 ‘스티븐 리가 2017년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지만 무사히 풀려나 미국에 입국, 계속 거주한 것은 이탈리아 사법부가 한국정부의 범죄인인도청구 사유 등을 인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사법부의 판단을 고려하면 미국 사법부도 한국정부의 스티븐 리 인도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불구속상태에서 송환재판을 받아야 한다. 오늘 재혼한 부인과 두 아들, 동생 내외 등 가족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을 보더라도 스티븐 리가 이들을 버리고 도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변호인이 약 20분에 걸쳐 보석타당성을 상세히 설명하자 중간에서 말을 끊고 ‘변호인 측이 제출한 서면에서 언급한 내용은 더 이상 설명하지 말고 보석조건을 논의해 보자’고 말해, 이때 사실상 판사가 보석허용 쪽으로 이미 마음을 굳혔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정부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는 ‘사실상 도주의사가 없음이 입증됐다는 변호인 의견에 동의한다’며 ‘보석금 1천만 달러, 주거지는 뉴저지 주 유니언카운티 마운틴사이드 1414 휩푸르윌웨이 주택으로 한정한다’며 보석 명령을 내렸다.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가 보석명령을 내리자 스티븐 리는 흥분한 듯 어깨를 들썩였고 변호인이 수갑 찬 손을 잡아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스티븐 리 부인인 유은경 씨는 오열했고, 두 아들도 눈물을 훔쳤다. 유 씨가 눈물을 펑펑 쏟아내자 왼쪽 3열에 앉아있던 스티븐 리의 제수이자, 동생 제이슨 리의 부인인 비비안 리가 2열로 와서 유 씨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보석재판에서 사진촬영 등은 일체 금지됐고, 스티븐 리의 가족들도 재판이 끝난 뒤 본보기자의 질문에 일체 답변하지 않았으며, 스티븐 리는 1천만 달러 보석금에 대한 채권, 담보제공 등의 절차를 모두 마치고 오후 5시쯤 풀려나 마운틴사이드의 집으로 돌아갔다.

스티븐 리는 지난 2일 체포된 뒤 당일 오후 1시 24분부터 1시31분까지 뉴저지연방법원 법정에 출석, 제임스 클라크 3세 판사에게 보석청문회가 열릴 때까지 연방구치소에 수감된다는 데 대한 동의의사를 밝혔으며, 지난 6일 오후 1시 보석재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스티븐 리의 요청으로 8일 오후 12시30분으로 연기됐었다. 연방판사의 보석이유 및 보석 명령서에서 알 수 있듯 스티븐 리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처는 부실의혹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지난 2012년 론스타로 부터 6조원 상당의 소송을 당한 상황에서도, 한국정부의 반론에 꼭 필요한 스티븐 리에 대한 신병확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결국 한국정부는 2022년 2조5천억 원 배상판정을 받았고, 취소신청 등 항소를 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스티븐 리가 미국으로 도주한 뒤 17년간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 잘잘못을 가리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한국정부가 항소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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