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와 손잡고 전당대회서 김기현 대표 배후 지원 의혹
■ 전광훈 창간 자유일보, 창간 직후 ‘윤석열·김건희’ 인터뷰
■ 자유일보 논설위원 대통령실 종교다문화 비서관으로 임명
■ 창간 3년 만에 정부 공기업 및 서울시 광고 등 다수 수주
극우 기독교계의 대표주자인 전광훈 목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총선 당시 황교안 대표와 손잡고 세과시를 했던 그는 이 총선에서 참패한 후 암중모색을 하다가 최근 다시금 제도권 정치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대표를 후방지원하며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 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손잡았던 황교안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기간에 오히려 전광훈 목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황 전대표에 따르면 전 목사는 오히려 최근 있던 자신의 설교를 통해 황 전 대표를 음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당대회에서 1위 최고위원에 오른 김재원 최고위원은 곧바로 전광훈 목사를 찾아가 그를 추켜세웠는데 이를 통해 현재 여당 내지 친윤계에 미치는 전 목사의 영향력이 확인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렇다면 전 목사는 어떻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여권에서 그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일까.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에 따르면 현재 전 목사는 김건희 여사와 깊이 있게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가 창간했던 자유일보의 논설위원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내정된 것으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상 김건희 정부로 불리는 현 상황에서 전 목사의 영향력은 점차 커져갈 것이라는 게 여권 안팎의 분위기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국민의힘에는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는 극우 성향 당원들의 입당 러시가 이어졌는데 원서엔 ‘추천인 전광훈’이란 표현이 자주 눈에 띄었다고 한다. 당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이름을 쓴 신청서가 뭉텅이로 들어왔다. 전 목사는 이 때부터 당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만 해도 전 목사가 황교안 전 대표를 밀기 위해 사전정지 작업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는 틀린 전망이었다. 이 때부터 전 목사는 김기현 대표를 후방지원 작업을 해왔다. 비슷한 시기 김 대표는 가장 먼저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른바 김장연대로 불리는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이 나온 것도 이 때부터다. 전 목사의 숙원은 개신교의 정치 세력화로 알려졌으며 전당대회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전 목사가 지난해 가을부터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도 김 대표와의 친분을 인정했다. 전 목사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나온 뒤 예배에서 “지나간 뒷이야기를 하자면 김기현 대표님은 (과거) 저한테 ‘목사님, 하여튼 목사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라면서 몇 번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거 전 목사를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사야 선지자에 빗댄 바 있다. 그는 울산시장이던 2019년 11월 전 목사가 주도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해 “이 패악한 정권, 독재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저는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시 예배 영상에 따르면 전 목사는 “우리가 김기현 장로를 밀었다. 근데 우리에게 찬물을 던졌다. 5·18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는데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고 말했다.
김기현이 전광훈 극찬
정치권에선 지난 8일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최고 득표율로 당선된 김 최고위원이 당선 나흘 만에 전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달려간 건 ‘전 목사와 신도들의 지지에 대한 보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그날 예배에서 함께 단상에 오른 보수 유튜버 신혜식 ‘신의 한수’ 대표는 신도들에게 “김 최고위원은 여러분들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가 김 대표를 후원한 것은 대통령실과 뜻을 같이 해야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다. 대통령실 보다 정확히는 김건희 여사다. 전 목사가 정권 출범과 동시에 김 여사와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지점은 여럿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김성회 씨의 경우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극우성향 매체인 자유일보를 통해 김건희 여사를 여러차례 치켜세웠다.
자유일보는 창간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열 당시 후보를 인터뷰하고 김건희 여사도 한 달 뒤에 인터뷰를 한 매체다. 당시 이 인터뷰는 윤 대통령 부부의 지인이 메이드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터뷰가 나가자 본국 언론계에서는 창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매체에 두 사람이 인터뷰한 것은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자유일보는 2020년 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창간한 매체다. 전 목사는 지난달 26일 설교에서 “조·중·동이 박근혜 탄핵에 앞서는 바람에 내가 <자유일보>라는 일간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매체 대표이자 발행인은 전 목사의 딸인 전한나 씨다. 이 매체는 누리집에 ‘공산제국주의 세력과의 100년 전쟁을 주요 테마’라고 명시하고, 올해를 ‘건국 74년’이라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등 극우성향을 띤다. 자유일보는 창간하지 3년 남짓한 매체인데 한국수력원자력이나 서울시 등 정부 여당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기업이나 지자체 광고들을 이미 수주하고 있다. 애초 자유통일당 등을 만들어 극우 개신교 세력의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노렸던 전 목사는 여러차례 총선에서 의회 진입에 실패하자 지난해부터 전략을 바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정치 세력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점령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22대 총선 200석 전략’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언제부터 가까워졌나
원래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전 대표와 가까웠다. 두 사람은 기독교를 매개로 2020년 총선 때만 해도 끈끈한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총선 때만해도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다. 기독교 전도사이기도 한 황 전 대표는 2020년 총선 당시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서는 등 지지세력과 가깝게 지냈다.
전 목사 역시 황 후보의 지원을 통해 나름의 정치 기반을 정치권 안팎에 과시했다. 특히 전 목사는 황 대표에 “박정희를 잇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2019년 단식을 했던 때는 청와대 앞에서 전 목사가 집회를 열자 연단에 올라 전 목사와 함께 손을 잡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 황 전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이 참패하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결국 황 전 대표가 전 목사를 고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권 일각에서는 전 목사가 권력 중심하고 손을 맞잡으며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황 전 대표는 지난 3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이전에 있었던 전 목사의 허위 발언에 대해서도 추가고소를 예고하며, 전 목사를 향한 묵은 감정을 드러냈다. 황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전광훈 목사가 저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며 “공천과 관련해 누군가가 ‘황교안에게 공천 받으려고 돈을 50억 줬다’고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지난 총선에서 공천과 관련해 단돈 1원 한 푼 받은 적이 없다”며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도 ‘공천에서 돈이 오가지 않는 깨끗한 정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전 목사의 거짓말과 모함, 정말 도가 지나치다”며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그동안 전광훈 목사가 저에 대해 갖은 비방과 거짓말을 했던 사실들에 대해 추가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2일 전 목사의 해당 발언이 담긴 영상을 전달받아 서울 종암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헸다. 전 목사는 해당 발언을 2월 말 춘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가 황 전 대표에서 김기현 대표를 지원한 것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의 의중대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끊임없이 윤심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안철수 의원이 김 대표를 추격하자 사실상 김기현 대표를 후방 지원했다. 전 목사의 당내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민의힘은 도로 자유한국당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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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소환론 솔솔
■ 특검 없이는 실체 밝히기 어려워…특검만이 해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출석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을 연이어 무혐의 처분한 뒤 여론의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에서 가시화되는 ‘김건희 특검’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14일 본국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를 수사하고 있다. 도이치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5단계 중에서 1단계 시기는 공소시효 만료로 판단했다. 이후부터는 포괄일죄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봤는데 김 여사가 2단계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남아있다. 김 여사가 단순 투자자인지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다. 1심에서 또 다른 ‘전주’ 손모씨는 무죄를 받았지만 김 여사의 경우 권 전 회장과의 친밀도나 재판에서 공개된 선수들의 문자 내역 등을 보면 수사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 사건을 두고 “어떠한 수사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 조사를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출석 조사를 포함해 수사방식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요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던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검찰이 대면조사 가능성까지 열어둔 배경에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앞서 수사팀은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 협찬 의혹, 아크로비스타 전세권 뇌물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식 저가 매입 의혹 등을 잇달아 무혐의 처분했다. 출석조사는 물론 휴대전화 포렌식 등 강제수사 없이 서면조사로 대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 수사 단계지만 김 여사와 함께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얽혀있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도 곧 무혐의로 불송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부인과 장모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야권이 연루된 의혹 수사가 강도와 속도면에서 형평성에 큰 차이가 난다는 눈총을 피하기 힘들다. 이는 야권 수사에 대한 정당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