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모자라 이젠 경찰까지] 배우 故 이선균 수사 비판에 경찰 ‘디스패치’ 쪽팔린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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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치부 드러낸 언론사 디스패치에 보복하나’ 뒷말 무성
◼ 이선균 자살 다음날 경찰 내부보고서 입수 경찰수사 비판
◼ 발표된 마약당사자는 교도소 수감 중, 부실 초동수사 폭로
◼ ‘유명연예인연루’주장에 한건했다는 착각에 ‘붕’뜬 듯 발표

인기배우 이선균이 경찰의 과잉수사로 자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이 경찰의 내부보고서를 입수, 부실한 초동수사등을 조목조목 지적한 ‘디스패치’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보복조치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디스패치가 공개한 경찰 내부보고서는 교도소에 수감중인 여성이 이선균과 어울려 마약을 했다고 기재하는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경찰이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유명연예인을 마약사건에 연루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드러났고, 이같은 치부가 드러나자, 언론에 압수수색이라는 위협적 조치를 감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경찰의 이선균사건수사시작, 지난해 12월 27일 이선균 자살, 하루 뒤인 12월 28일 디스패치의 경찰내부보고서 공개를 통한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 비판. 올해 1월 22일 경찰의 디스패치 압수수색, 이 일련의 사건을 보면 뚜렷이 드러나는 게 있다. 디스패치는 경찰 내부보고서를 입수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조목조목 비판함으로서, 어쨌든 경찰은 일격을 당한 셈이다. 그로부터 약 25일 뒤 경찰은 디스패치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번에는 디스패치가 일격을 당한 셈이다. 쉽게 풀이하면 디스패치가 경찰을 날카롭게, 특히 내부보고서라는 ‘빼박’증거를 들이대면서 비판하자, 경찰은 자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을 비판한 디스패치를 공격한 것이다. 이 같은 앞뒤관계를 보면 경찰의 압수수색은 디스패치에 대한 보복이자, 위협이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디스패치로서는 ‘까불면 죽는다’라는 심한 압박감을 느겼을 가능성이 크다.

짜집기 경찰 내부보고서가 화근

디스패치의 보도는 정확한 증거로 유명하다. 디스패치의 취재대상이 된 인물, 그 누구도 디스패치의 보도를 부정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 내용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디스패치는 ‘빼박’언론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최근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빼박언론을 등장시킬 때 ‘디스패치’를 연상시키는 비슷한 이름을 사용할 정도다. 이선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날, 디스패치가 포문을 열었다. 경찰의 과잉수사가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았다’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그 같은 의혹이 사실일 수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줬다. 디스패치는 지난해 12월 28일 ‘빨대는 흠집내기였다. 이선균 조각난 진술’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모든 언론의 시선을 잡은 것은 경찰내부보고서, 바로 지난해 10월 18일 경찰이 작성한 사건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곳은 인천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제목은 ‘유명연예인 및 강남 상위 1% 유흥업소 종사자등 마약류 투약사건수사 진행보고’였다. 보고서 제목은 언론들의 낚시성 제목이 울고갈 정도로 선정적이다. ‘유명 연예인, 상위 1% 유흥업소’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경찰이 이 보고서를 쓰면서 얼마나 짜릿했을지를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를 하나도 숨김없이 보여주는 ‘족쇄’그 자체였다. 경찰이 그토록 짜릿해 하면서 자랑스럽게 작성한 보고서는 엉터리 투성이였다. 첫 페이지의 첫 번째 항목부터 ‘헛발질’이 나타난다. 대상자는 모두 8명이며, 이중 리스트 5번에 명시된 올해 28세의 한모씨, 비고란에는 연예인지망생이며, 마약류 전과 4범이라고 기재돼 있다. 경찰은 이 보고서에서 ‘김모 씨 등 7명이 2023년 6월 20일 17시경 서울 강남구 소재 모업소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적고 있다.

즉 한 씨 역시 이때 이 업소에서 마약을 투약했다고 기재돼 있었지만, 한 씨는 이때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번 정모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어서 수감 중이라고 기재하고, 그래서 7명이 투약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1명 더 수감 중이었다. 5번 한모씨, 경찰은 한 씨는 수감 중이란 사실을 미처 몰랐던 모양이다. 경찰이 대상자 인적사항이라고 ‘넙썩’하게 적어놨지만, ‘유명연예인’을 낚았다는 생각에 너무 심취해서인지, 그 대상자에 대해 그야말로 기본적 사항조차 알아보지 않은 셈이다. 이런 것은 정말 꽁꽁 숨겨야 하는데 그게 디스패치에 발각, 온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경찰의초동수사 부실의혹 까발려

경찰로서는 쥐구멍을 찾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을 가능성이 크다. 디스패치는 대상자들이 주고받은 카톡 등을 입수, 이중 김모 씨 등이 이선균에게 돈을 뜯어낸 사실도 낱낱이 밝혀냈다. 특히 이선균으로 부터 돈을 받았다는 확인서도 입수, 세상에 알렸다. 당시 이 같은 보도 뒤 언론계에서는 디스패치가 경찰의 집중감시대상이 되고, 경찰이 디스패치를 손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분간은 조심하라’는 동료기자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본때를 보이지 않으면 제2, 제3의 디스패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디스패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대한민국은 설마 설마가 역시나 하는 현실이 되는 사회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야’ 하는 것들이 어느 새 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는 그런 나라다.

아니나 다를까, 디스패치가 경찰의 치부를 드러낸 지 약 20여일이 지난 1월 22일, 설마 설마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서 불가능이 없음이 또 입증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디스패치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경기청은 ‘수사정보 유출의혹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천청 마약수사계, A언론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공식발표했다. A사가 바로 디스패치이다. 당초 이 내부보고서를 근거로, 보고서작성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19일 이선균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는 경기신문이다.

따라서 수사정보 유출의혹을 수사하기 때문에 경기신문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알고 보니 정작 ‘압색’을 당한 곳은 경기신문이 아닌 디스패치로 확인됐다. 앞서 언급했듯 디스패치는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의혹을 낱낱이 까발린 언론사이다. 디스패치도 경찰의 내부부고서를 공개한 만큼, 압색대상이 될 수 있지만 최초, 그것도 경찰작성 바로 다음날 이를 입수한 언론사는 제외하고, 디스패치를 압수수색한 것은 전후관계를 살펴보면 보복성 압수수색이라는 의혹을 풍긴다. 경찰을 날카롭게, 빼도 박도 못하게 비판한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뒷말을 낳기에 충분하다.

언론에 의도적 유출 ‘흠집내기’

디스패치는 경기청이 A사에 압수수색을 가했다고 발표한 직후, 1월 23일 오후 ‘알립니다, 디스패치 압수수색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경찰이 취재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갔다고 스스로 밝혔다. 디스패치는 ‘이선균 사망 직후 경찰의 내부보고서를 공개했고, 이는 경찰의 치부이다.
경기청의 압수수색이 경찰의 치부를 덮는데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디스패치 보도이전에 이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를 한 언론사들이 관련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압수수색이 집안 단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꼬리자르기에 그쳐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선균을 극단으로 몰아간 수사와 보도행태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며 이를 밝힐 것임을 시사했다. 경찰은 수사보고서가 여러 언론사에 유출된 이상, 유출의혹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디스패치도 이 같은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경찰이 압수수색한 언론사가 이선균 씨의 사망이전에 이 씨의 피의사실을 공표했던 언론사가 아니라,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부실 과잉수사 의혹을 조목조목 설득력 있게 비판한 언론사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은 굳이 똥을 똥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잘 안다. 그 정도 눈치 없이 이 땅에서 살아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은 수사정보유출수사라고 해도 그 과정에서 덤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국민들이 이미 훤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법은 멀다. 법이 뭐더라? 이 비정한 약육강식의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버텨내야 하는가! <박우진 취재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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