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스토리] 나날이 진화하는 <로맨스스캠> 미국 비밀경호국까지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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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경호국, 한인여성사칭 최첨단 <로맨스스캠>적발 피해사례발표
◼ 송금사기로 캐세이뱅크에 예치된 범죄수익금 170만 달러예금 압류
◼ 왓츠앱 접근 뒤 로맨틱관계 발전하면 여지없이 가상화폐 투자유도
◼ 중국인 한인여성 포함한 <로맨스스캠> 사기 3건 구체적 유형 설명

뉴욕거주 한인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온라인에서 만난 남성에게 접근, 돈을 갈취한 사기범들이 FBI에 적발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이른바 <로맨스스캠>이지만, 이 여성이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 거액을 뜯어냈다는 점에서, ‘돈을 빌려달라’는 방식에서 최첨단 자산에 대한 투자로, 사기방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FBI가 이 여성을 비롯한 최소 3명의 사기범이 돈세탁한 계좌를 추적한 결과 170만 달러 상당이 입금됐고, 이 돈 전액이 <로맨스스캠> 범죄수익으로 추정했으며, 이 계좌의 서명권자는 중국인으로 드러났다. 이성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 신뢰를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사기수법인 이른바 <로맨스스캠> ‘뉴욕거주 한인여성’이라고 주장한 사기범 등이 포함된 <로맨스스캠> 사기단이 FBI에 적발됐고, 이들 사기단이 최소 170만 달러 이상의 <로맨스스캠>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금융범죄수사를 전담하는 연방재무부소속 비밀경호국은 지난 2023년 12월 18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에 캐세이뱅크의 계좌에 입금된 166만 9464달러가 송금사기 등에 연루된 범죄수익이라며 압류를 신청, 연방법원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밀경호국은 압류신청서에서 ‘지난 2023년 11월 로맨스사기로 의심되는 범죄행위가 포착됐고, 이 계좌로 범죄수익이 모두 송금됐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특정불법행위에 관련된 수익금이 예치된 이 계좌의 주인은 시리드글로벌트레이드주식회사이며, 범죄행위는 로맨스스캠으로 분류된다’고 강조했다.

비밀경호국이 이 같은 계좌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본점을 둔 캐세이뱅크의 신고에 따른 것이다. 캐세이뱅크는 단기간에 거액의 돈이 입금됐고, 또 며칠사이에 거액의 돈이 빠져나갔다며 ‘의심스러운 행위를 한 계좌’라고 신고한 것이다. 비밀경호국은 ‘이 계좌는 2023년 7월 18일 캐세이뱅크에 개설됐고, 예금주는 시리드글로벌트레이드주식회사, 회사주소는 뉴욕 주 클린턴의 64 칼리지 스트릿이며, 서명권자는 자이후아 리’라고 설명했다. 캐세이뱅크는 캘리포니아소재 은행이지만, 예금주 주소는 뉴욕 주, 그리고 서명권자는 ‘LI’라는 라스트네임을 사용함으로써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로맨스사기단’의 신종사기수법

비밀경호국은 압류신청서에서 로맨스스캠 사기 3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이중 1건은 가해자가 한인여성을 자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밀경호국은 2023년 12월 버지니아 주 체스터필드에 거주하는 피해자인 RM과 통화한 결과, RM이 로맨스스캠에 속아 2023년 7월 28일 7만 천달러를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RM은 ‘지난 2023년 5월 자신을 뉴욕거주 35세 한국여성 아이린 김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왓츠앱을 통해 접근해 왔다. 아이린 김은 자신이 뉴욕에서 패션디자인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몇 달간 문자메시지를 계속 교환하다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즉, 온라인에서 만났고,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온갖 달콤한 말만 주고받은 셈이다.

RM은 ‘아이린 김이 이모가 가상화폐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돈버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가상화폐 투자를 권했다. 그래서 2023년 7월 28일 아이린 김에게 7만천달러를 송금했다. 아이린 김에게 돈을 송금하자 나에게 가상화폐 사이트에 개설된 내 계정을 보여줬고, 2023년 9월에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무려 220만 달러에 달하다고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7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220만 달러 가치로 뛰어올랐으니 두 달 만에 무려 30배 이상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기였다.

RM이 사이트에서 돈을 인출하려 하자, 세금 23만 8천 달러를 요구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RM이 수수료를 내지 못하는 사이, 계정이 동결되고 결국 삭제돼 모든 투자금을 날렸다. RM은 ‘아이린 김이 8월에 만나서 결혼을 하자고 말했다. 이 말을 믿고 7월말 거액을 투자했고, 결국 8월에 아이린 김을 만나지 못했다. 아이린 김은 삼촌이 사망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둘러댔고, 그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로맨스스캠>이 예전에는 친분을 쌓은 뒤 어려움에 처했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등 동정심을 유발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투자를 권유하며, 그것도 최첨단투자로 꼽히는 가상화폐 투자를 권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셈이다. 게다가 가상화폐사이트에서 계좌까지 보여주면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 처럼 조작까지 하는 것이다.

로맨스기대감과 일확천금 욕망까지

상대에게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 뿐만 아니라 일확천금의 욕망까지 자극하는 방식이다. RM은 ‘아이린 김이 35세 뉴욕거주 한인여성’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온라인에서 만난 이 사기범이 여성인지, 한국인인지, 뉴욕거주자인지 조차 불투명하다. 그러나 한국을 계속 언급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한국과 관련된 인물일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 비밀경호국의 판단이다. 비밀경호국은 RM외에도 RJ가 비슷한 방식으로 4만 2천 달러를 갈취 당했다라고 밝혔다. 비밀 경호국은 ‘2023년 12월 RJ를 면담했다. RJ는 코네티컷 주 트렘블거주자로서 2023년 6월 페이스북을 통해 한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자신의 이름이 ‘에바 노바라’이며, 최근에 폴란드에서 미국에 도착했다며 친구 요청을 했다. RJ도 폴란드출신이다. RJ가 폴란드 출신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폴란드인 행세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바라는 RJ를 만난지 첫 몇주 동안은 폴란드의 언어와 문화, 종교생활 등에 대해 이야기 했고, 자신이 뉴욕에서 일을 한다고 주장하고, 맨해튼에서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바라는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접근한 뒤,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이 있는 왓츠앱으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케이스에서도 여지없이 가상화폐가 등장한다.

비밀경호국은 ‘노바라가 2023년 8월 자신의 삼촌이 암호화폐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노바라는 메타마스크라는 가상화폐투자사이트에서 RJ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5천 달러를 대신 투자했다며, 이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노바라는 RJ에게 3개 도메인을 줬고, RJ는 직접 이 사이트에 접속,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확인했고, 이 웹사이트의 고객담당자로 부터 전화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RJ는 노바라를 믿게 됐고, 8월 3일 캐세이뱅크 시리드계좌로 4만 2천 달러, 8월 21일에는 캐세이뱅크에 콜랍사르주식회사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11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 약 15만 달러를 입금한지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가상화폐사이트에 접속한 결과 투자금이 60만 달러로 불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인출하려고 했으나, 단 한푼도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상화폐사이트에서는 1백만 달러가 입금되지 않으면 돈을 찾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며, 더 많은 돈을 송금하라고 권유했고, RJ는 이때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상화폐사이트의 투자수익 등은 모두 조작된 것이었고 더 이상 노바라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꼼짝없이 거액을 떼인 것이다.

진화 발전하는 <로맨스스캠>사기수법

세 번째 피해자는 JJ, 비밀경호국은 2023년 12월 미네소타 주 콜론거주 JJ와 통화를 통해 2023년 8월 10일 4만8천 달러를 캐세이뱅크 계좌로 송금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JJ는 ‘2023년 3월 온라인데이트주선회사인 틴더를 통해 뉴욕시거주 42세의 여성 줄리앤미치를 만나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데이트를 했다. 2023년 8월 미치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삼촌이 가상화폐 투자전문가라고 밝혔고, 큰돈을 벌 수 있으니 투자를 하라고 권유하고, 캐세이뱅크 계좌로 돈을 송금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JJ는 4만 8천 달러를 송금했지만, 투자정보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로부터 한 달이 채 못돼 미치와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이 케이스 역시 명백한 <로맨스스캠>이라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캐세이뱅크의 시리드계좌에 입금된 돈은 이들 3명의 피해액 16만 천달러, 그리고 150만 8464달러에 대해서는 현재 입금자에 대한 피해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예금액 전액인 170만 달러 상당이 <로맨스스캠>의 범죄수익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이 계좌 외에 콜랍사르계좌에 RJ가 송금한 돈 11만 달러 역시 <로맨스스캠>피해액이어서 전체 사기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본보확인결과 시리드글로벌트레이드주식회사는 지난 2021년 11월 2일 캘리포니아 주에 설립됐고,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지잉 란이 최고경영자, 최고재무책임자, 세크리테리 등을 모두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법인의 주소지는 ‘사우스 브룩허스트 스트릿, 애너하임 캘리포니아’로 기재돼 있었으나, 이 주소지는 페덱스 택배사무소로 밝혀졌고, 현재 이 법인은 연례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 이미 강제청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캐세이뱅크 계좌개설 때 시리드글로벌의 주소지로 기재한 ’64칼리지스트릿, 클린턴 뉴욕’의 부동산은 방이 6개, 욕실이 딸린 화장실이 3개로, 건평 4315스퀘어피트 규모의 주택으로 확인됐다. 이 부동산은 지난해 3월 15일 45만 5천 달러에 매매됐으며, 현재 다시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면, 뉴욕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 거점을 둔 한국인 및 중국인이 포함된 <로맨스스캠> 사기단이 가상화폐 투자를 미끼로 170만 달러 이상을 가로챈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수사는 2023년 12월 시작돼 아주 초기단계이며,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해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들이 기재한 주소지 등이 거짓일 가능성이 크고, 온라인에서만 활동, 누구도 실제 만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사기단을 체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 <로맨스스캠>의 특징은 가상화폐투자를 유도하고,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희망에 부풀게 하면서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까지 시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투자를 하면, 조작된 사이트에서 거액을 번 것처럼 보이게 하고 추가 투자를 요구하고, 막상 돈을 인출하려 하면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항의를 하면 계정을 삭제하고,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다는 것이다. <로맨스스캠>등 소비자 사기신고를 전담하는 연방거래위원회는 지난 2022년 <로맨스스캠> 신고건수가 무려 7만 건, 피해액이 13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호감을 표시하며 신뢰를 쌓고는 투자를 권하는 <로맨스스캠>. 이제는 가상화폐까지 그 사기의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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