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언론인 임춘훈 시사칼럼] 曺國 ‘범죄자 가족’의 “滅門之禍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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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제1의 충절 성삼문에게는 이름에 얽힌 구전 비화가 전해집니다. 삼문(三問)–“세번 묻다.” 극심한 진통을 견디며 아이 낳을 좋은 시(時)를 기다리던 산모가 산통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제 낳아도 되느냐” 세 번 물은 끝에 낳은 아기가 바로 성삼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성삼문 ‘출산의 비밀’의 서사(敍事)는 드라마틱합니다. 출산을 돕던 사람들이 좋은 사주에 맞춰 아이를 낳으려 산모의 자궁을 큰 맷돌로 틀어막아 출산 시간을 늦췄습니다. 요즘은 c-section(제왕절개술)으로 출산 시간을 조정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맷돌 틀어막기’라는 무지막지한 ‘유사(類似)의료’ 숫법이 출산 택시(擇時)에 쓰인 모양입니다. 만고의 충신 성삼문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친국(親鞠)에서, 그는 임금을 끝내 ‘전하’ 대신 ‘나으리’라 호칭하며 능멸했습니다. 형벌은 극형인 능지처사(凌遲處死)였습니다. [성삼문의 또 다른 탄생설화=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하늘에서 “낳았느냐, 낳았느냐, 낳았느냐, 세번의 묻는 소리가 들린 후 출산해 삼문 이름을 붙였다는 설화도 전해짐]

경남 창녕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에 창녕 성(成)씨와 창녕 조(曺)씨가 있습니다. 멸문지화를 당한 성삼문의 직계 혈통은 남아있지 않지만, 창녕 성씨들에겐 만고의 충신 매죽헌(梅竹軒)을 조상 할아버지로 모신 것이 가문의 광영입니다. 성삼문은 568년 전 거열형(車裂刑)으로 처형됐고 집안은 삼족이 도륙되는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습니다. “온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했다.” 성삼문 집안 아닌, 같은 창녕을 본관으로 둔 창녕 조(曺)씨 집안에서, 요즘 징징대며 멸문(滅門)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입니다. 그는 3년 여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아내 정경심 전 교수, 곧 감옥생활을 시작해야 할 자기 자신, 재판에 넘겨진 딸, 재판을 받았거나 받게될 동생과 아들 등 일가족 5명의 ‘토탈 사법 리스크’를 억울한 멸문지화로 눙칩니다. 유시민-문성근 등 좌파 셀럽들도 조국 집안의 ‘자작(自作)멸문지화’를 애달파하며 윤석열에 대한 응징을 선동합니다.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조국 처 정경심에게 4년 징역형이 떨어졌을 때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썼습니다. “골고다의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예수의 길입니다.” ‘전가족 범죄자’라는, 대한민국 근대사상 희한한 기록 보유자인 조국 일가가 예수의 길을 가고있다는 용감무쌍한 주장입니다. 조국이 신당 창당과 4-10 총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자녀입시비리와 감찰무마사건으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이 선고된 직후입니다. 때 맞춰 전 민주당 대표 송영길도 옥중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10여 가지 범죄 혐의 재판으로 요즘 여의도보다 서초동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이재명-조국-송영길 3자의 ‘범죄 정치인 카르텔’이 꾸려지는 판국에 절묘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8일 조국이 2심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을 때 사람들은 그가 당연히 법정구속되리라 믿었습니다. 재판장은 죄질이 무겁다고 꾸짖으면서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아리송한 이유를 들어 법정 구속을 면탈해줬습니다. 법조계는 법률심인 대법원 재판에서는 다툼 자체가 의미없다며, 김우수 재판장의 결코 우수하지 않은 재판이 조국을 살렸다고 비판했습니다. 허지만 감옥행을 피한 조국이 신당 창당 및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뜻밖의 반전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조국에 이어 송영길이 옥중 창당을 하고, 추미애마저 덩달아 총선 지역구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른바 ‘조-추-송’ 3인방이 이재명 민주당의 4월 총선을 알뜰살뜰 말아먹는 극적 반전이 빚어진 겁니다.

현재 총선 판세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앞서고 있습니다. 국민 밉상 ‘조-추-송’의 대활약, 민주당내 친명-비명 갈등, 이낙연-이준석 신당의 파국, 증폭되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등 악재가 꼬리를 물며 민주당의 총선 전망에 피빛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백약이 무효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의 모멘텀을 잡았고, 영부인 김건희도 짠!하며 소생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명품백도 디올백도 기억의 저 편으로 가물가물 사라졌습니다. ‘4월 대목’을 노리던 야당의 ‘김건희 장사’도 파시(波市)를 맞았습니다. 조국 부친의 함자는 조변현입니다. ‘변’의 한(漢)자는 구글-네이버에도 나오지 않는 희귀 한자인데다, 조-변-현 석자는 발음하기도 어렵고 친숙하지도 않은 글자의 조합입니다. 범상챦은 이름인데, 이 분은 자식과 손주들에겐 지극히 범상(?)한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나라 국(國) 권세 권(權) 백성 민(民) 으뜸 원(元)–. 자식들이 어떤 인물로 자라기를 바라며 지어 준 이름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헌데 바램과는 달리 두 아들 국이와 권이, 손자 원이와 손녀 민이, 거기다 며느리까지, 일가족 다섯 명의 호적에 빨간 줄이 그어질 판입니다. 이들 가족의 행태는 한 편의 피카레스크 범죄 드라마입니다.

김변현 어르신은 공부 잘하고 기골 멀쩡한 큰아들 국이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특히 컸을 겁니다. 바램대로 국이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모교 교수가 됐습니다. 진보지식인의 아이콘으로 문재인 청와대의 사정수석-법무장관까지 승승장구하며 미래 대통령 감으로 떠올랐습니다. 헌데 거기까지였습니다. 조국의 법무장관 지명으로 야기된 이른바 ‘조국사태’는 조국과 그 일가에 사변적(事變的) 재앙을 몰고왔습니다. 조국과 정경심은 각각 11개 범죄혐의로 기소됐고 정경심은구속, 조국은 서울대 교수직 파면과 2년징역이라는 엄혹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온갖 잡스런 불법 탈법을 저지르며, 깜량이 안되는 딸을 의사 만들려던 꿈도 날아갔습니다. 조국-정경심 부부교수는 아이들 입시와 사회 스펙 쌓기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위조-변조하는데 천재적 솜씨를 보여 국민들이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 부부의 ‘위조 인생’에서 못해본 건 딱 하나, 위조지폐입니다. 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세종대왕을 신사임당으로 바꿔치는 건 이들에겐 식은 죽 먹기일 겁니다. 조국-정경심부부는 지금껏 한 번도 자기네 죄를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습니다. 조국(曺國)은 이렇게 조국(祖國)과 역사를 배반했습니다.

조국의 정계진출에 여론은 냉담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60% 대 30%정도로 부정적입니다. 그는 비례정당으로 출마해 순번 2번정도로 당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조국의 대법원 최종 판결은 오는 7~8월께 나옵니다. 하급심 판결대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99%입니다. 국회의원이 돼도 금배지를 달아볼 시간은 길어야 석달입니다. 일단 금배지를 달면 불체포특권, 재판 지연 등의 꼼수로 4년 임기를 채울 수도 있다고, 윤미향 황운하 등의 학습효과에 기대는 모양인데, 한동훈의 여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국민여론도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엔 싸늘합니다. 여당과 용산엔 모처럼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넘쳐나는 분위기입니다. 과반 승리, 적어도 제1당 탈환은 가능하다며 표정관리에 들어 간 모습입니다. 총선까지 6주 정도가 남았습니다. 선거에서 6주면 판이 몇 번이나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는 기나 긴, 머나 먼 시간입니다. 여당으로서 낙관은 금물입니다. 목하 근신중인 영부인 김건희 문제가 여권으로서는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일 겁니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면 김여사 ‘몸조심 텀(term)’은 대략 석 달 정도, 그 후 슬그머니 활동을 재개하고나서는 또 엉뚱한 데서 후속 사고를 쳤습니다. 영부인한테 ‘무엄하게’전자발찌를 채울 수도 없고–. 한 침대 쓰는 분이 ‘분발’해야 하는데, ‘이 분’은 ‘그 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합니다.
[전 KBS 미주지사장. 임춘훈 2024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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