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언론인 임춘훈 시사칼럼] 이재명, 끔찍한 최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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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벼슬”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상놈은 나이 먹는 게 벼슬”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 MZ세대들이 즐겨쓰는 신조어 중에 나일리지(나이+mileage)라는 단어가 맘에 확 닿습니다. 모두 노인들의 꼰대짓을 비아냥대는 말입니다. 김종인(金鐘仁)은 83세, 임혁백( 任爀伯)은 71세입니다. 金은 이준석 신당의 공천관리위원장, 任은 이재명 민주당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상놈 벼슬’ 하나씩 꿰차고 4-10 총선판에 뛰어들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이번 총선에 자랑할 거라곤 ‘나이 벼슬’밖에 없는 7~80대 ‘틀딱충’ 두 사람이 나서, 뒷짐지고 마른 기침 하며 정치 훈수를 두는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종인과 임혁백엔 ‘공천관리 할 일이 없는 정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웃픈’<웃기고 슬픈>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종인은 지금까지 지역구 출마의사를 밝혔다는 40여 명의 이준석신당 후보들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옆집 장씨, 뒷집 이씨, 글자 그대로 장삼이사(張三李四) 누구든 신청서만 내면 개혁신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있는 마당에 “뭔 관리?” 욕심 많고 노회한 김종인이 관리할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 공관위원장 감투를 씌워 준 이준석 대표 한 사람입니다.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원하는 이준석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꼬셔 지역구 출마 쪽으로 빼내고, 자신이 순번 1~2번으로 비례 금배지를 다는 꽃놀이패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뜻대로만 되면 김종인은 비례의원만 여섯 번을 하는, 세계 정당정치사에 남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

자기 당 선거 아닌 남의 당 선거를 위한 품앗이로 일곱번 째 선거운동 점퍼를 바꿔입고 등판한 김종인을 누군가가 쌈박하게-익살스레 조롱했더군요. “불러주면 (아무데나) 달려가는 (3류) 밤무대 가수 같은 사람이다–.” 김종인은 불러 줄 밤무대라도 있지만 임혁백은 그마저 없어, 혹시 땜빵 할 밤무대라도 없나 홍대(弘大)나 미사리 카페촌을 서성이는 한물 간 가수 꼴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이 친구는 내 고교- 대학 후배입니다. 시카고대학 박사출신에다 이화여대-고려대 교수, 나도 한 때 발을 담갔던 진보진영의 저명한, 나름 독보적인 비교 정치학 교수였습니다. 가방 끈이 나보다 살짝 긴, 썩 괜챦아보인 이 친구가 70 고희의 나이에, 그 우아하고 존경스런 원로-명예교수의 이름까지 먹칠하며 왜 하필 그 몹쓸 희대의 사기꾼 이재명의 따까리를 자임하고 나섰는지 궁금하고 안타깝습니다.

징조가 엿보이긴 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좌파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임혁백의 CV(커리큘럼 바이티)는 화려찬란하게 늘어났습니다. 대통령자문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 통일부-국방부 자문위원, 그밖에 헤아리려고 하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무슨무슨 위원-위원장, 그리고 마침내 이재명 사이드킥(똘마니)까지–. 내 기대와는 달리 그는 원초적으로 감투지향적-스노비즘적 정치학자였던 것 같습니다. 원내제1당인 막강 권력의 민주당 공관위원장으로 임혁백이 ‘어사 출두’하듯 ‘짠’하고 나타났을 때 민주당과 언론의 주목도는 컸습니다. 민주당대변인은 “민 주주의의 세계적 석학인 임혁백교수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관리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확실히 이끌 것”이라 자랑했습니다. 언론들도 任이 “공천업무를 확실히 틀어쥐고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 썼습니다. 과연 세계적 석학인 임혁백의 투명 공정한 공천 틀어쥐기는 성공했을까요.

지난 한 주 사이 벌어진 민주당의 내전급(內戰級) 공천파동에서 임혁백은 공천관리 업무에서 숟가락 하나 얹지못하는 ‘허당’ 위원장임이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공천심사에서 컷오프된 현역의원들이 항의하자 그는 ‘나는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 결과를 통보-발표할 뿐이다’라고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자신이 아무런 실권없는, 위기의 이재명을 구하기 위해 잠시 차출된 ‘빌 공(空)자’ 공관위원장임을 커밍아웃한 겁니다. 반명-친문의 상징적 존재인 임종석이 마침내 공천 탈락됐습니다. 문재인,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 상왕 대접을 받는다는 이해찬까지 나서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공천을압박했지만 이재명은 끝내 거부했습니다. 총선 후 당권을 다시 잡아야 감옥행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에게 반명의 구심점이 될 임종석은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이재명은 4월총선 승리를 포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과반의석은 물론 제1당도 관심 밖입니다. 친명 호위무사들만으로 민주당 의석을 꾸린 후 당대표 연임, 국회 체포동의안 등 자신을 위한 방탄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공천에서 컷오프된 설훈의원은 “마치 연산군 같다. 이재명은 오직 하나 감옥 안 갈 궁리만 하고있다”며 탈당했습니다. 민주당이 과반 제1당 지위를 상실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당이 이기더라도 과반에 살짝 못미치는 신승을 한다면? 어떤 경우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재명의 ‘감옥가는 길’엔 ‘대장동 하이웨이’가 깔립니다. 연내 구속 가능성 7~80%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재명 자신이 공천장을 안겨 준 ‘개딸파’ 의원들은 과연 기대대로 ‘목숨바쳐’ 끝까지 李를 옹위할까요.

원내1당이 된 국민의 힘과 용산이 힘을 쓰기 시작하고, 보수화 된 사법부가 큰 기침 해대고, 좌편향 언론 환경이 변화하면 이재명 구속 수사 압박은 드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내 찐명 의원들도 ‘효심이네’처럼 각자도생의 길로 제 살 길 찾아 뿔뿔히 흩어질 겁니다. 그 바닥에 불변의 의리 같은 건 없습니다. 엊그제 맹렬좌파 언론인 경향신문에 실린 한 편의 칼럼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향의 전 편집국장이며 지금은 우석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대근의 그 칼럼 제목은 <이재명 사퇴를 권함>이었습니다. 경향이 이렇게 ‘선빵’을 날리면 한겨레도 분기탱천 안 할 수 없겠지요. 이재명의 끔찍한 최후의 날이 저만치 와 있습니다. 판사 출신 민주당 컷오프 의원인 이수진이 엊그제 가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 이재명, 무기징역에 처한다!”
[임춘훈. 전 KBS 미주지사장. 2024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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