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특집1] 한국 의료사태 계기로 짚어본 미국의 의사 부족사태 심각한 문제점

이 뉴스를 공유하기
◼ 10년 이내에 미국에 최대 12만4000명 의사 부족
◼ 의사 5명 중 2명 이상의 의사가 65세 이상 고령화
◼ 의사 구인난, 의대 정원제한에 긴 수련 기간 태부족
◼ 2025 년에만 8만6천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

한국에서 벌써 수개월 째 의사정원 문제로 시끄럽다. 미국에서도 의사 구인난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의대 정원 제한 등이 맞물리면서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 141개 의대에서 매년 1만7천명에서 1만8천명 사이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지만, 매년 의대 지원자는 4만3천명, 입학신청서는 66만건으로, 입학 신청서 대비 합격률은 6%에 불과하다. 입학문이 좁다 보니 지원자들은 보통 14개 대학을 지원한다. 한편 미국의사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의료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75세 미만의 의사는 76만 7천명 정도로, 현재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내년 2025년에만도 8만 6천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성진 취재부 기자>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0월 31일 미 의과대학협회(AAMC) 보고서를 인용해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에 최대 12만4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나 의료 일선에 나오는 의사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7명으로, 독일(4.5명), 호주(4.0명), 프랑스(3.2명)보다 적었으며 OECD 주요국 평균인 3.7명보다도 적었다. 미국의 의사 연봉은 평균 35만 달러(한화 약 4억 8000만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의사 연봉이 높고 의대 지원자 수가 매년 8만 5000명이 넘는 상황에서도 미국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로, 미국 의대들의 입학 정원 제한과 긴 수련 기간 등을 지목했다. 미국 의대들은 1980년대부터 인위적으로 의대생 정원을 제한해왔다. 1980년 미국 보건복지부는 1990년대가 되면 대부분의 학과에서 의사 잉여 인력이 7만여명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은 물론 해외 의대 졸업생들이 미국에서 의사 자격을 취득 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대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지난 25년간 미국의 의대 입학생 수는 미국 전체 인구가 7000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1만명도 채 늘지 않아 지난해까지 2만 명 대에 머물렀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선진국 의사 지망생들이 평균 6년 안팎의 대학 교육을 받는 것에 비해 미국은 대학 교육 8년에 3∼7년의 레지던트 기간까지 보통 10∼15년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점도 의사 수가 적은 이유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여기에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기간 급증한 의료계 종사자들의 퇴직까지 겹치면서 의사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가 들며 의료 수요는 높아지는 반면, 같은 나이대 의사들은 은퇴를 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가 지난 2021년 6월 11일 발표한 당시 미국 의료 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34년까지 1차 진료와 전문의 부족을 포함하여 최소한 37,800명에서 124,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AAMC 회장 겸 CEO인 데이빗 스콜턴 박사(David J. Skorton, MD)는 보고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건강과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서 가장 심각한 격차를 드러내고 의료 시스템의 취약점을 노출시켰 다.”면서 “팬데믹은 또한 의사와 기타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미국의 의료 인프라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과 미국이 필요한 충분한 의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들, 모럴헤저드가 큰문제

2034년까지 예상되는 의사 부족 현항 데이타에 따르면, 전문 분야에서의 부족 범위 1차 진료(예: 가정의학과, 일반 소아과, 노인의학)에서는 17,800명에서 48,000명 정도가 부족하다. 그리고 비일차 진료 전문 분야는 21,000~77,100명 정도 부족 사태로, 외과 전문의(예: 일반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가 15,800~30,200명이 부족하고, 의학 전문분야(예: 심장내과, 종양학, 감염 내과, 호흡기내과)에서는 3,800~13,400명 정도, 기타 전문과목(예: 마취과, 신경과, 응급 의학과, 중독의학과)에서는10,300~35,600명의 의사 수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AAMC의 일곱 번째 연례 연구 프로젝트인 <의사 공급과 수요의 복잡성: 2019~2034년 전망>은 글로벌 정보 회사인 IHS Markit의 생명과학 부서에서 AAMC를 위해 수행한 연구 용역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에 수행된 이 분석에는 공급 및 수요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으며, 의사의 근무 시간 및 은퇴 동향 데이터와 같은 의료 서비스 제공 동향과 의료 인력 현황에 대한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되었다. AAMC 회장 스컬톤 박사는 최근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임상의의 소진 증가 문제로 인해 의사와 기타 의료 종사자 들이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은퇴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의 다른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의사 부족 사태는 인구 통계상으로, 특히 인구 증가와 고령화로 2019년부터 2034년까지 수요 증가의 필요성을 말해 주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인구는 약 3억 2,800만 명에서 3억 6,300만 명으로 10.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65세 이상 인구는 4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로 노년층을 진료하는 의사 전문 분야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사 인력의 상당수가 은퇴 연령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공급 예측은 고령 의사의 인력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현역 의사 5명 중 2명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것 이다. 이들의 은퇴 결정은 국가 인력 부족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AAMC의 2019년 전국 의사 표본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기 전 미국 현직 의사의 40%가 적어도 일주 일에 한 번 이상 소진을 느꼈으며, 임상의의 소진 증가 문제는 의사와 기타 의료 전문가들이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더 일찍 은퇴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 고령화 진입, 조기 은퇴 고려

미국에서 의사들이 필요한 요소는 많다. 소외된 소수 민족, 농촌 지역 거주자,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접근 장벽이 적은 인구와 동일한 의료 이용 패턴을 보인다면 현재 최대 180,4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약 계층의 건강 및 의료 접근성 격차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분석은 보험 가입자와 비가입자, 도시와 농촌 지역, 인종과 민족에 따른 의료 서비스의 체계적 차이를 강조 하고 있다. 이러한 추정치는 의료 인력 부족 예상 범위와는 별개로 현재 의료 서비스 장벽의 규모를 밝히고 의사 인력 공급의 적정성을 측정할 때 추가적인 기준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돠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미국 전역의 환자들은 의사 부족을 체감하고 있었다. 2019년 미국 보건자원 서비스국은 1차 진료 및 정신 건강이 부족한 지역에 대한 보건 전문가 부족 지역 지정을 해제 하기 위해 추가로 13,758명의 1차 진료 의사와 6,100명의 정신과 의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9년 AAMC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35%는 본인 또는 지인이 지난 1~2 년 동안 의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2015년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보다 10%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 의회는2020년 말,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해 전국적으로 소외된 농촌 및 도시 지역과 기타 교육 병원을 대상으로 매년 1,000명씩 5년간 총 1,000명의 메디케어 지원 대학원 의학교육(GME) 자리를 신설하여 25년 가까이 동결되었던 메디케어 지원금에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미국 하원과 상원에 발의된 초당적 법안인 2021년 레지던트 의사 부족 감소 법안은 이러한 역사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연방 지원으로 7년 동안 매년 2,000명의 레지던트 자리를 추가하여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AAMC회장 스컬톤 박사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의사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의료 접근성 개선, 의사 인력 다양화, 현재와 미래의 공중 보건 위기에 대비하는 등 다각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은 의료 인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하며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의 의사수는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은 늘리지 못하고 있다. AAMC와 AMA 측이 의사공급을 제한해서 높은 의료숫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의사는 고수익 직종인데, 의대 교육과 전공의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한다는 사실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반대한다. 미국의 만성적인 의사부족 현상은 평균수명 증가와 전국민 의료보험 ‘오바마 케어’의 확대 적용 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은근히 이 같은 현상을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입학생 늘인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야

미국이 의사 숫자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많다. 미국 의대는 최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적정 입학정원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데, 정원을 무작정 늘린다고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는 12개의 의대가 있지만, 뉴저지 주는 2개, 메릴랜드 주는 3개, 버지니아 주는 4개에 불과하다. 매년 한 의대당 적은 곳은 수십 명에서 많아야 2백 명 정도의 졸업생을 배출할 뿐이다. 의대는 생각보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지가 맞는 장사(?)가 아니라, 주립대학 산하 의대는 상당한 재정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주립대학 의대 정원이 많은 것은, 공익성 차원 에서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는 각 주의 주립대학을 압박해 의대정원의 획기적인 증원을 요구했지만, 증원 에 따른 교육비 증가분을 내놓고 얘기하라는 입장이다. 의사는 고수익 직종이지만, 미국식 자본 주의 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종합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의와 전공의를 교육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그게 그렇지가 않다. 종합병원 입장에서 제대로 밥값을 못하는 수련의에게 교육을 시키며 임금까지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넉넉하게 수련의와 전공의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병원은 전공의 수련에 매년 평균 1인당 15만2천불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한다. 연방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디케어 법률로 전공의 한 명당 연간 4만불 정도를 지원 한다. 일반 시민들은 이해하기 힘든 구조이지만, 어쩔 수 없는 미국의 현실이다. 연방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대협회 등은 ‘졸업생들이 종합병원 수련의 자리를 얻을 수 없는데 어쩌라는 얘기냐’고 항변하고 전공의 지원대상을 매년 3천명 이상 증가 시키면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연방정부는 예산 여력이 없다. 국민정서상 용납하기도 어렵다. 의사는 고수익 직종인데, 의대 교육과 전공의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한다는 사실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반대한다. 왜 세금을 들여 가면서까지 의사의 배를 불리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연방정부와 의대-종합병원은 서로 상대방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알면서, 뻔한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 해법은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의료를 공공 이 아닌 사익의 영역으로 바라 보는 식으로 길들여진 미국인들의 정서가 가장 큰 문제다. 의대 교육비와 종합병원 수련의 등 교육비를 낮출 수 있는 방법 또한 의사의 공급을 늘려 의료영역 전반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길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은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하는 것이라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