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집인가 “고물상”인가
LA동포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한미박물관(KAM. Korean American Museum)이 제구실을 하지 못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지금 한미박물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 단체가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가 2003년인데 이 홈페이지는 2002년까지 활동사항이 수록되어 있으며 2003년은 아예 업그레이드도 시키지 않았다.
한미박물관의 현재 이사장은 박기서(건축가)씨인데 지난해에 사임한 전임 김영옥(예비역 대령)씨 이름이 ‘이사장’(Chairman of Board of Directors)으로 그대로 적혀 있으며, 관장(Executive Director)도 이미 지난해 초에 사임한 진수영(교수)씨의 이름으로 버젓이 올라있다. 진수영 전임관장 이후 최계옥(평통9기회장)씨와 지난 5월에 전격 사임한 민병용(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전국사무총장)씨 등이 관장으로 재임했으나 이들 모두 이런 기초적인 사무행정을 도외시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박물관은 고물상으로 변하고 있다
한미박물관의 인터넷사이트는 영문으로만 되어 있다. 미국인들이 만약 이 사이트에 들어 왔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또 캘리포니아 주정부나 카운티 그리고 LA시정부 문화관계자들이 이 사이트를 방문했다면 놀라워 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한미박물관은 주정부나 기타 기관으로부터도 수십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고도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립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동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부기관에 제출한 보고서 등이 거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앞으로 다른 한인단체들이 정부에 지원금을 신청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한미박물관은 인터넷 사이트를 영문으로만 설치한 것도 한인사회를 무시한 처사이다. 모금파티 등을 할 때는 한인사회에 기부금을 요청하면서 한글사이트 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것은 한미박물관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전임 이사장인 김영옥씨가 사임하면서 현재의 이사장인 박기서씨가 취임했다. 박기서씨는 당시 한국일보 미주본사 장재민 회장 등을 포함해 친 한국일보 인물들이 새로 한미박물관 이사로 들어 오면서 이들의 후원으로 이사장에 선출됐다.
한국일보는 커뮤니티에 대해 ‘우리가 한미박물관을 키우겠다’라면서 새 이사진들을 보강하고 윌셔 아로마센터에서 거창하게 기금모금행사까지 벌였으나 1년이 못가서 ‘시들한’ 한미박물관을 만들어 놓고 나몰라 하는 것이다. 당시 새 이사진은 박기서 이사장을 포함해 장재민 한국일보미주본사 회장, 데이빗 리 제미슨 프라퍼티 회장, 박노희 UCLA치대학장, 민용순 UC 어바인 교수, 케이 송 USC 커뮤니티담당국장, 김영빈 총무이사 등이다.
한국일보가 주도한 기금모금 이후 계속된 재정난과 2명의 관장들이 책임 없이 사임 등으로 난항을 겪게 될 한미박물관은 자칫 파산될 위기로 가는 파행 운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일보 주도로 구성된 이사회에는 막강한 재력을 지닌 인물들이 포진 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말썽많은 윌셔가 부동산 재벌” 데이빗 리씨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이 한미박물관의 기초 살림 마저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가고 있다.
특히 박기서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들은 지난 1년 사이에 박물관 행정을 책임 질 관장이 두 명이 연달아 사임하는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 과연 이들 이사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애초 관장을 선임할 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했어야 했다.
관장의 임무는 이사회에서 정한 박물관의 프로그램이나 전시회 등을 포함한정책사항들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이사장과 이사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이외에 중요한 사항으로 박물관 활동자금을 위한 모금계획과 추진에 관한 전반적 사항이다. 그리고 박물관에 대한 홍보사업등이다. 이 같은 관장의 임무에서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기금을 모금하는 일이다.
이 같은 업무를 행하려면 관장은 풀타임으로 활동해도 모자란다. 그런데도 지난해 민병용 전임관장을 임용할 때 이미 그가 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관장에 임명했다. 물론 처음에는 “임시관장”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지만 이를 도외시했다.
지난 5월에 전격 사임한 민병용씨는 중앙일보(2003년5월31일자)와의 인터뷰에서 “관장직을 맡을 당시 박물관이 재정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었지만 (이를 헤쳐나가면서) 짧은 기간동안 큰 보람을 느꼈다”며 “현재 맡고 있는 미주한인 이민 1백주년 기념사업회 전국 사무총장직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관장직에서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씨는 사임이유로 ‘100주년기념사업을 원활히 하기위해서’라고 말했다. 애초 민씨는 자발적으로 관장직을 맡겠다고 요청했을 때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었는데 이제 와서 그 직책을 이유로 사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민씨가 사임한 후 타운에서는 박기서 이사장과 불협화음 때문에 물러난 것으로 소문이 퍼졌다. 사임을 두고 한쪽에서는 ‘무능했다’라는 말이 나왔고, 다른 쪽에서는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는 말도 나돌았다.
민 전임관장이 맡기 전에 관장으로 있었던 최계옥씨의 사임도 한마디로 ‘웃기는’ 것이었다. 그녀는 관장을 맡은 지 5개월 만에 서울에 다녀 오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관장을 사임하겠다’라는 쪽지가 전해졌다. 하는 일 없이 ‘감투’만 쓰고 있다가 훌쩍 떠나버린 그녀의 행동은 한미박물관을 무시해도 한참 무시한 행위인 것이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은 ‘서울에서 새 서방을 만났다’는 것이다.
한편 박기서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관장 후임자는 없다”며 “(언제쯤 신임관장이 부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관장직을 놓고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충분한 이력서를 받은 후 이사회가 정한 자격조건에 근거해 신임관장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자세는 안일하기만 하다. 이사진 모두가 나서서 새 관장 물색에 나서야 하는데 모두가 “나몰라라”하고 있다.
지난 1991년 한미역사학회라는 명칭으로 탄생한 한미박물관은 지난 10여년 동안 셋방살이 중에서도 나름대로 미주 한인사회의 이민역사와 문화 홍보에 앞장서 왔다.
1994년에는 코리아타운 플라자에서 처음으로 ‘이민세대들’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해 한미박물관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 이듬해 독지가의 협조로 3333 윌셔 불러버드 건물 1층에 상설전시관이 개설되어 미주류사회에 한인역사를 알리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97년에 그 빌딩에서 쫓겨나 윌턴빌딩으로 옮겨 갔다. 이후 1.5세 단체간의 공동협력으로 KOA가 99년에 구성되면서 현재의 빌딩(3727 6th St. LA, Ca 90020)으로 옮겨왔다.
박물관은 95년부터 98년까지 정신대문제, 일미박물관과의 협조, 이민사관련 세미나 등등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2000년 들어서면서부터 내리막길을 달리게 됐다.
특히 지금 한미박물관은 그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단 한명의 풀타임 직원도 없는 상태며 2년 전부터 추진해 온 전시관도 아직까지 정식으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사무실이 있는 KOA 빌딩내에 1,500 스퀘어피트의 상설전시관을 2년전에 계획을 세우기도 하여 당시 진수영 관장 시절에는 다운타운 빌트모어 호텔에서 기금모금 만찬회까지 개최했었다. 총 210만 달러 기금의 전시장이 완공되면 미주 한인 이민사와 관련된 자료들을 일반에 공개, 한인사회 이민역사 및 문화활동의 구심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왔었다.
지난해 새이사장으로 박기서씨가 선임됐을 때 한가닥 기대가 있었다. 박 이사장은 미국사회에서도 알아주는 건축설계사이기에 박물관 전시장 계획에 결말이 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껏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더구나 새로 구성된 이사진들은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이 이사라는 명함만 걸치고 있어 한미박물관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
또한 진수영 관장도 물러나고 최계옥 관장도 5개월 만에 사라지고, 이어 민병용 관장도 7개월만에 물러난 지금 전시장 건립은커녕 직원들 봉급도 주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한미박물관은 이제 점점 ‘고물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