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지 않은 비하인드 취재] 문재인과 이재용 둘만의 수상하고 은밀한 밀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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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 상속세 놓고 ‘재판거래’의혹?
문, 왜 선고 때마다 삼성 극찬하나?

文뿐만 아니라 비서실장과도 세 번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밑도 끝도 없이 미뤄지고 있다. 4월 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일부 거론됐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미지수다. 그러는 사이 문재인 대통령은 4월 30일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의 등을 두들기는 모습까지 연출하는 등 삼성에 대한 노골적 편들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올해 들어서만 다섯번째이고,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청와대에 직접 들어가 문 대통령을 만난 것만 세 번이다. 기업인 중엔 횟수가 가장 많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이낙연 국무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도 최근 삼성 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친밀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한 상황인 셈이다. 그런데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문 대통령이나 이 총리 이외에도 노영민 비서실장이 별도로 이 부회장과 최소 세 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한 반대급부로 수 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겠다는 대화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오너 일가 범죄에 대한 분노 여론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오히려 전 정권보다 더 추악한 거래를 삼성과 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와 삼성의 검은 거래를 <선데이저널>이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횡령·뇌물공여 혐의로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법원 재판은 5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난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지금이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본국 언론에서는 이번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만을 얘기하지만, 1심과 2심 판결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선고 전후 항상 정부와 삼성의 밀월이 의심되는 사인들이 있었다.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전에는 문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역할에 대해 극찬을 하는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기도 하고, 또 반도체 라인이나 디스플레이에서 대규모 투자도 하고 있다”며 “그래서 항상 삼성이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줘서 아주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항소심 판결 후에는 삼성이 30조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본국 언론들이 모두 삼성의 대규모 투자를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본지는 이와 관련 다음과 같이 보도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다음날 삼성그룹은 평택에 반도체 사업 관련 30조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총수 석방 다음날 이 같은 발표를 한 것은 여론전환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과 총수 일가의 거취를 엮는 것은 정권의 용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2심 판결을 보면 재판부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할 수 있게끔 친절하게 형량을 줄여준 정황도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뇌물 액수를 대폭 줄이고, 그만큼만 횡령죄로 인정한 까닭은 ‘이재용 풀어주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은 횡령금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최소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그런데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인정한 횡령금액 64억 6295만 원을 거의 반토막냈다. 또 징역 5년 선고 후 구속 중이던 이 부회장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했다. 설령 이 액수만 인정하더라도 36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하고, 그만큼 뇌물을 제공한 것은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는 대통령이 아예 삼성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 공장까지 가서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이다.

문, 판결 앞두고 이재용을 만난 까닭은?

차라리 드러난 만남은 낫다. 본지 취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개별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 와중에 이 부회장이 상속세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은 이 만남 이후 사석에서 이 지인들에게 이 부회장과 관련한 발언을 전했고,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노 실장과 잘 알고 있는 인사는 <선데이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계획을 자세하게 노 실장에게 전했고, 노 실장 역시 상속세 납부가 에버랜드 때부터 이어온 삼성그룹의 모든 불법 행위를 매듭 질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 노영민 비서실장

▲ 노영민 비서실장

실제로 노 실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죄나,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 등 삼성그룹의 모든 현안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만큼 상속세 납부가 이 모든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 실장은 이런 이 부회장의 의견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후 4월 30일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는 9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과거에 지은 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상속세 납부 의사를 밝히고, 정부가 이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보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재판거래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것은 과거 정권에도 볼 수 없던 노골적 재판거래다. 현 정부는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이재용 부회장을 2차 남북정상회담에 데려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총대를 멘 것은 임종석 비서실장이었다. 다시 말해 비서실장들이 직접 삼성전자 총수의 문제를 챙기는 모양새가 생겨난 것이다. 만약 이달로 예견된 대법원 선고에서 이 부회장의 형이 집행유예로 확정되고, 이 정부 내에서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가 이뤄진다면 이것이야 말로 헌정사상 최악의 재판거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부패 혐의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지 않은 재벌 총수와 최고 권력자의 잦은 만남, 전폭적인 지원 약속 등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별사면권 등 국가형벌체계에서 대통령이 가진 권한은 막강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 청탁용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풀려난 상태이지만 여전히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재벌 봐주기’ 비판을 받은 항소심 재판부가 대폭 깎아줬던 이 부회장의 뇌물액도 36억원에 달한다. 같은 내용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에선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수를 87억원으로 계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 등 세 사람 사건을 하나로 묶어 심리 중이다. 지난 2월11일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겨 하나로 병합했다. 대법관 13명 전원의 의견을 취합해 선고하는 전원합의체는 지난 18일까지 네차례 심리를 진행했다. 심리 주기가 비교적 빠른 편이어서, ‘4월 선고설’이 도는 등 선고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최근 검찰이 삼성 경영권 승계와 깊숙이 관련돼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대법원이 수사 내용을 얼마나 ‘참고’하는지에 따라 선고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선고 때마다 가이드라인 행보

지난 4차례 이어진 대법원 전합 심리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삼성의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213억원 중 얼마까지를 뇌물로 볼 수 있느냐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2심 재판부는 마필 구입비,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등 70여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이재용 2심 재판부는 마필 구입비 36억원을 뇌물액수에서 제외했다. 말 소유권 자체가 최씨에게 넘어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을 무료로 쓰게 해준 불상의 이익 부분만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결국 전합이 뇌물액수를 70억여원으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야할 수 있다. 뇌물액수가 늘어난 만큼 상황에 따라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뇌물 인정 액수가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항소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형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도 대법원이 판단해야할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검찰은 삼성 측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부분을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씨 측 이익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지원을 묵인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2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승계 작업이 포괄적 현안이었고, 이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며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부정한 청탁 역시 없었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적어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중 한쪽은 다시 항소심 판단을 받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를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쪽엔 당근, 한 쪽엔 칼?’

검찰은 삼성 잡겠다는데, 대통령은 총수 만나

수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재용아이러니한 것은 대통령이 그룹 총수를 만나 사실상의 재판 거래를 하는 동안 다른 한 편에선 검찰이 삼성그룹 임원을 구속수사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사안인 만큼 현 정부가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당근을 들고 삼성을 몰아가고 있는 모습니다.

4월 30일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자회사 임직원들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들의 증거인멸 범행을 지휘한 정황을 포착하고, 분식회계를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향후 전모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4월 29일 삼성 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양 상무 등은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 직원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 등에 담겨 있던 자료를 직접 삭제한 것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합병 등 관련 내용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이 모 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이 모 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삼성전자 소속 백모 상무가 증거인멸 범행을 지휘한 정황을 확인했다. 그는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이라 평가받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에 발령받은 뒤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양 상무 등과 함께 백 상무도 직접 조사하며 이 같은 범행이 이뤄지게 된 경위와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조직적인 증거인멸 범행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게 된 계기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진 지난 2015년 7월 이후 합병 비율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회계 처리 기준 변경 등을 논의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미국 바이오젠사와의 합작 계약 당시 콜옵션(주식 주주간 약정) 조항 수정,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만드는 안, 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3가지 안이 논의된 정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 논의 자체가 하나의 분식회계 모의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본류’인 분식회계 정황을 숨기기 위해 백 상무 등 그룹 차원의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미전실 등 윗선의 개입 및 지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검찰은 백 상무에 대한 추가 수사와 함께 앞서 수차례 조사를 받은 고한승 바이오에피스 대표도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 상무 등이 고 대표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 정황이 불거진 만큼 검찰은 이들의 범행이 자회사 대표보다도 윗선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닌지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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