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별취재] 국가보훈처 ‘황기환’ 열사 이장청원…뉴욕 주 법원 두 번 모두 기각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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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주법원, ‘한국 국가보훈처 이장청원 잘못됐다’기각 사유
■ 보훈처, 2020년 3월이어 8월말 재청원도 기본 요건 못 갖춰
■ 적법한 송달 입증 못했고 이장동의 또는 동의노력 전혀 없어
■ 똑같은 잘못 두 번 반복해 황열사 이장불가…진상조사 해야

국가보훈처가 지난 2019년 9월 뉴욕퀸즈의 한 공동묘지에 안장된 애국지사 황기환열사의 유해를 대전 국립현충원에 봉환한다고 발표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뉴욕주법원의 이장 승인을 받지 못해 유해봉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가보훈처는 지난 2019년 말 뉴욕주법원에 이장허용 청원을 제기했지만 최소한의 청원요건도 갖추지 못해 3개월 만에 기각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보훈처는 또 올해 3월 다시 뉴욕주법원에 이장 허용청원을 제출했지만 또 다시 최소한의 청원요건도 갖추지 못해 지난 8월말 기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보훈처가 애국지사 유해봉환을 추진하면서 법적요건의 ABC도 갖추지 못한 사실이 미국법원을 통해 두 번씩이나 드러난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의 행정능력이 정식소송도 아닌 청원 한 장 제대로 제출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인기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제인물인 애국지사 황기환 선생, 국가 보훈처가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 쓸쓸히 잠들어 있는 황기환열사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가겠다고 공언한지 3년이 지났지만, 연거푸 잘못을 저지르면서 미국법원의 이장승인조차 얻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 주 퀸즈카운티지방법원은 지난 8월 25일 황기환열사 유해의 이장허용을 요청하는 국가보훈처의 청원을 전격기각하고, 제대로 청원조건을 갖춰서 다시 청원을 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적법한 서류 등을 갖춰 청원하라’

재판부는 이 명령서에서 ‘뉴욕 주 현행법에 따르면 이장을 위해서는 해당부지의 소유자인 마운트올리벳공동묘지 측의 동의 및[AND] 사망자의 배우자, 자녀, 부모 등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동의가 없다면 합당한 이장이유를 법원에 설명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공동묘지 측에 이장청원과 이에 대한 고지 등의 서류를 적법하게 송달했음을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공동묘지 측의 이장동의를 얻지 못했고, 공원묘지 측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 노력했음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만약 국가보훈처가 사망자의 생존한 유족이 없기 때문에 이장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 국가보훈처가 어떻게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국가보훈처의 청원은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기 보다는 의문만 증폭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보훈처의 이장청원은 기각한다. 만약 앞으로 다시 청원을 제기한다면 적법한 서류 등을 갖추라’고 명령했다.

즉, 재판부는 국가보훈처가 청원의 최소조건인 피청원자에 대한 청원서 송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공동묘지 측의 이장동의나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을 했음을 입증하는 문서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이장청원을 기각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최소한의 청원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했으므로 청원서내용에 대한 심리조차 하지 않고 기각해 버린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18일 뉴욕 퀸즈의 마운트올리벳 공동묘지에 안치된 황기환열사의 유해를 대전국립현충원으로 이장하겠다며 이장 청원을 제기했었다. 국가보훈처는 ‘황기환열사가 애국지사인 만큼 마땅히 국립현충원에 모셔야 하며, 현재 유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유족동의를 얻지 못하며, 법원의 이장명령을 받으려 한다. 이장비용 등은 모두 국가보훈처가 부담하겠다’고 주장했다.

국가보훈처는 3월 18일 뉴욕 주 퀸즈카운티법원에 이장청원을 제출됐지만 5개월 전인 2021년 10월 관련서류를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29일 당시 뉴욕총영사로 재직 중이던 장원삼 총영사는 확인서를 통해 ‘국가보훈처의 이장허용 청원서 내용을 검토했으며 이는 모두 사실’이라는 확인서를 작성,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용보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도 지난해 10월 18일자로 자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목사는 자술서에서 ‘교회가 1990년에 발간한 교회 70주년책자에서 황기환열사는 독신남성이며 자녀가 없는 것으로 기재돼 있고, 원로교인들을 상대로 황기환열사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조사했고,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교회 내 독립기념홀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황 열사에 대한 조사를 심도 깊게 진행했지만, 황 열사의 유족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유족동의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재판부가 이장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장원삼 총영사, 이용보목사 등은 지난해 10월 재청원 준비를 마쳤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국가보훈처는 5개월이 지난 3월 중순에 청원을 제기했다.

공동묘지측의 이장 동의서 받아야

또 국가보훈처는 ‘비영리단체법인법을 준수해 3월 19일 보통우편을 통해 청원서와 증거 등을 피청원자인 마운트올리벳 공동묘지 측에 전달했다’는 최영수변호사의 송달증명서를 3월 21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영수 변호사는 국가보훈처가 선임한 이장청원의 변호인이다. 하지만 법원은 ‘우편 발송을 통해 청원서 등을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 적법하지 않은 송달방법이라며, 정식송달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송달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원서조차 대면전달이 아니라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 우편전달로 대신했으니, 공동묘지 측의 이장동의를 받는 것은 애당초 추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법원으로서는 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처럼 국가보훈처가 청원요청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황열사의 이장청원이 기각된 것은 올해 뿐만이 아니다. 이미 3년 전인 지난 2019년 말 청원을 제기했다가 이미 같은 이유로 기각됐기 때문에 올해 두 번째 같은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똑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른 것은 국가보훈처의 심각한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2019년 12월 6일 뉴욕 주 퀸즈카운티지방법원에 황기환열사 이장허용 청원을 제기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때도 최영수라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청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황기환열사의 유해가 뉴욕 퀸즈 매스페스의 그랜드애비뉴 65-40소재 마운트올리벳공동묘지의 웨스트론 2484묘역에 안장돼 있다. 황씨의 유해를 대한민국 대전의 국립현충원으로 이장하려 하니 이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달랑 묘비사진 2장내고 이장 청원

국가보훈처는 이때 청원서와 함께 증거로는 묘비사진 2장만을 달랑 제출했으며, 청원서 내용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가보훈처는 청원을 제기한지 21일이 지난 2019년 12월 27일에서야 청원서를 서티파이드메일[수신확인가능우편]로 발송했으며 피청원자가 해당서류를 받았다는 서류에 서명했다는 송달증명서를 2020년 1월 2일에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도 청원을 제기한 뒤 청원서를 마운트올리벳공동 묘지 측에 송달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뒤늦게 이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서티파이드메일로 발송했다고 주장했을 뿐 서티파이드메일리턴증명서 등 증거는 첨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 주 이장관련법은 해당묘지 측의 동의 및 유족의 동의 등을 이장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를 몰랐던 듯 동의 또는 동의를 구하려 했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달랑 묘비사진 2장내고 이장해달라는 청원을 법원이 받아들였을까, 법원의 결정은 당연히 ‘기각’이었다. 재판부는 2020년 3월 3일 ‘국가보훈처의 청원을 기각한다. 국가보훈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송달을 해야 한다. 또 국가보훈처는 청원자나 뉴욕한인교회의 멤버, 또는 유족을 찾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진술서등 제대로 된 서류를 준비해서 청원을 제기하라’고 명령했다. 국가보훈처는 청원의 최소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3개월 만에 기각결정을 받았고, 2년여가 지난 올해 3월 18일 다시 이장청원을 제기했지만 사실상 첫 번째와 같은 이유로 기각결정을 받은 것이다.

첫 번째 법원의 기각결정 때 적법한 송달을 하라고 했지만, 국가보훈처는 두 번째 청원 때 또 다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우편 송달을 했다. 1차 때는 그나마 서티파이드메일을 통해서 청원서를 송달했다고 주장했지만, 2차 때는 서티파이드 메일도 아닌 보통우편을 통해서 청원서를 발송했다. 최영수변호사는 적법절차에 따른 송달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적법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1차 때 적법한 고지[PROPER NOTICE]를 하라는 이유로 기각명령을 내렸음에도 2차 때는 1차 때보다 더 허술하게 고지를 하다가 기각된 것이다. 또 첫 번째 법원의 기각결정 때 청원자나 교회멤버 등의 진술서를 갖추라고 명령함에 따라 이번에는 두 번째 청원 때는 이용보 뉴욕한인교회 목사의 진술서를 첨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은 공원묘지 측의 동의나 동의를 받기 위한 노력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청원 때는 그나마 1차 청원 때의 증거 사진 2장에다 교회목사진술서 한 장을 더했지만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유족없어 도출방법 설명없었다?’

황기환열사 유해의 국립현충원이장은 3년간 허송세월을 보낸데 이어 또 끝도 없이 기다려야 할 판이다. 국가보훈처의 잘못으로 이장청원의 최소한 요건도 갖추지 않아서 두 차례 기각됐기 때문이며, 적법한 송달절차를 따르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2차 때도 이를 지키지 않는 바람에 한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또 국가보훈처가 기각결정을 받고도 왜 2년간 재청원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2020년 3월 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렸음에도 이 명령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원명령문의 기각부분은 판사가 손으로 흘림체로 기재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다 뒤늦게 기각결정임을 알고 2021년 10월께야 재청원을 준비했고, 그나마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올해 3월에 청원을 제기했지만, 5개월 만에 또 다시 기각된 것이다. 황기환열사의 유해봉환과 관련 두 번에 걸친 기각결정 사유에 대해 지금이라도 한국정부가 진상조사를 통해 잘못을 바로 잡고, 엄격한 재발방지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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