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 이혼소송 幕前幕後] 최태원-노소영 장기전에 애간장 타는 사람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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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전공, 김희영 재단설립 후 왕성하게 막후 활동
◼ 포도뮤지움 건축부터 선재원 리모델링에 직접 관여
◼ 최태원 ‘현금만 못 준다’ 재상고, 노소영 맞불 대응
◼ SK그룹 홍보나 대관조직 김희영 관련 활동에 관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 간 이혼소송이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은 14일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에 재상고장을 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9천44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 것이다. 노 관장 측 역시 최 회장 재상고에 대한 방어에 나서는 한편, 파기환송심 판결 중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 맞불을 놓아 대법원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이로써 두 사람의 이혼소송과 이어지는 재산분할 판결이 10년이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최 회장이 2017년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이 한쪽에선 전처와 이혼소송과 재산분할 소송을 벌이는 동안 SK그룹의 실질적인 안주인인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은 최 회장을 등에 업고 그룹 곳곳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 그룹 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 자리한 SK그룹의 포도호텔과 포도뮤지엄 개관과 리모델링은 사실상 그가 주도했다. 최근엔 SK그룹의 인재교육원인 선재원의 리모델링도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조직도 김 이사장의 영향을 작지 않게 받는다는 말도 그룹 내에서 나온다. 그의 인터뷰가 등장한 한 여성지의 기사가 내려가는 과정에서도 그룹 조직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전 본지의 최초 공개로 알려진 김희영 이사장의 그간의 행보와 이 과정에서 있었던 이혼소송의 막전막후를 짚어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2015년 12월 본지는 최태원의 내연녀로 알려졌던 김희영의 사진과 실명을 최초로 공개했다. 뉴저지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인 그녀는 2008년부터 최 회장과 사실상의 동거에 돌입했고, 2010년 딸을 낳았다. 현재 그 딸은 뉴저지에 있는 한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이사장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고, 최태원 회장도 미국을 자주 오가며 그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최 회장은 SK아메리카스의 이사회 의장과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회장을 맡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그룹 주요 사업과 관련한 미국 정부 대응 및 투자 지원을 담당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반도체 자회사로, 실리콘밸리 등 현지에서 AI반도체 판매와 글로벌 빅테크와의 전략적 협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 기반을 둔 SK아메리카스의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사업적인 목적도 있지만, 2024년 3월 법인명을 바꿔 새 출발을 한 것에는 보다 뉴저지를 자유롭게 오가고 체류를 장기간을 하려하는 목적도 있는 것이 SK내부 인사들의 분석이다. 동부에 위치한 SK법인의 직원들은 이러한 최 회장 개인의 일을 서포트하는 것도 주요 업무로 알려져 있다. 본국의 SK그룹 본사도 김 이사장을 서포트 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그의 기사가 나가는 것부터 내리는 일까지 본사의 인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막은 추후에 보도하기로 한다.

법적 분쟁 결국 10년 넘길 가능성 커져

아무튼 김 이사장의 공식적인 직함은 티앤씨 재단의 이사장이다. 티앤씨(T&C)재단은 최 회장의 영어이름 토니의 T와 김희영 이사장의 영어 이름 클로이의 C 앞 자를 따서 만든 재단의 이름이다. 대부분 최 회장 개인의 돈이 투자되어서 운영되는 곳이다. 김 이사장은 중국의 유명학교인 중앙미술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포도뮤지엄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포도뮤지엄은 제주도의 SK골프장인 핀크스GC에 인접한 곳인데 여기의 클럽하우스이자 숙소인 포도호텔의 리모델링도 김 이사장의 손을 거쳤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SK그룹 2인자였던 조 아무개 씨의 측근 인사를 김 이사장에게 붙여줘 사업을 진행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년간 리모델링을 해서 재개관한 SK창업주의 삼청동 사저인 선혜원 역시 김 이사장의 손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혜를 베푼다’는 이름의 선혜원(鮮慧院)은 최 창업회장의 동생인 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SK그룹 직원 연수원과 영빈관으로 활용되다가, 3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한옥 3채(경흥각·하린당·동여루)를 갖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두 사람은 SNS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언론에서 이를 보도할 경우 때로는 회유를 하거나 때로는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최 회장은 이미 노 관장과 법적 부부관계를 유지하던 중에도 회사를 동원해 김 이사장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3월 11일 싱가포르에 버가야인터내셔널이란 회사를 만들어 한 달뒤 김 이사장 소유의 반포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은 SK사업보고서 상 정식계열사였다. 김 이사장이 사실상 SK그룹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회사 차원에서 김 이사장의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이유는 최 회장의 전처인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의 이혼소송이나 재산분할에 있어서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최 회장이 2017년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첫 상고심은 2024년 7월 사건이 접수된 뒤 약 1년 3개월 만인 2025년 10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재산분할이 아직 끝나지 않으면서 법적인 분쟁은 결국 10년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김 이사장의 공식적인 안주인 등극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두 사람의 법적 분쟁이 10년을 넘기게 된 것은 최근에 이뤄진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최 회장이 재상고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천 44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 배경에는 구체적인 지급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 회장 측은 현금과 함께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은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했다고 한다.

마음은 급하고, 소송은 늦어지고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당초 지난달 24일 나온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9년 넘게 이어온 소송전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장의 존재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상고 기한인 지난 14일까지 약 3주 안에 현금 9천 440억 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쳤다고 한다. 최 회장은 SK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그룹 대주주가 단기간에 많은 주식을 처분할 경우 주가와 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현금과 주식을 섞어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만약 주가가 내려가면 그 차액을 최 회장 측이 보전하되, 주가가 올라도 상승분을 따로 요구하진 않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의 주문 내용 그대로 전액 현금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이자를 낼 처지에 놓였던 최 회장은 재상고를 통해 이자 부담을 피하면서 현실적인 지급 방안을 추가 검토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의 대리인단은 재상고 마감 시한을 1분 남겨둔 지난 14일 오후 11시59분께 입장문을 내 재상고 사실을 알렸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9천440억 원 전액에 불복, 재상고에 따른 인지대(일종의 소송 수수료)만 수십억 원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이 본격적으로 심리에 들어갈 때 첫 상고심과 마찬가지로 결론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이 법률심이지만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이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고, 파기환송심 결론을 다시 제대로 판단한다면 심리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미 한 차례 판단한 사건인 만큼 재상고심에서 새롭게 다툴 법리적 쟁점이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본안심리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재상고를 기각해 4개월 안에 결론을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소영, SK그룹 성장에 유·무형 기여 인정

만에 하나 법원이 전액 현금 지급을 주장하는 노 관장의 손을 다시 한번 들어준다면 세기의 소송은 노 관장의 판정승으로 끝날 전망이다. 파기환송심 판결만 놓고 보면 최 회장 측 승소로 평가되는 1심 판결과 노 관장 측 승소로 분류되는 파기환송 전 2심 판결 중 후자와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금을 665억 원으로, 약 3년 후 2심은 그 20배가 넘는 1조 3천 808억 원으로 판단했다. 이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이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인지를 두고 두 재판부의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1심은 SK주식이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고 2심은 공동재산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2심과 같이 SK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해 재산분할금을 1심 액수의 14배가 넘는 9천 440억 원으로 산정했다. 결국 관건은 SK주식을 공동재산으로 인정하는지였고 재판부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결국 노 관장과 부친인 故 노태우 대통령이 최 회장의 SK주식 취득, 또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유·무형의 기여를 했다고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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