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자!벗자! 누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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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노출’(누드)의 계절이다. 한창 때의 몸매를 사진에 담아두기 위해 사진관을 찾아가 누드 사진을 찍거나 애인과 친구의 누드 사진을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이들, 혹은 누드 동호회에 가입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모임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또 최근 누드 사진을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연예인들로 인해 누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한마디로 누드 열풍이 불고 있다.
“아 햇햇하다.”
이 말은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보았을 때 드는 즐거움 또는 어이없는 기분, 깨달음을 뜻하는 네티즌 용어다. 누드 열풍에 빠진 이들의 감정이 바로 이 ‘아햇햇’이 아닐까. 누드카페 ‘누드러브’의 게시판에 글을 올린 ‘나 자연인’이라는 ID를 쓰는 한 네티즌은 이 느낌을 이렇게 적었다.
“과감하게 자신을 상대에게 보이고, 설령 누가 보지 않더라도 내가 발가벗었다는 그 느낌만으로도 뭔가 지금껏 내 머릿속에 박혀 있었던 생각의 틀을 깨는, 정말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어쩌면 쾌감 같은….”
<주간동아>에서 그 열풍을 파헤쳤다.

5월30일 밤 10시30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데렐라스튜디오. 프로필 사진과 국내외 일반인들의 누드 사진 촬영으로 유명해진 이곳에 강북구에서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이연씨(29·여·가명)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작지만 균형 잡힌 몸매의 김씨는 며칠 전 자신의 누드 사진을 촬영하기로 예약해둔 터였다.
김씨는 몇 년 전 화실에서 누드 크로키를 배우면서 남자 누드모델의 맨몸을 처음 봤다. 김씨는 처음에는 누드모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부끄러워했지만 두 시간쯤 지나자 자신도 누드모델이 돼보고 싶다는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김씨는 중요 부분은 드러내지 않는 세미누드로 촬영했다. 사진 7컷(15만원 안팎)을 촬영하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촬영보다는 긴장을 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촬영이 끝나고 컴퓨터로 화상을 보면서 사진을 고른 김씨는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평소 자신의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

요즘 김씨처럼 자신의 누드 사진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이 적지 않다. 명동의 이츠미포토(itsmephoto.com)의 경우 매달 5~10명, 신데렐라스튜디오의 경우 20~30여명이 누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혼부부와 중년층, 남성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20~30대의 여성들로 한창 때의 몸매를 사진에 담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인터넷의 누드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사이트에 들어가 ‘누드’라고 치자 480여개의 카페가 떴다. 성인 동영상이나 에로틱한 사진을 올려놓은 카페가 대부분이지만 누드 모임을 갖는 누드카페들도 상당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카페는 ‘자연주의’라는 이름의 누드 모임 동호회들. 이들은 나체주의(nudism)를 자연주의(naturism, 자연주의란 영어 단어 속에는 나체주의란 뜻도 있다)라고 부르면서 ‘자신과 타인, 환경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함께 나신(裸身)이 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한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환경과는 무관한 단순한 나체 모임 동호회들이다.

원래 ‘자연주의(나체주의)’의 의도는 건강했다. 날씨가 추운 북유럽 사람들이 따뜻한 봄이면 온몸에 햇볕을 쬐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나체주의는 1929년의 세계 대공황을 겪으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옷을 벗고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건강과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이 운동은 일상에 지친 중상류층의 쾌락추구형에서부터 억압적인 기존 질서를 조롱하는 히피형, 단순히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목적인 일광향수형까지 다양한 형태로 퍼져 있다. 최근 국내의 누드 열풍에도 이처럼 다양한 현상이 한데 엉켜 있고, 각기 다른 목적이 개입돼 있다. 어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옷을 벗고, 또 어떤 이들은 예술작품의 오브제로 사용하기 위해 옷을 벗는다. 전성기 때의 아름다운 몸매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혹은 포르노그래피를 위해, 그리고 일시에 큰돈을 벌기 위해 옷을 벗는다.

자신과 부인의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정직 처분까지 받았던 미술교사 김인규씨나, 여고생의 치부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통해 세상에 대한 반항과 절망을 표현한 화가 최경태씨 등은 누드에 나름의 정치적 함의를 담으려 했던 이들이다. 김씨는 인위적인 해석이 들어가 왜곡되는 누드와 있는 그대로의 몸(naked)의 차이를 묻고자 했고, 최씨는 자본주의가 명품을 사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학생들을 양산한다는 점을 꼬집고자 했다. 전문적인 누드모델들은 자신들의 몸이 예술작품에 쓰인다는 데서,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누드가 포르노가 아니라 예술행위라는 점과 젊었을 때의 몸매를 사진으로 남긴다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연예인들의 경우 그 기저에는 돈과 꺼져가는 인기를 되살리고픈 열망이 깔려 있기도 하다. echo


연예계에 누드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최근 들어 “누드 사진을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스타들은 이혜영, 김지현, 권민중, 김동성 등이다. 이중에서 김지현은 이미 누드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과 모바일 콘텐츠로 서비스되고 있는 상태고 권민중은 5월 말 일본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혜영, 김동성은 계약만 성사된 상황. 이외에도 베이비복스 고소영 김규리 한고은 권상우 오지호 등 “누드 사진 찍는다더라”는 소문에 휩싸인 사람까지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 연예 칼럼니스트인 김성덕씨(조이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누드집을 냈다는 것이 하나의 ‘감투’다. 그 연예인이 그만큼 인기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누드집을 내고 싶어했지만 그동안 남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이 같은 누드 열풍의 촉발제는 ‘돈’이다. 연예인의 누드집 관련 보도에서는 5억원이니 10억원이니 하는 거액의 개런티가 오고 갔다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혜영이 누드 사진을 촬영하는 대가로 받는 개런티는 10억원. 권민중의 경우 계약금 5억원에 총 수익금의 25%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성현아는 누드 사진 촬영 개런티로 5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SK텔레콤 원홍식 과장은 “올 1월 1주일간 ‘준(June)’을 통해 성현아 동영상을 시범 서비스한 결과 매출이 3억~4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모바일은 인터넷을 대체할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무선 인터넷 매출이 전체 인터넷 시장 매출의 10%를 넘어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얼마만큼 성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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