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 도전” NO, “신의 실수” 바로 잡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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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흔히 개와 고양이에 비유된다. ‘여자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고 깨끗하기 때문이며, 남자는 깡패처럼 세련된 감각도 없으면서 상관 앞에서 개처럼 꼬리를 치며 비굴하게 굴기 때문이다’(<남자>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그런데 세상 질서라는 것이 참 묘해서 간혹 개에서 고양이로, 고양이에서 개로 변신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1980년대 말이 되도록 ‘행운’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답답한 트랜스젠더들은 비뇨기과에 찾아가 자신의 음경을 거세하는 식으로 몸부림쳤다.

김석권 교수(51·동아대병원 성형외과)가 그런 현실을 눈치챈 것은 1986년 4월이었다. 부산대병원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그의 앞에 ‘해괴한 환자’가 나타났다. 남자였지만 음경이 없는 환자였다. 그는 여자로 살고 싶어 거세했다며 성확정술(성전환수술)을 해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김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못하는 일입니다!” 그만큼 성확정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훗날 그는 성확정술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이미 선진국에서는 수많은 트렌스젠더가 의술의 혜택을 입고 있었다.

자료를 챙기면서 그는 트렌스젠더와 성확정술에 대해 하나하나 눈떠갔다. 자료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신체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함과 부적절함을 느끼고, 최소 2년 동안 반대되는 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자 마음먹고, 자신의 타고난 성기와 성징(목소리·유방·털 등)을 제거하고 반대의 성기와 성징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상황을 모두 파악한 그는 1989년부터 한 달에 한두 차례꼴로 성확정술을 집도했다. 그렇게 해서 14년 동안 그가 행복을 찾아준 트랜스젠더는 모두 1백98명(남성→여성 1백56건, 여성→남성 42건). 4월 현재 환자 2명이 대기 중이어서 그 숫자는 곧 2백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성확정술의 70∼80%를 그가 집도했음을 뜻한다. 그런 그를 두고 요즘 친구들은 “신의 영역에 도전했으니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다”라고 놀린다. 그러나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 “성확정술은 하느님의 실수를 바로잡는 일이다. 그리고 불행한 사람에게 행운과 행복을 찾아주는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김석권 교수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 성확정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만 20세가 넘어야 하고, 2년 이상 성확정술을 갈망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과에서 성주체성장애를 갖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상도착증 (성적 흥분을 느끼기 위해 여성의 옷을 입는 장애) 환자·동성애자·정신분열증 환자 등이 걸러진다. 환자의 연령은 22∼55세 등 다양하다. 학력은 대졸자가 가장 많다. 직업도 다양해서 과거에는 유흥업소 종사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공무원·회사원·학생, 심지어 의사까지 성확정술을 받는다.


‘1차 검증’을 받은 환자는 반드시 호르몬(메르 데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호르몬 요법은 수술로 바꿀 수 없는 목소리·체모·근육·가슴·피부 등을 원하는 성에 걸맞게 변모시켜 주기도 하지만, 반대 성으로 살아가는 훈련 단계여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에스트로겐을 투여 받은 남성은 유방이 커지고, 피부가 부드러워지며, 음성이 가늘어진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을 투여 받은 여성 환자는 유방이 축소되고, 음성이 굵어지며, 근육이 강화된다.

수술은 보통 다섯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피부 이식술, 대퇴·회음 피판술,음경 피부 반전술, 음경·음낭 피판술, 직장 S상 결장술이 그것이다. 김석권 교수는 이 가운데 음경·음낭 피판술을 가장 많이 이용(74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술이 비교적 간편하고, 질의 모양과 깊이가 괜찮기 때문이다. 단점도 없지는 않다. 질 안에서 음모가 나고 성 관계시 점액질이 나오지 않아 불편이 따른다. 일장 일단을 갖고 있기는 다른 수술법도 마찬가지이다. 수술은 보통 10시간 이상 소요되며, 수술비는 8백만 원 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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