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한미행장 사퇴 쇼크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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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새해 벽두부터 한인은행들의 갈길이 험난해지고 있다. 한인타운 경제도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미주 최대의 한인 커뮤니티가 있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집값이 급락하면서 이 지역에 기반을 둔 한인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를 갚지 못해 집을 차압 당하는 한인들이 속출하면서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일부 은행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 하차해 은행권이 행장급을 포함해 인력난까지 겹쳐 3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새해를 불과 4일 남겨둔 지난 달 27일 미주한인사회의 최대은행인 한미은행의 손성원 행장이 전격사임을 발표하고 31일자로 행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한인은행들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이번 손 전행장의 사퇴는 2007년에 일어난 한인은행장들의 임기전 사퇴의 최대 사건이다. 손 전행장 사퇴발표 일주일 전에는  민수봉 윌셔은행장의 전격사퇴가 있었으며 그 전에는 김선홍 중앙은행장의 퇴임 그리고 임봉기 유니티은행장의 사퇴가 있었다. 한인사회 ‘4대 빅 뱅크’ 중 나라은행만 제외하고 3개 상장 한인은행장이 모두 사퇴했다.
한인은행가에서 야기된 행장들의 사퇴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으나, 그 중 심각한 이유로는 이사회의 불협화음이 주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런 문제는 한미은행이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여 왔다.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적 은행이고, 최대은행인 한미은행의 고질적 병폐는 미 주류은행가에서도 알려져 한인은행들에 대해 시각이 곱지 못하다.
이 같은 현실에서 손 전행장의 사퇴는 더 큰 충격이었다. 6년전인 2005년 1월 한미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는 “매년 주가상승 15%를 이룩하고, 30억 달러의 한미은행을 6년 임기 동안에 100억 달러 은행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공언을 했다. 30억에서 100억으로 키운다는 의미는 합병 등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성장으로는 6년만에 30억에서 100억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 주류 금융가에서 잘 알려진 이코노미스트인  손 전행장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손 전행장은 3년동안에 30억 달러에서40억 달러로 한미은행을 키웠으나,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 후 도중 하차했다. 또 연 15% 주가상승은 고사하고 한미은행 창립 후 주가 9달러로 곤두박질로 1년전에 비해 50% 이상의 주가폭락을 기록했다.
손 전행장의 사퇴로 2008년 한인은행가에는 다시 합병 작업이 분주하게 될 전망이다. 은행 주가의 계속적인 하락과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경제불황 등등의 요인으로 17개로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한인은행들간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이기 때문이다. 


                                                                                        조현철(취재부기자)



손성원 전행장의 사퇴요인 중에는 현재의 한미이사회(이사장 리처드 이)와의 불협화음도 들어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2005년 당시 유재환 행장을 본인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퇴출시킨 이사회는 오늘의 손 전행장을 황제 모시듯 영입했다. 그러나 황제로 모신 그 이사회가 이번에는 그 황제를 퇴출시키는데 앞장 선 것이다.
손 전행장의 한미은행 행장 영입은 현재의 리처드 이 이사장과 작고한 안응균 전이사장 등이 앞장 서서 주도했다. 세계적 금융시장의 본바닥 월가에서도 인정하는 최고의 이코노미스트 중의 하나인 손 전행장의 영입은 마치 1위의 한미은행의 위상에 걸맞아 그 이름 값만으로도  “1등 은행장”이었다. 그처럼 영웅처럼 떠받들던 손 전행장을 이사회가  “영업부진”을 명분으로 스스로 사퇴하게끔 만들었다.
그의 사퇴는 임기의 50%를 지나면서도 은행의 장악력과 리더십에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거액 융자 부실 문제가 표면화 되면서 이대로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팽배해 왔던 상황이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손 행장은 취임 당시부터 경제학자 출신으로 한인은행과 같은 커뮤니티 은행의 경영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손 행장과 이사회간 ‘엇박자’ 소리도 부쩍 자주 표출되면서 손 행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가운 이사회 눈총


지난해 손 전행장은 이사회에 알리지 않고 나라은행 이종문 이사장과의 합병문제를 물밑 논의하다 리처드 이 이사장과 불화에 휩싸였다. 이 이사장은 자신을 제쳐두고 나라와의 합병문제를 주도한 손 전행장에게 ‘합병보다 은행 경영에 신경 쓰라’고 했고, 은행 실적은 올라가지 않는데 한국 등 외부 일에 시간을 보내는 손 전행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손 전행장은 이사회가 기대한 만큼 은행 실무경영에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는 경제전문가로는 미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손꼽히고 있지만 한미은행과 같은 커뮤니티 뱅크를 경영하는 데는 문제점이 많았다. 이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손 전행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자신의 입장을 신중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간의 합병도 진척되지 못하고, 부실대출의 영향은 커지고 자칫 자신의 위치도 추락위기에 있어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부터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월가의 정통한 이코노미스트인 손 전행장은 퇴임사유에 대해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고, 후진들을 위해 대학 강단에 서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차기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 일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해는 이명박 당선자의 행보가 불확실했기에 한나라당의 영입 제의에 대해서 확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후 그 동안 한국은행 총재와 주요 은행장 등의 물망에 올랐던 손 전행장이 차기 정부에서 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중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교감
 
손 전행장은 지난해 가든 스윗 호텔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연사로 나와 “한국의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으로부터 한국경제발전에 대한 자문을 요청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은 그 대선주자가 바로 이명박 당선자였다. 그 후 손 전행장은 한나라당에서 ‘경제살리기 특위고문’으로 영입했다는 발표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송자 ㈜대교 회장,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 손성원 LA 소재 한미은행장 등 4명을 선대위 내 ‘경제살리기특위’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도자료가 나간지 채 한 시간도 안돼 진 전 장관측이 “이명박 선대위에 전혀 관심이 없고 합류할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한 데 이어, 손성원 전행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대위 합류사실을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당시 손 전행장은 “경제특위 고문영입과 관련,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정치는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손 행장이 입장이 좀 곤란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발표하면서 “선대위 고문 직책은 맡지 않더라도 비공식적으로는 이 후보를 계속 도와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로 보면 이명박 당선자측과 손 전행장간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족집게” 세계경제 전망가


손 전행장은 행장 퇴임 이후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 이외에 두가지를 소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서 일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주립대학 중 예정된 곳은 있지만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 사외이사를 거론해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사외이사 제의를 받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손 전행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국민은행장 영입대상에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국내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 강 행장 외에 손 전행장을 포함해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등 외부 인사 2~3명과 국민은행 현직 임원 2명 등 5~6명이 최종 후보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후보군에 올랐던 손 전행장은 국제적인 금융감각을 갖췄지만 국내 금융권 사정에 밝지 못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었다.
한편 손 전행장은 미국 월가에서 경제전망이 가장 정확한 이코노미스트중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NBC에 자주 출연하는 손 행장은 “족집게(Mr. Accuracy)”라고 불릴 정도로 인정받아왔다.
손 전행장은 미국 백악관 수석경제관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클라우드대학교 총장,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을 역임했으며, 한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2006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최고 이코노미스트에 올랐다.  


손행장 퇴임쇼크 불똥


한편 미국내 최대 한인은행인 한미은행의 행장이 도중하차하면서 한인은행들의 신용도와   주가가 폭락하자 한국내 시중은행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의 금융계 관계자들도 “한국의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은 그 동안 한인은행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커먼웰스 비즈니스 뱅크(CBB.행장 최운화)의 지분 37.5%를 3500만달러(주당 21.50달러)에 매입했다. 다만 구체적 인수 움직임이 나타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내 시중은행들은 미국 현지 한인은행의 기업가치가 떨어졌을 때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호기라는 판단에 따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인수 추진 방안을 적극 검토하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계는 LA 지역의 한인은행 13곳 가운데 이른바 ‘빅4’인 한미 나라 윌셔 중앙은행 등 나스닥 상장 4개 한인은행의 주가가 최근 폭락하면서 2006년 연초에 비해 무려 35~55%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이들 금융권은 가장 자산규모가 큰 한미은행도 주가 하락으로 6억~7억달러 내외면 인수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커지자 메릴린치 JP모건 등 투자은행(IB)들이 한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중개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은행권에서 미국의 한인은행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노리고 있는 반면, 이곳 한인은행들간 합병논의도 지난해 보다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는 한미, 나라, 중앙 등이 서로 합병을 시도했으나, 올해 들어 한인은행간 합병논의는 광범위하게 이루어 질 전망이다. 상위권 소위 “빅 4 은행”들인 한미, 나라, 중앙, 윌셔 등이 서로간에 합병을 모색하기도 하겠지만 하위권 은행들을 인수합병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릴 것이다. 현재 하위권에서 인수 대상에는 새한은행, 태평양 은행, 유니티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상위 은행 중 윌셔는 한인은행간 합병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민수봉 행장이 지난해 후진을 위한 명분으로 사임하면서 합병문제에도 관심을 지니게 됐다. 한인은행들이 합병을 하지 않고 장기간 불황을 견디어 내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진출 은행들을 포함해 17개 은행들이 피나는 경쟁을 벌이는 것은 자칫 공멸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한인은행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수합병이 국내은행들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미국내 은행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미주류은행 들 중 시티뱅크나 BOA 또는 웰스파고 등도 한인 커뮤니티 진출을 위해 한인은행을 상대로 한 인수합병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우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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