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후폭풍, 한인타운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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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올해 실질 성장률이 사실상 제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가계 지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 줄었고, 실업률은 2년 만에 최고치인 4.2%를 기록했다.
미국경제의 침체로 인해 한인타운 경기 역시 10년 이래 최악의 국면에 돌입해 전반적인 마비 증세에 빠졌다. 올 하반기 실행될 무비자 제도 시행에 따른 특수도 사실상 기대치 이하에 머물 것이란 전망과 함께 치솟는 원·달러 환율 탓에 한인타운 상권은 전멸 분위기다.
또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내수침체가 크리스마스 특수를 사라지게 할 지 모른다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마스시즌을 기대했던 한인타운은 절대절명의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식당, 여행사, 호텔은 물론 심지어 병원, 교회, 학원가에까지 불경기 효과가 미치며 은행까지도 대책 없는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가능성이 높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지난 주 자바시장에서 10년 이상 액세서리 사업을 하던 한 업주의 야반도주로 약 10여 곳의 거래처들이 30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입은 거래처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소문이 다른 업소로 확산돼 영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자바시장 입점업체 상당수가 같은 처지지만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다운타운 자바시장은 대출이 막히고 매출은 격감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대목을 위해 상품을 사려고 해도 쉽지 않다.
은행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심한 유동성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다가 매출이 평소보다 30%이상 격감해 일부 업종에서는 연쇄도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불경기 바람은 건설사들에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한인타운에 콘도나 상업용 건물은 건설하고 있는 건설 기업들은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분양율이 제로에 가까워 기업들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건설 부동산 기업들의 삼중고


한인타운 복판에 콘도건설을 추진했던 K건설사는 최근 자신들에 대한 루머로 인해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분양율은 저조하지만 유동성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마치 조만간 부도가 날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거래은행과 분양자들이 이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아 업무가 마비 상태에 놓인 것.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웨스턴가에 대형 콘도를 건설 중인 P업체도 비슷한 사정이다.
부동산 거래 실종의 악순환은 최근 한인타운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낳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매물은 실종되고 그나마 살 사람이 있어도 은행 대출이 어려운데다 환율 폭등으로 투자자들이 기피하고 있어 부도 도미노 공포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물론 에스크로, 파이낸스 회사들이 동반 추락하면서 고스란히 한인타운의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저널 보도에 따르면 윌셔가의 고층건물의 공실율이 20%에 이르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30% 이상 되는 건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물 주차장은 과거와 달리 텅 비어 있으며 건물 내에서 소규모 영업을 하고 있는 업주들은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낳을 성 싶다’고 푸념하며 생활고를 토로하고 있다.



한인은행들 경영실적 악화


불경기 여파는 한인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무려 14개에 이르는 한인은행들은 경영실적 악화와 급격한 예금인출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들 마다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처절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비해 경영실적이 무려 20% 이상 저조한데다가 거액의 예금자들이 한인은행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다른 은행으로 예금을 분산하거나 아예 통째로 인출하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은행관계자들이 예금주 단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후발 소형은행 일수록 심각하다. 한국의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한인은행들은 본국에서 오는 예금이 막혀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그나마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포자기에 빠져 몸집 줄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지난 7~8월 대규모 인원을 감축한 한인은행들은 연말 전 또다시 대규모 인력 감원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모 은행은 불경기 타개책으로 대규모 지점망 축소도 계획돼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우수고객들에게 제공하던 각종 편의를 금지 또는 최대한 축소하기까지 해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 통고 없이 ‘크레디트 라인’을 철회, 기업들은 사면초가 상태에서 겨우 연명하는 실정이다.


병원 교회도 불경기 여파


지난 주 벤나이스 지역에 거주하는 H씨는 8년 동안 붓던 생명보험을 해약했다. 20년 넘게 대기업에 근무하며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H씨는 4개월 전 해고된 뒤 자영업에 뛰어 들었다가 사업자금을 날린 뒤 자녀들 학비와 주택 대출금으로 고민하던 중 매월 400달러 넘게 부었던 생명보험을 해지해 약 3만 달러 돌려받았다.
돌려받은 보험금으로 급한 생활비를 충당한 그는 매월 나가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가계부담이 줄었다. 그는 내친김에 매달 300달러 이상 나가던 건강보험도 해지해 버렸다. 미래보장보다 당장 가계부를 줄여야 하는 마당에 보험은 사치라는 생각이었다.
비단 H씨뿐만이 아니다. 한인타운에서 오랫동안 보험업에 종사했던 K씨는 “최근 신규가입은 고사하고 보험 해지 신청자가 넘쳐나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1개월 동안 보험 해약자수가 20여명에 이른다”며 “날이 갈수록 해약자가 늘어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까지 해지한 가입자도 증가함에 따라 병원들은 울상이다. 웬만큼 아프지 않고는 병원을 찾지 않아 약 50% 이상 매출이 격감한 병원도 있다. 보험이 없으니 병원비 부담에 병원을 찾을 수 없어 약국을 방문하지만 약값도 만만치 않아 아파도 참고 지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교회도 다를 바 없다. 십일조와 감사헌금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줄어 교회마다 살림 규모 줄이기가 한창이다. 한인타운 인근 B교회는 매주 4만 달러 이상 걷히던 헌금이 3만 달러 이하로 격감해 교회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다른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들, 불황 직격탄







크리스마스 대목 실종


지난 2일 블름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홈디포, 시어즈와 주요 유통업체들은 올 크리스마스 매출이 작년보다 8%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리서치그룹(ARG)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소비자들의 1/4 가량이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 카드도 사기를 꺼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연시 특수는 한해 매출의 35%에 해당된다. 미국 경제를 가장 뒷받침하고 있는 내수소비는 지난 9월 급락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의 2/3의 구매는 대부분 신용카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신용카드 연체는 1999년 이후 75%나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실질임금상승은 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499달러 이상 구매시 18개월 무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300~1500원대에 진입하자 한국 관광객이 급감,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업계는 물론이고 호텔, 식당은 초토화 지경이다. 특히 연말 각종 망년회 예약 취소가 잇달아 해지율이 30%에 이르고 있다. 또 알뜰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 거리 조차 한산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가장 고초를 겪는 곳은 다름 아닌 언론사들이다. 불황 탓에 업체들은 일단은 언론 광고부터 줄이고 보자는 생각에 광고비를 축소하거나 아예 중지하는 사태가 벌어져 한인언론사들이 존폐위기에 몰려 있다.
최근 한국-중앙일보를 비롯해 라디오코리아 등 한인언론사들의 광고 매출이 무려 20~30% 이상 격감하면서 언론사들마다 대규모 인원을 감축 했으며 발행면도 축소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언론사들마다 신규광고는 둘째 치고 고정광고주 조차 광고비를 청구하면 ‘차라리 광고를 중지해 달라’고 요구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 언론사의 광고부 직원은 “현장에 나가보면 정말로 불경기가 실감 난다”며 광고비는 고사하고 돈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10년 동안 한 언론사에서 근무한 직원은 “연말연시 그 흔한 세일광고조차 없다. 언론사 생활 10년 동안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다”고 토로하며 “연말연시 망년회나 동창회 광고가 눈에 띄게 줄었고 크리스마스 대목 세일광고도 생략하고 있을 정도로 불경기가 극심하다”라고 탄식했다.


가전제품, 학원, 호텔 업계는 전멸


미국 내 2위의 가전제품 취급 회사인 서킷시티가 경기침체로 미국 내 점포 700개중 20%에 해당하는 155개 점포를 폐업하고 수천명의 직원 감원 계획을 밝혔다. 서킷시티는 지난 1년 동안 단 한 분기에만 이익을 기록했고 지난 분기 13.3% 손실 등 나머지 3분기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인타운에서 오랫 동안 가전제품 판매 업체를 운영한 한 업주는 “매상이 30% 이상 급감했다”며 “그나마 크리스마스 대목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으론 어림없는 기대”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 호텔 지배인은 “걸려오는 연말 망년회 예약 취소 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다”고 울먹인다. 한인타운에서 유명한 한 학원은 “학부모들이 가계지출에서 자녀들 학원비를 우선 줄이고 있다”며 “등록 저조로 금년 겨울방학 특수기대를 접었다”고 밝혔다.
연말이면 치러지던 각종 바자회, 자선 기부금 행사가 실종됐으며 송년회비가 걷히지 않아 행사를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반면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화장품 업소나 미장원, 명품업소들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해 대조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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