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해부 2탄] 섣부른 ‘참정권’ 동포사회 혼란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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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국회에서 통과된 재외국민참정권 입법으로 조만간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이 LA와 뉴욕 등 미주 대도시를 돌며 ‘참정권 유세’가 시작될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은 최근 여야의 쟁점법안이 정리되는 대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포함한 의원단이 미국을 방문, 재외국민 참정권과 관련된 각 당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중진급 의원들의 방미를 앞두고, 벌써부터 동포사회에서는 국내 정계 진출을 노리는 ‘정치 지망생’들이 이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줄을 대기 시작했다.
또 LA를 포함해 각 지역의 동포사회에서 감투를 즐기는 일부 인사들은 국내 정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다. 지연과 학연, 연고를 따지며 몰려드는 혼탁 정치가 한인사회에 재연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성 진 취재부기자>



재외국민 참정권을 계기로 동포대표를 빙자한 각종 단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급조돼 조직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한 표’를 미끼로 줄을 대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다. 급조된 단체들은 동포들의 표심을 앞세워 본국 정치계의 러브콜이나 하다못해 약간의 활동비라도 원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눈치다.
미주 한인사회는 한국 정당정치와 재외국민 참정권의 참뜻과 사전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재외국민 참정권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적잖은 시행착오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국내로부터 “공연히 재외동포들에게 투표권을 줬다”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을 우려도 다분하다. 특히 국내정계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일부 철없는 ‘정치 지망생’들이 전체 동포사회를 욕보이지는 않을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무실 해외동포위원회?


한나라당 해외동포분과위원회(위원장 이용태·이하 동포분과위)는 한나라당이 재외동포사회를 의식해 당중앙위원회 산하에 둔 조직이다. 하지만 한때 세 불리기에 여념이 없던 동포분과위는 최근 존재 유무조차 희미할 만큼 활동이 저조하다.
지난해 외곽조직인 ‘US한나라포럼’(대표 김진형)의 결성대회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을 뿐 아니라 동포분과위는 온갖 내분과 US한나라포럼과의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편 가르기가 시작된 것이다.
동포분과위가 처음 조직됐을 때 일부 임원들이 한나라당 로고가 박힌 명함을 제작했다 빈축을 샀으며 조직원들 간의 다툼으로 임원 중 일부가 도중하차하는 소동까지 벌어지면서 이용태 위원장의 리더십을 탓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분과위의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은 이후 LA지역에서만 움직였다”면서 “지금껏 진취적인 정책을 내세우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차기 한국 총선을 통해 국회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재수 LA총영사를 포함해 김영태 전 LA한인회장, 남문기 전LA 한인회장 등이 이 위원장과 함께 여당의 공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공천권을 놓고 이들의 측근과 지지자들은 서로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다. 마치 한나라당 내에서 ‘친이·친박’ 갈등의 축소판 같은 분위기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미주 후보군들의 이전투구는 당 이미지에도 부정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외의 약진’


한나라당 해외조직의 한심한 움직임에 반해 야당인 민주당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월 LA를 방문했던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그동안 교류해왔던 LA동포사회의 인맥을 통해 참정권 후속조치를 추진함으로써 당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당시 동포사회 분위기는 “민주당이 재외국민참정권 법안 통과를 막고 있다”며 민주당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김 의원은 급히 민주당 최고회의에 “자칫하면 민주당이 역적이 된다”며 참정권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결국 민주당도 참정권 법안 통과에 성의를 보였다.
이를 계기로 김 의원의 주가도 상승했다. 당내에서는 재미사회에 민주당의 텃밭을 만들 일꾼으로 평가되기 있다. 김 의원은 재외국민 참정권 시행에 대해 한나라당보다 앞서 해외동포사회의 숙원사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김영진 의원은 미주한인사회 언론과의 대화가 있을 때마다 “우리 민주당은 우편투표를 찬성한다” “앞으로 이중국적 허용과 교민청 신설을 위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교민사회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민주당 역시 재외동포관련 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달 뉴욕을 방문한 서병길 민주당 재외동포특위 위원장의 행보를 통해 민주당의 발 빠른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서 위원장은 지난 2월 뉴욕 금강산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빠른 시일 내에 뉴욕에 민주당 재외동포특별위원회 뉴욕 지부를 설치할 계획이다”면서 “이를 통해 동포들의 여론과 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다 현실적이고 동포들의 바라는 정책을 생산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참정권만으로는 완전한 재외동포정책이 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재외동포들의 실질적 권익신장을 위해 재외동포청 신설과 이중국적 허용을 위한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위원장은 지난 1978년 도미, 뉴욕에서 언론생활과 사업체를 운영하다 1990년대 중반 한국으로 귀국해 건설업을 운영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민주당 재외동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 위원장은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참정권만으로는 완전한 재외동포정책이 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재외동포들의 실질적 권익신장을 위해 재외동포청 신설과 이중국적 허용을 위한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에 관련법을 국회에 상정, 입법화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면서 “참정권이 통과된 상황에서 재외동포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주재국에서의 법적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동포 정책을 체계적으로 담당할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현재의 재외국민 참정권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동포들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재외동포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확실히 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포청을 설치해 이민 2~3세를 비롯해 시민권자까지 포용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5일 국회를 통과한 재외국민 참정권과 관련해 미주사회에서 요구하는 우편투표제에 대해서 민주당은 구체적인 우호적 입장을 밝혀 교민사회의 공감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불합리한 내용에 대해 검토, 개정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영주권자의 갈길


한편 참정권 실시가 임박하면서 동포사회 일각에서는 참정권이 미 주류사회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미 주류 정치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인 정치인의 입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선거에서 어바인시 시장에 당선된 강석희 시장은 한국의 재외동포 참정권이 영주권자까지 확대함으로써 미주 한인사회가 주류사회로 진출하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주류사회의 정치인으로 발돋움한 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해외동포에 대한 투표 허용 조치가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회견에서 “한국이 해외동포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한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 영주권 소지자들이 미국의 주류 사회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한국의 정치, 사회적 움직임에 더 관심을 쏟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시장은 “벌써부터 미국 동포사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를 표방하는 그룹들이 세 불리기 경쟁을 벌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동포 투표권 부여를 계기로 동포 사회가 한국 사회의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바인시의 시정을 이끌고 있는 강 시장은 “미국에서 영주권자가 됐다는 것은 일단 미국에서 죽을 때까지 살겠다는 뜻”이라며 “그렇다면 미국 이민자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 진출하고, 한인 동포 사회의 역량을 키워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위기로 힘든 바로 지금이 한국계 동포들이 본격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해외 동포 투표권 보장을 계기로 동포 사회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이 같은 우려가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동포들의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으며 동포 언론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소상히 보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강 시장은 미국의 정치 무대에서 성공한 정치인으로서 한국 정치권이 안고 있는 제도적인 문제점으로 한국 정당의 공천 관행을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정당의 후보 공천 여부다.
한국에서는 중앙당이 후보를 공천하는 반면 미국은 철저한 당내 예비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한다. 소위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누구나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해 입후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시장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달 속도도 매우 빠르기에 언젠가 미국을 추월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한편 미주사회와 재일본사회의 일부 인사들은 실질적인 참정권을 위해 해외동포 중심의 정당의 필요성을 두고 선진국들의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참정권이 부활되었으나 명분상의 입법이어서 실질적인 해외동포 권익에 미흡하다며 이후 해외동포 유권자로 구성된 정당 창설을 꾀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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