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몽준, 세종시 수정안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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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몽준(MJ) 대표와 박근혜 전대표가 2일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또다시 정면충돌하면서 여권의 세종시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수정 반대 입장을 우회 비판하고, 이에 박 전 대표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두 사람간 충돌은 지난달 18일 세종시 당론변경 문제를 놓고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 받은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특히 친이(친이명박)계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우호적 여론형성 및 당론변경을 위해 조직적으로 나설 조짐을 보이고, 이에 친박(친박근혜)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한나라당이 점점 실질적 분열국면을 향해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정 대표 발언에 대해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혼잣말로 “말도 안되는..”이라며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앞서 정 대표는 전날 친이계 세종시 토론회에 참석, “박근혜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일 것”이라며 “허심탄회하게 대화, 토론하면 해결책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세종시 수정안을 위한 당론 수렴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정 대표를 정면 공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박 전 대표를 거듭 우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약속의 준수는 그것 자체로 선하지만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성적으로 따져야 하고 냉철한 고민도 필요하다. 하나의 결정이 이뤄졌다고 해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재고하는 일이 반드시 나쁜 일인가 하는 고민도 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자신의 의욕과 야심에서 국가 대사를 자기 본위로 해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면서 정말 나라를 위해 일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세종시는 `약속지키기’와 `국가의 미래’라는 두개 가치 사이의 딜레마”라며 “이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세종시 원안를 고수하는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과거형의 `약속지키기’로, 세종시 수정을 지지하는 자신의 가치를 `국가의 미래’로 각각 구분, 대립구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는 세종시 해법과 관련해서도 “당내 의견 차이는 문제에 대한 진단은 같은데 처방에 있어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서 “수술을 해서 대못을 뽑아내느냐, 아니면 그냥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할 것이냐의 차이”라고 규정했다.
여권 내 유력한 대권주자 중 1명인 정 대표가 `미래’라는 키워드로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함으로써 `신뢰.약속’을 내세운 박 전 대표와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워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핵심의원은 “정 대표 연설에 엉뚱한 내용이 너무 많다. 당내에서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면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혼자 독야청청하려는 여당 대표의 연설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역학구도 재편

정 대표와 박 전 대표 간의 갈등이 현실화 되면서 한나라당의 역학 구도도 재편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 주류 측과 정몽준 대표 측이 손을 잡기 시작한 것. 이들은 세종시 수정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 측에 맞서 공동 전선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친이 측은 “세종시 수정론이 밀릴 경우 당 운영의 주도권은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그에게 맞설 대항마를 필요로 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자신들을 대신해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자 강한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해 9월 대표직 승계 이후 주류 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던 정 대표는 세종시 수정 논의를 주도하면서 박 전 대표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키우고 친이계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만 잘 처리되면 ‘친이계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듯하다.
일부 친박 인사와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3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 대표와 친이 주류 측은 일절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조기 전대 논의가 세종시 문제에 집중해야 할 당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친이계 일각에는 조기 전대가 박 전 대표의 당권 장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기에 앞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친이계의 위기감

하지만 친이계와 정 대표 측이 손을 잡은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위기감에 비롯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몽니’로 세종시 추진이 어렵게 되면 당이 서서히 박근혜 중심으로 돌아가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개헌론 등 중요한 정무 사안에 대해서도 친이세력이 과감하게 치고나갈 수 있는 동력도 약해진다. 박 전 대표의 급격한 부상은 이 대통령의 급격한 추락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세종시 패배는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을 조기에 초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세종시 전쟁에서 친이계가 친박그룹에 패배하게 된다면 향후의 지방선거 공천과정에도 그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세종시 수정안의 당론 변경이 확정돼야 4월 국회에서 처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세종시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뜻한다.
현 지도부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이 대통령의 무책임한 세종시 추진에 대한 반작용으로 친이세력의 지방선거 공천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막후에서 현 지도부와 조율하면서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 대통령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최악의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 관철 명분도 잃고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타의에 의해 공천 균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의 차기 집권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2006년 당 대표로 있을 때 그해 실시된 지방선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효과는 다음 해 열린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심에서 이명박 후보를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 때도 최대한 많은 ‘친박 당원’들을 확보해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보수층 일각에서는 이번 세종시 전쟁으로 여당의 분당 및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이 깨끗이 세종시 후퇴를 선언하고 혼란한 정국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친이세력 내부에서는 물론 이 대통령의 장외 지원군들도 세종시 후퇴를 외치자 청와대도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전쟁은 당.정.청의 따로 노는 행보 속에 점점 백기를 드는 상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작심발언 이어질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일 58번째 생일을 맞았다. 동생 지만씨 내외, 조카 세현군 등과 자택에서 식사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오전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인사를 받는 것이 생일선물이라면 선물이라는게 주변의 얘기다.
지난해 57회 생일 당시에는 공교롭게도 청와대 회동이 겹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사랑하는 박근혜의 생일 축하합니다”는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고, 생일케이크도 자르는 등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대선 이후 계속되던 두 사람의 냉랭한 관계는 이를 계기로 적어도 수 개월간은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다를 전망이다.
정국의 최대 `뇌관’인 세종시 문제로 당내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간 날선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논란의 한가운데 서 온 박 전 대표가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사견이지만, 박 전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말을 아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수도권 과밀은 포화상태이고, 국토불균형 역시 도를 넘어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동해 균형발전을 선도하지 않으면 안될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가미래가 어둡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정안과 관련한 `민주적 절차의 결여’도 언급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정안을 만들고 당은 `거수기’ 역할만 하게 됐다는 문제의식을 박 전 대표가 지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도 “상대방이 사실 관계를 오해하게끔 이야기를 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그런 때에 가만히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달간의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본회의와 상임위원회가 빈번히 예정된 만큼, 박 전 대표는 이 때마다 국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와 관련한 박 전 대표의 `결기있는 발언’을 들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주호영 특임장관을 통해 박 전대표에게 생일 축하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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