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는 ‘잊혀진 사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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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는 미주한인 이민역사상 최악의 수난을 당한 ‘4.29 LA폭동‘ 20주년을 맞는 해다. LA코리아타운의 웨스턴 애비뉴와 6가의 2층짜리 한인 상가는 지금은 새모습으로 잘 단장 되어 있지만 20년전 그날 시뻘건 불기둥이 올라가면서 잿더미가 됐었다.


 


당시 불타버린 잔해에서 한인들은 서럽게 울었다. 지금의 코리아타운의 6가 거리는 밤이면 한인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타인종 젊은이들까지 함께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젊은이들 중 대부분이  ‘4.29’의 진실을 모르고 있다. 4.29 LA폭동의 피해를 당했던 한인들도 그 때의 일을 말하기 싫어하고,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4.29는 미주한인 역사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사건이다.


 


4.29 LA폭동에서 왜 한인들만이 최대수난을 당해야 했는지 그 진상을 파헤칠 과제가 한인 커뮤니티가 해야할 일이다. 특히 폭동으로 실추된 한인들의 명예를 회복해야만 하고 이에 따르는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또한 1000만 달러에 이르는 성금 진상도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2012 4.29폭동 20주년을 맞이하는 한인사회는 이같은 가장 중요한 과제를 회피하며 하나로 단합하지도 못하고, 뿔뿔이 자신들만의 4.29행사를 추진하고 있어 뜻있는 사람들은 ‘4.29정신의 실종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20세기만 하더라도 미국이란신세계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21세기가 시작하자 마자 ‘9.11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미국이 가장 부강하고 건강한 나라라는 믿음이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도 보여 주었다.


 


또 이제는한국인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납치를 당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민족으로, 글로벌 시민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미국 땅의 우리 한인들도 변화하는 세계에서 한인들의 정체성을 결정짓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세계화로 나가는 환태평양 시대에미국 속의 코리안으로 1세와 2세들이 더 나은 세계를 위해 꿈과 희망에 과감히 도전해야 할 시기이다. 이 도전을 위해서는 미주한인 이민 100년 역사에서 가장 암흑기였던 ‘4.29폭동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20년 전  코리아타운이 3일 동안 화염에 덮이고 폐허가 되었다. 한인 수만 명이 생명의 위험을 당하고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미국정부는 가해자를 찾지 않고, 공권력의 책임과 처벌도 묻지 않았던 기이한 현상이 인권국가인 미국에서 발생했다. 4.29폭동 후엔 희생양으로 피해를 당한 한인 커뮤니티에게 어떠한 배상이나 보상도 없었고 복구대책도 없었다.


 


1965년 왓츠 폭동 후 미국정부는 흑인 커뮤니티에 엄청난 복구자금을 지원했다. 역사에서 최초로 백인들에게 약탈과 수탈을 당한 인디언들에게 보상과 배상이 이루어졌다. 2차 대전 당시 수용소로 강제 수용됐던 일본인들에게도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왜 4.29폭동에서 집단적인 피해를 당한 한인사회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가. 그것은 우리가 소리를 내지 않고 정의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A코리아타운은 1992 4 29, 미국역사상 가장 큰 도시폭동(4.29 LA폭동)의 최대 희생자였다. 폭동 3일간 무법천지가 된 코리아타운은 도시폭도들에 의해 방화, 약탈 그리고 파괴로 잿더미가 되었다. ‘아메리칸 드림이 화마로 그을린 채 사라졌다. 불타는 코리아타운의 한인상가들 앞에서 아낙네들의 통곡 소리가 비극을 보여 주었다.


 


23백개의 한인 업소가 파괴되고, 수만 명의 한인 이민자들이 생존에 위협을 당했다. 한인들의 재산 피해만도 LA시 전체 피해 액수인 1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인 4억 달러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20년이 흘러간 지금은 4.29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의심할 정도로 잊혀져 가고 있다.


 


해마다 다가오는 4 29일을 기념할 때면 커뮤니티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4.29의 비극을 잊지 말자고 외치고 있으나, 기념식장 밖으로 나서면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라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


 













 


 


한흑갈등은 아직도


 


지난 2010년 폭동 18주년을 맞아 아시안언론인협회(AAJA)가 주최한 4.29 관련 컨퍼런스에서 한인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 나왔다. 폭동 발생 후20여년이 기간이 지났어도 한흑관계는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좁다는 지적이었다.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에서 실시하는 여러가지 활동들이 많이 있으나 양 커뮤니티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과제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4.29폭동의 진상을 규명하거나 조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경원 원로기자는 당시 사건을 재조명하는 기사나 다큐멘터리는 거의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커뮤니티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또 다른 LA폭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적했었다.


 


4.29 폭동 20주년을 맞이해 이를 준비하는 한인 단체들이 있다. 한미연합회(KAC) LA지부는 4.29 폭동 사진전과 기록물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UC리버사이드 김영옥연구소는 교수 언론인 등의4.29폭동 20주년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고, 한인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KCCD)는 대규모 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4.29폭동을 주제로 한 성공적인 다큐 <칼러의 충돌>을 제작했던 데이빗 김 변호사는 4.29의 진상 고발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한미연합회(KAC)‘4.29 폭동에 관한 한국어 자료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이른바 ‘4.29 영구보존 프로젝트  관련 한인 단체들과 함께 추진한다. 이같은 작업은 늦은감이 있지만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역사의 사건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후세에게 전한다는 점에서 우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28일 코리아타운 다울정에서 KAC는 한미변호사협회(KABA), LA한인상공회의소(KACC), 한미민주당협회(KADC), 한미공화당협회(KARA), 한인청소년회관(KYCC), 한인타운노동연대(KIWA),  재미한인봉사자 협회(PAVA), 한인가정상담소(KAFSC) 11개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4.29 폭동 당시 한인 언론이 보도했던 기사들을 영문으로 번역해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날 KAC 그레이스 유 사무국장은 “LA폭동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된 한인 언론의 보도에는 한인들의 아픔과 긴박감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주류 언론보도에서는 이것이 반영되지 않았었다한국어 보도 자료 및 기록들이 파손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이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 보존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폭동 20주년을 맞는 내년 429일 영문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할 계획이라며앞으로 온라인을 통해 쉽게 자료를 찾아볼 수 있고 또 1.5세 및 2세들에게 이민사회 역사를 교육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인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KCCD)  4.29폭동 20주년을 맞아 한인과 흑인 라티노와 백인 등 모든 커뮤니티가 하나가 되는 화합의 축제로 거듭나도록 하는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언어·문화·인종·사회·정치·경제의 벽을 넘어4.29 LA폭동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범커뮤니티 축제 한마당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KCCD는 이를 위해 한인과 흑인은 물론 유대계, 일본계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참여하고 정치,종교 등 각 분야 리더 50여명이 모인사이구(SAIGU) 위원회도 발족했다. 이 행사의 공동의장은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 마크 리들리 토마스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존 페레즈 주하원의장이 맡았다.


 


사이구 위원회 2012 4 29일까지 앞으로 5개월동안다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세우자는 캠페인을 펼친다고 한다. 캠페인은 대화의 날, 경제개발 버스투어, 다문화 푸드페스티벌, 타운홀 미팅, 촛불 추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4.29폭동 20주년인 오는 4 29일에는 6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LA다운타운주님의 영광교회에 모여 아픈 기억을 나누는 화합의 장을 연 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평화대행진을 LA시청까지 벌인다는 계획이다.


 


사이구 위원회는 “19년 전에는 인종·경제·정치적 차이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20주년을 계기로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이제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야 한다 “4.29는 화합의 장이고 이 화합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4.29를 이용치 말라


 


그러나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같이 일부 단체에서 4.29폭동 20주년을 축하하는데 그친 이벤트성 행사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4.29폭동 20주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4.29’의 진상규명이 이뤄진 다음에 화합과 축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원 원로기자는 한인 커뮤니티가 잊혀진 사건이 되어진 4.29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 작업이 선결이다면서 우리들은 일본 커뮤니티가 40년에 걸쳐 2차대전 당시 수용소 사건을 규명해 끝내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4.29폭동 20주년을 조명하는데 전체 한인사회가 단합의 계기로 많은 단체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각자 단체들의 활동 과시 등 자신들의 주장을 보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4.29폭동 당시 불타는 타운을 지키는데 헌신했던 해병 출신 정광원 전 해병전우회장도 일부 한인 단체들의 4.29행사는 다분히 정치적이다면서 실제로 4.29폭동 당시 희생적으로 헌신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치 않고 자신들의 단체 홍보에 열성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4.29 피해자 제이슨 김씨는 “4.29를 명분으로 기금이나 타내려는 단체들의 사업은 4.29 피해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29폭동 10주년이 되던 지난 2002 4월에 ‘4.29 폭동백서’(발행인 홍사일)가 출간됐다. 이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4.29 폭동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자료집이다. 홍사일 발행인은 백서 출간 목적이 “4.29 폭동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동포사회의 화합을 이룩하고 민족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4.29폭동 20주년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우리사회에 4.29 진상을 규명하는 범동포사회의 캠페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4.29를 잊고 있다는 것이다. 4.29를 잊으면 또 다른 폭동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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