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집안불화에 무너지는 박근혜 캠프 위기감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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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이렇다 할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내에서 불거지는 ‘십상시’ 논란으로 다시 한 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십상시(十常侍)란 중국 후한(後漢) 말 영제(靈帝) 때 어린 황제를 둘러싸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10명의 환관에 빗대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십상시란 박 후보와 15년간 호흡을 맞춰온 4명의 의원회관 보좌진을 당내에서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4대 천왕 또는 내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보좌진들은 각자 정책•조직•정무•일정 등을 맡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박근혜 후보가 지난 한 달간 정수장학회나 인혁당 사건 등 민감한 이슈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지지율을 까먹고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런 불통(不通)의 책임이 바로 이 보좌진들에게 있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들이 문고리를 잡고 박 후보의 눈과 귀를 막아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원색적 표현을 빌어 보좌관까지 비난하는 작금의 현실은 새누리당의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야권 단일화라는 이슈에 밀려 이렇다할 반전카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것이다. 한 때 대세론을 외치며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위세를 떨치는 박 후보가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패배의 길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무게감이 실린다. 사분오열 직전인 새누리당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4대천왕으로 꼽히는 이들은 박 후보의 보좌진인 이재만•이춘상 보좌관과 안봉근•정호성 비서관등이다. 여기에 당내 다른 실세 보좌관들까지 더해 ‘십상시’란 표현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비판의 칼날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이유는, 박 후보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언론에서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문 작성에 관여한 인사가 이들 보좌진과 영남대 교수인 최외출 기획조정특보, 그리고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인 현경대 전 의원뿐이었다고 보도하자, 당과 캠프 주변의 목소리는 더욱 격앙되었다. 곧바로 책임론이 불거졌고, 보좌진 4인방이 전횡을 일삼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보좌진이 문고리 권력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박 후보가 걸어온 길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박 후보는 여간해선 정치인을 믿지 않는다. 아버지를 끔찍이 모시던 정치인들이 10•26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를 봤던 배신(背信)의 기억 때문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욕(私欲) 없이 자신을 보좌해온 이들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 당내 정설이다.

박 후보와 보좌진 4인방의 인연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후보는 1998년 실시된 대구 달성군 보궐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하면서 보좌진 4인방을 받아들였다. 보좌진 4인방이 박 후보의 정치 인생 처음부터 자리 잡은 셈이다. 보좌진 4인방은 박 후보의 신뢰를 얻었다. 입이 무거워 박 후보의 말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 후보의 ‘입맛’에 딱 맞는 보좌진들이었다. 튀지 않는 스타일도 박 후보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박 후보의 신뢰를 얻은 보좌진들이 박 후보 주변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새누리당 내에서 박 후보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의원은 거의 없다. 보좌진을 거쳐 박 후보와 접촉한다. 자연스럽게 보좌진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박 후보에 대한 의원들의 보고나 통화 요청을 보좌진이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친박 진영에선 “이들이 웬만한 배지(국회의원)보다 더 세다”는 말도 한다.


웬만한 배지보다 힘 세


이들은 박 후보가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선 작년 10•26 재•보선부터 한 그룹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드러났다. 당시 친박 의원실에 소속된 보좌진과 외곽에서 활동하던 실무진이 회의체를 만들어서 박 후보의 재•보선 유세 활동을 지원하고 전략 수립에도 참여했다. 당내에선 “친박 안에는 ‘보좌관 8인 모임’이 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작년 말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비대위원 인선 실무도 담당했다. 비대위원 후보 중 고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박 후보의 뜻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이도 있었다. 올해 초 총선 공천위원 인선에서도 후보군을 압축하거나 기본적인 검증을 하는 일의 일부가 이들에게 주어졌다.
박 후보는 이 보좌진을 ‘믿고 일할 사람들’이라고 본다는 게 친박 인사들 얘기다. 한 친박 인사는 “친박 핵심이라는 모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현안에 대해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었더니 박 후보로부터 ‘누구누구 보좌관과 상의하시라’는 답이 왔다더라.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때 ‘박심(朴心)’이 어디에 있는지를 헷갈려했던 일부 의원들은 이들에게 박 후보의 뜻을 묻기도 했다.


이유있는 변명아닌 변명


물론 당사자들은 이런 논란에 대해 ‘말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본질은 보좌관들이 아니고 책임을 떠넘기는 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의원들이 무슨 사안이 생기면 박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본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자신의 소신을 말하려 하지 않고 박 후보 마음에 드는 말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좌진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구조라고 말한다.



또 자기들이 판단하기에 반드시 박 후보가 가야 하는 일정이 있으면 직접 박 후보에게 “이 행사는 가야 합니다”고 말하면 되는데, 꼭 보좌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좀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혹시라도 “바쁜데 이런 일정까지 가져 오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역정이라도 낼까 봐 겁이 나서다. 그리고 자기가 얻은 정보가 있으면 박 후보에게 직접 보고하면 되는데도 보고서를 만들어서 이들에게 전달한다. 이 역시 혹시라도 정보가 틀리면 그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4대 천왕’에게 의원들의 동향과 일정, 정치권의 정보가 모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보좌관들이 하는 변명이다.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이 너가 더 세느니 하면서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런 모습들은 사실상 박 후보의 불통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진짜 위기는 이런 내분으로 인해 박 후보의 ‘불통’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선 박근혜 대선 후보의 ‘불통’ 이미지가 다시 확산되면서 대선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불통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이젠 ‘상수’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적’ 가라앉는 새누리호


“두개의 판결이 있다”고 한 인혁당 사건 발언도 그랬고 지난 21일 정수장학회 발언도 마찬가지다.
정수장학회 논란을 매듭짓기로 한 지난 날 기자회견은 논란을 확산시키는 회견이었다는 지적이 많다.특히 “법원에서 강압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패소판결을 내린 것으로 안다”,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다”고 한 발언은 역풍까지 분바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자회견을 담당하는 공보단이 후보가 언론과의 일문일답을 갖는지도 몰랐다는 점이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일문일답을 한다면 예상질문을 추린뒤 답변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거치는 게 기본인데 이마저도 서로 상의하지 않았다. 지역 총선도 아니고…”하며 혀를 찼다.













인혁당 발언시엔 방송 출연전 질문지까지 주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막판에 후보가 수정을 해 무슨 내용으로 나갈지 몰랐다고 전해진다. 공보단 관계자는 “박 후보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해 말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박 후보가 알아서 하기엔 ‘사고의 틀’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과거사와 관련해선 수십 년간 이어져온 생각이 고착화돼 있고, 여기에 주위 조언도 들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개별 사안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사법부 판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의 불통 행보에 당 내부에선 해법에 대해서도 거의 체념상태다. 대선고지를 코앞에 둔 새누리호로선 불난 배를 보고도 그냥 둘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朴 사생활 의혹제기 역풍 불수도


이런 박근혜 후보의 신비주의 사생활도 이들 4인방의 장막에 가려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곧 터질 것 같았던 마약쟁이 동생 박지만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관련된 부산 삼화 저축은행 비리 의혹도 잠잠하기만 하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에서 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베일에 가렸던 사생활 문제도 어찌된 영문인지 감감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확실한 물적 증거 없이 네거티브에 가까운 의혹들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급락하는 박후보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마지막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에 최근 재판이 진행중에 있는 정수장학회 탈취사건과 관련 박후보의 5촌동생들의 피살- 자살 사건에 동생 박지만의 청부살인설 의혹에 무게가 더해가도 있다는 소문도 불거져 나온다. 만약 대선 전에 이런 악재들이 돌출된다면 박 후보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상 이런 문제들을 표출하지 않고도 무난히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민주당과 야권은 애써 이를 무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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