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기내각으로 본 인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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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이 출범 1주일을 남겨놓고 장관 및 비서진 인선을 마무리했다. 선거 때부터 국민대통합을 얘기했던 박 당선인의 인사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감동도 통합도 없는 인사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오히려 셀 수도 없이 많은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며 새 정부 출범의 원동력만 약화시키고 있다. ‘성시경’ ‘위성미’ 등 비아냥거리는 신조어만 판 칠 뿐이다. ‘성시경 인사’는 ‘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들이 새 정부 주요직에 대거 발탁된 데 따른 비유다. 이처럼 ‘성시경 인사’는 이명박 정부 첫 번째 내각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인사) 내각을 연상시킨다. ‘고소영’이라는 인사 별칭은 이후 ‘강부자’ 내각이라는 말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인수위 때부터 시작된 인사 난맥상은 박 당선인의 지지도를 40%대에 머물게 만들고 있다. 특히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했던 여권이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본지가 최근 지적했던 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만 어른거릴 뿐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초기 내각과 비서진에 발탁된 인물들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어느 정도 읽힌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국민들은 박 당선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연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목표는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구호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와 이를 뒷받침할 인물들은 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경제나 복지 정책에서 성장론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아직 복지 공약 실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방향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증세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성장론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 시장론자인 현오석 후보자를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에 기용하는 등 인선에서도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박 당선인의 사람을 고르는 것과 이로부터 유추되는 국정운영 스타일도 아버지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다. 이번에 중용된 인물들은 대부분 고시에 합격한 관료이거나 교수 출신의 전문가들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인선과 똑같다. 심지어 이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 치세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1974년부터 6년간 ‘박정희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해 ‘부녀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975년 ‘박정희 개발성장’의 밑그림인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은 부친에 이어 박 당선인과 대를 이은 인연을 맺게 됐다.


박정희 청와대 그대로 옮겨놔


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박 당선인에게 집중되는 ‘1인 통치 방식’도 나타난다. 이번 인선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통해 내각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나타났듯 박 당선인만 쳐다보게 하는 리더십이 ‘박정희 시대’가 30여년 흐른 상황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 과정에서 현장 방문 경험을 전하며 정책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가 향후 주요 인선을 총괄하는 만큼 부처 장관들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강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박 당선인과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정희 시대의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이제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초석을 놓겠다”고 했다. 안상훈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앞서 박 당선인의 ‘창조경제론’을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무색해진 탕평 인사


박 당선인은 그동안 ‘100% 대한민국’ ‘대탕평 인사’를 약속해 왔다. 하지만 인선 결과를 보면 그런 약속이 무색하다. 대선 캠프 인사와 친박근혜계 인사, 대통령직인수위원 출신이 내각과 청와대에 대거 포진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고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원조 친박 좌장격이다. 이정현 정무수석 내정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도 핵심 친박 인사다.
출신지역과 출신학교, 성별 안배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성균관대 출신이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에 후보로 지명되거나 내정됐다. 지역적으로도 박 당선인과 국무총리, 비서실장 모두 영남 출신이다. 일부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당시 고위직의 자녀여서 ‘2세 정치’ 논란도 일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임에도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는 중 여성은 단 2명뿐이다.












 ▲ 국민대통합 거국 내각을 구성하겠다던 박당선자의 이번 내각구성은 한마디로 치졸하고 얄팍한 인사로 자기 사람들과 박정희 인맥으로 점철되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밀봉’ ‘깜깜이’ 인사 스타일은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 내내 고수했다. 어떤 직책이, 언제 발표될지는 최측근들도 ‘조짐이 없다’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윤창중 대변인은 지난 12일 다른 현안으로 기자들과 대화 중 박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인선 발표 일정을 잡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대변인이 인사를 발표하면서도 인선 배경은 물론이고, 내정자의 인적사항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폐쇄적인 인사는 부실 검증으로 이어졌다. 첫 인선이었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증식,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으로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자진사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 당선인과 협의 하에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개인 비리로 물러났다.
박 당선인은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음에도 장관 후보자를 강행 발표했다. 야당이 반발하면서 정권 출범도 전에 여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런 ‘나홀로’ 독불장군식 인사 방식을 고집한다면 5년 내내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더기 낙마 가능성도


독불장군식 인사는 20일 시작된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27일 이후에 있을 장관 청문회까지 제2의 김용준 이동흡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은 “제2의 낙마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내정자들은 벌써부터 도덕성과 자질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것은 총리와 장관뿐이지만 청와대 수석들이 받고 있는 의혹이 커질 경우도 국정운영의 차질은 피할 수 없다.
심각한 것은 의혹이 한 두 사람이 아닌 전방위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내정자의 수가 더 적을 정도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증여세 회피 의혹을 받고 있다. 16억원대 아파트를 딸에게 증여하면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증여세를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1년 말 솔로몬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기 직전 2억원의 예금을 인출했다. 저축은행 위기 당시 정부 고위 경제관료들은 뱅크런(대량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예금을 하기도 했었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는 무기수입중개업체에서 자문이사로 근무하며 2년간 2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2사단장 재직 시 부대 위문금을 본인 통장으로 관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후보자 측은 “통장의 명의는 본인이 맞지만 통장 관리를 사단의 참모장에게 맡기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내정자는 1986년 부인 및 당시 8살이던 장남 명의로 경북 예천군 임야 21만여㎡를 매입했지만 장관 내정된 뒤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증여세를 납부하기도 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벨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 지난 2005년 CIA가 설립한 ‘인큐텔’이라는 IT업체 창립에 관여하고, 2005년까지 이 회사 이사로 근무했다. 이 회사는 CIA로부터 매년 3700만 달러 가량을 지원받아 운영됐다. 또 김 내정자에게 ‘벤처 신화’를 안긴 유리시스템즈에는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이 이사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과 원자력ㆍIT 등 산업 기밀을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자리에 김 내정자가 적합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그의 손위 처남이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가 지난 12일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했고 김 내정자 지명 이후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장관 지명 사실을 사전에 알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는 “그 회사가 신주를 발행한 사실을 몰랐다”며 “장관 내정 발표까지의 과정이 급하게 진행돼 얘기할 시간도 없었고 신주 발행 일정도 장관 인선 시기와 맞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내정자는 국회의원 시절인 2009년 2월 지역구인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증설 계획을 갖고 있던 한 골프장 대표와 증설 허가권을 가진 해병대 사단장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의 경우 부인이 1988년 노원구 하계동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부인만 서울 둔촌동 집에서 하계동 아파트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나타나 투기성 위장전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 역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부인의 농지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부인은 지난 1997년 8월 경기 파주 운정 신도시 인근 농업진흥구역 내 논 2필지(4천㎡)를 취득하면서 ‘농사 경력 1년, 선진 영농 매진’이라는 내용의 영농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땅 값은 그 사이 9배나 뛰었다.

허 내정자는 1976년 왼손 검지와 중지, 약지 등 손가락 마비 증상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그러나 손가락 마비는 병역면제 비리에 악용한 사례가 많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허 내정자는 “고교 졸업 후 폐결핵을 앓아 손가락 마비가 왔는데 지금은 치료를 통해 호전됐다”고 밝혔다.
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는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중 한 두 사람만 낙마한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동력은 현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선인은 또 다른 사람을 찾아야하고 언론은 그 인물 검증에 또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대통합이란 박 당선인의 캐치프레이즈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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