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또 한 번의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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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선 후보 시절 그토록 자신 있게 주장했던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말은 거짓이 된지 오래되었고 1년 만에 가진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정구죽천(丁口竹天:가소(可笑)을 풀어쓴 말)에 그쳤다.
불통이라는 지적에 대해 소신과 원칙이라며 피해갔고, 경제문제에 관해서도 아버지 박정희의 5개년 계획을 그대로 답습한  ‘경제계획 3년’ 프로젝트라는 내놓으면서 3년 안에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노라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 댔다.
한반도 위협 문제와 관련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철딱서니 없는 말로 남북문제에 관한 중대한 이슈는 외면하고 시종일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전에 짜 논 각본을 읊어대는 표정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기자들은 사전에 주어진 질문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질문을 하고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머리를 숙여가며 참모진이 써준 대본을 읽어댔다.
이 장면이 바로 박대통령이 취임 후 1년 만에 가진 신년기자회견을 본 국민들은 아연실색 박장대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 회견을 둘러싼  ‘각본-감독 청와대, 주연 박근혜 대통령, 조연 언론사’ 2014년 신년기자회견의 모습을 정리해 보았다.
조현철(취재부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느낀 이상한 점은 박근혜 대통령은 질문한 기자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답변을 했는데 알고 보니 참모진들이 써 준 원고를 읽느라 계속 고개를 숙인 것이다.
80분 동안 생중계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표정은 국민들이나 시청자에게 신뢰와 안정성을 주기 보다는 대본을 읽기 바쁜 얼굴 표정이었다.
아무리 각본대로 질문한 것이라도 당연히 국민과 대화를 하듯 정면을 바라보거나 기자들을 바라봐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을 가소롭게 여기듯 줄 곳 고개를 숙이고 말하기를 연출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꾸 고개를 숙인 이유는 사전에 준비된 대본을 읽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는 이미 사전에 질문할 기자들의 순서와 질문 내용을 작성해 놓고, 그 순서와 질문 내용에 따라서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우롱하는 기자회견


1년만에 가진 국민과의 대화는 아니더라도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어 국민을 우롱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기자회견 모습이다. 또한 기자들도 사전에 질문 주제가 있어도 기자라면 최소한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사명감을 망각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행태는 기자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태도였다. 당면한 현 과제와 문제점을 한 가지도 질문하지 못하고 짜 맞추기식 질문과 답변으로 일관해 국민들을 기만했다.
사전에 청와대의 연출과 각본에 따라 질문만 하는 기자, 대본을 보기 바빠 얼굴을 들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박대통령과 수십명의 각료들과 비서진들을 병풍처럼 뒤에 앉혀 놓고 읊어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사상이나 철학, 국정운영 방식을 밝히고 잘못된 국정운영이나 정치력을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모습이 어쩌면 그리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대로 닮았는지 모를 정도로 어투나 행동 모습이 영판 없었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불통’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최소한 올해는 말이라도 대화와 소통의 정치를 펼치겠노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혹시나’했던 기대감은 ‘역시나’로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에 대해서 ‘수용만이 소통이라면 사회 왜곡’, ‘진정한 소통은 적절한 타협과 다르라’는 생뚱맞은 표현으로 은근슬쩍 피해갔다.
대선 부정 문제와 증세논란 복지문제에 관련해서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며 해결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연신 원고를 보느라 고개를 숙인 채 굳게 입을 다물고 국민의 눈을 똑바로 보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다.


입맛에 맞는 언론사만 질문 기회


이번 기자회견은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이라는 점에서 내심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취임 후 316일 만에 열린 첫 기자회견이라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대국민 선전포고와 강경책’을 말하며, 불통 논란 그 자체로 국민에게 재난과 재앙을 예고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그녀의 내시들과 십상시인 정홍원 국무총리 등 내각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양옆에 포진시켜 놓고 기자회견을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시종일관 혹시 박 대통령이 ‘불통-소통’에 관한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바로 ‘국민과의 소통’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불통논란’이 인수위 시절의 인사파문으로부터 가장 최근의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의 국정난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소통에 대해 전향적인 인식과 태도를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하는 것이 이번 기자회견의 관건이자 핵심이었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의 모두에 밝힌 올해 국정구상의 양 축인 경제활성화 계획(경제개혁 3년)과 통일 기반 구축(통일은 대박)이라는 비전도 소통이라는 시대적·국민적 담론과 결합한다면 국정운영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이번 기자회견에서 향후 국정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소통을 단호히 거부했다. 먼저 언론 장악의 효과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언론사들에게만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꼼수를 부렸고, 미리 준비한 질문과 답변으로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넘어가는 영악함을 보였다. 또한 직접적으로 소통에 대해서도 “기계적인 만남이나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소통하고 타협하는 것이 소통이냐, 그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고,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한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이 생각하는 소통과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에 커다란 간극이 놓여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태도는 소통의 개념에 대한 오해 혹은 왜곡에서 비롯된다.  지난 연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사회적 현상은 박 대통령의 소통방식 개념과 그 진정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오만불손 후안무치 불통정치


브로그 ‘바람부는 언덕’의 운영자는 ‘지난 1년 동안의 국정운영 과정 속에 아마도 박 대통령 만큼 ‘국민’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다음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오매불망 국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박 대통령의 마음과는 다르게 정작 국민들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박 대통령에게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불통대통령’이란 오명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의 불법부정을 거론하며 사퇴를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것은 박 대통령의 언행 속에 국민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단한 삶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국민들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얼어붙은 마음을 위로해주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하소연에 으름장으로 대응하고, 오히려 자신이 위로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면 당연히 국민들의 마음이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이 부족하다’, ‘측근들에 둘러싸여 밀실정치를 한다’, ‘제왕적 정치를 한다’는 등의 지적을 받아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릇 서로 다른 의견이 소통하고 경쟁하며 그 안에서 합의점을 찾고 미래에 대한 생산적인 고민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대의민주주의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다. 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외면한 채, 소통의 진정한 의미조차 모르는 채 박 대통령과 이 정부는 ‘자랑스런 불통’을 보란듯이 입에 담는다.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이번 기자 회견은 쌍방향 소통이 되어야 할 기자회견의 일반적 관습을 뒤엎음으로써 일방통행의 위선과 기만을 국민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켜 준 채 ‘쪽박’으로 끝이 났다. 박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실체 없는 신기루 같은 경제 활성화 정책 따위가 아닌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담고 있는 소통의 코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끝까지 외면하고 무시한다면 이 정부의 미래는 신년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쪽박’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인간의 입이 왜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지 그 의미를 잘 헤아려 보기 바란다. 그 속에 대통령과 이 정부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고 박근혜 정부의 쪽박을 점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퇴근 후 ‘뭘 하고 소일하느냐’는 질문에 두 마리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강아지는 생각이 없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청와대의 두 마리 강아지 처람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어 반가워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뒤뜰로 데리고 나가 산책을 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소아병적인 답변이 앞으로 남은 4년 임기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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