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악의 심각한 가뭄사태… ‘해결책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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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의 역사상 최악의 가뭄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가뭄은 이 미남서부 지역에서 500년 만에 닥친 가뭄이다. 한마디로 캘리포니아주가 탄생한 이래 최악의 가뭄이다. 브라운 주지사가 가뭄으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심각성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의 우기에도 가뭄은 계속될 전망 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우선 물 배급 시대가 올 것이고, 전기사용도 제한되고 자칫 하면 화장실 변기통 물을 마셔야 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또한 세계적으로 곡물, 과일과 채소의 곡창지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는 생산량의 감소로 가격이 폭등하고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조경원, 묘목원, 과수원 등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가뭄을 야기한 주범 중 하나는 서부 해안 대기 위에 형성돼 좀처럼 빠져 나가지 않고 있는 고기압 마루(ridge)다. 이것이 비를 몰고 오는 폭풍의 항로를 태평양 북서부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라고 국립기상대는 분석했다. 또 기상대는 내년에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미 서부지역 가뭄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현재 캘리포니아주는 거의 전 지역이 가뭄 상태에 있으며 네바다주는 81%, 유타주는 절반이 가뭄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가뭄은 올 겨울에 충분한 눈과 비가 내려줘야 해갈이 될 수 있지만 금년 겨울 엘니뇨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65%에 달하기 때문에 충분한 강우량을 기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스노우팩 수치(snowpack; 눈이 쌓인 수치, 이 눈이 녹아 여름에 수원‘水源’이 됨)는 정상치의 17%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가뭄을 부추긴 이유 중에는 자연재해에다 인재(人災)가  한 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악의 가뭄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 보았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이미 지난 1월부터 캘리포니아의 90%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주민 2500만명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NBC는 최근 “지금부터 6개월 동안 매일같이 비와 눈이 내려도 해결되지 않을 수준”이라고 보도 했다. 캐나다 CTV는 “남서부 가뭄으로 캐나다 채소와 과일 값이 곧 20% 오를 것”이라고 예상, 국제적 과일 채소 가격 폭등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이번 가뭄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국과 기업은 산업 개발과 생활 편의를 위해 그동안 수자원을 그야말로 ‘물처럼’ 흥청망청 써댔고, 환경론자들은 환경보호만 앞세워 용수 확충에 반대하다 다 함께 최악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반성이다.
환경단체들이 1970년대부터 댐과 저수지 확장에 맹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정부당국이 수자원 확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연산 연어 희귀 빙어 등 멸종위기 종 보호를 위해 막대한 분량의 담수를 사용 하도록 주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젖줄인 콜로라도 강까지 바닥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도시민 440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분량의 물이 동물 보호에 사용 됐다”며 “그 대가를 주민들이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2년 하원에서 생활용수 확충 법안을 발의 했지만 상원은 ‘환경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 등 7개주에 물을 공급하는 남서부의 ‘젖줄’인 콜로라도강 (총연장 2330㎞)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로키산맥의 발원지인 콜로라도강은 풍부한 유량으로 가뭄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 왔지만, 지금은 진흙탕 수준으로 전락했다.
콜로라도강에 물을 공급하는 미 최대의 인공호수인 미드호는 지난 1월 말 현재 수위가 해발 337m 로, 평소의 50%까지 낮아졌다. 각 주에 물을 배분하는 파이프는 해발 305m 지점에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수위에서 32m만 더 내려가면 주변 지역 물 공급이 차단되는 비상상황을 맞게 된다.
캘리포니아지역의 물 부족 사태는 단지 가뭄 탓이 아니라 ‘선벨트’의 무분별한 개발을 방치한 것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이른바 ‘선벨트(sun belt)’로 불리는 이 지역들은 1990년대 이후 20여년간 엄청난 인구 증가를 경험했다. 네바다주 인구는 216%, 유타주는 159%가 폭증했다.
선벨트에는 은퇴자와 자산가 등 비교적 여유 있는 중산층이 많이 산다. 이들은 집에 개인 수영장과 잔디밭을 두고 물을 마구 썼다. 당국은 그동안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2001년부터 10년간 캘리포니아주의 물 사용량은 23%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강물이 가뭄 조절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유정 굴착 중단하라” 시위

새크라멘토는 최근 가정집 정원에 물을 주는 실외 스프링클러 작동을 금지했다. 시민들이 집에서 물로 자동차를 세차하는 것도 금지 목록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주 전체에 걸쳐 제한 급수를 하는 특단의 방안 까지 검토 중이다.
레이크 포리스트 남쪽에 위치한 랜초샌타 마가리타를 관할하는 샌타 마가리타 수자원국은 지난 8월 주택소유주들이 각 가정의 수영장에 물을 새로 채우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샌타 마가리타 수자원국이 지난 8월 6일 발표한 조례안에 따르면 주택소유주들은 마당에 설치된 수영장이나 야외욕조에 물을 1피트 이상 새롭게 채울 수 없다. 즉, 수질 관리를 위해 기존 물을 빼내고 다시 채울 때 새로운 물로 1피트 이상 채울 수 없다. 당연히 물을 완전히 빼내고 새로 채우는 것도 금지된다. 현재 수영장이나 야외욕조를 설치하기 위해 공사중이라도 물을 새롭게 채우는 것 또한 금지된다.
만약 이러한 규정을 어기다 적발되면 하루에 최고 500달러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경범죄 혐의로 최장 30일까지 구금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초강력 물 사용 규제안이 발효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을 다른 시에서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실제로 OC내에서도 상당수의 시정부 혹은 수자원국이 비슷한 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최근 “마실 물도 없다. 식수로 기름 우물을 뚫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가뭄과 유정(油井)’ 굴착의 대결 이라는 기사를 싣고 “물을 마구잡이로 사용해서 유정을 굴착하는 기술이 물 부족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추출 등을 위해 2011년 이후 4만 여개의 유정(油井)을 뚫었다. 이 가운데 1만6000 여 곳이 물 부족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유정을 파기 위해 자갈이 섞인 고압의 물을 땅에 분사하는 ‘워터 제트’ 방식을 쓴다는 점이다. 유정 하나를 파는 데는 750만L의 물이 들어가며, 이런 물의 90%는 증발해 재활용도 안 된다. 시민단체에선 “주정부가 세금 걷을 욕심에 정유회사의 물 낭비를 방치했다”며 “가뭄이 지속되는 동안 유정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미국기상학회 회보에 발표한 최근 연구보고서에 온실가스로 인해 캘리포니아 가뭄이 악화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지난 두 차례 겨울에 태평양 위에 강한 고기압대가 자리를 잡아 태풍이 캘리포니아에 오는 것을 막았다면서 이 고기압대가 온실가스로 인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도 가뭄의 범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2차례 우기에 비가 오지 않아 면적의 80%가 ‘극심한 가뭄’ 상태에 놓이는 등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또, 5개 연구팀의 연구 결과, 지난해와 올해 초 호주를 강타했던 무더위도 인간 활동으로 인한 장기적인 기후온난화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또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연구진은 최근 사이언스지에 가뭄으로 인해 미국 서부지역 지각이 융기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지난 3년 동안 가뭄으로 인해 246조 리터의 지하수가 사라졌고, 엄청난 무게로 땅을 누르던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지각이 융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미국 서부지역 전역에 걸쳐 약 4mm의 지각이 융기했고, 산간지역은 평균적으로 1.5cm 정도 융기했다.
연구진은 미국 서부지역 곳곳에 설치된 정밀한 GPS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러한 사실을 얻어냈다. GPS와 위성이 주고받는 위치정보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표면의 위치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미국 서부지역은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연간 수천 회의 지진이 발생한다. 최근에도 샌프란시스코에 규모 6.0의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연구진은 지각 융기로 지진이 더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서부지역의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각종 농작물 생산 급감 가격폭등

CBS뉴스에 따르면 미국 농업 중심지이자 세계 9위 규모의 농업경제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가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각종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벌꿀의 10% 가량을 생산하는 최대 생산지이지만, 3년째 이어진 극심한 가뭄 때문에 꿀벌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작물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 8년 새 파운드당 3.83달러에서 6.32달러로 65% 상승한 벌꿀 소매가격의 오름폭이 향후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캘리포니아가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아몬드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파운드당 가격은 사상 최고치였던 2006년의 기록(2.81달러)을 제치고 3달러를 상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 밖에 지난해보다 생산면적이 각각 34%, 53% 줄어든 옥수수와 밀, 10년 새 60% 급감한 목화도 큰 폭의 가격 폭등이 예고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가뭄으로 최근 레몬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내 레몬 생산량의 91%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의 가뭄으로 레몬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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