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체이스뱅크 한인은행원 BSA규정위반 적발 20달러짜리…100달러짜리로 바꿔줬다가 FBI에 덜미

■ ‘2년 간 100만 달러 이상 고액권교환’ 유죄인정

■ 고액권교환 유사 돈세탁 은행원 정식기소 ‘경종’

이 뉴스를 공유하기

‘고액권 교환 시
은행원, IRS보고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

체이스뉴욕 한인밀집지역의 미국 메이저은행에 근무하는 한국인직원 등이 자신의 은행에서 불법으로 20달러지폐를 100달러 지폐로 바꿔주다가 미국 국세청 IRS에 적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은행텔러들을 통해 최소 1백만 달러 이상을 바꿔간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 돈은 탈세를 목적으로 장롱 속 깊숙이 감춰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유사 돈세탁이 형사사건으로 비화된 것은 지극히 드문 일로, 보석금이 무려 25만 달러나 책정된 것으로 밝혀져 한인은행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른바 연방금융법 현금거래규정위반(BSA)으로 의도적으로 돈세탁을 하기 위해 현금을 분산 예치하거나, 소액권을 고액권으로 교환하는 거래에 대해 은행은 의무적으로 IRS에 보고해야하는데 이 규정을 무시하면 당사자는 물론 은행까지도 돈세탁혐의와 보고위반혐의로 적발된다.
박우진(취재부기자)

현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종종 범죄의 타깃이 되는 아시안들. 특히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현금선호를 유명하다, 더구나 이들이 현금을 선호하는 것은 이들 자금을 수입 등으로 합법적으로 신고하지 않고, 은행에 입금하지 않은 채 집 안 깊숙이, 또는 은행의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지폐의 부피, 1백 달러짜리로 1만 달러는 지폐 100장이지만 20달러짜리로는 5백장, 백장들이 다섯 뭉치가 된다. 하지만 동양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소규모 자영업에서 1백 달러짜리를 모으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금을 몰래 숨기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은 1백 달러짜리를 모으는 일이다.

▲ 유사돈세탁혐의 은행직원상대 기소장

▲ 유사돈세탁혐의 은행직원상대 기소장

VIP고객 상대 은행원 BSA규정위반 체포

미연방국세청 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27일 뉴욕동부연방법원에 제임스 김 씨와 데니스 왕씨 등 한국인 1명과 중국인 1명을 연방금융보안법상의 돈세탁혐의와 보고위반혐의 등으로 비밀리에 [UNDER SEAL] 체포영장을 받은 뒤 5월 2일 이들을 검거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국세청 IRS가 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에 따르면 피의자는 뉴욕한인밀집지역인 퀸즈 플러싱의 JP모건체이스 뱅크에 근무하는 은행원들이다.

한인은행원인 제임스 김씨는 체이스뱅크에서 고액예금자를 담당하는 프라이빗클라이언트뱅커, 데니스 왕은 퍼스널뱅커로서의 업무를 담당했다. 일반텔러가 아니고 고액예금자등을 상대하는 업무를 맡다보니 자연스레 부자들을 알게 됐을 가능성이 크고, 예금유치 등의 차원에서 이들의 고액권 교환요구를 들어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임스 김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체이스뱅크 플러싱지점의 텔러들에게 20달러짜리를 100달러로 바꿔달라고 수시로 요구했고, 보통 한 번에 1만5천 달러에서 3만 달러에 달하는 20달러짜리를 100달러짜리로 바꿔간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수사관이 익명의 은행직원들을 면담한 결과 김 씨가 그동안 100달러짜리 고액권으로 바꿔간 돈이 최소 100만 달러는 넘는 다는 것이다. 한 은행직원은 2015년 3월과 8월 김씨가 20달러지폐를 100달러짜리로 바꿔갔고, 총액은 100만 달러를 넘는다고 밝혔다. 1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예금하거나 출금할 때처럼, 단순히 돈만 바꿔가더라도 금융보안법상 은행은 관계당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 직원은 이 거래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직원은 김 씨가 1만 달러이상의 20달러짜리 지폐를 100달러짜리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자, 김 씨에게 보고를 해야 하니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달라고 했고 김씨는 그 즉시 거래를 중단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 직원에게 돈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0불 지폐 100불 지폐 교환 보고하지 않아

체이스뱅크에서 퇴사한 한 텔러도 2013년 8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김 씨가 100달러짜리로 바꿔간 경우가 30차례가 넘는다고 실토했고 매번 바꾸는 금액이 1만 달러가 넘었지만 한 번도 관계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이 직원에게 바꿔간 고액권만도 30만 달러가 넘는 것이다. 그러다 2015년 8월 체이스뱅크 매니지먼트팀에서 조사를 시작하자 한 텔러와 문자메시지를 교환했고, 이 문자메시지도 IRS국세청수사관에게 발각됐다. 이들이 교환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텔러가 ‘은행매니저가 나를 방으로 불러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바꿔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하자, 김씨는 ‘오 퍽, 심각하게 물었느냐, 당신은 뭐라고 대답했느냐, 어느 매니저가 물어봤느냐’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김 씨도 자신의 그 같은 고액권교환이 불법임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다시 텔러가 ‘걱정하지 말라, 큰돈을 바꿔준 기억이 없다고 대답했다. 스캇 마이클과 월터가 나에게 질문했다. 다른 텔러들도 조사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자 김씨는 ‘오 퍽 맨, 올라잇 고맙다’고 답한 뒤 ‘제발 다른 텔러들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김씨는 또 ‘브라더 말해줘서 고맙다, 트러블을 일으켜서 미안하다, 다른 텔러들도 조사하면 알려 달라’고 말했고 텔러는 ‘내 짐작에는 중국인여성 텔러를 조사한 게 아닌가 싶지만 잘 모르겠다’고 말하자 김씨는 ‘조사하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보이더냐’고 재차 묻고는 ‘정말 환장하겠네’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지난 4일 자신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또 다른 피고인 데니스 왕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이름이 첸얀 왕인 이 직원은 이 은행에 재직했던 전 중국인텔러와의 면담을 통해 범죄가 발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IRS국세청수사관이 2015년 8월 중국인텔러를 면담했고 왕씨가 20달러지폐를 100달러짜리로 교환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왕 씨 역시 한차례에 1만 달러이상을 교환해 갔지만 관계당국에 보고되지 않았다. 은행차원에서 조사에 나서자 왕 씨는 5만 달러이상을 바꿔갔다고 시인했다. 놀라운 것은 체이스뱅크는 2백달러이상의 현금을 교환하는 경우 내부적으로 은행에 자동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1만 달러이상은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100달러짜리 2장 이상만 교환해도, 은행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그처럼 철저하게 현금교환을 막는 것은 돈세탁 때문이다. 돈세탁은 자동적으로 탈세로 이어지고, 고액권은 집안 안방침대나 장롱 속에 숨겨지거나,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인은행에도 경종 ‘철저보고 의무화’

국세청수사관은 뉴욕동부연방법원 판사에게 이들 2명에 대한 체포영장발부를 비밀리에 신청했고 결국 체포영장이 발부돼 이들은 5월 2일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려 25만 달러의 보석금과 2명의 인보증을 요구했고, 왕 씨에게는 15만달러의 보석금을 요구했다.

▲ 체이스뱅크 뉴욕플러싱지점에 근무하던 텔러와 제임스김씨간의 문자메시지내용

▲ 체이스뱅크 뉴욕플러싱지점에 근무하던 텔러와 제임스김씨간의 문자메시지내용

이에 따라 김씨는 5월 4일 보석금 25만 달러의 BOND와 올리비에 김씨와 이모씨의 보증아래 석방돼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든 범죄용의자가 체포되면 약물검사를 받는다. 김 씨에게도 약물검사가 실시됐고 김 씨가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국세청수사관은 5월 9일 김 씨가 마리화나를 피운 사실이 적발됐고 김 씨도 체포 전에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시인했음을 재판부에 통보했다. 다만 국세청 수사관은 김씨의 마리화나 흡연이 상습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별도로 김 씨를 재활치료시설에 수감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직장 등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입을 스스로 신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수입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내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소규모점포에서는 100달러짜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보니, 20달러짜리를 꿍쳐두게 되지만, 20달러짜리는 부피가 너무 크다보니 100달러짜리로 바꾸기 위해 온갖 꾀를 내는 것이다.

가장 쉬운 것이 100달러짜리를 구하기 쉬운 은행원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100달러짜리를 수백 장씩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원들은 소액권을 고액권을 바꿔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며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은행 몰래 들어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또 일부는 아예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고액권을 구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적발돼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고, 범죄용의자로 기소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체이스뱅크는 2백 달러이상의 현금만 교환해도 자체적으로 보고하는 철저한 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이 확인됐고 다른 은행도 비슷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완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은행에서 고액권을 바꾸면 바꾸는 즉시 적발된 가능성이 크고, 이를 도와준 은행원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 사건은 고액권교환의 유혹에 시달리는 은행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이제는 누구도 현금을 숨길 수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