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주 사업가의 쓸쓸한 LA귀향 사연

■ 1998년 맨해튼 개업한 서울가든 식당, 지난해 말 폐업

■ LA출신 구모씨부부, 종업원3명에 임금미지급 2건 피소

■ 구씨 캘리포니아 재이주 뒤 지난 5월 결국 CH-13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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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 임금 안주려고 부동산 팔았다’

강제집행 면탈 의혹까지

메인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던 부부가 2016년과 2017년 종업원들로 부터 최저임금 미지급등으로 피소된뒤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에서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 됐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지난 1월 종업원 임금소송에서 사실상 패소명령을 받았으나,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동산2채와 식당 등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강제집행 면탈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말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상당한 재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구씨는 결국 쓸쓸한 귀환을 한 셈이다.
박우진(취재부기자)

지난 1998년 맨해튼 코리아타운에 개업한 서울가든, 구모씨 부부가 지난 1998년 5월 7일 내츄럴푸드레스토랑이란 법인을 뉴욕주에 설립한뒤 34웨스트 32스트릿, 이의근씨 빌딩 2층에 개업한 이 식당은 순두부요리를 주 메뉴로 내세우며 코리아타운의 대표적 한식당으로 자리잡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갑자기 폐업, 코리아타운을 놀라게 한데 이어, 지난 5월 캘리포니아에서 챕터13,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임금 지급 위반 두 차례 패소명령

구모씨부부가 20년 가까이 운영한 맨해튼 서울가든 식당은 본보확인결과 지난 2016년과 2017년 종업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두 차례 손해배상소송을 당해 현재 일부 사건은 이미 부분패소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씨와 이모씨, 우모씨등 3명은 지난 2016년 6월 28일 뉴욕동부 연방법원에 내츄럴토푸레스토랑과 업주 구모씨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1998년 12월 23일부터 지난 2016년 6월 25일까지, 약 18년간 서울가든에서 웨이트레스로 일했고, 이모씨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우모씨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각각 2016년 6월 25일까지 일했던 종업원이다. 이들은 노동법 소송자에서 하루 50달러에서 65달러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주 5일에서 6일 동안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 동안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고, 주40시간이상 일할 때 적용받는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고, 특히 내츄럴토푸 법인뿐 아니라 업주부부들에게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서울가든소유주 2018년 5월 14일 챕터13 파산보호신청서

▲ 서울가든소유주 2018년 5월 14일 챕터13 파산보호신청서

이듬해인 지난해 9월 25일에는 중국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진모씨가 뉴욕서부연방법원에 서울가든을 상대로 노동법위반에 따른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서울가든 소유법인인 내추럴토푸와 구모씨 부부외에 구씨의 딸도 피고에 포함됐다. 구씨의 딸도 사실상 식당운영 책임자였다는 것이다. 진씨는 2004년부터 2016년 11월 6일까지 근무했으며, 2011년 6개월간 휴직했고, 2016년 4월 중순부터 6월중순까지 6개월간 휴직했다고 밝혔다. 진씨는 2004년부터 2011년 9월까지는 하루 35달러에서 45달러씩 받고 오전10시부터 밤10시까지, 하루 12시간, 주 4일내지 5일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씨는 2011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는 하루 50달러를 받았고, 2016년 6월부터 11월 6일까지는 하루 60달러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주5일을 일했다고 밝

혔다.

LA로 돌아와 챕터13 파산보호신청

이에 대해 뉴욕동부연방법원은 2016년 종업원 2명의 소송과 관련, 지난 1월 22일 부인 구씨에 대해 피고 측의 비용으로 데포지션을 다시 실시하고, 피고 측은 첫 번째 및 세 번째 모션에 따른 원고 측의 변호사비용등을 지불하고, 피고 측 변호사도 원고 측 변호사의 제재요청과 관련한 비용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또 2월 20일 명령을 통해 최저임금미지급, 초과임금미지급등에 대한 원고 측의 주장이 입증됐으며, 이에 따른 피해도 입증됐고, 남편 구씨의 개인적 책임도 입증됐다고 밝혔다.

반면 부인 구씨의 개인적 책임 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고 명령했다. 2016년 소송은 원고 측이 사실상 승소한 셈이며 최종 손해배상액 판정만 남은 셈이다. 2017년 소송에서도 서울가든 측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원고 측이 지난 8월 궐석패소판결을 요청했고, 법원의 합의 제안에 대해서도 피고 측 변호사가 교체돼 제때 답변을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6년 6월 김모씨등 3명 서울가든상대 임금미지급소송장

▲ 2016년 6월 김모씨등 3명 서울가든상대 임금미지급소송장

사정이 이렇게 되자 구씨부부는 지난 5월 14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에 챕터13,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씨부부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우니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자신들의 자산은 126만여달러에 달하며, 부채는 80만4백여달러라고 밝히고, 2건의 소송에 계류돼 있다며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보호신청서에서 채무자는 최대 49명 미만이라고 밝히고 한 달 수입은 9226달러, 한 달 지출은 8250달러라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의 자산은 뉴욕 브루클린의 1515 퍼시픽스트릿의 싱글패밀리하우스가 120만달러 이며 은행예금 약 3만7천달러, 2005년형 차량과 가구 등 6만여달러라고 밝혔다. 반면 이글락리조트 타임쉐어와 관련한 모기지가 6만6천여달러, 브루클린주택과 관련한 웰스파고은행 모기지가 70만3천여달러, 뉴욕주 세금미납액 만6천달러등 부채는 80만4천달러라는 것이다. 이 자산과 부채를 보면 자산이 46만달러나 많아서 파산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는 배상액수를 알 수 없는 소송이다. 이들 부부는 현재 2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며 배상책임액은 알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부부는 자신들의 배상책임액이46만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챕터 13 파산보호를 신청한 셈이다.

소유 부동산 식당 판결 2개월 전에 매도

특히 이 파산보호신청서에서 주목할 점은 최근에 부동산2채와 식당 등 3건의 자산을 매도했다는 점이다. 이들 부부는 뉴저지주 저리시티 크리스토퍼콜롬부스드라이브소재 아파트를 지난해 11월 17일 96만천달러에 매도하고 자신들이 이중 31만3천여달러를 받았다고 기재했다. 또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서울가든 식당을 지난해 11월 30일 158만달러에 매도하고 자신들이 25만3천여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13일 브루클린 1343 퍼시픽스트릿의 콘도를 163만달러에 매각, 2만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뉴욕동부연방법원 2018년 1월 22일 명령

▲뉴욕동부연방법원 2018년 1월 22일 명령

문제가 되는 것은 매도시점이다. 올해 1월 22일께 2016년 노동법소송과 관련, 사실상 자신들에게 불리한 명령이 내려진 것을 감안하면 불과 그로부터 2개월전에 매도한 셈이다. 또 노동법 소송제기시점이 2016년 6월 28일인 점을 고려하면, 소송발생 1년 5개월 뒤 자산을 매도한 것이다.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패소에 따른 배상을 하지 않기 위해 자산을 매도했다는 의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뉴욕최대 한인식당 금강산은 노동법소송이 제기되기 훨씬 이전에 매도한 부동산에 대해서도 사기매도라는 1심판결이 내려진 것을 감안하면, 소송이 제기된 휠씬 뒤에 매도한 자산이므로 강제집행면탈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343 퍼시픽스트릿콘도에 대해 구씨부부는 지난해 11월 13일 매도했다고 밝혔지만 본보가 확보한 매도계약서에 따르면 매도계약 시점은 지난 1월 17일이었다. 또 남편 구씨가 이 부동산 소유법인인 ‘브랜드뉴홈코퍼레이션’을 대표해 계약서에 서명한 날도 1월 17일로 확인됐다. 파산신청서에는 지난해 11월 13일로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올해 1월 17일 팔린 것이다. 매도액수도 파산신청서에는 163만달러라고 밝혔지만 계약서에는 166만달러로 기재돼 있어, 매도액수도 3만달러가 차이가 났다. 올해 1월 22일 뉴욕동부연방법원이 일부패소명령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불과 5일 전에 브루클린 콘도를 매도한 셈이다.

90년대 후반 LA재력가의 씁쓸한 귀환

구씨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에 주택 6채를 소유하는 등 상당한 재력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뉴욕 맨해튼에 서울가든을 개업한 뒤, 약 20년 가까이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종업원 임금미지급문제로 식당을 접고, 다시 캘리포니아로 발길을 돌렸고, 결국 파산보호신청 까지 하고 말았다. 뉴욕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펼치고자 했던 캘리포니아 한인사업가의 쓸쓸한 귀환이다. 이제 노동법을 규정대로, 칼같이 지키지 않는 한 언제 재산을 송두리째 잃을 지 모르 는 세상이 됐다. 오늘 아무런 일이 없다고 해서, 내일도 오늘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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