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자살 노회찬에 웬 훈장? 문재인정부,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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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하다 사망한 사람은 외면하고…

불법정치자금 수수 시인하고
스스로 목숨 끊은 범법자에게

지난 7월 23일 댓글조작사건의 주범 드루킹이 주도한 ‘경공모로 부터 4천만원을 받았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대한민국 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노회찬 전의원이 1982년부터 용접공으로 시작, 노동자와 여성, 장애인등 약자의 인권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 것이다. 노회찬 전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듯, ‘합리적 진보’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인물임은 사실이지만, 불법정치자금을 받았음을 시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과연 대한민국 훈장을 추서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문재인대통령이 노회찬전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등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수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이 노회찬전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등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수하고 있다.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 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책임을 져야 한다.…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지난 7월 23일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 ‘합리적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정의당 쪽에 남긴 유서의 일부분이다. 노전의원은 댓글조작사건의 주범 드루킹 측으로 부터 4천만원이상의 돈을 받았음을 시인하고,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로부터 4개월여만에 지난 10일,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훈장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노전의원이 ‘1982년부터 용접공으로 노동운동을 시작, 노동자의 인권향상에 기여했으며, 정당 및 국회의정활동을 통해 여성, 장애인 등 약자의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며,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문대통령은 이 훈장을 노전의원의 부인인 김지선씨와 노전의원의 동생에게 직접 수여했다. 불과 4개월여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금품수수를 시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에게 전쟁영웅처럼 대한민국 훈장을 수여한 것이다.

인권위 ‘6인 공적심사위 구성해 심사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 지난 2003년부터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인 12월 10일에 수여하는 대한민국인권상 수상자에 대한 포상으로, 국민훈장의 5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이다. 본보확인결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미화 경실련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6명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 인권상 수상자 심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대표외에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 교수,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장명숙 한국여성사회 복지사회 공동대표와 최혜리 인권위 상임위원,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이 공적심사위원회 위원이었다. 이번 인권상 후보에는 중앙행정기관,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25명을 추천했으며, 공적심사위원회에서 공정한 절차와 심사를 통해 노전의원을 포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 노회찬 공적심사위원회 구성

▲ 노회찬 공적심사위원회 구성

공적심사위원회가 밝힌 노전의원의 공적 요지에는 ‘용접공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한 1982년 부터 노동자의 인권향상에 기여했으며, 정당 및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여성, 장애인등 약자의 인권향상에 기여함’ 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노전의원이 자신의 몸을 던져 노동운동에 앞장섰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국민들도 바로 이 같은 점에서 노전의원에게 큰 성원을 보냈었다. 노 전의원은 고려대에 다니다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직업학교에서 용접을 배워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서울, 부산, 인천 등에서 위장취업을 했었다. 노동운동을 위해서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1982년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위원회를 만들기도 했으며, 독자적 진보 정당을 만들었고, 2004년 17대 국회에 진출한 뒤 눈부신 의정활동을 펼쳤었다.

노동인권투쟁 인정은 하지만 면죄부 안 돼

이처럼 노전의원이 인권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며, 특히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 같은 대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이를 밑거름으로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전의원은 불과 몇 개월 전 불법정치자금을 받았음을 시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을 감안하면, 국민들은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스스로 불법을 시인했던 사람에게 대한민국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책임을 지겠다며 자살을 선택한 고인의 뜻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대한민국정부의 훈‧포장수여는 상훈법과 상훈법시행령에 따르게 된다. 이에 따르면 중앙행정 기관의 장이 서훈을 추천하며, 6인 이상 11인 이하의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 서훈추천대상자를 선정하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훈장 등을 수여하게 된다. 국가권익위원회는 공적심사위원회 개최 일자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6인의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 노전의원을 서훈대상자로 추천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4일 국무회의를 개최, 노전의원을 훈장수여대상자로 확정했다.

▲ 문재인대통령이 노회찬전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등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수하고 있다.

▲ 문재인대통령이 노회찬전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등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수하고 있다.

또 서훈추천대상은 서훈추천취소사유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며 노전의원은 추천 취소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훈법 제8조 서훈의 취소 항목에는 형법, 관세법 및 조세범 처벌법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받은 경우를 취소사유로 정하고 있다. 노전의원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시인했지만 자살함으로써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훈취소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노전의원의 훈장수여가 형식적 요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특검 ‘노회찬에 5천만원전달’ 관련자 기소

드루킹특검은 지난 8월 27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고 노회찬의원 관련 정치자금법위반등 사건’과 관련, ‘노회찬은 정식입건 전 사망해 별도처분을 하지 아니하였음’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전의원을 제외한 드루킹 김동원씨와 도모변호사, 김모씨, 윤모변호사등 4명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드루킹과 도모변호사가 2016년 3월 7일께 노회찬에게 2천만원, 3월 17일께 3천만원등 5천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해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를, 이들 4명이 2016년 7월 파주경찰서로 부터 정치자금기부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자 허위 현금다발사진, 통장 입금내역 및 지출 내역서를 만들어 수사기관에 제출, 증거위조교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위조증거사용 등의 혐의가 인정돼 기소했다’고 밝혔다.

▲ 2016년 노회찬 5천만원 전달사건을 무혐의처리한 수사기관 문건[김지선씨 운전기사가 3월 17일 김지선씨를 통해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 당시 수사기관은 이를 무혐의처리했었다]

▲ 2016년 노회찬 5천만원 전달사건을 무혐의처리한 수사기관 문건[김지선씨 운전기사가 3월 17일 김지선씨를 통해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 당시 수사기관은 이를 무혐의처리했었다]

특히 특검은 ‘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수사도중 노회찬의 사망으로 기부자들에 대해서만 수사가 진행됐고, 위법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특검은 경공모가 노전의원에게 5천만원을 불법 전달했다고 밝혔고, 무엇보다 노전의원은 ‘4천만원을 받았으며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고 밝힌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서 사실상 스스로 죄를 인정한 것이다.

물론 노전의원은 ‘4천만원을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며 뇌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가성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드루킹사건이 터진 뒤 지난 5월 특검 법안논의 때 자유한국당과 바른 미래당은 물론,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던 민주평화당까지 특검과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정의당만을 반대했었다. 당시 노전대표가 원내대표였다.

드루킹특검반대는 노전의원에게 돈을 준 드루킹에게 유리한 행동이었으므로, 대가를 약속한 바는 없을지 몰라도 대가로 인정될 만한 행동을 한 셈이다. 또 노전의원은 경공모의 5천만원 불법전달에 대해서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자살하기 이틀 전 워싱턴에서도 이를 부인했었다. 결국 자신의 유서를 통해 거짓말을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또 노전의원의 부인 김지선씨의 운전기사 장모씨에게 드루킹측이 3백만원을 전달한 것과 관련, 드루킹과 경공모회계담당자, 그리고 장씨가 유죄선고까지 받았음에도 이 같은 사실초자 몰랐다고 잡아뗐었다. 사실과 정반대되는 노전의원의 거듭된 부인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가치관 대혼란 초래

노전의원이 자살을 택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드루킹측이 노전의원측에 금품을 전달할 때 자신의 부인 김지선씨를 거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수사과정에서 ‘노회찬의원의 부인 김지선의 차량운전봉사자인 장모씨는 3월 17일 김모씨[경공모]를 만난 적은 있지만 3천만원을 건네받아 김지선을 통해 노회찬에게 전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주장을 근거로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수사에서 금품전달이 사실로 드러나고 자신에 대한 소환이 임박하자 결국 자신의 부인인 김지선씨도 수사를 받게 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 때문에 부인까지 큰 고초를 치를 것이라는 현실도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이 됐을 것이다.

노전의원에 대한 대한민국 훈장 수여는 외견상 형식적 조건은 모두 갖춘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을 위반했음을 시인한 사람에게 훈장을 수여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죄짓고 자살하면 훈장을 주느냐’는 비난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책임을 지겠다며 죽음을 선택한 고인,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던 고인도 이 같은 상황을 원했을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대한민국의 가치관이 엉망진창으로 뒤엉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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