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항공 전 직원 ‘363억원 횡령’ 미국도피 6년만에 LA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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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2481회 363억원 횡령했는데도…’

회사가 몰랐을 정도로 신출귀몰하게 작업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점에 근무하면서 7년간 항공권 판매대금 362억원을 횡령한 한국인이 지난해 11월말 한미사법공조협정에 따라 LA에서 체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국적인 이 남성은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되려하자 곧바로 미국 플로리다로 도주, 집을 6채나 한꺼번에 구입하고 고가의 승용차를 8대 구입했으며. 특히 카지노를 출입하며 73억원을 탕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현재 한국에서 횡령혐의로 기소중지상태이며, 지난 2017년 초 한국 법원에서 에미레이트항공에 36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그림자미국 국적의 한국인 남성 김진희씨. 1957년 9월생인 김 씨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국적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이 지난 2004년 서울에 한국지점을 세우자 2005년 3월 영업시작과 함께 이 항공사의 재무담당책임자로 일했다. 그러나 김씨는 2006년부터 지난 2012년 5월까지 무려 6년여에 걸쳐, 이 항공사의 항공권 판매대금 362억3017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8월 미국으로 도주한 김 씨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검찰이 미국에 신병인도를 요청,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도피생활을 계속하다 지난해 11월 30일 자수형식으로 캘리포니아중부 연방검찰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항공권 판매대금 363억원 횡령

현재 로스앤젤레스 메트포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돼 추방절차를 밟고 있는 김 씨의 범죄행각을 살펴보면 깜짝 놀라 입이 쫙 벌어질 지경이다. 연방법원에 제출된 김 씨에 대한 사법공조요청서등에 따르면 김 씨는 에미레이트항공 취업 다음해인 2006년 1월부터 항공권 판매대금 횡령에 돌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국외환은행 에미레이트항공 계좌에서 자신의 부인 조현씨등 4명의 계좌로 6년간 무려 2481회에 걸쳐 1600만원이하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362억여원을 횡령했다. 김 씨가 횡령 때마다 1600만원 이하를 고집한 것은, 1600만원이하를 항공사 계좌에서 인출할 때는 한국지점장 이상진씨와 재무담당책임자인 자신의 서명만 필요했기 때문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1600만원 이상을 인출할 때는 반드시 본사의 서명이 필요하므로, 한국지점장의 서명만 위조하는 방법으로 1600만원 이하만 줄기차게 빼내간 것이다. 김 씨는 에미레이트항공 본사에 한국은 신용카드관련법규가 까다로워 단 1원이라도 틀리면 무조건 고객에게 환불해 준 뒤 다시 항공권을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고 속여, 하루에도 수차례씩 돈을 빼가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말로 대담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 김진희의 플로리다주 저택, ▲ 363억원 횡령범 김진희의 플로리다주 자택, 대지가 1에이커에 건평이; 195평으로 궁전을 방불케 한다.

▲ 김진희의 플로리다주 저택, ▲ 363억원 횡령범 김진희의 플로리다주 자택, 대지가 1에이커에 건평이; 195평으로 궁전을 방불케 한다.

김 씨의 대담한 범죄행각은 에미레이트항공이 2012년 5월 주거래은행을 한국외환은행에서 시티뱅크로 교체하면서 발각됐다. 하지만 6년간 360억원, 연평균 6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사라져도 이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2012년 8월 미국으로 도주, 결국 기소중지가 됐고, 한국검찰은 한미사법공조협정에 의거, 지난 2017년 미국연방검찰에 김 씨의 신병인도를 요청했고, 연방검찰은 2017년 6월 29일 플로리다중부연방법원에 김 씨에 대한 기소장을 제출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씨는 체포되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29일 자수형식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방검찰에 검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월부터 미국법인설립 뒤 도주

연방법무부가 2017년 6월 플로리다중부연방법원에 기소장을 제출한 것은 김씨가 플로리다중부의 롱우드에 궁궐 같은 대저택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보가 플로리다주 세미놀카운티 등기소 확인결과,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미 지난 2015년 4월 7일 김씨의 은신처를 확인하고, 이 집에 대해 부동산처분가처분금지신청을 한 뒤 플로리다중부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미놀카운티등기소에는 에미레이트항공이 한국법원에서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판결문등도 이미 제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진희씨는 지난 2018년 11월 29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검찰에 체포됐으며 현재 구금된채 추방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김진희씨는 지난 2018년 11월 29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검찰에 체포됐으며 현재 구금된채 추방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이 주거래은행을 바꾼 것은 지난 2012년 5월이었지만, 김 씨는 이미 낌새를 눈치 채고 2012년 1월3일 플로리다주에 ‘김앤김에셋유한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한 뒤 도피준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 씨는 이 법인 명의로 대형주택 한 채와 콘도 5채등 무려 6채의 부동산을 2012년 6월까지 무더기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대형주택은 ‘2008 알라쿠아드라이브, 롱우드 플로리다’로, 대지가 무려 1224평, 1에이커에 달하고 건평이 무려 195평에 달했다. 김 씨는 이 주택을 2012년 3월 92만달러에 이 저택을 매입했다. 그리고 나머지 5채의 콘도는 이듬해인 2013년 모두 되팔아서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법인도 2014년 3월 3일 청산하고, 대형주택의 명의도 본인의 실명으로 바꾸면서 에미레이트항공의 추적망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에미레이트항공이 2015년 4월 플로리다중부법원에 제출한 소송장에 따르면 김씨는 2481회에 걸쳐 항공권 판매대금을 횡령한 뒤 이중 1979번을 자신의 부인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3월 31일에는 자신의 부인에게 아예 카스카디아캐피탈에셋이라는 금융회사를 차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미국도피 뒤 부동산쇼핑에 그치지 않고 고가의 명품차량 구입에 열을 올렸다. 2012년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2012년형 벤츠 승용차를 구입한 것은 물론, 2006년형 페라리 스파이더 420, 2012년형 포드무스탕은 물론 1933년형 포드 로드스타, 1965년형 시보레 임팔라, 1967년형 무스탕, 1955년형 포드 트럭등 앤틱 승용차도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구입에 쓴 돈만 약 35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도박으로 무려 73억원을 탕진하는가 하면, 발각 1년 전인 2011년 1월 24일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1005-4번지 토지를 구입한 뒤 17억원을 들여 고급주택을 신축, 2012년 4월 완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고급골프장 회원권을 매입했으며 부인과 함께 명품쇼핑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훔친 돈으로 흥청망청 초호화 사치생활을 한 것이다. 특히 김씨는 2012년 1월 11일부터 11월 23일까지 한국은 물론 홍콩, 대만등지의 은행에서 222만달러의 현금을 플로리다주의 자신과 부인, 그리고 법인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서 363억원 승소판결에도 회수 막막

에미레이트항공이 세미놀카운티등기소에 제출한 한국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김 씨와 김 씨의 부인을 상대로 횡령금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 지난 2017년 1월 26일 363억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부인 조 씨도 공모혐의로 피소됐지만 재판부는 조 씨가 우울증을 앓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었음을 감안, 남편 김 씨가 단독으로 돈을 횡령했다며 김씨에게 363억원 전액을 배상토록 했다.

▲ 서울중앙지법 2017년 1월 26일 363억원배상 판결문

▲ 서울중앙지법 2017년 1월 26일 363억원배상 판결문

에미레이트항공은 이 판결문을 근거로 김 씨의 대형주택을 압류하려 했지만 김 씨가 사전에 이 집을 팔려고 가계약을 체결, 가계약자가 먼저 압류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 씨는 한때 메릴랜드에도 거주했고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도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씨는 연방법원에서 자신이 한국에서 기소된 사실을 인정하고, 혐의가 강제송환대상에 부합한다는 점도 시인했지만, 정식추방재판을 받겠다고 버티고 있다. 특히 김 씨와 동일이름의 인물이 미국에서 유명한 골프강사로 확인됐으나 동일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에미레이드항공은 2015년 8월 한국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을 상대로 은행 측의 부실한 관리로 손실을 입었다며 360억원의 예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7년 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미레이트항공은 김 씨가 지점장 이상진씨의 서명을 위조해 자금이체요청서를 제출했고 은행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 측 책임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은행은 김 씨가 정당한 이체권한을 가졌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제 김 씨의 한국 송환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에미레이트항공이 363억원 전체를 회수하기는 고사하고 10분의 1도 회수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법원이 ‘글로벌대기업인 에미레이트항공이 횡령을 방지하는 장치조차 없었다’고 지적한 것처럼 에미레이트항공은 주먹구구식 관리로 큰 손실을 입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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