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연방대법원은 ‘행정부의 시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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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방트럼프의 마지막 몸부림

미국 연방 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은 미국 헌법에 의거 구성된 최고의 사법 기관으로 사법부를 총괄한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권고와 동의(advice and consent)하에 임명되는 대법원장(Chief Justice: 존 로버츠)과 8명의 대법관(Associate Justice)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선한 행동을 하는 동안”영구직이며, 사망, 사직, 은퇴, 탄핵에 의해서만 물러난다. 현재 9명 정원인 연방대법원이 6명의 보수와 3명의 진보 성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은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선이 실시됐지만 무려 한달이 지나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Donald Trump, President)과 그의 추종자들이 ‘부정선거로 트럼프가 탈락됐다’는 주장 등 50여 건에 달하는 소송 제기로 국론을 분열시켜 왔는데 지난 11일 연방대법원이 최후의 심판으로 트럼프 측의 소송은 “이유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는 연방대법원 설립(1789)이래 231년 동안 “미국 사법부는 행정부의 시녀가 아니다”라는 면모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준 최초의 사건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현재 연방 대법원에는 트럼프가 임명한 3명의 판사가 있다. 트럼프는 최근에는 무리를 무릅쓰면서 에이미 카니 바렛(Amy Comey Barrett) 판사의 상원 인준을 강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그녀의 존재가 이번 대선 이후에 일어날 선거소송 때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 바렛 판사가 이번 연방 대법원에서의 선거소송 기각 결정에 참가했지만 그녀를 포함하여 트럼프가 임명한 3명의 판사 중 어느 누구도 기각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텍사스 주가 제기한 이번 선거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기각 결정은 전원일치로 이루어 졌다. 트럼프가 그처럼 “대법원이

▲ 에이미 바렛 대법관

▲ 에이미 바렛 대법관

나를 믿어 줄 것”이라며 최후로 기대해 왔던 그 연방 대법원이 그에게 등을 돌린 격이다. 트럼프가 바렛 판사의 연방 대법원 판사 임명과 상원 인준 표결을 밀어 붙였을 때 이에 대한 민주당 측의 반대 주장의 핵심은 일리노이주 출신 딕 더빈(DickDurbin) 상원의원이 말한 것처럼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바렛 판사를 임명하는 것은 앞으로 한달 이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 후 선거소송이 제기될 경우에 대비하여 그녀를 대법원에 심어 놓겠다는 것”이라는 것이 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찌 되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그녀가, 역시 트럼프에 의하여 임명된 다른 2명의 판사들과 함께, 이번 대법원에서의 선거소송 심리 때 그의 정치적 도구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을 제대로 공부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직무를 잘 이해하는 바렛과 그의 다른 동료 판사들은 트럼프가 바라는 그같은 정치적 행동에 따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지지 세력에서는 이번 텍사스 주가 연방 대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12월 14일 실시된 선거인단 선거에서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연방 대법원의 소송 기각 결정으로 이들의 이 마지막 희망은 사라지고 말았다. 트럼프의 의해서 임명된 3명의 판사는 ‘우리는 미국 헌법에 의해 미국 대통령의 의해서 임명된 것이므로 헌법 정신에 의거 판단한다’면서 트럼프 성향의 판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쾌히 보여 준 것이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의 법정 투쟁을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이 모두 가로막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연방 재판소들의 판사 중 상당수는 트럼프 자신이 공화당 성향의 인사들 가운데서 가려서 임명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11월 3일의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가 연달아 제기한 무수한 선거소송 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이들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에 의하여 번번이 법원 문전에서 기각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의 리치 로리(Rich Lowry)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룩한 “최대의 정치적 업적(?)”중의 하나는 그가 선거에서 겪은 패배를 법정 싸움으로 만회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을 자신의 손으로 구축해 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각급 이상한 현상의 하나는 트럼프가 결코 열렬한 헌법주의자 도 아니고 매사를 자기 위주로 처리하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임명한 200여명의 각급 법원 판사들은 대부분 판결을 통하여 헌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충성을 과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정치적 도구로 되고 싶지 않다’

트럼프는 그동안 입만 열면 사법부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그와는 모순된 현상이 11월 대선 이후 봇물처럼 터진 선거 소송 과정에서 절정에 도달했다.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은 11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하급 법원의 판사나 연방 대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수백만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거나 아니면 선거 결과를 부정할 것을 요구하는 무리한 선거 소송을 무제한으로 연달아 제기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그러한 기대는 무모했다. 그의 선거 소송들은 대부분 자신이 임명한 법관들에 의하여 연달아 거부되었다. 워싱턴 D.C.의 선출직 공화당 간부들 대부분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동안 트럼프가 믿었던 판사들은 트럼프 측이 제기한 선거 소송에 대하여 일관되게 공평하고 엄격한 판결을 반복했다. 진실과 이성 그리고 법률과 제도에 대한 확신에 입각한 판결을 고수했다.

트럼프가 판사들의 이같은 행동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쩌면, 그 자신과 자신의 추종자들이 좋아하는 판사들을 임명해 놓았기 때문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의 건국 주역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나라를 건설했다”고 주장하는 성경학자 존 코트니 머레이(John Courtney Murray)의 말을 빌린다면, 트럼프는 아무래도 자기가 알고있는 것보다 더 좋은 판사들을 임명했음이 틀림없다. 트럼프가 속으로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자신이 임명한 판사들이 이번 선거 소송에서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한번 보자. 트럼프는 2017년에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법학교수 스테파노스 비바스(Stephanos Bibas)를 제 3순회항소법원 판사로 임명했다. 금년 11월 대선 이후 대선 결과 번복을 위하여 트럼프가 제기한 대표적 선거소송이 바로 이 비바스 판사의 수중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비바스 판사는 그가 소속한 제 3순회 법정의 합심 판사들을 대표한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고발된 불공정 선거는 매우 심각한 범죄 혐의이다. 그러나,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바로 선거 부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부정을 고발하려면 구제적 사실의 주장이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증거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소송에는 그러한 것들이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조지아(Georgia) 주에서 트럼프에 의하여 임명된 판사인 스티븐 D. 그림버그(Steven D. Grinberg)는 트럼프의 광적 지지자인 린 우드(Lin Wood) 변호사가 제기한 “11월 대선 결과를 인증하지 말아 달라”는 소송을 단칼로 기각시켰다. 기각 사유는 “이처럼 끝장에 와서 선거 결과의 인증을 중지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혼란과 선거권 박탈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로서는 사실과 법의 입장 에서 그렇게 생각할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위스컨신(Wisconsin) 주 의회에서의 청문회에서 브렛 루드비히(Brett Lud-wig) 지방법원 판사는 “나로서는 도대체 연방 법정에서 어떻게 이런 논의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이 사건을 다시 의회로 보내서 논의에 붙이라는 요구는 괴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루드비히 판사는 금년에 트럼프가 임명한 사람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연방 대법원이 지난 12월 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서 트럼프 측이 필사적으로 제기한 선거 소송들은 연달아 단칼에 기각시킨 일이 놀랄 일이 아니다.

50여건의 선거 소송은 ‘근거없는 말 뿐의 주장’

미국 역사상 이번에 텍사스 주처럼 다른 주에서 실시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한 전례는 없었다. 이번에 텍사스 주가 요구한 것은, 조지아주, 미시건주, 펜실베니아주 및 위스컨신주 등 4개 주의 경우, “이번 선거 때의 투표 절차가 해당 주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이 “위헌 상황이 해소

트럼피들

▲ 트럼프 측은 거의 50여건 소송을 벌였으나 모두 기각됐다.

될 때까지 선거 결과를 확정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이 선거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소송”이라고 주장했고 196명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가운데 126명이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대법원은 불과 3일만에 신속하게 이를 기각 처분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대선 불복소송을 기각한 것은 이날이 두번째다.

NBC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대법원 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서명하지 않은 간략한 판결문에서 “텍사스 주는 다른 주들에서 실시된 선거의 방법에 관하여 법원이 인정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사 중 새뮤엘 앨리토(Samuel Alito)와 클라렌스 토마스 (Clarence Thomas)는 과거에는 한 주가 다른 주에 관해서 제기한 소송을 기각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었다. 그 같은 입장에 따른다면 그들은 이번에 텍사스 주가 제기한 소송을 심의할 것을 주장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의 텍사스 주가 제기한 선거 소송을 편들지 않음으로써 텍사스 주가 문제를 제기한 4개 경합주의 선거인단 표 62표를 모두 바이든이 승리한 것으로 인정했다. AP 통신은 텍사스의 소송을 기각한 연방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적 선택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면서 유권자의 뜻을 뒤엎고 대통령 연임을 이룰 가능성은 없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미 50여 건의 하급심 소송에서 패소한 트럼프 대통령은 가운데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앞두고 마지막 희망으로 삼았던 연방대법원 마저 등을 돌리며 치명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연방대법원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지혜도 용기도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들 경합 주의 개표 결과가 무효로 확정되면 바이든이 당선 요건인 선거인단 과반을 채우지 못하는 점을 노렸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신속한 결론 을 내렸던 것이다.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바이든에게 공식 당선

한편 보수와 진보 진영의 법률 전문가들도 모두 그같은 텍사스 주의 주장에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들의 논거는 “다른 주에서 실시된 선거의 방법으로 인하여 텍사스 주의 유권자들에게 피해가 초래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펜실베니아 주의 반론이 통렬했다. “다른 주에서 이루어진 선거 결과가 싫다고 해서 텍사스 주민들에게 이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가 없었을 뿐 아니라 미국 연방 헌법의 조항이나 헌정사 또는 문면의 어느 것도 텍사스 주에게 다른 주에서 실시되는 선거의 방법에 관하여 간섭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밖의 다른 주들은 “텍사스 주의 논리에 따른다면 앞으로 주 단위로 실시되는 모든 연방 선거가 선거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정선거’는 주로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에서 보통 행한다고 알아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제왕보다는 더 권력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도둑 맞았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적어도 20개 주 이상은 공화당이 다수이거나 주지사를 갖고 있다.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 법무장관도 ‘부정선거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했으며, 트럼프가 지지하고 후원해준 주지사나 의원 중에는’ 트럼프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2020년 11월의 50개주에서 실시된 선거 시스템은 바로 4년전 2016년 트럼프를 당선시킨 그때 선거 시스템을 보강을 하면했지 부실한 시스템이 아니다. 중국 등 외국에서 개입하여 외국제 선거 기구로 바이든과 민주당이 부정선거를 획책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에게 이제는 마지막으로 국내외 추종 자들이 ‘계엄령으로 재선을 하라’고 요구하는 분위기에 연방 대법원이 미국 헌법의 소리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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