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 여자골퍼 관련 특집보도 그녀들은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을까

이 뉴스를 공유하기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에서 김효주까지…’최강전력’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한국 ‘금메달’따논 당상

2020 도쿄 올림픽 대회를 불과 한 달 남겨논 지난 6월 22일, 뉴욕타임스(NYT)는 한 면 전체를 통해서 한국 여자 골퍼들이 미국 스포츠계에서 당하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내용은 LPGA에서 아시아계 여성 골프 선수들이 겪어온 인종차별과 그에 대한 공포를 보도했는데 사실상 대부분이 한국계 선수들 박인비 최나연 리디아고 미셸위 등을 중심한 이야기다. 역설적 으로 보면 한국 선수들이 세계 여자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으니 어떤 이야기라도 화제가 되는 것 이다. 프로 골프 역사에서 골프 종주국도 아닌 한국의 여자 골퍼들이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기는 전무후무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NYT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여자 골퍼들의 이야기를 여러 각도로 많이 다루어 왔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여자 골프는 당연 한국 대표팀이 가장 주목 받는 팀 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park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월1일 올 시즌 첫 LPGA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에 출전한 한국 여자 골퍼에 대한 특집 기사를 보도하면서 특히  ‘올해 도쿄올림픽을 겨냥하는 한국여자 골퍼에게 4명 이상은 다만 관중일 뿐이다’라는 제목을 부쳤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 선수들은 관심 밖이란 이야기다. NYT는 이 기사에서 현재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6명이 포진한 한국여자골퍼의 도쿄 올림픽 티켓 경쟁이 뜨겁다고 전했다. 올해 7월 23일 개막되는  도쿄올림픽 여자골프는 국가별 2명 출전이 원칙이지만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자국 선수 4명 이상이 포진한 국가는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NYT가 “4명 이외는 관중”이라고 전한 것은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한국선수들이 6명이 포함돼 있어 현재 랭킹대로라면 2명이 떨어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한국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전했다. 현재 메이저대회 2승 기록을 갖고 있는 유소연의 경우 세계랭킹이 16위이지만 한국 선수 자체 랭킹은 7위에 머물러 있다며  6월말 최종 엔트리가 결정될 때까지 한국선수끼리 최종 4명 안에 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1904년 이후 112년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된 지난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골프 박인비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여세로 올여름 도쿄 올림픽에서도 여자골프 금메달은 당연히 한국의 차지가 될 것이란 전망 이 우세하다. 지난 5월10일 현재 세계 랭킹 기준으로 1~3위가 한국의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 이다. 5년 만에 미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김효주도 세계 랭킹을 7위로 끌어올려 최강 전력 이라고 자부 할 만 하다. 도쿄 올림픽은 7월 23일 개막이지만 여자 골프 대회는 8월 4일부터 나흘간 일본 지바현 가스미 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여자 골프의 출전 티켓은 6월 28일 현재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올해 초만 해도 한국과 미국, 홈 코스의 일본이 금메달을 다툴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미국도 현 랭킹 이라면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넬리 코르다(4위), 대니엘 강(6위), 렉시 톰프슨(9위), 제시카 코르다(14위) 등이 15위 이내다. 일본은 세계 10위 하타오카 나사의 출전이 유력하고, 후루에 아야카(25위)와 시부노 히나코(26위)가 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개최국 선수라 날씨와 코스 적응에 이점이 있다. 이런 3강 구도에 태국이 최근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지난 4월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타와타나낏은 올 초 162위였던 세계 랭킹을 11위까지 끌어올렸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에리야 쭈타누깐은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으로 재기하면서 21위가 됐다. 괴력의 장타자인 둘은 최근 경기력만 따지면 한국의 올림픽 여자골프 2연패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복병은 많다.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한국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3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 8위로 올라섰다.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5위)과 호주 대표로 나서는 한국계 이민지(12 위)   등도 당일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우승을 노릴 기량을 갖췄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든 한국 대표팀 선발

이처럼 세계 랭킹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훈련에도 열심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시아 인에 대한 차별로 받는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여자 낭자군은 골프 하랴, 차별에 대응하랴 그야말로 악전고투인 셈이다. 지난 22일 NYT가 한면 전체를 할애하여 LPGA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여성 골프 선수들이 겪어온 인종차별과 그에 대한 공포를 보도했는데 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둔 ‘골프 여제’ 박인비는 아직도 “다른 박(Park)씨 선수들과 친척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대회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들 이 한국계 선수들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고쳐줘도 틀린 발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의적 발음 실수는 미국에서 소수 인종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 하지 않으려는 ‘미묘한 차별(microaggression)’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김은 “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미국에서 영어로 놀림 받지 않으려 일부러 영국식 영어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LPGA에서 9승을 한 최나연은 투어 때 보통 어머니를 동반했지만, 올해는 어머니가 미국에 오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영어를 못하는 어머니가 홀로 밖에 나갔다가 증오 범죄 표적이 될까 봐서다. 16승을 한 뉴질랜드 국적 리디아 고도 같은 이유로 올해 미국 투어에 어머니를 오지 못하게 했다. 티파니 조 선수는 “어머니가 ‘우리도 이제 후추 스프레이를 갖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 슬펐다”고 했다.

NYT는 “최고 수준의 경쟁 속에서 골프에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 인종·성차별 돌파 훈련도 하는 셈” 이라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미셸 위 웨스트는 “왜 한국인은 골프를 잘하냐”는 미국 기자들의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인종 출신을 따지고 한국인이 LPGA를 휩쓰는 데 대한 의아함이 담겨있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한국인은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답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런 질문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주겠다”고 했다. 12세 시절부터 골프로 이름을 날린 미셀 위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한때 가정 에만 충실하려고 골프를 쉬고 있었는데 지난 2월 루돌프 줄리아니(77) 전 뉴욕시장이 자신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에 분노했고, 여성 운동선수로서 더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골프에 복귀했다.  지난 6월3일 NYT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 출전한 미셸 위와의 인터뷰 에서 지난해 6월 딸을 낳은 미셸 위는 출산 뒤 아기와 가정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줄리아니의 발언 이후 여성에 대한 불평등에 맞서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선수로 복귀해 세상 에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고 싶었다”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세상 에서 딸이 자라 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셀 위는 지난 2019년 4월 당시 한국인 인종차별 발언을 한 유명 골프 코치 행크 헤이니(64)의 사과를 받아냈다. 당시ESPN에 따르면 타이거 우즈의 코치 출신인 헤이니는 시리우스XM 라디오 쇼에 출연해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헤이니는 공동 진행자 스티브 존슨과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헤이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 6명의 이름을 댈 수가 없다”며 LPGA 투어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고는 “이름을 밝힐 필요가 없다면 이(Lee) 씨인 선수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렉시 톰프슨, 미셸 위는 다쳤고…. 그렇게 많이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셸 위는 곧바로 트위터에 불쾌함을 표시했다. 미셸 위는 “한국계 미국인 여자 골프 선수로서, 행크 헤이니의 발언은 많은 측면에서 나를 실망하게 하고 화나게 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은 웃을 일이 아니다. 행크, 당신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셸 위는 “한국인이든 아니든, 많은 여자 선수들은 US여자오픈에서 뛰기 위해 셀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희생을 했다. 필드에 굉장한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모욕하지 말고 축하 하자” 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자 헤이니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박세리 선수의 불굴의 투혼이 초석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 박세리 선수가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살리기 위해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박세리의 감격스러운 승리에 자극을 받아 고사리손으로 골프 채를 잡았던 소녀들이 지금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체육학회지>에 게재된 <한국 여자 프로 골프선수의 LPGA 투어 성공요인>(임진택·임수원·권기남)을 참고해본다. 한국 여성 프로 골프 선수들의 강점으로 어린 나이에 골프에 입문해 치열한 훈련으로 갈고 닦은 결과다. 다수의 골프 전문가들은 한국 선수들의 경우 골프에 입문하는 계기부터 외국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외국 선수들은 취미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한국 선수들은 애초부터 프로 세계 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뛰어들기 때문에 강한 집념을 갖는다는 것이다.

▲ 내일의 박세리를 꿈꾸는 어린이 골퍼들.

▲ 내일의 박세리를 꿈꾸는 어린이 골퍼들.

ABC의 다큐멘터리 ‘한국의 우수함(SOUTH KOREA FOCUSED ON EXCELLENCE)’은 1998년 US 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펼치며 극적 우승을 이끈 박세리 선수의 일화를 다루며 “박세리의 성공만큼 그녀가 한국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고 기술했다. 박세리는 당시 외환위기로 위축되어 있던 국민 들에게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은 동시에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실현가능한 꿈임을 보여줬다. 1998년 이후, 소녀 골프 선수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88년 전후로 태어나 박세리 선수를 롤 모델로 삼아 골프를 익히고 2008년 전후로 한국은 물론, 일본·유럽·미국 등 세계무대에서 주역 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 선수들을 ‘세리키즈’라 부른다. 박인비, 최나연, 신지애, 유소연 등의 대표 주자로 그 세대가 지금의 LPGA 우승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세리 언니’, ‘연아 언니’ 등 닮고 싶은 선배들의 충고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사교적인 문화를 중시하는 LPGA 투어에서는 ‘언니 문화’가 우리라는 의식을 강화 시키고 국가 정체성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친다는 것이 골프 관계자의 해석이다. 한국 특유의 공동체 의식은 외국에서도 ‘우리’라는 의식을 강화시키고 서로 간에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기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이 한국 여성 골프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아버지’가 주목받았다.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쏟아 붓는 집중적인 투자와 집념은 딸들의 좋은 성적을 이끌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선수 들의 LPGA 선전의 숨은 공로자로 열성적인 부모를 꼽기도 했다. 한편 LPGA 투어를 목표로 세운 어린 선수들의 경우 현지 적응을 위해 조기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박지은, 박인비, 김인경 등이 일찌감치 미국으로 떠나 성공을 준비한 케이스. 스폰서들은 선수의 현지 적응을 위해 영어교사를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 선수들은 기본기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입문 초기부터 정확한 스윙 자세를 익히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취미로 골프를 먼저 접하는 외국의 경우 소질을 보이면 ‘선수용’ 자세로 고쳐나가는 것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1년간 열리는 학생 골프대회는 20여개에 달한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주니어 시절 부터 많은 대회에 출전하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기량이 향상된다.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장정 등 이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아 아마추어 시절 태극마크를 달았다. 스타급 선수들의 출전 이 이어지며 프로 골프 경기의 시청률도 올랐다. 이는 국내 프로 골프대회 양적 증가로 이어 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스타 선수들을 LPGA에 진출시키며 미국, 일본, 유럽, 호주와 더불 어 세계 5대 투어 대열에 올랐다. KLPGA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구조적 인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그래서 골프 선수들 사이에서는 “국제대회 금메달보다 태극마크를 따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진 덕분이다. 골프아카데미 시장이 확대되어 선진국의 교습 방법이 도입되며 선수들의 기량을 높일 수 있게 된 것도 한국 선수들의 우승 비결로 통한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