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검은초상화3-본선보다 뜨거운 與 예선 ‘굳히기냐, 뒤집기냐’ 치열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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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도 배신하고…김부선도 배신하고…가족도 배신하고…

‘배신의 아이콘’ 이재명
그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이재명본국 대선 레이스 가도가 급변하고 있다. 2강으로 분류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이른바 대안카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예견된 것이다. 본지가 올해 초부터 계속 보도했지만 윤 전 총장은 처가 의혹보다 본인 관련 의혹이 더 문제이며 검증과정에서 이런 의혹들이 튀어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지지율이 빠질 것으로 봤다. 실제로 본지가 2주 전 보도했던 삼부토건 수사무마 관련 사건이 본국 일간지인 한겨레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보도되며 윤 전 총장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또 다른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시자는 왜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일까. 그리고 당내에서 왜 이 전 총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일까. 이는 이 지사에 대한 여권 주류의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보도했듯이 이 지사에 대한 여권 주류의 불신의 골은 깊다. 같은 당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면서 이 지사가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 똑똑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도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이 지사가 ‘배신의 아이콘’이며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을 감옥에 가는 것도 정해진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주 본보가 지적했듯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다. 이런 버릇은 김부선 스캔들 해명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최근 선거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도 교통연수원 사무처장 진모씨가 참여한 ‘이재명 SNS 봉사팀’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방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은 “이 지사는 진 씨와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이 전 대표 측은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고 공격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경기도 교통연수원 사무처장인 진씨는 ‘이재명 SNS 봉사팀’이란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이 전 대표를 비방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2018년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일어났던 혜경궁 김씨 논란의 판박이다. 혜경궁 김씨 논란은 이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2018년 처음 불거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던 친문계 핵심 전해철 의원은 2018년 4월 8일 ‘정의를 위하여(@08_hkkim)’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 계정은 트위터 등에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떤가?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X물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계정 아이디 ‘hkkim’이 이재명 지사의 아내인 김혜경씨의 이니셜과 같아 “이 지사의 아내가 쓴 글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이 계정에 김씨 이름을 따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혜경궁 김씨’는 전해철 의원에 대한 글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세월호 참사를 인용해 타인을 비방하는 게시글 등을 올렸었다. 전 의원은 당시 “(‘@08_hkkim’이)이재명 후보 측 계정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논란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이 시장에게 공동 수사 의뢰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부해 단독으로 고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 측은 “논란을 만들어 보려는 (전 의원 측의) 의도가 뻔히 보인다”며 “해당 트위터 계정이 김씨를 사칭한 적도 없는데 우리가 무슨 근거로 고발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018년 11월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아내 김씨가 맞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자 친문계에선 “이 지사가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며 지사직 사퇴와 출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공안부는 같은 해 12월 해당 사건에 대해 “트위터 계정이 김씨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다소 의외”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인해 이 지사는 지금도 친문 커뮤니티 등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혜경궁 김씨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 사건과 비슷한 SNS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으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나 비슷한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돌변한 이재명

이재명 지사는 싸움꾼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위해서는 음주 운전도 검사 사칭도 불사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는 이번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에서 잠시 발톱을 감췄었다. 사이다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는 당내 지지율 1위를 독주하던 7월 초만 해도 다소 온순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한 본국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경선보다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원팀을 살려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본선에서 우리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저는 심하게 공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손발 묶인 권투’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낙연 전 총리를 ‘박정희를 찬양했던 사람’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가 180도 돌변한 것은 1위를 달리던 지지율이 위태위태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내 대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자, 2위 주자인 이 전 총리의 고향인 호남에서도 이 전 대표를 앞서 왔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이 지사의 전체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여당 지지층 지지율도 동시에 내리는 모습이다. 여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중요한 것은 민주당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선 경선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할 계획이다. 특정 후보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만 따로 결선 투표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현재 1위 주자인 이 지사는 과반을 확보해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하는 전략을, 이 전 대표는 결선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을 각각 펼치고 있다. 여당 지지층의 표심에 따라 경선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지사가 여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종 주자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친문계는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자신들을 버리고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후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최측근인 박지원을 구속했던 것처럼 언제든 문 대통령에 대해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문 대통령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들 중 상당수가 아슬아슬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상직 전 의원과 관련한 의혹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처럼 포괄적 뇌물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고, 탈원전 사건은 직권남용으로 처벌 가능성이 있다. 지난 21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대선 여론 조작 사건도 경우에 따라서 문 대통령까지 올라갈 수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친문계들은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이 후보 낙점의 최우선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나 친문계가 퇴임 후 자신의 안전판 마련을 후계 낙점의 최우선 조건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것이 본인 책임문재인과

대통령이 되고 나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는 일각의 시선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불같이 대응해 온 태도, 여배우와의 스캔들이나 형수에 대한 욕설이 낳은 인성과 품격 논란, 인기에 따라 움직이는 영악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낳은 결과다. 대선 후보로서 지속 가능한 신뢰가 아직 강고하게 구축되지 못한 점은 이재명의 확장성을 제약해 온 요인이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할 것이라는 ‘친문’들의 불신도 그 같은 불안한 시선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 지사와 친문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수 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 경선 연기론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 소득’에 대한 친문 주자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현재로선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반 이재명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 5일 정세균·이광재 후보의 단일화 이후 정세균·이낙연 단일화도 물밑에서 논의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따라서 이재명 대세론이 거품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친문들은 언제든지 이낙연의 부활을 위해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이재명 대세론의 영향으로 당내 의원 상당수가 이재명 캠프에 몸을 담기는 했지만, 선거인단 신청을 해서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이낙연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신호가 읽히는 상황이 된다면 언제든지 반(反)이재명의 중심에 이낙연을 세우는 흐름이 민주당을 주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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