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죽는다… 윤석열의 운명은?] 윤석열 청부고발사주 사건 ‘의혹은 있는데 실체가 없다’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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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은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하지만…

그가 머물렀던 곳에선
구린내가 진동하고 있다

윤석열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부하를 시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하여금 여당 인사들과 기자들을 고발하게 했다는 이른바 청부 고발 사주 의혹이 본국의 대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본국시간으로 9월 8일 국회에 직접 나와 전형적인 여당의 정치공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사건은 국민의 힘 내부 제보자로부터 시작됐고 여당 인사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해명에 허점이 많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가 고개를 휘저어 가며 목소리를 높인 것은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에 더해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절박감의 표출이란 분석이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점은 총장의 사주를 받아 실제로 움직였다는 조직인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다. 이곳의 역할과 윤 전 총장 시절 행했던 일들에 대해서 지난 6월 30일자 본지 기사인 <윤석열의 흑역사 – 정치인·민간인 불법사찰의혹>에서 이미 자세히 다룬 바 있는데, 결국 이곳이 이번 사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이 이 조직을 활용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당시 <선데이저널> 기사를 읽어보면 잘 나와 있다. 난무하고 있는 공방 속에서 만약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윤 전 총장의 대선가도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본국 시간으로 지난 8일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언론과 제보자·정치권, 검찰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번 사건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되면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오히려 핏대를 세워가며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다. 그는 강한 어조로 의혹 해소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치 공작이란 말만 되풀이하면서 오히려 언론 탓만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도한 뉴스버스는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TV조선 등에서 법조팀장으로 있다가 퇴직한 이진동 기자가 창간한 언론으로 그저 그런 매체로 치부해 버리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이 언론의 신뢰도까지 들먹이며 공세적으로 나선 것은 최근 그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으로는 홍준표 의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으며, 밖으로는 중도층 확장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며 지지율 정체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는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 결국 기자들 앞에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선제적 대응으로 여권의 ‘정치 공작’ 프레임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지지층 재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제가 그렇게 무섭나. 저 하나(정치)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그냥 되나”라며 자신을 ‘정권 교체 대표주자’로 내세웠다. 시종일관 특유의 도리 도리로 목을 흔들어가며 거친 표현과 강한 어조를 사용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던 윤석열’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환기하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윤석열의 수족이 사고쳤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기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을 통해 야당에 여권 정치인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측근과 전달 통로로 각각 지목된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들의 행보와 해명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검찰청 감찰에서 어떤 물증이 나올지는 윤 전 총장의 통제 밖이다. 사안은 이미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대검 감찰을 넘어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국정조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강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그가 개입해 있을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간 전달 책으로 지목된 손준성 대검찰청 전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선데이저널>이 지난 6월에 이 조직의 전신인 범죄정보기획관실의 역사와 역할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며 윤 전 총장이 과거부터 이 조직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는지 쓴 바 있는데 이번 사건 역시 그 프레임 안에 있다.

신문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역할과 윤전총장시절 행했던일들에대해서지난 6월 30일자(1271호) 본지 기사인 <윤석열의 흑역사 – 정치인·민간인 불법사찰의혹>에서 이미 자세히 다룬 바 있는데, 결국 이곳이 이번 사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전신은 범죄정보기획관실. 윤석열 국민의 힘 예비후보는 이명박 정권에서 대검 범죄정보 2담당관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대검 범죄정보과는 1과와 2과, 크게 2개의 조직으로 운영됐다. 각 담당관 산하에 8명의 수사관을 두었고, 이들은 총장 직할 부대로 운영되며 각종 범죄정보들을 총장에게 직보했다. 두 개의 범죄정보담당과는 범죄정보기획관의 지휘를 받았는데, 당시 범죄정보기획관이 바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1과는 주로 범죄 첩보, 2과는 동향 정보를 수집했다. 1과는 제보나 2과에서 올라온 범죄 정보 등을 바탕으로 사실상 내사 단계에 준하는 범죄 정보들을 만들었고, 이것이 일선 수사부서로 내려가 굵직한 사건들로 이어졌다. 문제는 범죄정보 2과가 하는 활동이었다. 범죄정보 2과는 원칙적으로는 범죄 관련 동향 정보들만 수집하는 것이었는데 그 경계가 애매모호한 탓에 총장과 기획관 그리고 담당관이 사실상 업무 범위를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었다.

이 조직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만들어 지면서 비슷한 활동을 해왔는데, 상대적으로 검찰 조직을 적극 활용했던 이검찰명박 정부 때 가장 중용됐다. 특히 우병우 기획관–윤석열 담당관은 동향 정보도 광범위한 범죄정보에 속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장 활발하게 동향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이 조직에서 일했던 수사관들이나 활발하게 접촉했던 기자들의 증언들을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이 담당관을 했던 시절에는 범죄 정보뿐만 아니라 국회 관련 각종 동향 정보, 언론사 관련 정보 및 기업 인사 정보 등도 보고됐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수사관들의 동향 정보 범위에 큰 제한을 두지 않고 광범위한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삼성 관련 내부 정보 등도 주로 보고됐다. 8명의 수사관들은 이 당시 하루 2개의 동향 정보를 담당관에게 보고했고 담당관이 이 중 신뢰도가 높은 5개 내외의 정보들을 추려서 이를 기획관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총장이나 기획관은 당시 이 정보를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인 사찰 의혹이 불거지며 범죄정보담당관실은 수차례 이름을 바꿔 상당부분 규모와 역할이 축소됐고, 현재는 민간 관련 범죄 첩보는 거의 손대지 않고 있으며 공직 사회 관련 범죄정보만 이뤄지고 있다. 검찰 스스로가 범죄 정보활동의 문제를 자인하고 역할을 축소시킨 셈이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임의로 범죄정보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불법적 정보활동에 동원하는 일은 총장이 되어서도 계속됐다는 정황도 있다.

▲ 김웅 의원

▲ 김웅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사유 중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재판부 사찰 의혹’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였다. 수사정보정책관은 윤 전 총장이 맡았던 범죄정보담당관이 이름만 바꾼 조직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의 전달책으로 다름 아닌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목된 것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직접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시가 있었다면 구두로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증거들이 검찰에서 자료가 나왔다는 것을 드러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윤 전 총장의 반박은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가 검찰로부터 나왔다는 가장 직접적 증거가 되는 것은 고발장에 첨부된 실명 판결문이다.

키맨은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현직 판·검사 그리고 당사자가 아니면 이 실명 판결문을 입수하기 어렵다. 하지만 피고발인들이 실명 판결문을 출력해서 고발인들에게 넘겼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법원 아니면 검찰이다. 하지만 법원이 야당에 이 고발장을 넘길 이유가 전혀 없다.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는 의혹 최초 제보자인 A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메시지 화면을 공개했는데, 김 의원이 보낸 메시지 상단에는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표시됐다. 손 검사는 현재 모든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뉴스버스 등에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 3일부터 손 검사의 PC에 고발장이 남아 있는지, 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상 판결문 열람 흔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손준성 정책관

▲손준성 정책관

손준성 정책관이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김웅 의원과의 관계도 이번 사주 의혹이 공작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찰에서 함께 일했다. 김 의원이 손 정책관을 ‘준성아’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가 없다는 것은 넌센스다. 김 의원은 자신이 고발장을 받아 당에 전달했는지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났는데 이는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편책이나 다름이 없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발장 등을 검찰 인사로부터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면서 “그러나 텔레그램 화면 자료들이 사실이라면 정황상 제가 손모 씨(손 검사)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 일 수도 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이런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이 기자들 앞에서 핏대를 높이는 것은 결국 자신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기자들 앞에 직접 나선 것인데 오히려 그의 해명은 설화만 불러 일으켰다.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언론 ‘뉴스버스’를 향해선 “인터넷 매체 말고 메이저 언론을 통해 (의혹을) 제기하라” “인터넷 매체가 한 번 보도하니 (여권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등 차별적 발언으로 공격에 나섰다. 보도의 사실관계가 아니라 매체의 형태와 규모 등으로 언론 신뢰성을 평가하는 뒤틀린 언론관이 나타났는데 지난 6월 윤 전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바로 뉴스버스를 통해 ‘자신은 석박사 공부를 하느라 바빠서 쥴리를 하려도 할 시간이 없었다’라는 인터뷰를 했던 인터넷 매체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윤 전 총장은 비록 9수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했음에도 평소 학벌을 매우 중시하는 스타일로 사석에서 스스럼 없이 어느 대학에 나왔냐고 물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데, 그의 해명에서 본 모습이 나온 것이다. 그만큼 그가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인데 과연 그의 대선 도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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