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90]“윤석열-한동훈” 충돌 아닌 기획 ‘파동부터 봉합까지’ 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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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기운 있다면서 전날 긴급회동과 당일 오후 일정은 소화
◼ 민생 내팽개쳤든가 아니면 소화 못할 다른 일정 있었을 수도
◼ 한동훈 파동 수습 위한 긴급 심야 회동, 술자리로 이어졌다?
◼ 전날 심야음주 후 다음날 오전 일정 빠지거나 지각하는 패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놓고 주말 새 충돌을 빚었다 봉합한 사건이 벌어졌다. 과정 자체도 짜고 친 고스톱의 느낌이 풀풀 풍기지만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은 이번 갈등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들을 심어뒀는데 대략 민생토론회 불참, 화재현장 방문, 대통령 전용열차 동승과 같은 것들이다. 화재를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이 현장을 방문해 사진에 담기고 20분 만에 현장을 떠서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여기서 궁금한 건 본국 시간으로 월요일 오전에 있었던 민생토론회에 대통령이 왜 불참했냐는 것이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불참했다는 것인데 본국 언론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충돌여파로 해석했다. 하지만 본지는 전날 밤에 있었던 대통령 관저 긴급회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진 바로는 이날 회동을 하며 술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술자리 강도가 높아졌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다음날 대통령은 예정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중요한 민생 현장을 못 갔다면 꽤나 병세가 심각했단 얘긴데 놀랍게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다. 과연 이날 오전의 행사 불참이 숙취로 인한 지각은 아니었을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본국 시간으로 22일 월요일 ‘생활 규제 혁파’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던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22일 윤 대통령은 서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리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열린 네 차례의 민생토론회 모두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공개 일정을 전부 취소한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현재 한남동 관저에서 머물며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국 언론에 “윤 대통령이 지금 감기 기운이 심하다. 목이 많이 잠겨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민폐가 될 것 같아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 무슨 일이?

그런데 이날 오후 대통령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단말기유통법’ 규제 개선과 관련해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올해부터 실시되는 늘봄학교와 관련, “프로그램 마련 및 전담인력 충원 등 늘봄학교 전면 실시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라”면서 “조만간 늘봄학교를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개최해 학부모들의 의견과 바람을 폭넓게 청취하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감기기운으로 민폐가 될 것 같다던 대통령이 돌연 오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민생토론회가 과연 민폐가 될 정도로 국민들과 밀착해서 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동안 생중계된 민생 토론회는 참석자들에게 감기가 옮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배석했으며 대통령은 마이크로 말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이 전날부터 언론에 보도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갈등 때문에 불참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둘 중 하나다. 민생보다 여당 대표와 갈등이 더 중요했든가 아니면 참석하지 못할 특별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시간대로 정리해보면 이날 오후 7시경 본국 채널A가 대통령실의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설을 처음 보도하며 언론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한 위원장의 사퇴 거부 문자가 기자들에게 돌았고, 그에게 사퇴를 요구한 인사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란 보도도 나왔다. 통상적으로 이런 보도에 실명까지 공개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면서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한남동 관저에 모였다고 한다. 그 시간이 거의 9시가 넘어서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인사는 이날도 결국 술자리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술자리는 꽤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만약 민생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감기기운이었으면 전날 술자리를 하지 않았어야 하든가 아니면 이날 오후 일정도 소화 못할 정도였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딱 오전 일정만 불참하고 전후 일정은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이런 패턴들은 당연히 만년 지각을 하던 지난해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물론 전날 정치적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이 때문에 민생토론회를 소화못할 정도로 충격이 있었다면 다음날 한 위원장과의 화해도 너무 손쉽게 이뤄졌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이날 오전은 감기 기운보다는 전날 긴급회동 숙취 여파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본지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지난주 보도했던 것처럼 대통령의 늦은 밤 음주가 다음날 지각으로 이어지는 패턴 때문이다.

잦은 음주 패턴에 실종된 민생

지난주 보도처럼 최근 경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잦은 오밤중 행보가 화제다. 최근 미국을 찾은 경찰 고위직군 인사들은 본지에 하소연하듯 이를 털어놓았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늦은 시간 한남동 관저를 나와 종로 일대로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는데 주간 이동처럼 시끌벅적한 경호인원들을 데리고 가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경호 인력을 데리고 이동한다고 한다.

문제는 교통통제. 대통령 경호는 비단 경찰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경호처와 경찰 그리고 군도 동원되는데 교통통제의 경우 경찰 몫이다. 관저와 대통령실이 있는 한남동은 용산경찰서 관할이다. 그러면 주로 대통령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본지가 이와 관련해 들은 바가 있지만 이는 대통령실 주장처럼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다고 하니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를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청와대 인근과 종로구 모처에서 지인들과 회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음주 회동인 것으로 전해진다. 모임은 새벽까지 이어지고, 대통령의 복귀동선을 따라 다시 교통통제가 시작된다고 한다. 문제는 새벽에 동원되는 경찰의 피로감이다. 이런 일이 워낙 잦다 보니까 경찰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고 한다. 이런 말을 전한 인사들은 “이번 총경 인사에서 용산과 종로 경찰서 담당자들이 승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이런 경찰의 증언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대통령의 지각 출근과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지각 출근은 이미 취임 초기 때부터 제기되어 왔다. 매일 이를 체크한 언론도 있을 정도다. 시민언론 더탐사의 경우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의 출근시각을 체크해 보도한 바 있다.

더탐사 측은 “지난해(2022년) 12월 12일부터 매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현장 취재와 CCTV 등을 통해 점검한 결과 오전에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매일 지각했다”라며 “12월 12일부터 1월 11일까지 한 달 동안 오전 9시 넘어 출근한 날은 16일이며, 20분 넘게 지각한 날도 5일이나 된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출근한 날 16일 중 14일을 지각했다는 것으로, 그의 지각률은 87.5%에 달한다고 더탐사 측이 밝힌 바 있다. 이런 대통령의 지난 1년간의 루틴을 봤을 때 감기 기운이라고 둘러댄 이날 오전의 결석은 결과적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양측의 기획이자 이에 대한 언론의 해석일 뿐, 실제로는 감기 기운이 아닌 전날 심야회동의 여파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한 갈등은 약속대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꾸준하게 양측의 갈등이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서천 화재 현장에 가서 하루 만에 어떻게든 봉합하려고 했던 모습은 애초에 양측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제 쟁점을 좁혀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가지고 줄다리기하는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사과 비슷한 걸 하는 대신 김경율 회계사에 대한 거취 문제를 이야기했을 것”이라면서도 “김경율 회계사가 조국 사태 때부터 지금까지 바른말 하는 사람으로서의 이미지가 소중할 것이고 전선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허은아 전 의원 역시 “처음에는 진짜 싸웠나 보다. 그리고 진짜 화가 났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시간을 서로 맞춰 가고 기차를 타고 같이 올라오고 한 위원장이 ‘저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다’ 말씀하셨는데 결국은 약속대련이었다는 마침표를 찍어주는 발언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허 전 의원은 “두 사람 모두 아무런 말도 없고 입장 표명도 없고 변화도 없다”면서 “갑자기 이틀 만에 화해하는 모습을 지금 보여준 게 이상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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