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직원들, 30년 이상 장기근속 ‘한국인이라 차별 당했다’ 충격 주장
■ ‘한인들은 나이 많다’‘한인들은 먹지말고 일하라’‘승진누락’노골적 차별
■ 회식자리까지 한인들만 왕따 시키고…차량 교체도 일본인 직원과 차등
■ 키코만 측 답변서, ‘사실무근이니 기각해 달라’ 소송 주장 무조건 부인
세계적 간장회사인 일본 키코만주식회사의 계열사에서 일했던 한인남성들이 일본인 간부들로 부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수모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한인남성들은 이 회사에서 무려 3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직원들이었지만 승진차별, 영업지원차별 등 근무환경차별은 물론 심지어 먹는 음식에서 조차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키코만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지만, 한인들은 이미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로 부터 소송요건에 부합한다는 소송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어찌된 사정인지 전후관계를 취재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간장 하나만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키코만, 간장하면 키코만, 키코만하면 간장이 떠오를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의 간장업체 키코만이 한인 직원들에 대한 차별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인 이명식 씨와 윤인국 씨는 지난해 11월 18일 뉴저지연방법원에 JFC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연방법에 따른 인권침해, 뉴저지주법에 따른 차별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 JFC 인터내셔널은 재판 푸드 코퍼레이션의 약자로, 간장, 와사비 등 각종 장류는 물론 라면과 스낵 등 각종 간편식까지 일본음식을 미국에 판매하는 회사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지난 1958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일본식품 도매회사로, 지난 1978년 세계적 간장회사인 키코만에 인수돼, 키코만의 자회사가 됐고, 현재 뉴저지 주 린덴에 사업장을 둔 것으로 밝혀졌다. 소송원고인 이명식 씨는 지난 1990년, 이 회사에 세일즈맨으로 입사, 최소 32년 이상 근속했고, 윤인국 씨는 1987년에 입사, 최소 35년 이상 장기 근속한 사원으로서, 뉴욕 및 뉴저지의 한국 슈퍼마켓과 식당 등 한인시장에 일본식품 판매를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골적인 한인 인종차별
이들은 소송장에서 ‘재팬푸드코퍼레이션(JFC)은 일본인과 중국인, 한국인,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브랜치매니저인 마사히로 야마모토가 차별 등 근무현장에서 각종 불법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한인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행하는 등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적대적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차별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난 2022년 초부터 야마모토가 원고를 포함한 한인 직원들에게 너희들은 너무 늙었다는 연령차별적 발언을 일삼고, 한인들에게 비우호적인 대우를 했다. 야마모토는 종종 세일즈 팀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등 회식을 했고 특히 일본인세일즈 팀 및 중국인 세일즈 팀과 회식을 즐겼다. 그러나 야마모토매니저와 시니어세일즈매니저인 사이토는 단 한번도 한국인세일즈 팀과는 회식을 하지 않았다. 원고인 이명식 씨가 야마모토 매니저에게 한인 세일즈 팀과의 오찬을 제의했지만, 야마모토는 이같은 건의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심지어 간식을 먹는데 대해서도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3월 19일 세일즈 팀 전 직원이 회사에서 재고상품 정리 작업을 했고, 회사 측이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피자를 주문했다. 오후 7-8시께 한인 직원들이 구내식당에 와서 피자를 한입 먹으려고 하자, 시니어세일즈매니저인 사이토가 고함을 지르며, ‘헤이 너희들 빨리 일하러 가’라고 질책, 먹는 것을 중단하고 식당에서 쫓겨나왔다. 한인 직원들이 식당에서 나가자 마자 일본인 세일즈 팀이 들어왔고, 사이토는 이들에게 30분간의 피자브레이크를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22년 6월 19일 세일즈 팀 전 직원이 회사에서 재고정리 작업을 했다. 아침 8시 반 회사에 와서 9시부터 재고정리를 시작했다. 브랜치 매니저인 야마모토가 오전 9시 50분쯤 한국인세일즈 팀에게 와서 ‘너희들 지금까지 뭐했어, 다른 세일즈 팀은 일을 거의 다 끝냈는데’라고 소리쳤고, 일본인세일즈 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십년 근무해도 승진 누락
펜데믹기간 중에는 일본인세일즈맨들은 재택근무가 허용됐지만 한국인 세일즈맨들은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았고 펜데믹 이전과 마찬가지로 뉴욕 주는 물론 다른 지역까지 출장을 다니며 물건을 팔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팬더믹기간 중 식당폐쇄 등으로 전체매출이 감소했고, 일본인세일즈 팀 매출은 30-40% 줄었지만 이를 나무라지 않은 반면, 한국인 세일즈 팀에게는 ‘매출이 절대 감소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변명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회사는 세일즈맨들이 차량교체를 요구하면 3-4개월 뒤 새 차를 줬지만, 한인들은 차량교체를 요구해도 새 차 교체에 1년 6개월 이상이 걸렸다. 또 일본인세일즈맨직원들에게는 세일즈에 따른 비용 등을 사전에 승인해 줬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일체 비용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일본인 세일즈맨은 수년만 일해도 승진됐지만, 한인들이 33년에서 35년을 일했지만 단 한번도 승진시켜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야마모토는 한인 세일즈 팀 직원일부에게 미국 팀을 돕도록 지시, 한인세일즈 팀의 판매실적을 떨어뜨리게 했고, 한인을 거리가 먼 중국시장을 돕도록 한 뒤 중국시장에서의 매출은 한국 팀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휴가나 병가도 한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5년 한인 직원들이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인종차별 혐의를 신고하자 일본인 직원이 원고의 등을 때리기도 했고 그 이후부터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시작됐고, 2017년 임금협상 때 야마모토가 이명식 씨에게 일체의 협상없이 무조건 서류에 서명하게 했고, 이에 따라 아무런 이유없이 수년간 보너스가 삭감됐다’고 강조했다. 원고들은 이같은 차별을 회사 인사담당부서에 신고했지만, 시정이 되기는 고사하고 차별이 더 심해졌고, 결국 2022년 8월 10일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신고했고 한 달여 만인 9월 21일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 11월 18일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두사람 모두 같은 날 소송 허가를 받았다.
기코만 측 ‘사실무근’ 기각요청
이처럼 원고들은 한국인 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데 대해 매우 상세하게 불만을 제기했지만 키코만 측의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키코만 측은 지난 1월 11일 연방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소송장의 모든 주장을 부인했다, 심지어 재팬푸드가 키코만의 자회사이며 지난 1958년 설립됐고, 뉴저지 주 린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론권 보장차원에서 키코만 측의 답변을 아무리 상세히 적어주려고 해도 오로지 ‘부인한다’는 단 한줄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해명을 성실히 기재해 주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단지 ‘우리는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 피고주장이 근거가 없으므로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피고양측은 지난 3월 2일 재판부에 ‘공동디스커버리계획’을 제출하는 등 곧바로 소송전단계의 디스커버리를 돌입했다. 양측이 합의한 이 계획에 따르면 3월 20일까지 기본정보를 교환하고 오는 8월 6일까지 소송당사자를 추가하거나 수정소송장을 제출하고, 사실적 디스커버리를 오는 9월 6일까지 마무리하며 10월 6일 재판 전 마지막 컨퍼런스를 열기로 했다, 또 양측은 각각 최대 25개 항목의 심문을 할 수 있으며, 각각 10명 이하에 대해 데포지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빠르면 올해 말 정식재판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코만 상표는 간장은 물론 일본음식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통한다. 하지만 키코만계열사에 한국인직원을 차별한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심지어 먹는 것조차 차별한다는 의심이 일고 있다. 연방노동기관이 한국인직원들의 주장을 소송감이라고 판단한 것을 감안하면 전혀 사실무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런 수모를 받고도 키코만을 팔아줘야 하고, 키코만을 먹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