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112] 한국 정치권 달구는 배신의 정치 원초적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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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정부 시절 잘 나갔던 尹, 문재인 짓밟고 대통령 자리에
◼ 자신 발탁 MB 향해 “김경준에 네다바이 당한 사람”맹비난
◼ 밥 먹듯 배신한 그에게 한동훈의 배신은 부메랑과 같은 것
◼ 대통령최측근이었던 주진우까지 총선 당선 후 한동훈 도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동의 수가 발의 1주일 만에 현재 1,000,019명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국회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동참자가 폭증하면서 이대로 가면 3백만 명 이상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당권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한 견제 수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 등이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배신 프레임’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취지다. 경쟁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후보 견제를 위한 도구로 ‘배신자 프레임’을 이용하는 것은, 당원들에게 ‘아픈 추억’을 되살려 한 후보를 향한 지지를 거두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본국 정치권에서는 배신의 정치 원조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을 꼽는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부장급 검사에서 일거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하고,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지금의 윤석열도 없었다는 것이 일관적인 평가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되자 대통령의 인사권에 항거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고, 그 동력으로 지금의 대통령이 됐다.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만들어준 사람의 뒤통수를 쳐 권력을 얻었는데, 자신이 법무부 장관을 시킨 사람에게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이 역설적인 상황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국정원 댓글수사’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평검사로 좌천당하는 굴욕도 맛봤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과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되더니 2년 뒤인 2019년 7월에는 검찰 총수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님”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애정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부, 집권 여당에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며 살이 있는 권력에 대한 적극 수사도 주문했다.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를 내세웠던 여권 또한 윤 전 총장에 대해 절대적 신뢰를 보냈다. 초대 대통령민정수석을 거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에 지명되자 “‘조국·윤석열 환상의 투톱이 등장했다”며 환호했다. 허니문 기간은 길지 않았다. 검찰이 장관 후보자 신분이던 조 전 장관과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시작하면서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광화문 vs 서초동‘으로 국론이 양분된 조국사태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조 전 장관은 여론악화에 취임 한 달여 만에 물러났다. 후임으로 추미애 체제가 들어섰지만 갈등은 오히려 더 격렬해졌다. 검찰 간부인사를 놓고 추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전 총장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특히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놓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문과 MB 원색 비난

그렇다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심을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 사석에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서슴치 않았다. 문재인은 김대중과 노무현 발끝도 쫓아가지 못한다는 식의 말도 공공연하게 내뱉었다. 윤 대통령의 속내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지난 대선 직전 본지가 공개했던 그의 육성파일이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김경준에게 네다바이 당한 사람”이라며 원색적 평가를 내뱉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윤석열 대통령을 출세의 가도로 접어들게 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BBK 특검 파견검사로 가서 MB의 면죄부 논리를 만든 보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 등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를 사석에서는 원색비난을 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배신의 정치로 커왔던 그에게 ‘배신’이란 것은 언젠가 돌아갈 부메랑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두 사람의 인연이 더 길긴하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2003년 광주지검 검사와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 신분으로 대검찰청 옛 중앙수사부 5대 그룹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함께했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에서, 2017년 서울중앙지검에서, 2019년에는 대검에서 함께 일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한 전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윤심̓을 업고 입각한 한 후보는 등판 직후 윤석열 정부의 ̒방패̓이자 ̒ 민주당 저격수̓로 나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입법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국회를 상대로 헌법 소송을 냈고,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의원들과 건건이 부딪치며 설전을 벌였다.

윤·한 갈등은 애초부터 없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지지율이 침체되자,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구하기에 나서기 위해 여당 대표로 나섰다. 당은 김기현 전 대표를 내리고 한 전 위원장을 등판시켰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40대 장관이 전례없이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선 한동훈 체제 출범 배경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장관답지 않은 공격력과 인지도, 여기에 자신과 편히 소통할 수 있는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전면에 나서기를 윤 대통령이 강하게 원했다는 것이다. 그가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고부터 줄곧 따라붙었던 질문도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입장̓이었다. 취임 당시 한 전 위원장은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마친 후 당정관계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 여당과 대통령, 여당과 정부는 헌법과 법률 내에서 국민을 위해 각자 할 일을 하는 기관으로 거기에 수평적, 수직적 얘기가 나올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가 누굴 누르고 막고, 이런 식의 사극에나 나올 법한 궁중암투는 지금 이 관계에 끼어 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궁중암투̓는 없을 것이라던 한 전 위원장의 다짐과는 달리 총선 과정을 거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점차 커졌다. 한 전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다가 대통령 측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거부로 맞섰다. 충돌 이틀 만에 한 전 위원장이 충남 화재 현장을 찾은 대통령을 향해 90도에 가까운 ̒폴더 인사̓를 하면서 순식간에 화해 모드로 전환되는 듯 했지만 불씨가 남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에도 일부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 공천 관련 이견 등 잡음이 계속됐다. 총선 참패 후에는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며 갈등설이 기정사실화됐다. 윤 대통령 역시 한 전 위원장과의 갈등설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5월 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과 과거보다 소원해진 관계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 나갈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다만 한 전 위원장과의 오찬이 불발된 이후 따로 연락이 왔는지, 차후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동훈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다.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며 화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언제든 만날 것̓이라던 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두 사람의 거리는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코흘리개들의 유치한 배신 프레임

한동훈은 6월 23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참패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나아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으나, ̒1차 수사기관의 수사가 먼저̓라는 친윤계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입장이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에 대해선 “특별감찰관을 국민의힘이 적극 추천하고, 제2부속실을 즉시 설치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이런 식으로 나오자 당장 윤심을 등에 업은 후보들은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에 가둬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왕비서관으로 불리는 주진우 의원 역시 한동훈 전 위원장을 돕는 등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다. 정치적 뿌리가 없는 윤대통령, 남의 등을 밟고 권력을 쥔 대통령이 인기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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