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LA한인축제장에서 ‘김치 대축제’ 펼칠 것
◼ 한식세계화 과제 ‘한식을 세계 3대 음식’ 등재
◼ 라스베가스 수백여 개 호텔에 한국식당이 없어
◼ 정부의 한식체계화 정책에 근본적 개혁이 선결
LA다운타운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일식당은 있는데, 한식당은 없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에는 수백개의 호텔이 있는데 중국식당, 일식당, 태국식당…그리고 심지어 베트남 식당도 있는데, 한국 식당이 없다. 연전 BTS가 베가스 공연 때 일찍부터 만원사례였을 때, 공연후 많은 팬들이 호텔에서 “Where is Korean Restaurant?”를 찾았는데,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한국정부는 2008년부터 한식세계화를 국가정책사업으로 정했지만, 이를 관장하는 부서는 농림부의 한 부서에서 출발해 초장부터 잘못됐다. 반면 일본과 태국은 총리 산하에서 자국음식 세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대통령 직속으로 세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식세계화의 주역으로 알려진 한식세계화협회 임종택 회장의 한식문화의 꿈과 미래를 들어 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음식문화는 나라를 알리는 대형 마케팅이다. 우리 식문화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식자재를 공급하는 공급자로서 농어민이 ‘돈 벌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한국산 무·배추와 고추, 마늘 같은 양념류로 담은 김치가 고급 식품 이 라는 이미지를 살려야 한다. 일본의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처럼 한국 고유의 장류와 젓갈류 의 특징이 살아있어야 한다. 특히 각 지방별로 발전돼 온 향토식의 전통성을 향토문화와 함께 묶어 보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셰계한식총연합회 회장이며 미서부한식세계화협회의 임종택 회장은 한식세계화를 위한 민간 단체 대표이다.
한식의 대표 ‘김치의 세계화’ 목표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코리아타운을 한식세계화를 위한 메카로 만들자”며 동분서주했다. 지난 11월 1일 임 회장은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한식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내년 LA한인축제 메인 스테이지에서 ‘김치 축제’를 대규모 이벤트로 개최할 계획이다”면서 “이를 통해 한식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한식문화 행사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택 총회장은 미국에서 한식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미국 주류사회에 알리는데 힘쓰는 K-푸드 전도사다. 그는 최근 10월 29일 전라남도 장성군이 LA한인타운 온달 식당에서 협회와 식품수출협약식(MOU)을 맺고 장성군의 우수한 농식품의 미주 수출에 박차를 가하기로 협의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장성군의 식품 기업 새벽팜, 현대푸드와 올바름 사의 대표들도 동행했다. 장성군은 또 임종택 회장을 장성군 농식품 홍보 대사로 위촉했다.
임종택 회장은 “20여년전만 하더라도 LA공항에서 짐 속에 김치가 발견되면 코를 잡고 치워바렸던 때도 있었지만 오늘날은 ‘Oh…Kimchi…I like it’이라고 반가워 할 정도로 변했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우리 한인들은 한식의 자랑스러움을 나타내기에 인색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식당에서 미국인 손님이 ‘맵고 짜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인들의 한식 예찬론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올해 활동방향인 ‘우리 모두 한식 셰계화의 문화 전도사가 되자’는 캠페인을 더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종택 회장은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연회장에서 세계 한식협의체 워크샵이 열린 장소에서 총회장 취임식을 치루었다. 세계한식협의체총연합회는 한식세계화에 대한 것이 지역 별로 실정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에 이를 조정하고 한 목소리로 담아내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 것이다.
그는 지난해 7월말 중국 연변에서 열린 세계 지역한식협의체 워크샵에서 세계 협의체 총회장으로 선출됐다. 그 취임식을 지난해 11월 6일 개최했다. 임종택 회장의 당면목표는 ‘한식을 세계 3대 음식으로 만드는 것’ 이다. 임 회장은 “한국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한식진흥원이 매년 한식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태국의 경우 총리가 타이푸드 세계화 전략을 직접 챙긴다”며 “현재 한식은 중식과 일식, 프랑스 음식, 이탈리아 음식은 물론 인도네시아 음식에도 뒤처져 있어 새로운 도약이 필요 하다”고 강조했다.
‘한인축제를 김치축제로 만들 것’
외국인들 “한식”하면 떠오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김치, 비빔밥, 한식 치킨, 불고기 등이다. 한식세계화 ‘골든타임’에 외국인들의 ‘한식’ 이미지는? 지금 시점이 한식세계화의 골든타임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해외 현지인들의 한식 만족도는 어느 정도이며, 한식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와 한식진흥원(이사장 임경숙)은 2023년 북경, 호치민, 뉴욕 등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 거주 중인 현지인을 대상으로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 해 주목을 끌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2.4%p 늘어난 60.0%로 최근 5년 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최근 1년 이내 한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86.5%에 달했다
한식 만족도는 92.5%로, 최근 5년 동안 9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식’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메뉴는 김치가 40.2%(중복응답)로 1위였고, 비빔밥(23.6%), 한국식 치킨(16.2%) 순이었다. 불고기(13.3%), 고기구이(12.0%)가 그 뒤를 이었다. 한식 연상 이미지로는 ‘풍미가 있는’, ‘가격이 합리적인’, ‘대중적인’, ‘최근에 유행하는’ 등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간 자주 먹은 한식은 한국식 치킨(29.4%, 중복응답), 김치(28.6%), 라면(26.9%) 순이었고, 가장 선호하는 한식은 한국식 치킨(16.5%), 라면(11.1%), 김치(9.8%) 순이었다. 농식품부 문지인 식품외식산업과장은 “지난해 뉴욕시 한식당 11곳이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점과 더불어 이번 조사를 통해 해외 소비자의 한식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만족도도 높게 지속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전하며, “한식이 일회성 경험을 넘어 해외 소비자의 일상 식생활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우리가 한식세계화를 위해 우선 우리보다 음식세계화에 앞선 태국 일본 등의 사레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선호 ‘김치, 비빔밥, 불고기’
음식 세계화의 성공사례인 태국음식의 성장 전략이 다시 주목된다. 태국 상무부는 자국 음식을 국가성장 모토인 소프트파워로 육성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시행 중인 타이 셀렉트(Thai SELECT) 인증제도를 업그레이드한 새 캠페인 ‘타이 셀렉트 푸드'(Thai SELECT Food)로 세계시장 홍보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타이 셀렉트는 전통적인 태국조리 방법으로 태국음식의 맛을 내는 국내외 식당에 대해 인증을 해주는 제도다. 태국은 21세기 들어와서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평가된다. 세계의 주방(Kitchen of the World)’을 표방하며 2000년대 들어서 태국 음식 세계화를 본격화했다. 2001년 상무부 수출진흥국 산하 태국음식 세계화본부를 둔 이후 2004년부터 태국음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세계 5대 식품 수출국으로 성장해 태국 양념, 향신료 등 원자재 수출을 증대하고 태국 레스토랑의 외국 지점을 증가하는데 집중했다. 초기 5,800여 개에 불과했던 국외 태국 레스토랑 수는 2019년 3월 기준 1만 5000여 개까지 증가 했다. 태국 외교통상국은 2024년 현재 전세계 17, 478개의 태국 식당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미국에만 6,850개로 전세계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음식은 포지셔닝에도 성공해 한국에서는 고급요리로도 인식되고 있고, 가격도 태국 현지 보다 훨씬 비싸다. 태국 음식 세계화 컨셉트는 전통의 맛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기호에 따른 현지화 전략에 있었다. 재외 공관이 인증서를 부여해 품질과 서비스를 보증하였고 식자재 및 조리기구 등 외식 관련 용품 수출 확대를 통한 식품연관 산업 발전까지 도모했다.
음식의 관광 자원화를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조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하였고, 왕비, 공주 등 왕실 인사의 해외 방문 때는 태국 음식을 집중 홍보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태국 음식은 코스요리가 거의 없고 한식처럼 사이드 음식과 메인 음식을 함께 서빙함에도 세계화 에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태국내 규모 있는 식당의 메뉴는 백가지가 넘는다. 최근 CNN 여행웹사이트는 태국음식을 세계 8위로 평가했고, Taste Atlas Awards 2023-
2024는 전세계 1만개 넘는 음식 중 100위 안에 팟끄라파오, 카우소이, 똠 카까이, 마사만커리 등 태국 음식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태국음식의 해외 포지셔닝, 홍보전략 등을 면밀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인 음식 관광 자원화’ 촉구
일본정부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일본의 화식(和食)을 등재시키기 위해 2011년 7월 농수산성 중심으로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준비했으며 2013년 12월 「화식: 일본인의 전통적 식문화」라는 주제로 등재가 결정되었다. 당시 정리한 일본 식문화의 특징 네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와 그 특색을 존중한다. 일본의 국토는 남북으로 길고 바다, 산, 마을로 풍부한 자연이 펼쳐져 있어 각지에서 지역에 뿌리를 둔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소재의 맛을 살리는 조리 기술·조리 도구가 발달해 있다. 둘째, 건강한 식생활을 뒷받침하는 영양의 균형이 갖춰져 있다. 국물 하나에 세가지 반찬(一汁三菜)을 기본으로 하는 일본의 식사 스타일은 이상적인 영양 균형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맛」을 능숙하게 사용함으로써 동물성 지방이 적은 식생활을 실현하고 있어, 일본인의 장수나 비만 방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셋째,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계절의 변화를 표현한 음식이다. 식사 장소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계절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계절의 꽃이나 잎 등으로 요리를 꾸미거나 계절에 맞는 조도품(調度品)이나 그릇을 이용하여 계절감을 더욱 즐기도록 한다. 넷째, 설날 등 연중행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음식문화는 연중행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발전해 왔다. 자연의 은혜라 할 수 있는 ‘음식’을 나누고 음식과의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가족과 지역의 유대를 돈독히 해 왔다. 이런 기본적 특징에 더해 일본은 자국의 식문화를 발전해 나가기 위해 음식과 영양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를 식육(食育: Shokuiku)이라 명명하여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 로 자리매김했다. 유네스코가 무형문화재를 선정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전통문화를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음식문화의 장래성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일본 문부성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식육을 의무과정으로 포함시켰으며 (우리에게는 간장회사로 알려져 있는) 기꼬망과 같은 식품회사는 식육을 자기 회사가 추구하는 기업방향과 일치시켜 다양 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회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다. 일본 음식이 세계 속에서 평가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자기 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자긍심과 지원도 중요하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의 꾸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단계에 선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부는 체계적이지 못하고 지원도 효울적이지 뭇하다. 정부의 노력도 민관 협력도 미지근하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의 교체가 빈번하고 부서들도 자꾸 바뀌어 실효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