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비밀캠프, 신사동 가로수길가 3층에 사무실
█ 선관위에 신고 되지 않은 곳으로 확인되면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
█ 사무실 소유주는 정상명 전 총장 사위, 정상명은 윤석열 검찰 멘토
█ 정상명 2011년 삼부토건 법률고문, 윤석열 중수부1과장 때 불기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본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던 장소를 비밀캠프로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불법사무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은 대통령 당선 후 정부와 관련된 자리에 앉았다. 이들은 김방은, 김용식이란 이름의 남매로 윤석열 후보에게 1000만원 후원금을 낸 고액후원자다. 이 중 동생인 김용식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위다. 정 전 총장은 2012년에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결혼할 때는 주례를 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이 될 때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장이었다. 지난 7월에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본국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다. 하지만 정 전 총장이 2011년부터 2년 간 삼부토건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사실은 그동안 한 번도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며, 그가 법률자문을 할 때 삼부토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의 수사를 받았는데 이 때 윤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으로 사실상 전국의 특수 수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그의 사위가 10년이 지난 후 윤 대통령에게 비밀 사무실을 제공하고, 심지어 캠프에서 일하며 온라인 홍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의 조력이 단순한 선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추적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현재 한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비밀캠프는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 위치한 ‘예화랑’이란 이름의 빌딩 3층에 위치해 있었다. 화랑의 건물주는 김방은, 김용식이란 이름의 남매다. 이들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김방은 씨는 2021년 7월 26일 5백만 원씩 두 차례, 김용식 씨 역시 같은 날 1천만 원을 윤석열 후보자에게 후원했다. 개인 후원금 최대치는 1천만 원이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같은 날 당일에 후원금 한도액인 25억 원을 모두 채우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중 동생 김용식 씨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위다. 정 전 총장은 2012년에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결혼할 때는 주례를 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이 될 때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장이었다. 지난 7월에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씨 남매는 단순한 고액 후원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인맥과 혼맥의 고리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았으며, 물밑에서 정치적인 조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식 대표는 당선자 비서실에 합류했고, 김방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때문에 김 씨 남매가 진정한 ‘비선 실세’라는 말이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흘러나왔다.
비밀캠프, 鄭 사위 김용식이 운영
2021년 대선 캠프가 꾸려질 무렵 윤석열 캠프의 공식사무실은 광화문에 위치한 이마빌딩에 있었다. 하지만 당시 서초동팀이란 이름의 네거티브 대응팀이 존재했고, 이들의 사무실 위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서초동팀이란 이름은 당시 캠프에 합류한 주진우 변호사(현 국민의힘 의원)를 필두로 법조인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몇몇 조선일보 출신 기자들, 경찰 고위직 등이 함께 일했다. 이들은 강남 모처에서 모여 김건희 여사의 법률 대응을 했는데 이들이 주로 일했던 곳이 이곳 화랑이었다는 전언이다. 서초동팀 핵심이었던 주진우 변호사는 지난 4월 공천에서 국민의힘 텃밭이었던 부산 해운대갑에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여기에서 일했던 조선일보 출신 기자들 역시 현 정권 들어선 후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각 공기업 임원 자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곳이 공식적인 기록에 전혀 나타나지 않은 불법 자금으로 운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61조(선거운동기구의 설치)에 따라 대통령 선거 때는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거사무소 1개와 각 시도 및 구·시·군마다 선거연락소 1개씩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때는 지체 없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선거사무소의 주소는 중앙선관위 신고에는 드러나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사무실 임대 내역 역시 선관위 자료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무상임대를 받았을 경우다. 이럴 경우 내지 않았던 임대료만큼의 비용을 사실상 선거 자금으로 볼 수 있는데 당연히 불법이다. 여기에 두 사람이 인수위나 청와대 관리위 같은 공식조직에 들어간 만큼 뇌물로 볼 여지도 있다. 당선인 비서실 소속 인원들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기 때문에 공직자라고 볼 수 있다. 이후 김 씨가 인수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실에 취업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김용식의 누나 김방은 씨는 2022년 7월, 대통령실이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확인된다. 자문단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비워진 청와대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는 기구다. 이 빌딩은 신사동 가로수길 한 가운데 위치한 곳인 만큼 몇 개월만 사용했어도 최소 몇 천 만원에서 최대 수억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곳이다.
두 번째는 임대료를 냈을 경우다. 이 경우 선관위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신고 되지 않았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는 불법 선거자금으로 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하는 불법에 해당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전 총장의 사위 김용식 씨가 어떻게 윤 대통령과 연결됐느냐는 점이다. 김 씨는 정 전 총장의 사위이기 때문에 외견적으로는 정 전 총장이 윤 대통령을 도우면서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대선 기간 캠프에서 온라인 홍보전략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기간 윤 후보와의 친분을 드러내며 캠프 사람들에게 아이디어 구상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 씨가 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정 전 총장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것인데 이는 정 전 총장이 단순히 윤 대통령의 멘토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정 전 총장은 2011년 10월~2012년 2월 삼부토건의 법률자문 활동을 했다. 당시 삼부토건은 임직원들의 부실경영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수사를 받았으나 최종 불기소 처분됐다. 이는 지금도 검찰 내부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특수부가 내부제보를 받고 나서서 불기소처분하는 일은 흔하지 않아서다.
정상명 삼부토건 수사 면죄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당시 한동영 부장검사)는 2011년 10월 삼부토건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와 내부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이 겨눈 주요 혐의는 삼부토건의 2인자였던 조남원 부회장과 정아무개 건설사업본부장 등 임직원 10여 명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백억 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배임했다는 것이었다(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조 부회장이 주도한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과 카자흐스탄 K-A프로젝트(주상복합건설), 헌인마을 개발사업 등이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나중에 삼부토건의 혐의에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이 추가됐는데 이는 카자흐스탄 판·검사, 경찰간부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관련된 차장·부장급 간부, 정아무개 전무(건설사업본부장), 김아무개 감사실 이사 등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옛 삼부토건의 한 관계자는 “2011년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조남원 부회장을 비롯해 임직원 37명을 대상으로 74회의 소환조사가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또한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 공동시행사인 장철수 SM종합건설 회장, 조병훈 미래가 사장 등도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수사는 2013년 5월까지 20개월 동안 이어졌다. 삼부토건은 검찰수사에 대응해 유재만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변호인으로 수임했고(2011년 10월),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는 성공보수 1억 원의 자문계약을 맺었다(2011년 12월). 유재만 변호사는 당시 수사를 지휘한 한동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전주고 동문이고, 한동영 부장과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였다.
삼부토건 수사가 시작될 때 윤석열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었으나, 그는 수사가 한참이던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수 1부장은 당시 3개 있었던 중앙지검 특수부의 선임부서로 사실상 다른 부서의 수사 상황을 세세하게 알 수 있는 위치였다. 결국 삼부토건은 2013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 1부장 시절일 때 불기소처분됐다. 이미 알려진대로 삼부토건은 윤석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하나로 꿰는 키워드다. 김건희 여사가 삼부토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대통령의 오랜 스폰서 황하영 동해전기산업 사장 역시 삼부토건 하청업체다. 이런 가운데 비밀캠프를 제공한 인사 역시 삼부토건 법률자문을 한 정상명 전 총장의 사위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로만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밀캠프 의혹의 진상을 캐겠다고 팀을 꾸렸다. 서영교 진상조사단장은 본국시간으로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단 전체회의에서 “원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 선거사무소, 중앙당과 시‧도당을 제외한 다른 선거 사무소는 불법”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예화랑’이라는 강남 소재 불법 선거 사무소에서 정책과 선거조직을 이야기하고, 사람을 만나고, 선거 계획을 짰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절친인 연세대 로스쿨 이철우 교수의 이야기에 의하면 양재동에도 (불법 선거사무소가)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화랑을 무상으로 대여해 불법 선거사무소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곳이 “‘가로수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수많은 물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수뢰후부당처사죄도 있고, 공무원이 될 사람이 뇌물을 먼저 받는 사전수뢰죄도 같이 검토돼야 하는 시점”이라며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진상조사단은 회의에 앞서 이 화랑을 방문했다. 송재봉 의원은 “일주일 전에 찍은 사진만 봐도 ‘예화랑’이라는 표시(간판)가 확인됐는데, 오늘 가보니까 다 없어지고 펜스를 쳐놓아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라며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한다며 이런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증거인멸죄가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尹 대선캠프의 불법선거자금
여기에 더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윤석열 후보를 위해 돌렸다는 여론조사 비용을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대납했다는 의혹까지 검찰 수사에 들어갔다. 두 의혹의 공통점은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비용(사무실 운영비용과 여론조사 비용)이 드러났고, 두 의혹의 최종 수혜자가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이란 점이다. 또한 두 사건 모두 윤 대통령 부부와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던 인물들이 엮여 있으며, 이들에게 대통령 당선 후 보상이 주어졌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최순실 게이트와 유사한 양상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복잡하게 전개됐지만, 핵심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이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선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와 함께 주요 국정 상황을 논의해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최씨가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의혹 역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인 명태균씨와 함께 국민의힘 공천과 신규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이나 대통령실 이전 등 국정 상황을 논의하고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명씨가 경제적 이익을 도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불법 사무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은 대통령 당선 후 정부와 관련된 자리에 앉았다. 이런 의혹들은 윤석열 정권의 말로가 거의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국 언론들은 지금 산발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결국 이 의혹을 한 마디로 귀결시킨다면 바로 윤석열 대선 캠프의 불법대선자금이다. 하지만 이미 수사에 들어간 명태균 관련 의혹은 면죄부 수사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2023년 12월 김영선 전 의원과 명 씨의 수상한 돈거래를 포착해 이를 수사 의뢰했다.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소속 검사가 아예 없는 행정부서인 수사과에 배당했다. 수사과는 별다른 수사 의지 없이 9개월을 허비하다가 2024년 9월 5일 뉴스토마토 보도 이후에야 사건을 형사 4부에 정식 배당했다. 정식 배당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검찰은 언론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한 9월30일이 돼서야 뒤늦게 증거를 확보하겠다며 명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사이 이른바 ‘황금폰’이라 불리는,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가 소통하는 데 사용됐던 휴대전화가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가 지났고, 10월10일 내사 종결 처리됐다. 2024년 검찰이 명 씨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앞서 설명했듯 아직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뿐이다. 이는 지난 두 달여간 언론을 통해 쏟아진 의혹들과 적절한 호응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명 씨가 한 것으로 확인한 행위들조차도 담아내지 못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2024년 10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명 씨와 통화하면서 김영선 전 의원의 국민의힘 공천을 거론하는 육성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은 명 씨를 구속하며 이 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적시도, 판단도 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 씨는 ‘명 씨가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의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영선 의원의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을 받아 왔다’고 주장하며 관련 통화 녹음 파일들을 증거로 세상에 제시했다.
이는 김 전 의원도 “명태균의 덕을 봤다”며 인정한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검찰이 청구한 명 씨의 구속영장에는 이런 내용도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어떻게 명 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관여할 수 있었는지가 빠진 채,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세비 중 ‘7600여만 원 기부받았다’는 범죄 사실만 적혀 있는 것이다. 명 씨의 구속 사유에 ‘공짜 여론조사의 대가’로 이뤄진 공천이 빠져 있다는 건 검찰이 이 사건의 공모 혹은 공범 관계를 아직 밝히지 못했거나 밝힐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앞서 공직자가 아닌 최씨를 안 전 수석과 공모 관계인 것으로 판단해 구속했던 2016년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견줘 2024년의 ‘김건희-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훨씬 미약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