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2월10일 계좌 폐쇄 통보’ 받고 긴급소송
◼ 89세 노모-보호자 아들-법인계좌3개 등 일방적 통보
◼ 폐쇄되면 ‘노모 사회보장 연금 수령 등 생존에 위협’
◼ 법원, 긴급소송 하루 만에 모든 폐쇄 중단 임시명령
뉴욕 브로드웨이의 대표적 한인사업가 일가의 계좌에 대해 하나은행이 계좌 폐쇄를 통보했으며, 한인사업가 일가는 이에 불복, 뉴욕주 법원에 계좌 폐쇄 금지 긴급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10일 한인사업가 일가에게 서한을 보내, 개인과 법인 명의의 계좌 6개를 3월10일 폐쇄한다’라고 통보했으나, 폐쇄 이유 등은 일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하나은행에 계좌 폐쇄금지 임시제한명령[가처분]을 내림과 동시에 4월7일 법원에 출석, 계좌 폐쇄 이유를 소명하라고 명령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3월 5일 뉴욕주 뉴욕카운티지방법원에 한국 하나은행의 자회사인 하나은행을 상대로 이례적인 소송이 제기됐다. ‘은행 측이 계좌를 폐쇄하려 하니, 이를 막아달라’는 긴급민사 소송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소송인데다, 소송원고가 뉴욕 브로드웨이의 성공한, 대표적인 한인사업가의 일가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작고한 유명한인사업가의 아들 A씨와 모친은 지난 3월 5일 하나은행의 계좌 강제 폐쇄를 막기 위해 임시제한명령[TRO]와 예비금지명령을 내려달라는 긴급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 원고 측은 지난 3월 2일 ‘SUMMON WITH NOTICE’, 즉, 정식소송장없이 약식으로 소송제기를 통보하는 서류로서 소송을 시작한데 이어, 하루 뒤 다시 소송장을 갖춰서 정식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 계좌 폐쇄 막아달라’ 소송
원고 측은 소송장에서 “하나은행이 지난 2월 10일, 모친에게, ‘귀하의 계좌는 2026년 3월 10일부로 폐쇄됩니다’ 라는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 계좌는 모친이 사회보장연금과 해외연금을 수령하는 계좌이며, 생활비, 약값, 임대료 등을 처리하는 계좌이다. 만약 이 계좌가 폐쇄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으며, 약값과 임대료 지급이 불가능해지는 등, 생존에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되며, 즉각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소송장에서 ‘은행이 계좌를 폐쇄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고령자나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된다.
원고는 40년간 이 은행에 계좌를 유지해 왔으며, 안전한 대체계좌를 마련할 시간도 주지 않고, 갑자기 폐쇄하는 것은 악의적이다, 노모의 계좌로 지급되는 사회보장연금을 다른 계좌로 즉시 대체할 수 없으며, 해외연금도 은행 SWIFT 코드 변경통보 등을 감안하면, 빨라도 수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대체계좌를 마련할 때까지 약값, 임대료, 식비 등의 지급이 불가능하고, 이는 고령인 노모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또 보호자인 아들의 계좌까지 함께 폐쇄되면, 노모의 생존은 더 타격을 입게된다. 원고는 이처럼 큰 피해를 보게 되는 한편, 은행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피해의 형평성을 따질 때 원고의 피해가 막대하므로, 원고의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고 측은 ‘일단 하나은행의 계좌 폐쇄를 즉시 중단하는 임시제한명령[TRO]을 내려달라. 또 소송 중에 계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예비금지명령을 내려주고, 최종적으로 계좌 폐쇄를 금지하는 영구금지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원고는 계좌 폐쇄 자체를 다투기보다는 폐쇄방식이 악의적이며, 대상이 고령자이며,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되나 은행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법조전문가들은 ‘뉴욕주법에 따르면 은행은 일반적으로 계좌폐쇄권한을 광범위하게 보유하고 있어서 계좌폐쇄금지명령 신청사건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계좌폐쇄대상이 고령자이거나, 생존에 필수적인 연금계좌, 대체계좌개설이 불가능한 상황, 즉각적 회복 불능 피해 등 4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법원이 계좌 폐쇄를 중단시킬 수 있다. 현재 원고 주장은 사실상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소송과 관련, 시선을 끄는 점은 은행이 폐쇄통지서에서 폐쇄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고 측은 소송장과 함께 하나은행의 계좌 폐쇄통지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폐쇄 대상이 된 계좌는 모두 6개로, 노모 계좌 2개와 보호자인 아들의 계좌 1개 등 개인 계좌 3개와 법인계좌 3개였다. 하나은행은 이 통지서에서 ‘3월 10일부로 폐쇄되며, 그 이후에는 입금과 출금이 불가능하고, 수표를 발행해도 반환되며, 잔액은 우편으로 송금할 것이다. 또 자동이체, 자동 입금 등은 다른 계좌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왜 폐쇄하는지에 관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모의 계좌뿐 아니라 보호자 및 관련 법인계좌까지 모두 폐쇄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다. 원고는 소송장에서 계좌 폐쇄금지 사유로 노모의 사회보장연금 수령의 어려움 등을 내세웠지만, 아들과 법인계좌까지 몽땅 폐쇄 통보를 받았다. 재판부는 긴급소송인 점을 감안, 원고 소송 제기 사흘만인 3월 6일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령자에 대한 생존 위협’등의 청구 이유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계좌 폐쇄를 나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폐쇄 중단명령이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명령문에서 ‘피고는 원고 측 계좌 6개에 대한 폐쇄를 즉각 중단하라’고 임시 제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계좌 폐쇄금지, 사회보장연금 및 해외연금 등 국내외 입출금 차단금지, 계좌접근 제한 금지, 계좌 사용방해 금지’ 등 하나은행의 이 계좌에 대한 제한을 1초도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하나은행에 4월 6일 오후 5시까지 이 명령에 대한 반박 서한을 제출하고, 4월 7일 법정에 출석해서 왜 금지명령을 내리면 안 되는지를 직접 소명하라고 명령했다. 또 원고가 이 명령을 맨해튼에 있는 하나은행 지점장에게 직접 전달하면, 그 자체로 적법한 송달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설명도 없이 폐쇄 통보
이 같은 명령에 따라 원고 측은 3월 9일 송달을 마쳤다며 송달 완료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원고 측은 ‘지난 3월 9일 오후 2시 30분, 뉴욕 맨해튼의 하나은행을 방문, 애니 황지점장에게 소송장과 명령 등을 송달하려 했으나, 황지점장이 점심을 먹기 위해 외출했으므로, 이 은행 직원인 김태경 씨에게 송달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이 같은 명령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도 고령자의 연금 계좌 폐쇄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고가 고령인 노모의 회복 불가능한 피해, 긴급성 등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고령인 노모의 계좌 2개 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자녀의 계좌와 법인계좌까지 모두 보호했다. 자녀 계좌도 고령 노모의 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원의 이 명령으로 원고 측은 일단 계좌 폐쇄에 따른 연금 수령 중단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예금계좌 폐쇄에 대비, 차분하게 다른 은행에 계좌개설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얻게 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하나은행이 왜 40년이나 된 고객의 계좌를 갑자기 폐쇄했느냐 하는 것이다. 과연 무슨 이유로 계좌를 폐쇄했느냐이다. 통상 정부 측의 폐쇄요청이 있을 경우, 그 이유를 폐쇄통지서에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금융관계자의 설명이다. 현행법으로 관련 정보를 발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계좌 폐쇄-우연이 아닐 수도
브로드웨이 무역상들 대부분 수입선이 중국임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분쟁 연장선상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제조업체가 돈세탁 방지법 등 금융안전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덩달아 수입업체인 한국 무역상에 불똥이 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원고가 현재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가액이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갑작스런 계좌 폐쇄 등이 궁극적으로 이 소송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소송의 기본이 일단 상대방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탈탈 터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송 승리를 위해서는 티끌만 한 허물도 찾아내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해서, 하나은행 계좌 폐쇄 사건을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