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유명식당주인 쿠사마 야요이 그림사기소송 산 넘어 산
◼ 美연방법원, 그림 담보 대출업체 점유 정당 기각요청 승인
◼ ‘법원, 소유권은 인도 시점에 이전…소유권 없다’패소판결
◼ 갤러리 상대 승소 무난할 듯…그러나 관련자들 모두 ‘잠수’
서울 강남유명식당주인 심00씨의 ‘물방울 땡땡이 호박’그림사기 손해배상소송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심 씨는 지난 2024년 12월 연방법원에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을 2백만 달러에 판매한 갤러리와 갤러리 주인, 또 이 갤러리에 50만 달러를 빌려주고 그림을 점유한 대출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법원은 지난 3월 초 대출업체가 해당 그림의 선의의 점유자로서 원고에 우선한다라며, 대출업체에 대한 소송은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제 심 씨는 갤러리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해야 하지만, 무난하게 궐석승소판결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갤러리는 소송에 응하지 않는 등 사실상 치밀한 계획하에 그림값을 받은 뒤 일찌감치 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방울 호박그림 찾기가 산 넘어 산인 셈이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서울 강남의 유명식당주인 심00씨는 ‘물방울 땡땡이 호박’ 그림을 돌려받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지게 됐다. 연방법원이 원고는 이 그림에 대한 소유권이 없고, 현재 그림을 점유한 대출업체가 점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사실상 대출업체 소유로 인정됨으로써 그림을 돌려받는 것은 힘들어졌고, 다만 이 그림을 판다며 대금 2백만 달러를 받아 챙긴 갤러리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 됐다. 하지만 갤러리와 주인은 이미 ‘잠수’를 타 연락이 끊긴 상태다. 뉴욕남부연방법원은 지난 3월 5일 강남의 유명식당주인 심00씨의 럭셔리 에셋 캐피탈 유한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2백만불 주고 산 그림 구경도 못 해
강남의 유명식당주인 심00씨는 처음 그림을 판매한 카마이클갤러리[이하 카마이클], 그림을 담보로 50만 달러를 카마이클갤러리에 대출해 준 럭셔리 에셋 캐피탈유한회사[이하 럭셔리 에셋]등을 상대로 그림을 받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었고, 일단 법원은 럭셔리에셋상대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OPINION&ORDER]에서 ‘사건의 핵심 사실은 원고가 카미이클갤러리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12월 22일 대금을 완납했다.
하지만, 카마이클은 원고에게 그림을 전달하지 않았고, 해당그림을 럭셔리에셋에 담보로 제공하고 50만 달러를 대출받았다. 그 뒤 카마이클은 대출금을 갚지 않았고, 럭셔리에셋은 그림을 계속 점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원고는 럭셔리에셋이 동산을 탈취했다며 이에 대한 반환을 청구함과 동시에 부당이득도 반환하라고 청구했다. 당 재판부는 럭셔리에셋의 기각요청을 승인하며, 원고는 추후 동일한 사건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불가능[WITH PREJUDICE]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그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으므로, 럭셔리에셋에 그림 소유권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라며 단 하나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쉽게 말하면 원고 소유의 그림이 아니므로, 원고가 그림을 돌려달라고 할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을 카마이클이 아니라 럭셔리에셋이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럭셔리에셋상대 소송에서 완패했다는 것은 그림을 돌려받기는 사실상 힘들게 됐음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미술품시장 사기 피해
재판부는 ‘뉴욕주법에 따르면 소유권은 인도 시점에 이전된다. 그림구매계약서에도 대금지급 뒤 즉시 인도한다 라고 기재돼 있지만, 대금 지급이 소유권 이전을 뜻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다. 카마이클은 그림을 인도하지 않았고, 따라서 원고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다. 원고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동산 탈취, 반환청구, 부당이득환수 등이 성립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미국 상법상 미술품거래 판례, 담보권 법리 등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강남유명식당주인 심00씨 소송은 미술품거래 시장에서 가장 전형적인 사기피해, 즉 소유권분쟁의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미국 미술품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분쟁구조는 ‘구매자는 대금을 지급했지만, 갤러리는 작품을 인도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림으로써, 돈을 빌려준 제3자는 선의의 점유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는 반면, 구매자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면서, 소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술품을 판매한 갤러리는 구매자로부터 그림 대금을 챙긴 것은 물론, 그 그림을 제3자, 즉 대출업체에 담보로 제공한 뒤 대출을 받는 등 2중으로 돈을 챙기고, 대출업체 역시 돈을 빌려준 사실이 명백한 만큼 선의로 그림을 소유할 권리를 인정받는 대신, 구매자만 돈을 날리게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심 씨가 이 같은 전형적 그림 사기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분쟁에 연루된 구매계약서에는 대부분 ‘대금 지급이 소유권 이전을 의미한다’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지 않으며, 사실상 이 같은 계약서는 사기를 염두에 둔 구조라는 것이다, 계약서에 소유권 이전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 원고로서는 치명적 약점인 셈이다. 또 미국 상법에서는 대출업체는 선의의 담보권자로서 보호받는다. 즉, 갤러리가 작품을 담보로 제공했고, 실제로 대출금을 지급하면, 선의의 담보권을 취득하게 되며, 구매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다면 대출업체의 권리가 구매자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대금을 완납했으므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논리를 펼쳤지만,이는 미국 상법상 ‘소유권 이전은 대금 지급이 아니라 실제 물건의 인도’라는 법조항과 배치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며, 결국 패소판결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 강남유명식당주인 심00씨는 그림을 판매한 카마이클과 카마이클의 주인 세스 카마이클을 상대로 한 계약위반, 사기 소송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카마이클 측은 이미 잠적해서 사실상 연락이 끊겼고, 소송에도 응하지 않아서 현재 디폴트상태이다. 공식적인 재산은 이미 ‘0’으로 만드는 등 사실상 파산 상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림은 물론 2백만 달러의 그림 대금 회수도 쉽지 않은 셈이다.
‘잠수’ 사기범… 모래밭서 바늘찾기
이에 앞서 원고 측은 지난 2월 11일, 피고 중 한 명인 노라 알렛 길런에 대한 소송을 자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 측은 당초 노라 알렛 길런이 카마이클갤러리의 소유주라고 주장하다, 스스로 이 같은 주장을 철회한 것이다. 민사소송법상 원고가 소송을 자진 취하하면, 법원의 별도 승인 없이 즉시 효력이 발생하므로, 길런에 대한 청구는 2월 11일부로 소멸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나머지 피고는 카마이클 법인과 세스 카마이클 개인1명 등 갤러리 측이다. 특히 재판부는 럭셔리에셋의 기각요청을 승인함과 동시에 원고 측에 나머지 피고에 대한 재판을 계속할 것인지, 만약 계속한다면 적절한 조처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가 사건을 정리하자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면 제대로 갖춰서 궐석판결을 밀어붙이고, 아니면 소송을 사실상 포기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요건을 갖춰서 궐석판결을 요청하지 않으면, ‘불성실소추’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3월 6일 명령문에서 ‘나머지 피고에 대한 소송을 계속 진행하려면, 오는 3월 27일까지 이들이 디폴트 상태이므로 궐석판결을 신청하라, 만약 소송을 계속 진행하지 않는다면, 진행하지 않는 이유를 소명하라’고 명령했다. 또 ‘나머지 피고에 대한 송달이 적법하게 완료됐는지, 카마이클 유한회사 구성원의 주소지 등이 이 법원의 관할권 요건을 충족하는지, 소송장 내용이 법적으로 청구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설득력있게 입증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9일 전화 심리를 개최하며, 피고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판결로 넘어갈지를 심리하고, 만약 피고가 출석하면 재판 일정 등을 협의하는 케이스매니지먼트컨퍼런스로 전환하겠다’라고 통보했다. 현재 ‘카마이클, 세스 카마이클은 적법한 기한 내에 소송장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은 카마이클은 지난 2025년 6월 20일, 세스 마이클은 지난 1월 20일부로 디폴트로 판정했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원고는 송달과 재판관할권 등만 입증하면, 무난하게 갤러리 및 갤러리 주인에 대한 궐석승소판결을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이미 잠적한 상태이므로, 승소 판결을 받아내면, 또 이들을 찾아내서 강제 집행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고려하면, 갤러리 측은 애초부터 작심하고 의도적인 사기를 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작심’한 사기꾼을 막아내기가 참으로 힘든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