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지시한 총영사는 빼고 애꿎은 부총영사만 징계처분
◼ 부총영사 ‘징계 불복 소송했지만 징계적법’패소에 불복소송
◼ 총영사가 지시한 부적격자 A는 최종 합격…적격자는 불합격
◼ ‘왜 총책임자 총영사는 징계않고 나만 징계’ 뒤늦은 공방전
지난 2021년 일본 오사카총영사관에서 행정직원 채용과 관련, 필기 및 면접시험 최우수자가 아닌 총영사가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인사비리가 발생했으나, 총책임자가 아닌 총영사는 징계하지 않고 부총영사만 징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총영사는 문재인 정부의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던 인사로, 행정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총영사에게 ‘아무개가 일을 잘하지 않는냐, 필기 점수는 참고 사항이지’라고 말하는 등, ‘필기 점수 등을 무시하고 특정인을 뽑으라’는 암묵적 지시 정황이 확인됐다. 하지만 외교부 등은 총영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고, 부총영사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도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렸다. 비록 총영사가 퇴임한지 3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외교부와 감사원이 실체적 진실은 밝혔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지난 1990년 제24회 외무고시에 합격, 2020년 2월부터 일본 오사카총영사관 부총영사, 2021년 8월부터 3년간 아프리카 모국가 대사로 재직했던 오모대사[이하 오 부총영사로 표기]에 대한 행정직원 부정 채용에 따른 외교부의 정직 1개월 징계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19일 오 부총영사가 외교부장관을 대상으로 ‘2024년 9월 30일 원고에게 한 정직 1월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문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다가 지난 1월9일 비실명처리를 마친 뒤 일반에 공개됐고, 본보가 입수, 검토한 결과, 오 부총영사에게 부정 채용의 책임을 물어 징계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내렸지만, 소송 과정에서 채용 총책임자인 총영사 및 서류 및 면접전형 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사원 감사결과, 실제 당시 오태규 오사카 총영사가 사실상 특정인을 채용하라는 암묵적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사카 총영사관 교육 분야 전문직 행정직원 부정 채용 사건은 지난 2021년 3월 초 ‘임의로 선발기준’을 정해 객관적으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사람이 아닌, 특정인을 합격시키고 채용한 사건이다.
‘총영사가 부적격자 A채용 원했다’
당시 오사카 총영사관의 총책임자인 총영사는 오태규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부총영사는 직업외교관 오모씨였다. 오사카 총영사관은 2020년 11월 말 외교부 승인을 얻어 2020년 12월 교육분야 전문직 행정직원 공고를 냈고, 2021년 1월 6일 지원서류 접수 마감 결과 1명을 선발하는데, 24명이 지원할 정도로, 재일 동포사회에서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사카 총영사관은 서류심사 등을 통해 24명을 5명으로 추렸고, 2021년 1월 20일 5명을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치른 뒤 1월 22일 A씨를 최종합격자로 선발하고, 같은해 3월 4일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채용 절차가 종결됐다. 문제는 A씨 계약 뒤 채용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이 같은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첫째, 지원 서류 접수가 24명이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 일일이 검토하지 않고, 인사위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서류합격자 5명을 뽑는 등, 맨 처음 관문부터 잘못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1차 서류전형에서 자격요건 충족 여부가 불분명한 지원자를 면접 대상으로 선발한 반면, 자격요건을 충족시킨 지원자들은 탈락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채용공고에 따르면 응시 자격은 ‘채용 분야 석사 학위소지자 또는 학사 학위 취득 뒤 5년 이상 채용 관련분야 종사자 또는 한국어-일본어 능통자로서, 전문 통번역이 가능한 자’이며, 선발방법은 ‘1차 서류심사와 2차 필기 및 면접시험’이었다.
즉 3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시켜도 자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격요건충족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지원마감 뒤 하루 이틀 만에 5명을 1차 서류전형 합격자로 선정했지만, 5명 중 3명은 자격요건 충족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학위취득 후 5년 이상 관련분야 종사요건에는 5명 중 4명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교육 분야 석사학위가 있는가, 5명 중 4명이 석사학위가 있었지만, 교육 분야는 단 1명도 없었다. 한국어-일본어 능통 여부는 단 1명만 충족됐고, 4명은 이에 맞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3가지 자격요건을 만족시킨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특히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A씨는 학위취득 뒤 5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채용 분야 석사학위도 아니고, 한국어 일본어 능통 여부도 불분명했다.
애꿎은 부총영사만 독박 징계
사실상 3가지 요건 중 1가지도 충족시키지 못해서,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반면 주일 한국대사 전담 통역관과, 유치원 및 학교교사로 재직했던 2명은 자격요건 중 최소 1가지는 충족시켜, 서류전형 통과가 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재판부는 1차 서류전형 통과하지 못할 사람이 최종합격자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 중 3명은 자격요건이 충분해서, 당연히 서류전형에 합격했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된 것이다.
둘째, 필기 및 면접 심사에서 필기 시험점수가 더 높고, 면접점수는 같은 다른 지원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영사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A씨에게만 해당되는 ‘업무 연속성과 안정성’이라는 임의의 기준으로, 성적 최우수자는 탈락시키고, A씨를 위해 급조된 기준으로 A씨를 최종 합격시켰다는 점이다. 일단 필기시험에서 A씨는 156.5점이지만 탈락자인 B씨는 178점에 달했고, D씨는 154.5점이었다. B씨가 A씨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고, A씨는 D씨와 비슷했다. 필기시험에서 최종합격자 A씨는 최고점수보다 한참 낮은 2등이었다. 면접시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A씨는 83.6점인 반면, B씨는 84.2점이었다. 면접에서도 B씨가 1등인 반면, A씨는 2등이었다. 결과적으로 필기 및 면접시험에서 B씨가 1등, A씨가 2등이었고, 필기시험을 고려하면 B씨는 압도적 1등이었다.
이에 따라 인사담당자는 ‘B가 종합점수 최우수자이며, 만약 A가 최종합격자로 선발되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라고 보고했으나 총영사는 인사위원장으로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소집, 심의 및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업무연속성과 안정성’이라는 임의의 기준을 적용, A를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불공정한 인사는 반드시 뒷말을 나을 수밖에 없고, 특히 요즘은 이런 불이익을 참는 사람은 없다. 결국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됐고, 인사위원장이 공정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고, 임의적 기준으로 특정인을 선발했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 감사는 2023년 6월 12일부터 7월 21일까지 진행됐고, 이때는 오 부총영사는 아프리카 모국가의 대사로 재직할 때였다.
구체적 정황 드러났는데도 묵살
오태규 총영사도 2018년 4월 17일부터 3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감사 당시에는 김형준 총영사가 재임 중일 때였다. 감사원은 2024년 1월 24일 오 부총영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고, 외교부는 2024년 9월 30일 중앙징계위 의결에 따라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때는 오 부총영사가 아프리카 모국가대사를 마친 지 약 한 달 만이었다. 오 부총영사는 징계가 과하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소청심사위는 이를 받아들여 2025년 1월 20일 정직 1개월로 줄였다. 그뒤 오 부총영사는 이에 불복, 정식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 부총영사가 독단적으로 이처럼 특정 직원을 불법 채용했을까. 오 부총영사는 재판 과정에서 총영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행정직원 적격자를 채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총영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 총영사가 특정 직원 불법 채용을 사실상 묵시적으로 지시했다는 주장을 했고, 그 구체적 정황도 드러났다. 오 총영사는 2021년 1월 채용 업무처리 당시 오 부총영사에게 A씨를 채용하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오 총영사는 A씨가 계약직원으로 근무할 때 ‘A가 일을 잘하지 않아’라고 말했으며, 특히 행정직원 채용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진행 절차는 잘 진행되고 있어요?’, ‘필기 점수는 그냥 참고 사항이지?’라고 말했다는 것이 부총영사의 진술이다.
오 총영사가 특정인이 일을 잘한다고 칭찬하고, ‘필기 점수는 참고사항’이라고 말한 것은 필기 등 성적에 관계없이 특정인을 뽑았으면 좋겠다는 암묵적 지시로 인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오 총영사는 해당 공관의 공관장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 외교관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배나무밑에서 갓끈도 묶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오 총영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스스럼없이 인사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오 총영사의 이 같은 인식은 그 자신이 이른바 특임공관장으로써. 보은인사 논란을 빚었던 당사자임을 감안하면, 어쩌면 보은인사 수준에 걸맞은 ‘적절한’ 인식으로 비치기도 한다.
징계 여부 떠나 실체적 진실 밝혀야
이에 대해 오 부총영사는 오 총영사가 A씨의 채용을 바라고 있다고 판단하고, 오 총영사의 뜻을 받들어, A씨를 최종 선발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오 총영사는 ‘나는 부총영사와 대화할 때 A씨가 화제에 올랐을 수는 있지만, 전문직 행정직원 채용 절차 시작 이후에는 A씨 관련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총영사로서 전체적 채용 일정을 부총영사에게 물어본 적은 있어도, 특정한 인물에 대해 관심을 표시한 적이 없으며, 선발 결정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오 부총영사는 총영사 등에게 전혀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 감사는 오 총영사가 퇴임한 지 한참 뒤 진행됐다. 그렇더라고 해도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만약 오 총영사가 부총영사에게 암묵적 지시를 했다면, 비록 감사 때 오 총영사가 이미 퇴직해 징계 등의 처분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위법 여부는 철저히 밝혔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