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장원, 본지보도 후 3차례 조사…증거없이 진술로만 소환
◼ 종합특검에 협조적인 국정원 직원, 정작 洪에게는 적대적
◼ 박지원 국정원장 시절 최측근 종합특검에서 핵심적인 역할
◼ 양평고속도로 의혹이나 외환 의혹 수사는 한 발짝도 못 떼
본지는 지난 5월 20일 ‘끝나지 않은 12‧3 내란의 밤-똘아이 윤석열이 남긴 국정원 똘마니들의 반격’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12‧3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안팎에 잔존한 윤석열 정부 충성파들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움직여 왔는지를 짚은 바 있다. 그들의 조직적인 목표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었다는 것이 종합특검 수사에서 드러나는 모양새였는데, 기사 보도 이후 특검 측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 계속되는 종합특검 수사에서 홍장원 전 차장을 비롯해 비상계엄의 진실을 폭로한 또 다른 군 인사에 대해서도 혐의를 씌우며 수사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 가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본지 취재 결과 특검에 들어가 있는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가 이를 박 의원에게 흘리고 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종합특검의 수사가 팩트가 아닌 어떠한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의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홍장원 전 차장 수사를 통해 드러난 국가정보원 내 일부 세력의 음모와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종합특검의 행태를 쫓아가 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53분. 홍장원의 전화기에 윤석열의 번호가 떴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이랬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까 방첩사를 지원해. 인력이면 인력, 자금이면 자금, 무조건 도와.” 그로부터 13분 뒤, 이번엔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 정치인 16명의 이름을 줄줄이 불러줬다. 홍장원은 이를 받아 적었다. 훗날 헌법재판소와 법정에서 ‘체포 명단 메모’로 불리게 될 그 종이다. 이 증언이 윤석열 파면과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헌재는 윤석열의 체포 지시와 정치인 명단을 사실로 인정했고, 이는 만장일치 파면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됐다. 윤석열 측이 탄핵 심판 내내 “거짓말” “내란공작 프레임”이라며 물고 늘어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尹충성파들의 홍장원 무너트리기
검찰, 경찰, 공수처, 국회 국정조사특위, 헌재, 형사재판까지-홍장원은 부르는 곳마다 나가서 같은 말을 반복했고, 그 말은 대체로 흔들리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세상이 아는 홍장원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내란의 밤이 실패로 끝난 뒤에도 국정원 안팎의 윤석열 충성파들은 조용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첫 타깃은 홍장원의 입을 막는 것이었다. 일부 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장원 전 차장이 헌재에서 ‘정치인 체포조’ 2차 증언을 하기 닷새 전인 2025년 2월 15일,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보좌관이 홍장원의 보좌관에게 접근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이 정말 가관이다. “우리가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돕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당신이 이번에 승진이 누락된 사실을 알고 있다.” 특검 조사 결과 홍장원의 보좌관은 실제로 3급 승진 대상이었다가 인사 직전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국정원장이 퇴직 후에도 조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인사를 미끼로 핵심 증인의 최측근을 흔들려 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은석 내란 특검은 당시 현직이던 조태용 원장의 개입 가능성까지 들여다봤다. 정보기관의 공작 기법이 적국이 아닌 제 식구를 향한 것이다. 회유가 통하지 않자, 다음 카드는 ‘신빙성 흔들기’였다. 2025년 2월 20일, 국민의힘은 홍장원의 계엄 당일 동선이 담긴 국정원CCTV영상을 공개하며 “홍장원 증언은 거짓”이라는 공세를 폈다. 그런데 조은석 특검 수사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국민의힘 의원들(‘한기호 의원 외 5인’ 명의)이 영상 제출을 공식 요청한 것은 2월 19일-그런데 국정원은 그 요청이 오기도 전에 이미 영상 반출을 위한 서류작업을 마쳐뒀다는 것이다.
그것도 ‘법원 제출용’ 등의 명목으로 허위 작성된 문서였다는 게 특검 조사 결과다. 특검은 이를 국정원과 국민의힘이 홍장원의 CCTV를 특정 시점에 공개하기 위해 사전에 소통해 온 정황으로 의심한다. ‘정치인 체포 지시는 없었다’는 윤석열의 방어 논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짜고 치기였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이 대통령 파면 재판의 핵심 증인을 무너뜨리는 작전에 동원된 셈이다. 조태용은 이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조차 “홍 전 차장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판단해 영상을 제공한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국정원장이 헌재가 사실로 인정한 증언을 ‘거짓’으로 단정하고 조직을 움직였다는 자백성 발언이다. 그는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부화뇌동하는 종합특검의 움직임
윤석열 충성파들의 파상공세를 버텨낸 홍장원에게, 정작 마지막 칼을 겨눈 것은 뜻밖에도 계엄을 단죄해야 할 특검이었다.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은 2026년 5월 18일 홍장원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로 전격 입건했다. 계엄 다음 날 국정원이 CIA등 우방국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홍장원이 보고받고 재가했다는 혐의다. 4월 압수수색, 5월 22일 1차 소환(9시간), 6월 11일 2차, 6월 22일 3차(9시간40분), 그리고 26일 4차 소환까지.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을 두고 넉 달째 이어지는 융단폭격식 수사다. 그런데 이 수사, 들여다볼수록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종합특검은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이 확보했던 증언과 자료 외에 추가 물증을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당사자는 ‘패싱’당했다는 정황도 있다.
홍장원 측 항변은 일관된다. 계엄 해제 후 국가안보실 문건을 받은 조태용이 자신을 건너뛰고 해외 담당 국장에게 직접 전파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장원은 체포 지시를 거부한 그 밤 이후 국정원 의사결정 라인에서 배제된 상태였고, 곧바로 경질 통보까지 받은 처지였다. 조직에서 내쳐진 사람이 무슨 수로 ‘CIA 메시지 작전’을 재가한다는 말인가. 그런 점에서 “과연 조 전 원장이 저한테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란 홍장원 전 차장의 반론은 의미심장하다. 진술의 출처도 수상하다. 특검이 쥔 핵심 카드는 국정원 A국장의 “홍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 “홍 전 차장이 ‘계엄이 합법이라는 전제하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다. 그런데 A국장 본인이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파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다.
홍장원 측은 “부적절한 지시를 한 책임을 피하려 나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한다. 제 살길 찾는 피의자의 진술 하나에 기대어, 헌정사의 증인을 내란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홍장원은 특검 조사 때마다 담담하지만 뼈 있는 말을 남겼다. “12월 3일 밤이 아무리 길었어도 하룻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시켜 드릴 만한 일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지원 논의 의혹에는 합수부의 ‘합’자도 나온 적 없다”고 일축했다. 언론 프레임으로 흔들고, 승진 인사로 회유하고, CCTV로 뒤를 캐던 똘마니들이 실패한 자리에서, 이제는 ‘적폐청산’의 완장을 찬 특검이 같은 과녁을 겨누고 있다. 공격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홍장원 죽이기’라는 과녁은 그대로다.
진실을 말하는 者, 덮으려는 者
<선데이저널>이 국정원 세력의 홍장원 죽이기라고 보도한 것은 홍 전 차장이 1차 소환조사를 받은 직후다. 홍 전 차장은 이후에 3차례나 더 수사받았다. 하지만 역시나 결론은 본지가 제기한 의혹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수사를 하면 할수록 종합특검은 국정원 인사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채 흘러가고 있다. 앞서 말한 추가 물증 확보 실패, 홍장원 패싱, 국정원 국장의 진술은 모두 홍장원 죽이기란 목표 아래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선 이러한 종합특검의 수사에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있단 말도 나온다. 홍장원에 대한 여권 내 분위기가 미묘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신병 처분이 여권 일각과 발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지난 5월 7일 박지원 의원은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아마 오늘 내일(즈음)홍장원 국정원 차장이 특검에 소환된다”며 “과거에 자기가 이실직고하기 전에 상당한 일을 했다는 것으로 아마 신병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홍 전 차장이 수사 대상에 올랐단 이야기는 특검팀 내부에서조차 극소수만 알고 있었는데, 박 의원이 이를 방송에서 언급한 것이다. 박 의원의 언급은 현실이 됐다. 발언 후 약 열흘 뒤인 5월 18일, 특검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홍 전 차장을 입건했다.
1차 특검에서 수사한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정치적 배경이 있어 보인다. 앞서 진행된 내란 특검 수사 때 홍 전 차장은 수사에 도움을 준 핵심 참고인이었다. 홍 전 차장의 진술은 윤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의 내란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차 특검에서도 홍 전 차장이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종합특검이 정작 규명하지 못한 권력형 비리들이 산적한 마당에, 수사력이 향한 곳이 하필 ‘진실을 말한 자’라는 사실은 종합특검의 방향이 잘못되어도 한창 잘못되고 있단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