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비하인드 취재] 이재용 영장 기각과 윤석열의 숨겨진 검은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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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되는 윤석열 대망론
‘그는 이미 2년 뒤를 내다봤다’

윤석열한국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본국시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앞선 지난 4일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주가 시세 조종,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함께 청구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사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가 검찰의 무리수라는 비판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본국 경제가 침체된 상황인데다, 이미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영장을 청구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영장청구를 강행했고 결국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의 영장청구 배경에는 고도의 전략이 녹아 있고, 이것은 곧 윤석열 대망론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것은 <선데이저널>이 줄곧 보도해왔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킬레스건과도 관련이 있는 얘기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본국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검찰을 지키려는 윤 총장은 검찰을 개혁하려는 현 정권과 총장 취임직후부터 줄곧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런 윤 총장은 견제하기 위해 현 정권이 낙점한 인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본지가 보도했던 대로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학동문이다. 즉 현 정권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경희대 인맥의 검찰대표주자다. 그는 중앙지검장 취임 직후부터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간부급 검사들은 모조리 중앙지검장에서 몰아냈다. 그래서인지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등과 마주하는 회의를 최소화하고 있다.

영장청구는 고도의 노림수

지난 4월 29일에는 검언유착을 수사하는 중앙지검을 향해 윤 총장이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검언유착의 당사자격인 채널A와 함께 MBC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됐지만, MBC만 기각된 것을 두고 ‘형평성’시비가 일자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을 대놓고 질책한 것이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의견차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인에 대한 전격 기소 단행 때도 빚어졌다. 한 번도 소환되지 않고 이뤄진 최 당선인에 대한 검찰 기소는 이 지검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할 때마다 의견차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청구를 놓고는 의기투합했다. 검찰은 4일 승계 과정의 불법성 논란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법원으로 넘겼다. 이에 앞서 삼성이 외부인(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기소의 타당성’을 묻겠다고 하자 검찰이 이틀 만에 반격한 것이다.

이승윤이 부회장이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은 지난 2일이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그다음 날인 3일 검찰총장 주례 보고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윤석열 총장에게 올렸다. 윤 총장은 “이 정도 사안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안 하면 다른 어떤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느냐”며 승인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이유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에 승인했다. 무엇보다 윤 총장은 삼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만으로 원칙에 부합하는 검사라는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삼성과의 유착의혹’ 털어낼 수 있다.

아킬레스 삼성 연결고리 차단 의도

윤 총장과 삼성과의 오랜 동지적 관계는 이미 본지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특히 대권가도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아내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연결고리로 삼성과의 관계가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미술전시사업을 하는 김 대표 미술전시 사업 초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마크 로스코’ 전시를 준비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협찬을 했고, 심지어 삼성전자가 김건희씨 개인 소유의 서초동 아파트에 전세권자로 등기됐던 기간이 상당부분 일치했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윤 총장과 김 대표 부부가 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왜 개인 소유의 아파트에 5년 전세권자로 등기했는지는 의문일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김 대표가 세계적 추상화가로 알려진 마크 로스코의 단독전을 성공시킴으로써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획사로 자리매김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마크 로스코 전은 2015년 예술의 전당 예술대상에서 ‘최다관람객상’, ‘최우수작품상’, ‘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로스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로 코바나컨텐츠는 세계적 거장들을 국내로 들여오기가 수월해졌다. 포트폴리오를 중시하는 해외 유수의 기관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좋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마크 로스코처럼 세계적 작가의 전시를 위한 준비 기간은 통상 2년 정도 걸리는 게 다반사다. 그렇다면 코바나컨텐츠는 대략 2013년부터 마크 로스코를 한국에 들여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리라 판단할 수 있다. 비용도 상당히 든다. 작품 대여료, 보험료, 운송료, 전시 공간 대여료 및 준비인력 임금 등 수십억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문업체가 여러 후원 및 협찬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전시를 성사시킨다. 그런데 김건희씨가 주도한 로스코 전시에 협찬사로 올라있는 삼성전자는 로스코 전시 준비 기간과 거의 같은 동일한 시기에 김건희씨 소유의 서초동 아파트에 전세권자로 등기돼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삼성전자는 2010년 10월부터 김건희씨에게 7억 원을 주고 전세권자로 등기했고 2015년 3월 31일까지 전세계약을 연장했다가 돌연 2014년 11월 7일 계약을 해지했다. 삼성전자가 협찬한 것으로 보이는 마크 로스코 전시기간은 2015년 3월 23일부터 6월 28일까지였다.

이런 관계가 주목을 끄는 것은 삼성이 김 대표가 윤 총장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12년 대검찰청 내부에 있는 강당에서 결혼했는데 그 때 부조금을 내기 위한 줄이 회관 밖에 까지 길게 늘어섰었고, 그 중에는 삼성직원들도 많았었다. 당시에도 특수부 칼잡이로 유명한 윤 총장이 결혼한다는 사실은 삼성그룹 대관팀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이벤트였다.

정치권, 대권 시나리오 군불 때기

이런 윤 총장과 삼성과의 관계는 이후 윤 총장이 정치를 하게 되면 일순위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삼성 뇌물 수사를 지휘했고, 총장이 됐을 때부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일관되게 ‘일벌백계’를 주장하는 것은 그가 향후 자신에 제기되는 삼성과의 문제에 있어서는 적어도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가 과연 대권에 꿈이 있냐는 것이다. 그는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를 아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어느 정도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윤 총장의 아버지 때부터 조언을 구하던 인물로부터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듣는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군불 때기’가 계속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상으로 듣기로는 그 사람(윤석열 검찰총장)도 하나의 후보군 될 수 있지 않냐(라고 하지만). 본인(윤석열 총장)은 현직에 있기 때문에 부정적 자세를 갖고 있다”라며 “만일 일반인으로 돌아와서 본인이 그런(대선 출마) 의사가 있다고 천명하고, 대통령 후보로 나타난다면 그 당시 여러 가지 여건 하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 건가 안 할 건가는 그 때 가 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가능성을 닫지는 않은 셈이다. 그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도 “현직 검찰총장은 거론하면 안 된다”라면서도 “본인이 채비하고 경쟁에 뛰어들면 결과는 지켜봐야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윤석열 테마주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서연’과 ‘모베이스전자’는 윤 총장과 관련한 호재가 나오면 매일 급등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종인 위원장이 “당내에는 대권주자가 없다”라고 발언하면 해당주식은 그 즉시 가격이 뛰는 상황이다. 사실 두 회사는 윤 총장과 인연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의 사외이사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서연은 올 2월 공시를 통해 “당사의 사외이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학교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그 이상의 아무런 친분 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영장청구 감행 감춰진 속셈과 겉셈

윤 총장의 모든 행보는 그가 대선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선명해진다. 무엇보다 윤 총장이 벌이는 수사의 칼날이 거의 다 현 정권을 향해 있다. 이는 윤 총장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권이 윤석열의 체급을 올려주는 셈이다. 리더십 부재로 혼돈을 겪는 야권 입장에서 높아진 윤 총장의 상품가치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문재인정권과 윤석열 총장, 그리고 야권은 서로 묘한 ‘함수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감행한 것은 단순히 원칙 문제로만 한정 지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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