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66] ‘까면 깔수록 너란 인간은…’ 박영수와 라덕연 SG주가조작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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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수, 주변 법조인들에게 ‘라덕연은 금융치료사’라고 극찬하며 소개
■ 변호사들과 로펌 일반 직원들까지 박영수 말 믿고 라덕연에 거액투자
■ 투자실패로 패가망신 법조계인사 천문학적 투자금 날리고도 침묵일관
■ 박영수 50억 클럽 수사는 라덕연 사건 덮기 위한 전형적 꼬리 자르기

박영수 전 최순실국정농단 특검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9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3일 구속 수감됐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일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과 대지 및 주택을 약속받고 8억 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후 보강수사를 거쳐 박 전 특검이 딸과 공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11억 원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저지른 범죄는 그가 그동안 다른 이권 사업에 개입한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란 얘기가 금융권과 법조계에서 나온다. <선데이저널>은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SG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사로부터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라덕연이 금융권과 법조계의 돈을 빨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박 전 특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가 본지 기자에게 전한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며, 심지어 박 전 특검은 주변에 라덕연을 ‘금융치료사’라고 소개하고 다녔을 정도라고 한다. 박 전 특검에게 물려 라덕연에 돈을 투자한 변호사와 법조계 인사들이 약 3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검찰이 박 전 특검을 대장동으로 엮으려는 이유는 결국 SG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한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수법에 불과하다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G주가조작 사건이야말로 박영수라는 법조인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법조 및 금융카르텔의 상징과 같은 사건으로,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검찰의 박영수 수사는 한 마디로 박 전 특검에게 수많은 다른 사건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4월 24일.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주가조작 사건이 한국의 주식시장을 흔들었다. 이후 주가조작 주범인 라덕연 무등록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유튜브를 통해 관련 상장사의 오너들을 지목하며 그들이 주식을 팔아 주가가 폭락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괴한 일이었다. 그리고 3개월. 라 씨를 비롯해 10여 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투자금액만 수조원에 달하는 이 희대의 사기사건 주범인 라 씨를 검찰이 빠른 시간 안에 기소한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의 수사 축은 크게 두 가지다. 라 대표를 포함한 일당의 범죄 혐의 수사가 먼저다. 라 씨의 입을 통해 퍼진 상장사 사주들의 공모 또는 연루 가능성이 두 번째다.

사주들의 연루 가능성 혐의는 라 씨 등 일당의 주가 시세조종을 미리 알고 최적의 시점에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다. 관련 사주 중에서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목받는다. 김 전 회장은 키움증권 소유주이면서 이사회 멤버다. 증권사는 주식시장의 풍문에 민감하다. 대외로 공표하지 않는 특정 상장사의 주식 거래 유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여러 미공개 정보를 알려고 하면 알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관련 상장사 사주들보다 더 주목받은 이유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시세조종 조사 전문가 십여 명을 파견받아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재판에 넘긴 인원이 석 달 동안 10여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라, 입 열면 사법부 초토화될 것

이 사건의 속사정을 알면 검찰은 수사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최근 라덕연 일당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결국 이 사건의 키맨은 박영수 전 특검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지난 5월 이 사태가 터지자 박 전 특검은 라덕연 대표 측 회사 2곳의 법률고문을 맡았다는 사실을 비롯해 수십억 원 상당의 투자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9월 라 대표의 측근이 운영하는 골프아카데미와 법률자문 계약을 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승마리조트 회사와도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박 전 특검은 두 업체에서 총 66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박영수 전 특검은 단순 고문이 아니라 사실상 라덕연 회사의 세일즈맨과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주변 변호사들과 변호사 사무실 직원, 지인들에게 라덕연을 ‘금융치료사’라고 소개하며 다니며 앓던 병도 치료될 정도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대한민국 검찰의 중수부장과 검사장, 특검까지 지낸 인물이 극찬을 하고 다녔으니 법조계에서는 라덕연을 믿지 않을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박 전 특검을 믿고 라덕연에게 투자한 변호사와 법조계 인사들이 300명이 넘고, 심지어 이런 내노라하는 거물급 변호사들이 앞 다퉈 투자를 했으니 일반 사람들은 철썩 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라덕연에게 모인 피 같은 돈이 수 조원에 이르며 결국 이 돈 중 상당수는 주가폭락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직도 피 같은 돈을 날리고도 말 못 하는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법조계 인사들이 300명이 이 사건에 물렸는데 과연 판검사들 중에 발을 담근 사람이 과연 없을까란 합리적 의심이 들지만 어쩐 일인지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판검사들과 변호사들의 이름이 튀어 나올까 두려워 라덕연의 입을 막고 있다는 후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라덕연이 입을 열게 된다면 박영수의 몰락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조계의 민낯이 그대로 들어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하는 법조인과 연예인들, 의사, 금융인들이 여기에 물려 있었는데 과연 판검사들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다. 결국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려면 라덕연 일당이 입을 열어야 하는데 과연 검찰이 그의 입을 열게 할 만큼 수사에 최선을 다할지는 미지수다.

박영수 키즈가 박영수 수사

이미 본지가 몇 차례 얘기했듯 지금 검찰은 대부분 박영수 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본지가 몇 차례 보도했지만 재 검찰의 빅4 자리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에는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 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이들이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다. 이 중에서도 법무부 예산과 인력을 컨트롤하는 검찰국장과 신봉수 반부패부장 등이 현 검찰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이력이다. 신자용 국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순천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신 국장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1부장으로 근무하며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졌다. 신봉수 반부패부장은 전북 출신으로 전주 영생고등학교와 건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2008년 ‘BBK 특검 수사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건과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광주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특수통̓으로 유명하다. 이후 광주지검 해남지청 지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에서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 특수1부 부장검사로 활약했다. 검찰 빅4로 불리는 요직에 이처럼 호남 출신과 비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한꺼번에 2명이 있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 출신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사람은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지만 박영수 전 특검과 관계가 돈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전 특검은 제주 출신이며, 호남 정권에서 가장 잘 나갔다.

그래서 그가 전남 목포 출신이란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최순실 특검 역시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바 있다. 검찰 인사들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윤석열 정권 검찰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인 그가 어떻게 검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냐는 반문을 할 수 있겠지만, 박 전 특검과 각별한 사이인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요직에 대한 인사를 할 때 박 전 특검의 의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것이 검찰 내 정설이다. 그런 그가 검찰 주요 포스트를 장악했을 때 대장동 수사, 특히 50억 관련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으며 현재도 그런 분위기라는 것이 본국 법조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장, 반부패부장 등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고위직들이 중간에서 턴다운을 시키면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라덕연 입 막으려 전전긍긍

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제기된 지 1년이 지나도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것은 결국 박영수 라인이 검찰 수사를 꽉 쥐고 흔들었고, 어떻게든 검찰 식구들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허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 공화국이란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현 정권은 결국 박영수의 수많은 범죄 혐의 중 국민적 관심이 쏠린 가장 사소한 것들을 내세워 박 전 특검의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운 것처럼 속이고 있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이 SG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한 혐의들은 대장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며, 이 사건을 검찰이 수사할 경우 법조카르텔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이 주가조작 사건을 잘 아는 인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름이 나오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판사 출신 권순일 전 대법관으로 칼을 겨누는 분위기다. 현재 김 전 총장은 검찰에 몸담았던 당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고 수사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의 경우 언론사 논조를 친정부에 맞추며 몸을 낮추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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