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67] ‘슈킹’ 귀재 박영수 전특검 뉴스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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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덩클처럼 나오는 비리, 수사 검사들도 화들짝 놀래
■ 뒷돈으로 받은 검은돈…박영수 측근 특수통 검사끼리 분배
■ 꼬리자르기식 사건 처리에 尹 대통령도 만족해했다는 후문
■ 주가조작 라덕연 사건 급히 덮은 이유가 정권실세 연루 탓

지난주 <선데이저널>은 박영수 전 최순실 특별검사와 SG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라덕연과의 특별한 주가조작 이해관계를 조명하며, 검찰이 대장동 사건으로 박 전 특검을 구속한 것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박 전 특검의 구속으로 검찰과 법조계 전관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박영수 전 특검도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검찰 수사 결과를 수긍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검찰은 박 전 특검의 구속으로 50억 클럽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한 풀 꺾였다고 판단하고, 박 전 특검이 연루된 다른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가 접촉했던 검찰 관계자들은 “박 전 특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권이 원하는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 됐다”고 자평하며, “검찰에 있는 박 전 특검 라인들이 다음 인사에서도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모든 본국 언론에서 박영수 관련 사건이 쏙 사라졌다. 더 이상 박영수 전 특검의 혐의에 대해서 검찰이 파고들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오죽하면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도 웃고, 검찰도 웃고, 박영수도 웃는다는 소문이 법조계에 파다할까. 본지는 누군가는 이 한국 사회의 거대한 카르텔에 계란이라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념 하에 뿌리 깊은 카르텔을 다시 한 번 조명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박영수 전 특검을 잘 아는 주변인들은 “박 전 특검이 막내아들이라 욕심이 많다고 입을 모으곤 했다. 대장동 사태를 본 박 전 특검의 한 후배 변호사는 “(영수형이) 너무 많이 해먹었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수사하며 한때 별명이 ‘재계의 저승사자̓였던 그는 검은 뒷돈에 눈이 멀어 결국 나락의 길을 걷게 됐다. 집안 대대로 주요 관직을 지낸 지역 유지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다는 박 전 특검의 욕심은 국가적 오명으로 기록되고 있다.

수사무마 뒷돈 받는데 귀재

박영수 전 전 특검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재직 중은 물론이고 퇴직 후에도 검찰 조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수파 두목’이라는 별명이 말해주 듯 따르는 후배검사가 많았다. 이른바 ‘박영수 사단’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석열 대통령 등 당대 내로라할 만한 특수통 검사가 포진했다.

이 사람들 중 상당수가 대장동 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은 결국 박영수 전 특검이 연결고리가 되어서다. 그래서인지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애초부터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같은 사건에 얽혀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검찰력을 총동원했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수사를 밀어붙였지만 박영수 전 특검이나 최재경 전 민정수석에 대한 이름이 거론되는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곽상도 전 의원을 기소한 게 전부였는데, 이마저도 곽 전 의원이 1심 무죄로 국민적 공분이 일자 등 떠밀리듯 뒤늦게 수사가 시작됐고, 국회가 ‘50억 클럽 특검법’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2023년 4월 27일)하자 수사가 본격화 했다. 적용된 혐의도 그간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을 정리한 수준에 그쳤다. 검찰이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3년 2월 박 전 특검이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각종 전자·종이 자료를 폐기한 단서도 포착됐다고 한다. 검찰이 박 전 특검의 증거인멸 사실을 언론에 알린 것은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된 후다. 두 번째 영장을 칠 때 비로소 이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는 대조된다. 검찰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증거 인멸 의혹을 이미 수사 단계에서부터 여론에 흘려 언론 플레이를 했다. 또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접견 사실 등 피의자에게 불리한 것들은 그때그때 언론에 흘렸으나 박 전 특검은 달랐다.

흐지부지 50억클럽 수사

50억 클럽 수사팀 메시지에 무미건조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몸싸움을 벌이다 검찰 내에서 ‘조직의 배신자’로 찍힌 정진웅 검사가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선고됐을 때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한동훈 법무부 장관)가 소파 바닥에 쓰러져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위에서 누르는 상황이 된 후 피고인이 즉시 이와 같은 유형력 행사를 중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지속한 행위는 폭행의 고의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라며 판결을 상세하게 반박했다. 이런 수사팀의 메시지를 보면 검찰 지휘부가 어떤 사건을 ‘반드시 유죄가 나와야 하는 사건’으로 보는지, ‘무죄가 나와도 상관없는 사건’으로 보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이재명 수사’는 서울중앙·수원지검과 성남지청에서 5∼6개 수사부가 붙었지만, 50억 클럽은 1∼2개 수사부의 일부 검사만 투입돼 있다. 검찰에선 이재명 쪽 수사는 권력형 비리고, 50억클럽은 개인 비리 정도로 구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2월 강원도 춘천지검에서 혼자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안미현 검사는 검찰 지휘부의 의중이 수사팀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폭로했다.

안 검사는 당시 MBC 인터뷰에서 “200명이 넘는 채용비리 사건을 검사 한 명에 수사관 한 명이 담당합니다. 대검에선 ‘권성동 의원 소환조사도 하지 말아라’ ‘증거 목록에서 특정 기록을 삭제하라’고 합니다. 현직 검찰 간부와의 연결고리를 압수수색 하려고 했지만 대검에서 ‘본류가 아니니 하지 말라’고 지시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채용비리 청탁자인 권 의원은 무죄, 청탁을 들어준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유죄로, 결론 났다.

vip 의중 담긴 수사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수사야말로 검찰 출신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대표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수십 년 지기였다는 것은 이미 본지의 육성파일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돼 지방 한직을 돌던 윤석열 검사에게 특검 합류는 재기의 발판이자 출세의 디딤돌이었다. 그 점에서 박 전 특검은 윤 대통령 탄생의 산파라 할 만하다.

그가 윤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발탁하지 않았다면, 차장검사급이 문재인 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되는 일도 없었을 테고, 뒷날 검찰총장에 이어 대통령에 오르는 일도 없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시 박영수 변호사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후보인 조승식 변호사를 제치고 특검으로 임명된 데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강력한 추천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치권과 청와대에서 통제가 안 되는 인물이라며 조 변호사를 껄끄럽게 여긴 점도 중요한 이유였다. 이런 그리고 지금의 윤석열은 박영수가 만들었다는 부채의식이 윤 대통령으로 하여금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 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이 돈에 얽힌 사건이 너무 많이 드러나자 그가 현 정부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왔다. 지난 주 본지가 보도했지만 대장동 사건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 공화국이란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현 정권은 결국 박영수의 수많은 범죄 혐의 중 국민적 관심이 쏠린 가장 사소한 것들을 내세워 박 전 특검의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운 것처럼 속이고 있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이 SG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한 혐의들은 대장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며, 이 사건을 검찰이 수사할 경우 법조카르텔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이 주가조작 사건을 잘 아는 인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주가조작 라덕연의 실질적 배후

오죽하면 이 사건의 키맨은 박영수 전 특검이라는 소문이 관련자들 사이에서 돌까. 본지 취재에 따르면 박영수 전 특검은 단순 고문이 아니라 사실상 라덕연 회사의 세일즈맨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주변 변호사들과 변호사 사무실 직원, 지인들에게 라덕연을 ‘금융치료사’라고 소개하며 다녔다고 한다. 대한민국 검찰의 중수부장과 검사장, 특검까지 지낸 인물이 극찬을 하고 다녔으니 법조계에서는 라덕연을 믿지 않을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박 전 특검을 믿고 라덕연에게 투자한 변호사만 300명이 넘고, 심지어 법률사무소 직원들도 피 같은 돈을 라덕연에게 투자했다고 한다. 이렇게 라덕연에게 모인 돈이 수 조원이며 결국 이 돈 중 상당수는 주가폭락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직도 말 못 하고 빚더미에 앉은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변호사가 300명이 이 사건에 물렸는데 과연 판검사들 중에 발을 담근 사람이 과연 없을까란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대한민국에서 난다긴다 하는 법조인과 연예인들, 의사, 금융인들이 여기에 물려 있었는데 과연 판검사들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다.

결국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려면 라덕연 일당이 입을 열어야 하는데 과연 검찰이 그의 입을 열게 할 수 있을까. 이미 모든 대한민국 언론에서 박영수 관련 사건이 쏙 사라졌다. 더 이상 박영수 전 특검의 혐의에 대해서 검찰이 파고들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오죽하면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도 웃고, 검찰도 웃고, 박영수도 웃는다는 소문이 법조계에 파다할까. 이것이야 말로 오늘날 윤석열 정부와 검찰 언론의 전형적인 카르텔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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