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2 LA코리아타운의 노인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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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최근 펴낸 ‘혁명적 부’(한국어판 “부의 미래”)에서 “21세기는 한번 살아 볼 가치가 있는 환상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과 라티노들이 ‘기회의 나라’인 미국에 이민할 수 있었던 것은 흑인들의 민권운동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설파한 마틴 루터 킹 목사 등을 비롯한 많은 흑인민권운동가들은 그들 자신의 인권은 물론 소수민족의 평등권리를 외쳤다. 그래서 지금도 전세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쟁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몰려든다. 이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적인 이상 사회를 이룩하려는 꿈.
즉 누구나가 바라는 평등 사회와 경제적 번영, 그리고 자유로운 정치체제이다. 미국 땅에서의 성공으로 불려지는 ‘아메리칸 드림’은 비단 젊은이들의 이상과 꿈만은 아니다. 코리아타운의 노인세대들도 그들 나름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오늘을 살아 간다.


<특별취재반>

















▲ 수년전 세탁소를 운영하다 은퇴한 우재호(67)씨 부부는 주변 동창이나
친지들에게 남은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는 각종 정보를 제공, 인터넷 전도사로
거듭나 주위에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 실현은 인생60부터       미국은 가치있고 기회가 많은 나라…
꿈과 이상을 위해 飛翔   하는 이민 노인세대
한국에서 싹튼 꿈을 미국에서 성취한다·‘기회의 땅’은 노인세대에게도 기회이다
“아직도 나는 30대 환상의 꿈꾼다”·“커뮤니티 봉사가 우리 세대의 꿈”


지난달 30일은 해리 황(55)씨에게는 미국생활 25년만에 “하나의 꿈”을 이룩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날은 그가 미국 땅에서 벌은 2000만 달러를 투입해 LA인근 샌버나디노시에 설립한 아메리칸 스포츠대학(ASU, American Sports University)의 개교일이기 때문이다. 
스페니시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대학건물이 자리잡은 캠퍼스에서 이날 최병효 LA총영사를 포함해 패트릭 모리스 샌버나디노 시장, 조 바카 상원의원 등 400여명의 한미 축하객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해리 황 ASU이사장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메리칸 스포츠 대학은 미국대륙 에서 한인이 설립한 최초의 4년제 대학이다.
한국의 전라도 농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1981년 미국유학길에 오른 황 이사장은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초등학교 교사시절에 꿈꾸던 학교를 미국 땅에 세우는데 성공했다. 그에게 미국은 ‘기회의 나라’였다.  처음 유학시절 우연히 미국인 은사가 ‘미국에서는 정부가 돈이 많으니 정부와 관련된 일거리를 찾는 게 좋다’고 한 말에 고무되어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있는 새크라멘토 청사에서 구직 활동을 벌였다.


‘최고의 대학’ 꿈꾼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전참전용사로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뛰어들어 관리 휴게소를 늘려가 성공가도의 디딤돌이 됐다. 주위의 백인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황 이사장 처음 휴게소 관리 입찰권을 획득했으나 크레딧이 없어 포기할 처지였는데 우연히 알게 된 백인 노인이 2만 달러를 빌려주어 사업성공의 기반을 이룩했다. 그는 “우연히 다가온 은인들”을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했다. 그 후 캘리포니아주 프리웨이에 있는 휴게소의 90% 이상을 관리했으며, 또 미군기지 관리와 카지노 사업에까지 사업을 넓혀갔다.
대학설립이 오랜 꿈이었던 황 이사장은 ‘최고의 대학’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대학을 목표로 했다. 그는 미국 사회의 엄청난 스포츠 인구와 스포츠 산업의 성장 전망 등을 종합해 스포츠 관련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의 전도가 양양하다고 판단했다.  지금 그는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등 처럼 유명한 세계적인 전문대학교로  키우겠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키워 나가고  있다.
ASU는 스포츠 고급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립 4년제 대학이다. 스포츠 경영, 헬스, 매니지먼트, 마케팅, 코칭, 트레이닝&피트니스, 레크레이션 매니지먼트와 골프학 등 총 8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
샌버나디노 다운타운에 위치한 50만 스퀘어피트 부지엔 교회, 학생회관, 기숙사, 스포츠빌딩, 강당, 체육관 등 6개동이 들어서 있다. 내년 봄학기부터 정식 강의가 시작되며 현재 학생을 모집 중이다. 입학 자격은 미국내 사립대학 입학사정 기준에 의거한다. 태권도, 유도, 골프 등과 관련한 특기생은 특별 전형한다.
(문의는 www.americansportsunive rsity.com)














▲ 1981년 무일푼으로 도미 미국생활
25년 만에 미국에서 최초로 4년제
스포츠대학을 설립해 화제가 되고
있는 해리 황씨.

새인생의 꿈”에 도전
수년 전에 세탁소 운영에서 은퇴한 우재호(67)씨는 요즈음 “인터넷 전도사”로 동창이나 주위 친지들에게 남은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는 각종 정보를 제공하면서 살아 간다. 최근 그가 고교(경복중고교)동창들에게 보낸 이메일 정보의 내용들을 보면 얼마나 다양한 것임을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불휴의 명언들..주자십해문”, ‘유머와 사진들’ ‘체코의 수도 프라하 사진여행’,     
‘음악배달’, ‘100년전 조선왕조 사진전’, ‘청풍 문화재 단지’, ‘추사 김정희’, ‘금융문제로 미북한 갈등’, ‘그것이 인생이다’,  ‘세계적인 테너 도밍고’. ‘오늘도 감사하다는 것을’, ‘퇴계선생의 서당시절’, ‘스리랑카 ? 시기리야’ 등등이다.
우씨는 자체 블로그(kr.blog.yahoo.c om/jaehwoo)까지 구축해 놓고 있는데 “내가 이메일로 보낸 각종 정보들을 받아 보는 동창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거의 매일 내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나름데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는 “아직도 나에게는 30대의 환상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아직도 꿈’을 위해 새로운 정보를 찾고 있다.
지금 LA코리아타운의 많은 노인들은 ‘e-세상’을 배우려 성인학교나 컴퓨터 학원을 찾아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코리아타운에 자리잡은 LA한미교육원(원장 정태헌) 건물 2층 컴퓨터 교실에는 노인 수강생들로 만원이다. 이제는 3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이같은 현상은 수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들 노인들은 컴퓨터가 일상화되기 전에 미국에 이민 와서 ‘컴맹’ 시대를 보내다가 뒤늦게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전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읽고 들으며 화제를 삼았는데 이제는 인터넷 뉴스로 대화하며, 이메일로 교신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컴퓨터를 할 줄 몰라도 당연시 했으나 요즈음은 컴퓨터를 모르면 자칫 노인사회에서도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지난 날 노인들에게 있어 컴퓨터는 배우기 힘든 문명의 이기였으나, 최근 컴퓨터에 대한 인식 변화로 “제2의 인생”을 열어주는 ‘보물 1호’가 되고 있다고 한다.
성인학교 컴퓨터 초급반에서 만난 김청립(72)씨는 “주위 노인친구들이 모두 인터넷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큰 마음을 먹고 수강신청을 했다”면서 “초급반을 끝내고 내년부터는 중급반을 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손자와 처음 이메일을 교신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나는 이제 또다른 꿈의 세계로 젊어지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노인층의 컴퓨터 열기가 높아지면서 타운 컴퓨터 업체들의 매상도 올라가는 현상이다. 타운의 컴퓨터 업소에서 80대 노인들이 노트북을 고르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


“마지막 가는길에”
지난 10일 LA다운타운 빌트모어 호텔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돕고 있는 한인운영의 천사 호스피스 를 위한 기금모금 디너 음악회가 열려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 기금모금 행사에는 약 5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어 2만 달러의 기금이 모아졌다. 이 날 중.장,노년으로 구성된 레위남성합창단 이 크리스마스 캐럴 등을 선사했는데 행사를 주관한 동서문화교류회(회장 차중덕)는 1977년에 설립한 단체로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30여명의 회원 주축이 60대이다.
이 단체는 한국 전통문화와 서구문화의 장점을 흡수해 동서문화를 조화시키고 봉사와 신뢰를 통해 미주한인사회의 밝은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차중덕(68) 회장은 “호스피스 단체인 ‘천사회’ 봉사자들이 전문교육을 받아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금모금 행사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희망을 갖고 인생을 마감하는 ‘남다른 꿈’을 키워보자는 의미에서 이 행사를 주관했다는 차 회장은 ‘꿈이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다. 40대 한인 주부 공영애씨는 유방암 말기 환자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7살과 5살, 생후 20개월 된 자녀들과, 실의에 빠져 넋이 나간 남편을 두고 생을 마감하려니 죽음보다 더 큰 절망감에 빠졌다고 했다. 또 47세 늦은 나이에 결혼해 아들을 얻고 생의 환희에 차있던 전영호씨는 골수암 진단을 받았다. 전씨는 투병의지보다 운명적 인생을 원망하며 인생을 포기하려 했다. 그런 이들이 호스피스의 도움을 통해 절망에서 희망에 찬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년에 한차례는 한국의 유명한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 대중 강연회를 열고 있는 동서문화교류회는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 이어령 교수, 시인 김소엽씨, 다도 박사 오미정 교수 등을 LA로 초청해 나름대로 한인동포사회에 꿈을 피워 주어 왔다.


어두운 그늘도 꿈이 있는 반면 어두운 그늘도 있다.
최근 LA다운타운 노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70대 한인 할머니 부부싸움끝에 아파트 아래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코리아타운을 놀라게 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새벽 2시30분께 앤젤레스 플라자 노인아파트 10층에 사는 송모(73)씨가 잔디밭에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이날 송씨의 남편 조모(77)씨가 울린 비상벨 소리에 화상을 입은 것을 확인한 아파트 매니저 찰스 윤(77)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수사를 벌이던중 송씨의 투신을 확인했다. 송씨는 손자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주변에 자신의 죽음을 교통사고로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와 주위에서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평소 송씨는 장애인 남편을 힘겹게 보살피면서 부부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예전에도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 등 가정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 이날도 부부 싸움끝에 송씨가 남편 조씨에게 뜨거운 물을 붓고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196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왔으며, 사건이 발생한 노인 아파트에는 10년전에 입주 했다.
한편 미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한인 할머니 4명중 한명꼴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자살하는 경우도 많아 정신 건강을 위한 전문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아시아계 미국인 연맹(AAF)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아시아계 할머니들의 자살률이 10만명당 11.6명으로 같은 연령대 백인 여성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일대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계 노인 여성 400여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일본 할머니들의76%가 우울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베트남 (64%)인도 (50%)  중국 (45.7%) 한국 (24%) 필리핀 (15.4% ) 등의 순이었다. 한인 할머니들은 필리핀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 여성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정신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노년에 접어들어 경제 문제, 문화 갈등, 언어 불편, 독거 생활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소수계 언어를 구사하는 정신과 의사 부족과 연소자나 노인이 배제된 성인위주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아시아계 노인 여성들과 의료 기관간 공조 체계 마련, 상담 요원 등 비정신과 분야 인력에 대한 정신 건강 교육 제공, 정신과 치료를 위한 전문 인력 증강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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