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 檢 ‘검은 돈 거래 진실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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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에 위치한 봉하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2일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 실질적인 선전 포고를 했다.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이 `의혹의 자금’을 둘러싸고 그간 첨예하게 대립해 왔지만 이는 언론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대리전 또는 간접 공방의 양상을 띠었으나 서면질의서 발송은 본격적인 전면전을 의미한다. 서면질의서의 핵심은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넸다는 의혹의 자금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청와대 예산의 성격 및 노 전 대통령의 인지 시점 등이다.
검찰 측은 “조사시간을 단축하고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직접 조사 전에 쟁점사항을 정리해서 서면조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며 “가급적 주말까지 답변을 받은 뒤 내용을 검토해 소환 일정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은 재보궐 선거 이후인 4월말이나 5월초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풍전야의 어두운 기운이 서초동 대검찰청사와 김해 봉하마을을 뒤덮고 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검찰이 발송한 A4용지 7장의 서면질의서에는 박 회장에게서 노 전 대통령 주변에 건네진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그동안 언론에 알려진 쟁점 등을 두루 질문항목으로 담고 있다. 다만, 결정적인 내용은 소환조사 때 직접 묻기 위해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서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수사 중인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과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유족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아 박 회장 관련 뇌물 사건만 조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정치일정과 관련 없이 노 전 대통령의 답변 내용을 검토하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소환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으나 4.29 재보선 이후 한 차례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검승부 시작


앞에서도 말했던 검찰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핵심은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넸다는 의혹의 자금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청와대 예산의 성격 및 노 전 대통령의 인지 시점 등이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500만 달러)와 정 전 비서관(3억원)에게 돈을 보냈고 노 전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 측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따로 빼돌렸다.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건네진 돈이 노 전 대통령의 직ㆍ간접적인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 전 비서관의 `비자금’ 역시 노 전 대통령의 묵인하에 조성됐는지 조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인터넷 변호’라는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방어해 왔다. 검찰이 문제 삼은 자금을 모두 퇴임 뒤에서야 알았던 데다 그것도 자신이 받은 게 아니라 권 여사 등 가족이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박 회장에게 돈을 먼저 요청한 적도 없고 오히려 박 회장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있을 것이라며 역공하기도 했다. 정면으로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이날 서면질의서의 핵심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되느냐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서면질의서가 신문조서와 맞먹는 법적 효력이 있는 만큼 노 전 대통령도 그동안 진의를 파악하기엔 다소 `두루뭉술’했던 인터넷 변호와 달리 상당히 구체적으로 검찰의 허점을 파고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서면질의서가 소환조사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하루로 예상되는 촉박한 소환조사 일정을 고려해 검찰이 숙고 끝에 엄선한 질문이 담겼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의 불꽃 튀는 본선 대결의 막이 오른 셈이다.




증거인멸 차단


반면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건네진 돈이 노 전 대통령의 직ㆍ간접적인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 전 비서관의 `비자금’ 역시 노 전 대통령의 묵인하에 조성됐는지 조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일단 상황은 검찰 쪽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600만달러 뇌물수수’의혹을 풀 핵심 인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1일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되면서 수사가 급물상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구속으로 노 전 대통령 측과의 ‘증거인멸’ 고리를 차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검찰은 여세를 몰아 노 전 대통령의 600만달러 연루 의혹에 대한 정 전 비서관의 의미 있는 ‘진술’을 받은 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7일 첫 체포됐을 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지난 2006년 8월 받은 3억원에 대해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당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가 그 돈을 받아 채무 변제에 썼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자 그 돈을 권 여사에게 줬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지난 9일 1차 구속을 면한 정 전 비서관은 그러나 검찰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이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다는 ‘물증’을 제시하자 다시 금품 수수 사실을 자백했다. 박 회장에게서 받은 상품권 1억원에 대해서도 애초 수수 사실을 부인하다 시인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의 구속을 막는 동시에 노 전 대통령과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측과 ‘입맞추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당시 권 여사가 자신이 3억원을 받아 썼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도 노 전 대통령 측과 사전 논의를 거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검찰로서는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 전 비서관의 신병 확보가 다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검찰 수사는 물론 향후 재판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상문 ‘자백’받아낼까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 측이 2007년 6월 말 박 회장에게서 100만달러를 받고,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해 2월 말 역시 박 회장에게서 500만달러를 건네받는 데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의 100만달러는 자신의 청와대 집무실에서 받아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있는 관저로 전달했고, 본인도 이것까지는 시인하고 있다. 다만 종착지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권 여사라는 진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박 회장의 500만달러도 정 전 비서관이 ‘중간 다리’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노 전 대통령 퇴임뒤 주려했다”고 말해 과연 횡령한 돈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과 횡령한 12억5000만원을 최 모씨와 이 모씨 등 지인들이 관리하도록 했다.
채권과 주식, 상가를 빌려 임대료를 받는 등 투자를 했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형태로 차명계좌에 보관하기도 했다. 일부는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쓰지 않은 채 보관돼 있는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 받은 상품권 1억원까지 비자금의 규모는 16억5000만원에 달한다.
정 전 비서관은 현재 12억5000만원의 진실을 놓고 상당히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가 밝혀지면서 숨기고 싶었던 ‘치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몰랐고 퇴임 뒤 주려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개인적으로 청와대 공금까지 손을 댔지만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측을 향한 면피성 발언이라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측이 정 전 비서관의 횡령에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가능케 한다.
또 다른 해석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는 시각이다. 개인적으로 손대기 어려운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진행했는데 횡령의 실체가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 두 가지 해석 모두 정 전 비서관의 발언을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는데 기반을 두고 있다. 검찰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는 시각에서 12억5000만원과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입증하는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반면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모 인사는 “노 전 대통령 시절에는 특수활동비를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금액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정 전 비서관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돈을 빼돌리는데 대통령이 묵인하거나 동조했다는 의혹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동안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해온 정 전 비서관이지만 씻을 수 없는 부정이 드러난 상황에서 과연 12억5000만원의 진실을 수사과정에서 어떻게 털어놓을지 주목된다.







盧, 변호인단 구성은?


검찰이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서면질의서를 보내 조사를 시작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00만 달러’ 뇌물 의혹에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의혹이 겹치는 등 갈수록 검찰의 칼끝이 날카로워지고 있어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방패’ 마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일단 노 전 대통령 자신이 법률가인데다 여러 고비마다 승부사 기질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변호인단 뒤에 물러서 있기보다는 스스로 자기 변호에 나서 정면돌파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이달초 3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체포되자 인터넷에 첫번째 사과문을 올려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에서 진술할 것이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도덕적 책임은 있을지 몰라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었다.
이어 12일에도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한 반박문을 올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강조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로선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해명 창구 역할을 하며 노 전 대통령을 돕고 있는 상태다. 문 전 실장은 11일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청와대로 보냈다는 `100만 달러’ 의혹의 참고인 신분으로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변호인으로 입회했었다. 문 전 실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시위 전력으로 법관 임용에 탈락하자 귀향해 노 전 대통령과 의기투합해 `동지’ 사이로 발전했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당시 변호인단 간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소환조사에 앞서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은 사실상 조사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도 문 전 실장과 함께 변호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해 탈세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선임했던 김앤장 대신 법무법인 바른과 새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앞서 소속 변호사인 박정규 전 민정수석이 `박연차 게이트’로 구속되면서 변호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전 서울고검장인 박영수 변호사와 전 춘천지검장 이상도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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