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2탄 – 남가주 한국학원 사태 ‘점입가경’

이 뉴스를 공유하기









남가주 한국학원의 운영난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선데이저널>의 취재결과 확인됐다. 한국학원의 재정파탄은 지난 2~3년 동안 방치된 끝에 현재의 사태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전 LA한인사회가 범동포 차원으로 전개한 ‘학교 살리기 캠페인’ 에 참여했던  당시 이사진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새로 구성된 이사진이 정상적으로 운영했더라면 오늘날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한인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소위 ‘이사회’의 조직적 부조리는 이번 한국학원 교육단체에서도 다시 한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회(이사장 김종건, 교육감 안복균)의 최근 윌셔 초등학교 재단분리와 독자 운영 조치는 학교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학교가 문을 닫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월셔 초등학교 사태를 바탕으로 남가주 한국학원이 처한 위기와 회생 가능성을 심층취재 했다.
                                                                                                      <특별취재반>



8월17일 현재  남가주 한국학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윌셔 초등학교 학생수는 100명이다. 그러나 이는 학교 소개용 수치일 뿐 실제 학생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11일 김종건 이사장 등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월셔 초등학교의 재학생 수는 54명. 공식적인 수치보다 반 토막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월셔 초등학교를 둘러싼 학교 측의 사태 은폐·축소 시도는 또 다른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역시 학원 홈페이지에 실린 교육감의 메시지에는 학교 현황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남가주 한국학원은 이사장님을 비롯한 22명의 훌륭한 이사진이 모든 재정 관계를 잘 지원해 주시고 계시기 때문에 모든 행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목이다. 이것도 현실과는 거리가 크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한국학원의 실상이 드러난 지금 교육감의 메시지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다.
몇 가지 사항들만 보더라도 남가주 한국학원이 어떤 식으로 운영돼 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재학생 현황부터 재정상황에 대해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거짓말을 일삼는 이사회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최근 윌셔 초등학교가 파산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 한인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이사회가 내놓은 학교 회생 조치에 대한 찬반이 거세지고 있다. 타운에서는 “한인커뮤니티의 자존심인 한국학원이 재정위기에 몰렸다면 적어도 지역사회에 알리고 함께 논의하는 공청회를 여는 게 순서 아니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에도 김종건 이사장 등을 포함한 일부 이사진이 난색을 표명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들은 ‘공청회를 해봐야  책임지지도 못할 사람들이 나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것이 뻔해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살림을 책임지는 이사장의 사고방식이 이 정도라는 것에 동포들은 실망이 큰 눈치다. 공청회를 잘 이끌어 커뮤니티의 좋은 의견을 수렴할 방안은 생각지 않고 공청회 자체를 ‘골칫덩이’로 치부하는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최근 한국일보는 한국학원 이사회에 대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다시 한번 기금모금 캠페인을 해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하자”면서 “한국일보가 캠페인을 후원할 용의도 있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과거에도 한국학원 기금모금을 열성적으로 주도한 바 있다.
한국일보는 UCLA에 한국과 한인사회 관련 석좌 교수제를 마련하는 기금을 조성해 이번 한국학교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문은 H회장, C 회장 등 독지가들의 실명을 거론해 여론몰이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의에도 정작 한국학원 이사회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 기금모금 캠페인을 해봤자 기껏해야 10만~20만 달러 정도인데 그 정도 규모로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사회는 당초 예정대로 월셔 초등학교를 재단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한국일보의 제의를 거절했다.



거세지는 학부모 입김













 ▲ 김종건 이사장
이번 윌셔 초등학교의 재단 분리 과정에는 학부모들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지난해 학교운영 감사를 통해 상당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교사(학생수 54명, 교장 1명, 교사 14명)가 근무해 이들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만해도 상당액이라는 것.
심지어 학급 학생은 불과 5~6명밖에 되지 않는데 담임교사가 배정되는가 하면 뿌리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한국문화·역사교사, 예능교사, 스페인어 교사 등 보조교사까지 고용해 방만한 운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학원은 지난해 기금모금에서 어느 정도 재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모은 재정을 사용하는 데 있어 비생산적으로 일관해온데다 대부분 적자를 만회하는데 급급했던 것이 최악의 사태를 부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시 말해 ‘깨진 독에 물 붓기’식의 운영방식을 고수해왔다는 얘기다.
또 이사회 지시에 따라 학교 사무국이 모든 재정을 관리해왔지만 막상 재정상태를 확인할 때 제대로 된 보고체계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자금관리를 맡은 사무국장은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보고를 대신했으며 이를 이사장이나 이사진이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사무국장 인건비가 수천달러를 넘는다는 점에서 한국학원의 조직적인 방만운영은 심각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사회의 기능은 일차적으로 재단의 재정을 책임지고 결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진은 ‘감투’만 썼을 뿐 기본적인 책임을 무시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이사회는 책임회피와 명분 쌓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립학교를 방문해 비교검토 한 끝에 윌셔 초등학교의 시스템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교사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학교 회생 방안으로 꼽힌 교사 감축에 학부모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학원 이사회에는 학부모 대표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우리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낸 목적은 좋은 교사와 좋은 교육환경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라면서 “학부모들도 학교를 살리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최근 한국학원을 구명해줄 구세주까지 나타났다. 일부 학부모들이 주선한 스폰서가 나타나 구체적인 회생방안과 함께 엄청난 돈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이다. 이 구세주는 1만5000달러에 달하는 운영비와 30여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쾌척했다.
이사회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찾은 이 후원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거액을 내놓았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지원금을 쾌척한 이 후원자는 앞으로도 매달 수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기로 학교 측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현재 이사회는 아직 새 후원자들과 정식계약을 맺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새 후원자들에게 초등학교 운영권을 넘기는 계약내용의 주요사안을 지역 커뮤니티에 공개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와 후원회 모두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익명의 후원자가 나타나 학교가 정상화 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정상적인 학원 운영을 위해서는 지역 한인사회에 세부 계약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이는 비영리재단의 건전한 운영방법 중 하나기도 하다.
한편 윌셔 초등학교의 교훈은 성실·정직·자긍심이다. 그런데 학교 재정을 파탄낸 일부 책임자들이 본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훈장’을 수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총영사관에서 한국학교와 한국어 교사 및 교육감 등 다섯 명이 2008년도 국민 교육 유공자에게 수여되는 교육 과학 기술부 장관 감사장이 수여됐다. 훈장 수여자 가운데는 남가주 한국 학원 교육감과 이사장도 포함됐다.
이미 학원 재정을 파탄으로 이끈 이사장에게 한국정부가 나서 상을 달아준 꼴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상자 선정기준에 의구심이 불거질만하다. 이사장이 훈장을 받는 그 순간에도 한국학원은 파산의 늪으로 점점 더 깊게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성실과 정직, 자긍심이라는 교훈이 부끄러울 정도다. 모든 책임을 져야할 이사회의 반성 기미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성공적인 뿌리교육을 위해


다음 내용은 남가주 한국학원 홈페이지에 실린 교육감의 학원 안내다. 한국학원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드러나 있다. 그러나 과연 한국학원은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생각해볼 만 하다. – 편집자 주.


남가주 한국학원은 1972년도에 처음 세워졌으며, 2007년 9월 현재 약 2,500명의 2세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키고 있는 뿌리교육의 전당이다.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에는 모두 12개의 지역학교가 있다.
먼저 남가주 로스엔젤레스의 중심가에 위치한 윌셔(Wilshire) 한국학교를 비롯하여, 엘.에이(L.A.), 글렌데일(Glendale), 그라나다 힐스(Granada Hills), 밸리(Valley), 아케디아(Arcadia), 다이아몬드 바(Diamond Bar), 페닌슐라(Peninsula), ¾¹牡(Irvine)한국학교는 Los Angeles County에, 리버사이드(Riverside)한국학교는 San Bernardino County에, 풀러턴(Fullerton)과 세리토스-다우니(Cerritos-Downey)한국학교는 Orange County에 있다.
모두 세 개의 County에 걸쳐서 지역학교를 운영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우리 2세들에게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을 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세 시간의 한국어 교육을 시키는데, 단지 한국어 학습뿐만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 문화, 역사, 예절 등 한국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가르치며, 장차 Korean-American으로서 미 주류사회에 우뚝 설 수 있도록 leadership을 키워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성공적인 뿌리교육을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자질 있는 교사진을 발굴하고, 또 발굴된 교사들을 계속적으로 재훈련시키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있다. 일년에 두 차례의 정규 교사 연수회와 각 지역학교별 자체 교사 연수회를 통해서 서로 자료를 교환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자체 교과서와 연습문제집, 교사지침서 등을 제작하고 계속 개정을 하면서 교사들에게 공급을 함으로써 학교 간, 학급 간 격차를 줄이고 함께 upgrade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 남가주 학원본부에 학습 자료에 필요한 시설을 구비해 놓고 언제든지 교사들이 와서 보고 더 나은 자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학습 자료실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교사들은 남가주 지역에서 계획되는 다른 교사 연수회에 강사로 초청되어 다른 한국학교에도 그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주고 있다. 또한 일년에 두 차례의 학력고사를 전체 학교에서 일제히 치르게 함으로써 각 지역학교별 실력을 비교해 보면서 결과를 분석, 평가해 보고 있다.
다음으로 학생들을 위하여서는, 미술공모전이나 글짓기대회, 이야기대회, 학력경시대회 등의 행사를 통해 우리 2세들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기도 하고, 어린이날을 맞이하여서 드넓은 공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합동대운동회라는 행사를 진행하고도 있다.
또한 딱딱한 언어 교육에서 탈피하여 각종 명절마다 그것에 맞는 행사를 계획하여 학생들에게 직접 체험을 하는가 하면 우리 것을 자랑스럽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 오는 학생들에게 정말 하나라도 더 심어주고 한국학교가 재미있는 곳이고, 소속감도 느끼게 하기 위해 크고 작은 많은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이 모든 것이 학부모님들의 도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을 위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일년에 한 차례씩 12개 지역학교의 PTA임원진을 초대하여 서로 상견례의 시간을 갖고, 각 지역학교의 사례를 발표하게도 하고 즐거운 여흥시간도 마련하여 친목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간식 메뉴도 서로 교환하여 우리 2세들에게 좀 더 나은 간식을 줄 수 있도록 정보를 교환하며 더 알뜰한 살림을 해나가도록 한다. 자체 학부모 강좌의 시간을 마련하여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동안 부모님들도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드리고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