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총연, 참정권 헌법소원제기 [참정권 시대 특집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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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LA동포사회를 두고 “서울특별시 나성구”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LA한인동포사회가 미주이민사회에서 최대 한인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말처럼 현재 재외국민 참정권이 활성화된다면 언젠가 해외지역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본국 국회에 직접 참여해 해외동포들의 권익을 대변할 날이 올 것이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정상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투표권, 복수국적, 동포청(가칭) 등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 2009년에 재외국민 투표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반쪽짜리 참정권’이라는 혹평이 쏟아지며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갈 길이 멀다.
우선 내년 4월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LA 등 해외한인사회는 투표율을 높여야 재외동포의 참정권을 확대 시킬 수 있다며 유권자등록운동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거 재외동포 참정권 운동에 기여했던 김재수 LA총영사는 “재외동포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길이 관건”이라며 “유권자등록 운동을 효과적으로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외국민 참정권이 계속 확대될 경우, 미래에는 해외동포 지역구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진 취재부기자>



선거에서 가장 큰 힘은 유권자들의 표다. 정치인들도 이 표심을 잡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는 LA한인동포들을 포함해 해외 240여만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얻었으나, 문제는 과연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 것인가이다.
지난해 실시한 모의재외선거에서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투표율이 50% 이상이지만, 미주 지역은 20%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었다.
모의선거 결과로 볼 때, LA를 포함한 미주 지역은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지니게 됐다. 물론 일차적으로 투표 방법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투표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유권자총연’회장 배희철)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 회장 남문기)는 유권자등록 캠페인에 나서면서 복수국적이나 ‘동포청’ 설치를 본국 정치계에 주장하고 있다.


형식에 치우친 참정권

2005년 창립 이래 재외국민의 참정권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유권자총연은 지난해 6월 17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에 투표의 편리를 위한 방법 등 내용을 담아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유권자총연은 무엇보다 헌법소원을 통해 재외국민 참정권 제한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2007년 6월 헌법재판소부터 받아냈으며, 이를 통해 2009년 2월 재외국민 참정권을 허용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하는데 주된 역할을 했다.
유권자총연은 지난 2009년 국회를 통과한 재외국민 선거관련 법안이 재외선거인의 등록신청과 투표를 공관에서만 하도록 해 원거리거주자를 차별하는 등 여전히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에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유권자총연 배희철 회장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이 주어졌지만 그것은 형식에만 그칠뿐 실질적인 투표권 행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공평한 투표권행사를 보장받기 위해 현 선거법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헌법소원의 이유를 밝혔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소신고를 한 바 없는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고자 할 때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과 투표를 위해 각각 2번 공관을 방문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 때문에 공관에서 먼 곳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에게는 적지 않은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LA 총영사관의 경우, 관할 지역 4개 주(남가주, 네바다, 아리조나, 뉴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이 LA총영사관을 방문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뉴멕시코주 등 원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는 비행기 이동은 물론, 숙박의 어려움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카고 총영사관 또한 관할 13개 주의 동포들이 투표를 위해 방문하게 되는데, 먼 지역은 무려1,300㎞나 떨어져 있다.
한인이 적게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박정길 아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은 바레인의 경우를 예로 들며 “사우디아라비아 공관에 가 투표를 해야 하는 바레인 교민들은 국경을 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비자발급이 쉽지 않은 곳이라 걱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배희철 회장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우편투표제나 인터넷투표제를 도입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투표소 확대나 순회투표소 운영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관계당국에 문제점 개선을 촉구했다.
유권자총연의 헌법소원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우리는 “입법자에게는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재외국민들의 이동거리 등을 확인한 후 적어도 생업에 지장이 없는 정도의 적절한 구역을 정해 별도의 투표소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권자총연의 제안과 주장을 정치권에서도 인정해 지난해 10월19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안했다.
안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외국감을 다니며 느낀 재외국민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외선거인 수와 거주지, 교통여건 등을 고려해 공관 외 지역에 추가로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재외선거인의 등록 신청과 투표를 공관에서만 하도록 돼 있어 원거리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은 선거권 행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투표는 직접 하더라도 등록은 우편·인터넷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대표 발의한 개정 법률안은 유권자연합회가 그 동안 요구해온 내용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환영을 표명했다. 그 주요 내용은 두 가지로 재외국민이 공관에 직접 방문하는 것 이외에 우편이나 인터넷으로도 재외선거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선거인 수, 거주지 분포현황, 교통여건을 고려하여 공관 이외의 시설에 추가적으로 재외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해외동포는 소중한 자산

미주총연의 남문기 회장은 지난해 ‘해외한인 참정권과 복수국적’이란 책을 펴냈다. 지난 동안 세계 각 지역 동포사회를 방문하면서 참정권을 열망한 지역 동포들의 주장이나 체험한 내용들을 종합해 출간한 것이다.
이 책에는 해외한인의 이민역사와 함께 참정권, 복수국적, 재외동포정책에 관한참고사항이 수록되어 해외동포정책을 연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남 회장은 “언젠가 해외동포 중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나올 수 있다는 꿈을 지니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의 국민들도 재외동포가 한국 국력의 연장이라는 사실을 동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는 “세계 750만 재외동포가 우리 한민족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를 하나로 묶는 한민족공동체 구현은 21세기 조국번영의 구심체”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이태리 정부의 재외동포 참정권을 예로 들면서 “우리도 그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01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재외동포 참정권을 크게 신장시켜 2006년부터는 선거권뿐 아니라 해외동포대표를 선출해 상하 양원에 각 6명, 12명 등 18명을 참여시켰다. 
OECD국가 중에서 과거 일본 한국과 함께 재외동포 참정권에 소극적이었던 이탈리아가 재외동포 대표를 선출해 상원과 하원에 보내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프랑스가 명예직인 상원의석을 일부 할애했고 북한은 총련 대표 수명을 최고의원으로 임명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형식적인 차원의 배려가 아니라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참정권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총선, 유럽의회의원선거, 국민투표 등 3대 선거에 재외동포들의 정치참여 문호를 개방했다. 
이탈리아는 해외선거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눴다. A지역은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터키를 포함한 유럽으로 상원 2명 하원 6명의 의석이 배당됐다. B지역은 남미지역으로 상원 2석과 하원 3석, C지역은 북미와 중미지역으로 상하원 각 1명, D지역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으로 상하원 각 1명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들은 D지역에 속해있다.
특이한 것은 주재원 유학생은 선거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이태리 본국에 주소지가 있는 이들은 부재자투표 형식으로 선거에 참여 하도록 했다. 선거에 참여하는 400만에 이르는 이탈리아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들은 부재자투표가 아니라 국내의 선거구와 법적 위상이 같은 해외선거구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 2006년 당시 한국거주 152명의 이탈리아인들은 우편투표를 통해 참여했다.   
이탈리아 해외선거제도는 재외국민 참정권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서울 워커힐 호텔포럼장에서 개최된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민주당 김성곤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참여하여 각 당의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주제발표를 가졌다.
내년 실시되는 재외선거를 앞두고 재외동포에 대한 달라진 각 당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재외동포정책은 크게 차별화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반응이었다.
재외동포들과 한국 정치권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재외국민 참정권과 관련한 정책이다. 표와 직결되는 사항이어서 각 당의 입장도 미묘했다. 무엇보다 복수국적 문제와 재외동포교육문제, 재외동포청(처) 설치에 대한 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다.
주요 각 정당의 재외동포정책이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크게 대별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이미 발표된 정책이나 유사한 정책이 중복돼 있는 느낌이다. 재외국민의 표를 의식해 가장 민감한 정책만을 언급한 경우라 할지라도 재외동포정책의 방향전환이나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재외동포들의 거주국에서의 역할과 정치력신장을 지원하는 전략적 재외동포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나라당의 재외동포정책과 방향

김충환 의원은 재외선거, 복수국적, 재외동포청을 중심으로 한 주요쟁점과 한나라당 정책의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재외선거를 앞두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의 문제와 공관외의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등록신청의 경우 우편신청이 가능한 국외부재자 신고와 달리 공관을 직접 방문하여 등록해야 불변함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공관중심의 투표소 설치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외동포들이 가장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우편투표에 대해서는 당내 반대여론이 있음에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순회영사제도를 통해 등록신청을 접수 받는 방법과 동포사회 갈등해소를 위한 한인회의 재외선거제도에 대한 정확한 역할 설정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에 대한 부분은 기준의 모호함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은 재외동포 교육과 정책을 통합하는 기구로 ‘유대인 민족청’과 같은 재외동포청 설치를 외교통상부 산하에 두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해 서울에서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재외동포정책과 방향

민주당은 재외동포사업추진단(단장 김성곤)을 운영하고 있다. 김성곤 의원은 민주당의 재외동포 정책의 기본 방향은 재외동포들이 해외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영사시스템 구축, 재외동포들의 거주국 내 권익 신장과 생활안정화 지원, 한민족 정체성 함양과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밝혔다.
또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로 모국에서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규제의 합리화와 복수국적 허용의 확대, 재외동포 자녀들을 위한 교육지원 확대를 언급했다.
김 의원은 재외동포들을 위해 의료지원 확대와 복수국적 확대를 위한 국적법 개정 추진, 재외동포언론발전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전담 기구로는 ‘해외교민청’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소속의원 82명의 명의로 외교통상부 산하에 ‘해외교민청’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는「정부조직법」개정안(박병석 의원)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이다.
재외동포 교육관 관련하여 민주당은 재외동포의 교육 실태를 파악하여 교육예산의 재분배와 효율화를 기한다는 입장이다. 재외선거에 대해서는 재외동포사업추진단이 북미 지역을 순회하며 수렴한 여론을 바탕으로 공관외 한글학교와 한인회관에 추가투표소 설치와 순회등록 순회투표 운영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편투표와 인터넷투표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재외국민의 정치참여를 위해 재외국민의 경우에도 입후보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에도 재외국민의 몫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의 재외동포정책 방향

자유선진당의 재외동포 정책의 기본 방향은 글로벌화 된 지구촌 사회에서는 폐쇄된 민족주의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열린사회’로 ‘국제화’ ‘개방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박선영 의원은 ‘열린공간’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순수성·단일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외동포가 모국을 위한 도구적 존재하기보다는 각기 목적 지향적으로 살아가는 독자적 존재라는 사실을 전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타 당과는 달리국무총리 산하에 ‘재외동포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외동포정책을 총괄, 심의, 조정하기 위해 출입국 및 법적 지위 문제는 법무부가, 재외동포정책과 영사권은 외교통상부가, 재외동포지원사업은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교육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각각 맡고 있는 부분을 국무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외선거와 관련하여 박 의원은 투표의 편의성을 고려해야 하며, IT강국으로서 인터넷전자투표도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외선거구를 두고 재외국민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제도도 충분히 논의한 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외동포 교육과 관련하여 박 의원은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은 민족정체성이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한국어교육임을 강조했다. 현재 현지 외국인과 재외동포에 대한 교육이 이원화되어 있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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