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연비 과대광고 보상은 쥐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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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차량의 연비를 부풀려 과대광고해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권고에 따라 13개 모델에 대해 연비 하향을 결정하고 고객보상 계획을 알렸다. 그러나 미국 내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소비자들을 오도했다며 현지 법원에 연이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들은 LA 연방법원으로 관할이 병합됐다. 원고들은 지난해 2월 현대차와의 합의 조건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연비 과장’ 집단소송에서 소비자들에게 총 3억9천500만 달러(약 4천191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상금도 숫자 나열에 불과하고 실제는 몇 푼 돌아오지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선데이 저널>이 그 실상을 취재했다.
심 온 <탐사보도팀>
 











현대차 미국 지사는 성명을 통해 연비 문제로 영향을 받은 2011년∼2013년형 모델 차량 구매자들에게 모두 2억1천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을 한번에 일시불로 받는 방안과 직불카드를 통해 매년 연료 보상을 받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아차도 별도 성명에서 최대 1억8천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내 현대차 소유자 약 60만여명과 기아차 소유자 30만여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와 기아차는 연비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해왔다. 특히 기아의 소울(SOUL)은 연비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집중 광고해왔지만 이제 이를 믿을 소비자는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소울은 하이웨이에서 1개런에 34마일을 주행한다고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이 보다 6마일이나 적은 28마일이고 시내에서는 광고한 26마일 주행이 아닌 23마일 주행으로 3마일이 부족했다.
이러한 소비자 불신 풍조는 판매하향으로 이어져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3년 연속 100만대 판매대수를 기록했으나 대규모 리콜과 연비파동 여파 등으로 판매대수와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매년 미-일제차에 판매 뒤져


특히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경쟁업체가 연도별 성장세를 기록하는 반면 미국시장에서의 5년 만에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125만 5,962대로 전년도의 126만 606대에 비해 0.4% 감소해 2008년 이후 5년 만에 연도별 감소세를 기록했다.
회사별로는 현대차 판매가 지난해 전년 대비 2.5% 증가했지만 기아차는 4%가 줄었다. 따라서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8.1%를 기록, 전년도의 8.7%에 비해 0.6%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체 판매량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빅 5’ 업체들의 판매량이 모두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7.5% 성장한 1,558만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대·기아차의 판매 하락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차례 리콜에 따른 차량 신뢰성 타격 ▲보상금만 3억9,500만달러에 달하는 연비과장 파동 등에 따른 기업 이미지 하락 ▲주요 인기 모델들의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판매량 하략 ▲엔저와 달러 대비 원화 강세 등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 그리고 소비자 불만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미국시장에서의 판매부진 원인에 대해 “일부 모델의 차량 노후화 및 공급부족, 엔저로 인한 일본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리콜과 연비파동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며 “그러나 올해에는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주요 모델의 신차 발표가 예정된 만큼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꼼수 광고로는 소비자 신뢰 잃어


그러나 미주내 국내차 소비자들은 가장 큰 불만을 신뢰 부족과 소비자 우롱으로 지적했다. 현대 기아차가 가장 내세우는 최장기 워런티 기간인 ‘10년’ 또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현대차를 구입한 강모씨(52세) “망설임 끝에 국산차를 구입했는데 AS 서비스가 엉망이다. 부품도 3일에서 1주일 기다려야 하고 차 수리기간에는 택시를 타야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새차가 고장난 것도 억울한데 리스카를 제공하지 않는 회사는 현대차 뿐일 것”이라면서 “미국차 일본차는 수리기간 리스차를 제공하는데 이건 소비자에 대한 꼼수”라고 항변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각 딜러마다 본사와의 계약이 달라 수리기간 동안 꼭 리스카를 제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조불량으로 인한 수리기간에 택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대차에서는 최고급 차종인 에쿠우스 소유자 이외에는 워런티 수리기간에도 리스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어 최모씨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하면서 일반차에 비해 만불을 더 주었는데 연료 소비가 비슷하다”면서 “결국 하이브리드 연료 소비가 뻥튀기 광고로 확인되어 보상비를 년 백불까지 준다기에 신청했는데 고작 일년에 14불짜리 주유카드가 배달되어 왔었다”고 비난했다. 최씨의 주장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10년 동안 탄다면 매년 천불 정도 절약되어야 마땅한데 현대차의 계산대로라면 일년에 14불 정도 절약한다는 역산이 되는 셈이니 사기 광고로 차를 판매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한 소비자들의 불만족과 불신이 판매기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국산차 안정성 평가부분 가장 취약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다수 차량이 안전성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한 일부 차종은 운전석 안전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170개 차종을 대상으로 벌인 안전성 시험에서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8개 모델이 시험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차 중에는 엑센트, 엘란트라, 쏘나타, 아제라, 제네시스, 에쿠스, 투싼, 산타페 등이, 기아차에서는 리오, 포르테, 쏘울, 옵티마, 카덴자, 쏘렌토, 스포티지, 세도나 등이 평가를 받았다.
IIHS는 올해 초 완성차업계에 시험 기준을 통보한 뒤 각 업체들이 추천한 차종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현대·기아차는 공통적으로 승용차 부문에서 선전했다. 엑센트를 제외한 현대차 7개 차종은, 전면·측면부 충돌과 차량이 뒤집힐 경우 위험한 정도를 측정하는 지붕강도, 머리지지대와 좌석 등 4개 부문의 시험에서 모두 ‘우수(Good)’ 등급을 받았다. 엑센트는 측면 충돌에서 ‘양호(Acceptable)’ 등급을 받고, 나머지 3개는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기아차는 리오와 세도나를 뺀 6개 차종이 우수 등급 4개를 받았다. 리오는 전면 충돌 부문에서만 심사를 받아 우수 등급을 따냈고, 세도나는 3개의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지붕강도에서 ‘불량(Poor)’ 등급을 기록했다. 우수 등급을 받으려면 차량 무게의 약 4배 이상을 버틸 수 있어야 하지만 세도나는 차량 무게의 약 2.3배의 힘을 가하자 지붕이 찌그러졌다.
지난해 평가 항목에 추가된 ‘스몰오버랩’ 시험에서는 6개 차종 가운데 절반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스몰오버랩은 시속 64㎞로 달리는 자동차의 운전석 쪽 앞부분 25%를 단단한 벽체에 부딪히게 해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엘란트라·쏘나타·투산 등 현대차 3개 차종과 포르테·옵티마·스포티지 등 기아차 3개 차종이 스몰오버랩에 참여했다.
시험 결과 엘라트라와 옵티마는 양호 등급을, 쏘나타는 ‘보통(Marginal)’ 등급을 받았지만 포르테와 투싼, 스포티지는 불량 등급을 받았다. 포르테(2014년형)는 충돌 시 안전벨트가 운전자를 꽉 잡아주지 못해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앞유리와 운전석 옆유리 사이 기둥(A필러)에 머리를 부딪힐 가능성이 있고, 왼쪽 허벅지·무릎·정강이 등의 부상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투싼(2010년형)과 스포티지(2011년형)는 머리 등의 부상 위험은 낮았지만 차체 골격이 약해 운전석 공간이 위태로웠고, 특히 사이드 브레이크가 운전자 마네킹 쪽으로 41㎝나 파고들었다고 협회는 전했다.
한편 엘란트라와 옵티마는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단, 현대·기아차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인증을 받은 전방 추돌방지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아 ‘가장 안전한 차 플러스’(Top Safety Pick Plus)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제네시스 브레이크 결함 추가 리콜


현대차도 고강도 자구책을 강구하면서 5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경영인(CEO)을 교체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금년 1월1일자로 존 크라프칙 사장이 물러나고 데이비드 주코스키 판매 담당 부사장이 신임 사장 겸 CEO로 선임됐다. 크라프칙 사장은 2008년부터 현대차 미국법인 경영을 맡아왔으며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된다. 크라프칙 사장은 취임할 때 3%이던 현대차 미국 시장 점유율을 4.9%까지 끌어올렸고 2009년 제네시스, 2012년 엘란트라가 각각 ‘북미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되게 하는 등 현대차를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제네시스에서 브레이크 결함이 발견돼 총 4만3500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번 실시한 2만7500대 리콜에 이어 1만6000대가 추가된 것이다. 리콜 대상 차량은 2008년 4월30일부터 2012년 3월28일 사이에 생산·판매된 제네시스로, 리콜 원인은 브레이크 모듈에 들어가는 오일이 밸브를 부식시켜 브레이크 제동 성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에도 이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3월부터 브레이크 오일 교환 캠페인을 실시해 부식 방지 성분을 첨가한 새 브레이크 오일로 교체해줬지만 결국 리콜 조치를 받았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지난해 12월부터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한 무상 수리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리콜은 같은 기간 생산돼 국내에 판매된 제네시스 9000여대도 해당되며, 현대차는 이 차들에 대해서도 미국과 동일하게 리콜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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