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본보, 연방정부 조달계약현황조사에서 드러난 공화당 인맥과 풍산그룹

■ ‘친공화’인맥 풍산, 미국정권교체따라 계약액 들쑥날쑥 천차만별

■ 부시 때는 3억달러하던 수주…민주 들어서는 5천만달러로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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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땐 납품급증 2년간‘흑자’
오마바 집권 뒤 5년간 내리‘적자’

내년 한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일명 대선주자 테마주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미국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정부납품액등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지 부시 전대통령을 비롯해 한국기업 중 공화당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한국 방산업체 (주)풍산은 민주당출신 버락 오바마대통령이 출마하자 미국정부 수주액이 급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대통령의 정당과 (주)풍산 미국법인 매출과의 상관관계를 짚어본다.
박우진(취재부기자)

풍산주식회사 풍산이 3억달러를 투입, 지난 1992년 미국 아이오와주 시더라피즈에 준공한 미국자회사 PMX 인더스트리즈, 전기동은 물론 동전의 원료인 소전을 생산하는 회사다. 이 회사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준공식에 아버지 부시대통령의 부인인 바바라 부시여사가 참석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자와 류진 풍산그룹회장 등 류씨일가와 미국 공화당과의 관계는 끈끈하다는 것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버지 부시대통령의 퇴임 뒤 한국방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한국방문등도 모두 풍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특히 풍산은 조시 부시대통령 기념관에 10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미국공화당과의 가장 끈끈한 인맥을 찾는다면 바로 부시 일가인 것이다.

풍산, 부시대통령 일가와 끈끈한 인맥

본보가 입수한 미국정부 조달계약현황을 집계한 결과 공화당출신인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 때와 민주당출신인 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PMX의 납품실적이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0 회계연도부터 2016회계연도 3분기까지 약 17년간 PMX가 미국정부에 납품한 금액은 21억4944만달러로 집계됐다.

납품액즉 2000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999년 10월 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의 미국정부와 계약한 전체금액이 약 21억5천만달러 정도다. 본보조사결과 PMX의 미국정부납품은 전액 미국연방재무부와 계약한 것으로 동전재료인 소전납품이었다. PMX는 전기동[COPPER] 납품과 함께 세계적인 동전재료 납품업체이다. 따라서 미국재무부 산하 조폐공사에 납품한 품목도 바로 이 소전인 것이다.

PMX는 아들 부시대통령 집권 1기인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미국 조폐공사에 소전납품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2001년 3277만달러, 2002년 2216만달러정도였다. 2003년에는 623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4년부터 조폐공사가 1센트 동전인 페니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PMX의 2004년 납품액은 무려 1억8929만달러로 급증했다. PMX 설립이후 사상최대규모의 정부납품을 기록한 것이다. 그 전해와 비교하면 무려 30배나 폭증한 것이다. 2005년에도 2004년보다는 줄었지만 1억4016만달러어치를 계약한 것으로 기록됐다.

주목할 것은 바로 이 2005년도에 미국대통령 1달러기념주화법이 통과됐다는 점이다. 2005년 12월 연방상하원을 통과한 이 법은 미국역대 대통령 기념주화를 시리즈로 제작한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념주화를 제작하려면 동전의 재료인 소전이 필요하다. 이를 계기로 PMX의 소전납품이 폭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2006년 조폐공사 납품액은 2억408만달러로 늘어나며 처음으로 2억달러를 돌파했고 2007년에는 3억881만달러로 미국정부 납품액이 무려 3억달러를 넘어섰다.

부시정권 때 기하급수적 수주급증 흑자 매출

조지 부시대통령 마지막해인 2008년에도 매출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1억9678만여달러를 달성했다. 미국조폐공사 납품액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것이다. 정부납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04년이 바로 공화당의 아들 부시대통령 재임시기였고, 공교롭게 아들 부시대통령 집권2기 첫해인 대통령기념주화법이 제정된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법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기업 중 하나가 부시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풍산이기 때문이다.

 ▲ 풍산미국공장 제품생산현장

▲ 풍산미국공장 제품생산현장

2008년11월 선거를 통해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흑인대통령이 탄생했다. 버락 오바마대통령은 바로 민주당 출신이다. 8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룩된 것이다. 공화당 정권이 민주당 정권으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친공화당기업으로 알려진 풍산은 어떻게 됐을까.

오바마대통령 취임첫해인 2009년 PMX의 미국 조폐공사 납품액은 2000년대 초반수준으로 후퇴, 5405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부시대통령 마지막해인 2008년의 4분의 1수준, 3억달러를 돌파한 2007년과 비교하면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이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듬해 정부납품액도 7039만달러로 2000년대 초반수준에 그쳤다.

그렇다면 과연 풍산이 공화당정권과 친밀하다는 점이 새로 출범한 민주당정권하에서의 풍산의 조폐공사 납품급감과 관계가 있을까하는 것이 의문점이다. 이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풍산과 경쟁관계에 있는 소전납품업체 ‘올린’의 정부납품계약액을 살펴보면, 정치적 친소관계와 정부납품액의 증감이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리노이주 이스트 알톤의 ‘올린코퍼레이션’, 탄약과 소전 등을 만드는 업체로 PMX와 사실상 동일한 생산품목을 가진 업체이며, 미국내 소전시장 에서 PMX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불리고 있다. 중소소전업체는 여러개 있지만 사실상 큰 시장은 이들 2개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 부시대통령 마지막해인 지난 2008년 PMX의 정부 납품액은 1억9679만달러인 반면 올린의 납품액은6722만달러에 불과했다. PMX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공화당 집권기 올린의 정부납품은 PMX의 3분의 1 정도에 그쳤던 것이다. 그러나 2009년 민주당정권인 오바마행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PMX와 올린의 관계가 역전된다.

오바마 집권 이후 계약액 줄자 민주의원 지원

오바마 집권 1년차인 2009년 올린의 정부계약액은 6360만달러인 반면 OM는 5405만달러에 그친다. 일순간에 올린이 PMX를 앞지른 것이다. 2010년에는 그 격차가 더 커진다. 2010년 올린의 정부계약액은 1억706만달러로 1억달러를 돌파한 반면, PMX의 납품액은 7039만달러로 올린의 70%수준에 그쳤다. 올린이 2009년보다 더 큰 격차로 PMX를 따돌린 것이다. 이는 기업과 정권의 친소관계가 정부계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 대통령기념주화

▲ 대통령기념주화

이처럼 PMX가 밀리게 되자 풍산은 공장소재지인 아이오와의 연방상원의원을 지원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친밀한 관계였던 풍산이 민주당출신의 연방상원의원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과 정권의 친소관계가 정부계약을 좌우한다는 점을 인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당시 아이오와주 연방상원의원인 톰 하르킨은 자신의 이름을 딴 공공정책연구소를 아이오와주립대학내에 설립하려 했었고 이해 4월 PMX가 25만달러를 지원함으로써 이 연구소 설립에 가장 큰 기부를 한 기업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풍산그룹도 미국자회사와 똑같은 액수인 25만달러를 지원함으로써 모두 5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때문이었을까. 2011년 정부납품실적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2011년 PMX는 1억3405만달러를 조폐공사에 납품한 반면 올린은 8173만달러에 그친다. PMX의 납품액이 전년보다 2배가까이 늘어난 반면 올린은 전년보다 2700만달러가량 줄어들며 PMX의 60%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해에 풍산이 민주당출신 연방상원의원에게 50만달러를 지원했던 것이다.

대선주자들과 긴밀한 관계 따라 사업 판도 영향

2012년에는 또 다시 올린이 1억13769만 달러로 9589만달러인 PMX를 앞질렀다. 올린의 소재지는 오바마대통령의 출신지역인 시카고이다. 올린도 백방으로 뛰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풍산 또한 지난 2014년까지 ‘더 클린턴 파운데이션’에 2만5천달러에서 5만달러를 기부했고 윌리엄클린턴재단에도 1만달러에서 2만5천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민주당쪽에도 소액이나마 기부하며 그 끈을 놓지 않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정권의 친소관계와 정부납품과의 역학관계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들 부시대통령 집권2기인 2005년부터 2008년까지 PMX의 정부 납품액은 8억4984만달러에 달했으나 오바마대통령 집권 1기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납품액은 3억5438만달러로 공화당정권때의 40%에 그쳤다. 또 오바마집권2기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납품액도 5억7938만달러로 부시2기의 65% 수준이다. 오바마집권 8년치를 모두 합하면 부시2기 4년치를 약간 넘는 정도다. 그만큼 정권교체에 따른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PMX는 2007년과 2008년 계약의 납품이 진행되던 2009년과 2010년만 흑자를 기록한 뒤 2011년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주 생산품목인 전기동 가격의 하락 등 가격변동리스크가 경영수지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공교롭게도 정권변화와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쩌면 한국보다 더 정치권과의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관계는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한국정부는 대선주자와의 긴밀한 관계구축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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